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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했던 숙제 - 03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쿠도요르콘 궁전

밥을 먹었으니 이제부터는 볼 것 보러 돌아다닐 차례였어요.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곳은 쿠도요르콘 궁전. 우즈벡어로는 Xudoyorxon O'rdasi, 영어로는 Khudayarkhan's palace. 코칸드에서는 이곳을 가장 가 보고 싶었어요. 이유는 오직 하나였어요. 왕궁이니까요. 소련에게 점령당하기 전, 우즈베키스탄에는 칸국이 3개 있었어요. 그 칸국들은 코칸드 칸국, 부하라 칸국, 호라즘 칸국이에요. 이들의 수도는 코칸드, 부하라, 히바. 타슈켄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이기는 하지만 왕궁이 없어요. 복원이 된 왕궁도 있고, 아직까지 보전이 된 왕궁도 있고, 홀라당 날아가 버린 왕궁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왕궁들은 칸국의 수도에 가야 볼 수 있다는 것. 중앙아시아의 왕궁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떻..

자신의 우즈베크어 이름 찾는 방법

한국인의 이름은 외국인들이 상당히 이상하게 발음해요. 심지어는 자기를 부르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희안하게 불러대는 경우가 많죠. 특히 이름 가운데 모음 '어, 여, 으'가 들어가 있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외국인들이 엉터리로 발음합니다. 꼭 저 모음들만 이상하게 읽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외국에서 살다 보면 보통 현지어로 된 이름을 하나 만들게 됩니다.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도 잘 못하고, 이상하게 불러대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가 편하게 살기 위해 현지어로 된 이름을 만들죠. 또는 한국에서 사는데 외국인과 자주 만나야해서 외국어로 된 이름을 만드는 경우도 있구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면서 우즈베크어로 된 이름을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랍니다. 한국어 이름을 잘 발음하지 못하거든요. 기억도 잘 못하구요...

해야 했던 숙제 - 02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양기 바자르

드디어 자정을 남기고 여행갈 날이 되었어요. 잠이 안 와! 설레서 잠이 안 오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냥 잠이 오지 않았어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자고 싶은데 잠에 안 오는 것이었다면 누워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잠들고 싶은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아니었어요. 그냥 진짜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분명 이성적으로 지금 누워서 자야 한다는 것은 알았어요. 야간 이동도 아니고 아침에 코칸드로 바로 이동해야 했거든요. 코칸드에서 며칠 머무르는 일정도 아니고 코칸드를 다 보고 파르고나로 이동하는 일정. 파르고나 숙소 역시 정보가 없어서 가서 헤매어야 했어요. 지금 안 자면 언제 잘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졸리든 피곤하는 어떻게든 코칸드 ..

해야 했던 숙제 - 01 우즈베키스탄 여행 준비

원래 최대한 빨리 출발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망설여졌던 문제가 있었어요. 키르기즈스탄도 같이 갔다 와? 흔히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5개국을 이야기해요.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이 중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다녀왔어요. 남은 것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는 튀르크어족에서 큽착어에 속해요. 그리고 둘 다 본국에서 그렇게 널리 쓰이지 않아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모두 러시아어를 주로 쓰는 나라들. 카자흐스탄은 그렇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현지어인 카자흐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그 언어를 구경하러 가 볼텐데 그것도 아니고, 게다가 물가도 비싼 나라. 여기에 거주..

여행기를 쓰면서

지금 타슈켄트 현지 시각 새벽 3시. 창밖에 가을비가 내린다. 지난 8월말에 가을을 알리는 비가 왔는데, 이번 비는 겨울을 알리는 비가 될까? 여름이 시작될 때부터 나의 밀린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여름을 다 보내고 가을도 가려고 하는데 아직도 여행기를 쓰고 있다. 이 시각까지 내가 안 자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낮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또 여행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온 후, 내가 세운 목표 중 가장 먼저 끝낼 것 같은 것이 바로 '밀린 나의 여행기 작성 완료'다. 작년 10월말부터 좀좀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밀린 여행기를 후딱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올렸기 때문에 지금 내가 보고도 부끄러운 것들이 많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행..

