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 있으면서 한국에 계신 지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우즈베키스탄에 가 보고는 싶은데 왠지 여행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저도 처음 여기 올 때에는 약간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여기가 여행하기 힘든 이유라면 영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때문이죠. 언어가 안 통해서 오는 문제가 조금 있기는 하나 관광객 입장에서는 물가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편도 아니에요.
먼저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위한 준비단계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비자 및 초청장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비자를 받아야 입국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초청장을 받아야 하구요. 즉 초청장을 받아야 그 초청장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랍니다.
다른 여행중 충동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 가고 싶어지셨든, 아니면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을 준비중이시든 제가 권하는 방법은 한국에서 초청장을 대행하는 것이랍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초청장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초청장을 준비해줄 사람이 없다면요. 그러므로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준비중이시라면 가장 먼저 여행사에 우즈베키스탄 초청장 및 비자 대행을 문의하세요.
p.s. 초청장을 발급받아야 비자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이런 구시대적 시스템을 운용중이라 욕하지 맙시다. 우즈벡인들도 한국 비자 받을 때 반드시 초청장 있어야 해요. 초청장 있어야 비자를 내주는 것은 구시대적 시스템이 아니랍니다. 단지 한국 국적에 많은 나라에서 특혜를 제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죠.
2. 환전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달러입니다. 혹시 집에 유로가 좀 있다, 엔화가 좀 있다 해서 이것들 들고오실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주로 암시장을 통해 환전을 하게 되는데 이 암시장에서는 달러만 취급합니다. 유로나 엔화는 취급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은행가서 환전하실 때 무조건 빳빳한 달러로 달라고 하세요. 액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낡은 달러가 섞여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세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낡은 달러는 취급 안 한답니다. 낡은 달러는 모두 골라내서 새 달러로 달라고 창구 직원에게 요구하세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헌 달러는 아예 안 받는대요'라고 이야기하세요. 정말이거든요.
크게 많이 환전하실 필요는 없으나 10달러짜리 10장으로 100달러 만들어 오세요. 10달러는 여행 중 요긴하게 잘 쓴답니다. 5달러와 1달러 짜리 지폐는 조금만 있으면 되요. 5달러와 1달러 짜리 지폐는 우즈베키스탄 숨으로의 환전 전에 쓸 돈으로 약간만 챙겨오세요.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오고 얼마나 오래 있을지에 따라 다르지만 10일에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를 생각하신다면 500불 정도는 있으셔야 합니다. 문제는 히바이거든요. 이것은 나중에 도시들을 소개하는 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3. 항공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는 우리나라 인천 공항에서 직항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대한항공 - 정말 비추. 비싼데 수하물 갯수 제한도 있고 특별히 뛰어난 점도 없음.
아시아나 - 비싸기는 하나 서비스가 괜찮음. 항공편도 가장 많음.
우즈베키스탄 항공 - 저렴하고 수하물도 잘 주는 편. 게다가 저렴하기는 하나 서비스도 크게 떨어지지 않음.
- 대한항공과 우즈베키스탄 항공은 국적기라서 코드쉐어가 되기도 합니다.
- 우즈베키스탄 항공은 타슈켄트 도착시간이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시아나 항공은 타슈켄트 도착시간이 살짝 애매한 시간이죠. 도착예정시간+1시간을 하면 대충 공항에서 나왔을 때의 시간입니다.
기타
- 여행 러시아어 회화 책이라도 하나 들고 오세요. 꽤 유용하게 사용하실 겁니다. 영어가 정말로 잘 안 통하거든요.
- 콘센트는 우리나라랑 같습니다. 110V용 콘센트 들고 오실 필요는 없어요.
- 정말로 너무 걱정되시는 분들은 자기가 우유 및 유제품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지, 기름진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지, 양고기 냄새에 민감한지 정도 체크해 보세요.
여행가기 좋은 시기
우즈베키스탄 여행 가기 좋은 시기는 4~5월, 9~10월입니다. 봄과 가을 때이지요.
여름은 너무 덥습니다. 6월만 되어도 히바, 부하라 여행가는 것은 현지인들도 말릴 정도에요. 건조해서 햇볕을 피하면 시원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그늘이 많을 때 이야기구요. 햇볕을 피해 쉬어야 시원한 것이지, 돌아다니면 더워요. 특히 한여름에는 그늘에 있어도 덥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에어컨 환풍기 앞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여행자는 걷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여름철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매력은 바로 과일이죠. 정말로 한국에서는 절대 맛 볼 수 없는 매우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들 천국입니다. 가격도 엄청나게 싸구요. 해도 새벽 4시부터 떠서 저녁 8시 훌쩍 넘어서 지기 때문에 돌아다닐 시간도 많습니다. 만약 여름에 여행을 하신다면 아침일찍부터 여행을 시작하시고, 뜨거운 한낮에는 과일 드시며 쉬시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세요. 숙소에서 가볍게 오침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오후 4시 넘어서 다시 돌아다니면서 경치 구경하세요.
겨울은 정말 최악입니다.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여름은 더워도 먹을 것도 많고 풍경이라도 볼 만 하죠. 하지만 겨울은 그냥 말이 필요 없습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구소련 지역 모두 겨울은 배낭여행은 물론이고 그냥 여행하기도 최악의 계절이죠. 일단 난방이 우리나라처럼 잘 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무지 춥습니다. 게다가 볼 것도 없어요. 소련 특유의 스산함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 아니시라면 겨울에 우즈베키스탄은 물론이고, 중앙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구소련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피하세요.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무겁고 스산한 기분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우 우중충하고 무거운 분위기랍니다. 게다가 먹을 것도 없구요. 겨울 여행은 그냥 답이 없어요. 즐길 방법이 없답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한국만큼 강추위가 몰아닥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