대한민국 국민, 키르기즈스탄 60일 무비자 방문 가능

2012년 7월 21일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키르기즈스탄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게 되었다. 무비자 방문 기간은 60일. 이 법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이 법으로 키르기즈스탄에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게 된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 대한민국,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카타르, 브루나이, 바레인 오세아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유럽 벨기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바티칸, 영국,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몰타, 모나코,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프랑스, 크로아티아, 체코, 스위스, 스웨덴, 에스토니아 북아메..

우즈베키스탄의 유재석? Jahongir Poziljonov

우즈베키스탄 TV를 보다 보면 광고에 잘 나오는 배우가 한 명 있어요. 광고로는 Artel 이라는 가전 제품 회사와 Beeline 라는 통신 회사 광고에 잘 나와요. 이 두 회사는 광고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회사라서 거리에서도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이 사람은 Jahongir Poziljonov. 우즈베키스탄에서 매우 유명한 배우 겸 가수에요. 가수는 Bojalar guruhi에서 메인 보컬로 활동하고 있어요. 우즈벡 사람들은 자혼기르의 노래가 다른 노래와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의 노래라고 해요. 그리고 목소리가 매우 특이해서 한 번 들으면 쉽게 이 사람이라는 것을 소리만 듣고 알 수 있죠. 또한 Jahongir는 영화 배우이기도 해요. 위에 유투브 링크를 걸어놓은 뮤비 가운데 가장 마지막 노래 - ..

한국어 '사귀었다'에 대한 추억

한국어에는 단모음이 10개 있어요. 쉽게 외우는 방법은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에서 하나씩 건너뛰며 '아, 어, 오, 우, 으, 이'를 쓰고 '아' 부터 '우'까지 전부 'ㅣ'를 그어서 '애, 에, 외, 위'를 만드는 것. 이러면 한국어 단모음 10개가 딱 나와요. 그런데 '외', '위'는 대부분 이중모음으로 발음되요. 그래서 들을 때 '외, 왜, 웨'는 구분을 잘 하지 않고, '위'도 'wi'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히 '외', '위'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뵙다'와 '사귀다'에요. '사귀다'의 과거형은 '사귀었다'. '사귀었다'라고 또박또박 발음하기도 하지만 '위'가 다시 반모음이 되어서 축약되어 발음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고등학교 2학년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불가리아 엽서

저는 여행 다니다가 가끔 사서 모으는 것이 딱 세 가지 있어요. 하나는 우표. 우표는 주로 보통 우표로 모으지만 그림이 예쁘면 기념 우표를 살 때도 있어요. 이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해 오는 취미. 두 번째는 엽서. 여행중 짐 부담도 안 되고 가격 부담도 별로 없어서 종종 모아요. 게다가 남들에게 줄 선물을 사가기 보다는 주로 엽서를 부치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엽서를 부칠 때 제 것도 하나 사는 식으로 하나 둘 모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전통 의상 인형. 이것은 가장 나중에 생긴 취미. 지금까지 엽서를 많이는 못 모았어요. 엽서를 전문적으로 모으는 것도 아니고 한 두 장 모으는 거라서요. 그 중 제가 정말로 아끼고 좋아하는 엽서는 불가리아에서 구입한 이 엽서에요. 이 엽서를 제가 가장 아끼고 좋..

해야 했던 숙제 - 프롤로그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어느덧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도 반년이 넘었어요.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동네 탐사. 저도 그랬어요. 처음 2월에 타슈켄트 왔을 때에는 매일 걸어서 돌아다녔어요. 그때는 날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툭하면 눈 오고, 거리는 빙판과 눈으로 덮혀 있었어요. 눈 녹으라고 뿌린 물이 얼어서 이게 눈을 녹이기 위해 뿌린 것인지 사람 자빠지라고 뿌린 물인지 구분도 안 되었던 때. 저도 걸어서 돌아다니며 빙판 때문에 몇 번 뒤로 자빠졌어요. 타슈켄트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도 끝나고 얌전히 우즈벡어 공부하며 지내던 시간들. 이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 비자가 단수 비자라서 외국으로 가면 다시 돌아올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때는 어차피 온 지 얼마 되지 않..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 가이드 - 타슈켄트

- 저는 우즈베크어,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이 글을 작성합니다. 한국에서 출발하신다면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의 시작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가 될 거에요. 왜냐하면 인천에서 타슈켄트로 비행기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므로 먼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소개하도록 할게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는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도시이자,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에요. 그러나 1966년 대지진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지금 볼 수 있는 타슈켄트의 모습은 대부분 지진 이후 소련이 만든 도시 모습이랍니다. 비록 옛날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거리에 나무가 많아 여름에 돌아다니기에도 좋으며, 시장이 많이 있어 중앙아시아 시장을 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죠.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

두 개의 장벽 - 에필로그

이번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쉽다면 아주 쉽고 어렵다면 아주 어려운 여행이었어요. 최소한 적당히 행운과 불운이 겹쳐서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지지 않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여행 계획, 비자 문제, 투르크메니스탄 국경까지는 혀 빼물 정도로 어려웠어요.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처음부터 하도 일이 꼬여서 때려치기엔 너무 억울했거든요. 적당히 꼬여야 포기하든 할텐데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꼬이기만 엄청 꼬여서 오기로 버텼어요. 7박35일 때에도 별 다른 준비와 정보 없이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어요. 그때도 정보 없이 가기는 했지만 이 여행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때는 제가 정보를 찾을 노력도 안 기울이고 그..

두 개의 장벽 - 45 바쿠에서 다시 타슈켄트로

"야, 빨리 일어나!"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깨웠어요. 2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아마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을 거에요. 잠을 조금 자나 싶었는데 친구는 저를 흔들어 깨웠어요. "왜!" "택시기사 왔어!" "몇 시인데?" "8시!" 전날. 우리는 택시기사에게 아침 11시 25분 비행기이니 호스텔에 8시에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택시기사는 공항까지 금방 가니 아침 9시에 오겠다고 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9시에 바로 출발하면 2시간 즈음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그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래서 9시에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아무 말 없이 아침 8시에 왔어요. 택시기사는 자기는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짐 끌고 그쪽으로 오라고 말하고 호스텔에서 나갔어요. 친구가 빨리 준비하라고 재..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 -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즈베키스탄에 있으면서 한국에 계신 지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우즈베키스탄에 가 보고는 싶은데 왠지 여행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저도 처음 여기 올 때에는 약간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여기가 여행하기 힘든 이유라면 영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때문이죠. 언어가 안 통해서 오는 문제가 조금 있기는 하나 관광객 입장에서는 물가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편도 아니에요. 먼저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위한 준비단계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비자 및 초청장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비자를 받아야 입국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초청장을 받아야 하구요. 즉 초청장을 받아야 그 초청장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두 개의 장벽 - 44 아제르바이잔 바쿠

오늘은 뭐하지? 아직 실내는 어두웠어요. 돌아갈 날이 내일이라 일찍 일어나지는구나. 짐 싸는 거야 금방 싸겠지? 짐을 한 두 번 싸본 것도 아니니까. 여행 가기 전에도 짐은 후다닥 싸는데 이 정도 쯤이야. 무게를 맞추기 위해 친구 짐과 섞어서 싸긴 해야 하지만 정 안 되면 친구 짐까지 내가 싸 버려야지. 둘 다 부서질 것은 없으니 책만 잘 나누어 넣고 나머지는 다 쑤셔박고 때려박아도 돼. 짐 싸고 나서 무엇을 할까? 그냥 시내나 돌아다닐까? 아니면 바쿠 외곽에 있는 예쁜 모스크? 세데렉 시장? 전날 오늘은 푹 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오늘이 되자 그냥 얌전히 집에서 쉬기는 뭔가 아쉬웠어요. 여기를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초청장 받는 것도 문제고 비자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결정적으로 여..

우즈베키스탄 여행자 거주지등록

우즈베키스탄은 여행자도 반드시 거주지등록을 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거주지등록을 어길 경우 벌금이 3000 달러이죠. 그리고 이것은 계도 없이 바로 벌금이 나갑니다. 안 걸리고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걸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거주지등록 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곳은 동부에서 타슈켄트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검문소와 타슈켄트 지하철 역입니다. 타슈켄트 지하철 역은 수하물 검사를 하는데, 이때 거주지등록 조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거주지등록은 흔히 OVIR 가서 하라고만 나와 있는데 여행자들은 꼭 오비르 가서 할 필요가 없어요. 호텔 및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에 가면 여권과 같이 거주지등록을 해 줍니다. 여권을 복사하고, 오비르에 전화를 해서 거주지등록을 대신 해 주죠. 이렇게 하면 오비르에 갈 필요가..

길을 걷다

여행중에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길이 아닐까 한다. 특히 도로 상태가 안 좋다면 더욱 더, 몸이 안 좋다면 더욱 더 많이 보게 되는 게 바로 길바닥 아닐까. 여행중에는 길바닥을 보며 특별한 생각이 안 든다. 생각보다 느낌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지난 여행을 하나 하나 생각하면 길바닥을 보며 걸었을 때 간간이 했던 생각이 더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떠올리며 말하기 어려워지지만, 그때 그 생각은 다시 말하려 하면 그때 그 생각이 선명히 되살아난다. 굳이 지금 여행을 못 가더라도 일상을 여행이라 느낀다면 그것도 하나의 여행일 것이다. 반드시 특별한 곳에 가야만 여행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서 한 발짝 떠나서 이방인처럼 바라본다면 매일 걷는 거리..

두 개의 장벽 - 43 아제르바이잔 바쿠 현충공원

모스크 구경을 마무리하고 현충공원으로 향했어요.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었어요. 현충공원에서 보는 아제르바이잔의 타오르는 푸른 불...저 건물은 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저게 진짜 타오르는 불이었다면 진짜로 볼 만 했겠죠. 정말 다행히도 진짜 타오르는 불이 아니에요. 푸른 불이라...국장의 불꽃 색깔은 붉은 색인데 저것은 푸른 색. 저 건물을 진짜 붉은 색 유리로 만들었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보기에는 나쁘지 않겠지만, 여름에는 정말 보기만 해도 더 덥게 느껴졌겠지? 붉은 색 건물이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멀리서 보았을 때 거대한 불이 도시를 덮치는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곳이 현충공원인 이유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때 전사 및 사살된..

두 개의 장벽 - 42 아제르바이잔 바쿠 셰히들릭 모스크

버스는 우리가 아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갔어요. 버스가 간 길은 큰 길이 아니라 이맘 후세인 모스크 옆 길로 들어갔어요. "이 버스, 원래 여기로 다니는 버스 맞나?" 이맘 후세인 모스크 주변은 버스가 다니게 생긴 길이 아니에요. 물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만 버스가 다니기에는 일단 길이 너무 좁았어요. 오늘도 현충공원으로 가는 무료 전동차가 운행하지 않는 것과 버스가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맘 후세인 모스크에서 내려서 현충공원까지 걸어가기에는 가깝지 않은 거리. 게다가 지금은 낮이라 그렇게 걷기에는 더웠어요. 버스는 동상이 있는 로타리에서 공원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더니 버스를 세웠어요. '혹시 여기에서 내려서 가라는 건가?' 다행..

가을철 타슈켄트 일교차

드디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도 가을이 찾아왔어요. 일교차가 큰 우즈베키스탄. 요즘은 특히 일교차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요. 낮은 초가을, 밤은 늦가을을 보여주는 일교차. 낮에는 그냥 저냥 살 만 해요. 아직 긴 팔을 입기에는 따스한 날씨. 그러나 밤이 되면 추워요. 새벽에는 정말로 추워요. 그래서 전기장판을 벌써 꺼냈답니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가 올까 말까 계속 눈치를 보고 있네요. 여러분, 모두 가을철 감기 조심하세요!

블로그 글자색 및 줄간격 수정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에는 그렇게 블로그 글자색과 줄간격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기를 올리면서부터 글자색과 줄간격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어쩔 때에는 나도 볼 때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이런 점은 특히 나중에 쓴 여행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처음에 쓴 여행기보다 나중에 쓴 여행기로 갈 수록 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글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왠지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내 글을 읽기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 번 수정해 보았다. 스킨 자체를 바꿀까 하다가 그건 애드센스도 다시 달아야하고 이래저래 손댈 게 많아질 것 같아서 보류. 글자색을 흰색으로 바꾸고 줄간격을 200%로 바꾸어보았다. 글자색을 흰색으로 바꾸니 읽기는..

우즈베키스탄 시장과 현지 적응도 측정

우즈베키스탄에는 시장이 많이 있어요. 타슈켄트 안에도 꽤 많은 시장이 있어요. 각 투만마다 시장이 1개 정도는 있는 듯 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식료품을 주로 파는 데흐콘 보조르 Dehqon bozori,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잡화 및 공산품을 주로 파는 부윰 보조르 Buyum bozori 에요. 전자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이고, 후자는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생각하시면 되요. 만약 이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과일과 야채, 향신료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데흐콘 보조르로 가야 해요. 부윰 보조르에서도 약간 팔기는 하나 제대로 볼 수는 없거든요. 이 글에서 다룰 것은 데흐콘 보조르에요. 이 데흐콘 보조르는 몇 개 구역이 나누어져 있어요. 대충 분..

두 개의 장벽 - 41 아제르바이잔 바쿠

잠 못 드는 밤. 이제 여행이 진짜 끝나간다는 것이 진짜 실감났어요. 그 생각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모레면 돌아가는구나.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요. 정말 다행이에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내가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것은? 이것은 꿈 속의 꿈. 정말로 행복한 꿈.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 꿈 속으로 돌아가기. 사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것에 비한다면 별 거 아니에요. 그러나 아무리 꿈 속이라도 행복한 꿈 속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리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자각몽이라 하더라도 그 꿈이 즐겁다면 깨고 싶지 않은 것 처럼요. 마음이 심란하니 잠이 오지 ..

두 개의 장벽 - 40 아제르바이잔 바쿠 중앙우체국

중앙우체국에 가려고 한 이유는 혹시 아제르바이잔 전통의상 우표가 있는지 보러 가기 위해서였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중앙우체국에서 수집용 우표를 따로 팔아요. 단연 우즈베키스탄 뿐만 아니라 체코,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타지키스탄에서도 그랬어요. 알바니아는 직접 중앙우체국에 가본 것은 아니지만 티라나에서 간 우체국에서 수집용 우표 사려면 중앙 우체국에 가라고 알려주었어요. 중앙우체국 가서 우표를 사면 좋은 점이 거리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싸요. 우리나라는 아예 액면가에 팔구요. 아까 우체국에서 중앙우체국은 이쪽에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대학교는 그냥 본 거 하나 늘리고 시간 때울 셈으로 간 거에 비해 여기는 보다 확실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찾자마자 재빨리 우체국을 찾기 시작했어요. "중앙우체국..

우즈베키스탄 마티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을 잘 아는 이유가 몇 가지 있어요. 물론 가장 큰 것은 많은 우즈벡인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가기 때문. 시골에서는 한달에 100달러 버는 집도 허다한데 한국 가면 한 달에 1000달러 이상 송금해주니 '한국으로 일하러 간다 = 인생역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두 번째는 바로 '대우'. 이 나라는 삼성보다도 대우가 더 유명한 나라. 그 이유는 이 나라에 대우 자동차 공장이 있기 때문이에요. IMF 때 대우 그룹이 부도가 났는데, 이 나라 자동차 공장은 계속 가동되었어요. 아마 정부에서 억지로 돌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대우 자동차가 많이 돌아다녀요. 그리고 이 대우 자동차들은 종종 택시로 많이 사용되죠. 그리고 이런 자동차 종류가 아예 택시 종류로 이름..

여기 와서 고장난 전자제품

내 손에 들어온 전자제품이 문제일까, 내가 전자제품을 험하게 쓰는 것일까? 종종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여기 와서 내가 여기 올 때 들고온 전자 제품은 모두 한 개씩은 문제가 생겼다. 그나마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거라면 아이팟터치가 유일하다. 일단 아이폰 3GS. 이건 아예 고장났다. 영원히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아버렸다. 여기 심도 못 읽고 한국 심도 못 읽는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와이파이는 아직 잘 잡고 있기 때문에 아이팟터치처럼 써먹을 수는 있다는 것. 여기서든 한국에서든 핸드폰을 하나 구해야 하는데 쉽게 구해지지가 않는다. 이번에는 안드로이드로 써보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기종을 여기에서 중고로 구하려고 하니 없다고 한다. 그 다음은 디카인 후지필름 HS10. 이건 CCD..

두 개의 장벽 - 39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립 대학교

밤새 자다 깨다 반복했어요. 조금 자다 깨어났고, 또 조금 자다가 깨어났어요. 오랜만에 자판기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그럴 리는 전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자판기로 커피를 뽑아 마시지 못했을 뿐이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믹스 커피는 항상 잘 마시고 있었어요. 단순히 커피 한 잔 마셨다고 잠을 못 자는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불빛 때문에? 책을 볼 수 있는 불빛이었지만, 그렇다고 신경쓰이게 밝은 불빛은 아니었어요. 책도 불빛에 비추어야 보이는 것이지, 그냥 책 읽듯 보면 안 보일 정도의 불빛. 그 정도 불빛에 일어날 저라면 늦잠 때문에 고민하는 일도 없죠. 이것도 아니고. 결론은 오직 하나. 낮에 아파서 쓰러져 있었더니 잠이 안 오는 것. 그래서 조금 자다 깨어나고 조금 자다 깨어나고를 반복한 것이라 ..

타슈켄트에서 본 추석 보름달

오늘에야 추석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지인들에게 추석 인사하고, 그 외 개인적인 일을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7시. 창밖을 보니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었어요. 한가위 기분은 하나도 나지 않지만 보름달을 보니 한가위가 맞기는 맞나 보아요. 이 보름달이 높게 떠서 그런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다른 때 보았던 보름달보다 크기가 작네요. 진짜 크게 뜰 때에는 엄청 크게 뜨는데요. 그렇게 큰 보름달이 뜰 때마다 '이것이 한국보다 남위도에 위치한 나라의 달'이라고 좋아했는데 지금 창밖에 떠 있는 달은 그냥 한국에서 보던 달 크기네요. 모두 남은 한가위 연휴, 그리고 개천절 즐겁게 잘 보내세요!

여행 완료

드디어 잘 돌아왔다. 돌아오니 무언가 진한 아쉬움이 또 남는다. 이번에는 갑자기 무리해서 그런지 다리가 더 여행을 하려고 해도 하기 어려운 정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끝나버렸다는 생각만 든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짐을 대충 정리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다시 할 일을 해야지. 일단 블로그에 댓글 30개부터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드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사진 정리도 하고 여행기도 하나 하나 올리기 시작하고, 할 일도 다시 해야겠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내일 하루는 여기 국경일이니 푹 쉬고 모레부터는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한국은 지금 추석이라는데 나는 오늘 기차 타고 타슈켄트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p.s. 매우 많이 늦었지만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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