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43 아제르바이잔 바쿠 현충공원

좀좀이 2012. 10.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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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구경을 마무리하고 현충공원으로 향했어요.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었어요.



현충공원에서 보는 아제르바이잔의 타오르는 푸른 불...저 건물은 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저게 진짜 타오르는 불이었다면 진짜로 볼 만 했겠죠. 정말 다행히도 진짜 타오르는 불이 아니에요. 푸른 불이라...국장의 불꽃 색깔은 붉은 색인데 저것은 푸른 색. 저 건물을 진짜 붉은 색 유리로 만들었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보기에는 나쁘지 않겠지만, 여름에는 정말 보기만 해도 더 덥게 느껴졌겠지? 붉은 색 건물이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멀리서 보았을 때 거대한 불이 도시를 덮치는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곳이 현충공원인 이유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때 전사 및 사살된 사람들의 묘지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 묻혀 있는 사람들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소년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현충공원에 있는 충혼묘지 길 끝에 왔어요. 여기에서는 바쿠 전망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어요. 낮이든 밤이든 바쿠 전망 보기 가장 좋은 장소. 사람들도 여기 와서 바쿠 전망을 감상하며 쉬고 놀고 있었어요.



기념물 안에는 불이 계속 타오르고 있었어요.


이곳 및 이 주변에서는 화려하고 발전하는 바쿠와 평범한 바쿠를 전부 볼 수 있어요.


먼저 화려하고 발전하는 바쿠.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깃발이 보였어요.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본 가장 깃발도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이라고 했어요. 둘 다 등재된 것이라 해서 현재는 누구의 것이 올라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평범한 바쿠.



언덕쪽에는 전혀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집들이 모여 있었어요. 이쪽은 화려하지 않은 정말 평범한 동네.







이 언덕 위에 무언가 있었어요.



아직도 저기에서 석유가 나오고 있을까요? 여기에서 석유가 처음 생산되기 시작했을 때에는 땅을 파기만 하면 석유가 나왔다고 할 정도였대요. 그 정도로 엄청난 석유가 있었던 곳. 레닌도 소비에트 혁명 이후 소련의 생존을 위해 바쿠를 점령했고, 히틀러도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버티기 위해 바쿠를 점령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소련이 무지막지하게 아제르바이잔의 석유를 뽑아 써서 육지는 석유가 거의 고갈된 상태라고 들었었어요. 과연 저기에서는 지금도 석유가 나오고 있을까요?


천천히 걸어 내려와 항상 그랬듯이 메르신 카페에 가서 탄투니를 먹었어요. 탄투니를 먹고 10개픽 짜리 도넛을 사서 이체리 셰헤르 입구로 가서 커피를 뽑아 의자에 앉아 같이 먹었어요.


호스텔에 돌아갔어요. 분위기가 왠지 이상했어요. 주인 누나도 둘째 딸도 표정이 밝지 않았어요. 둘째 딸 눈 주위에는 마스카라가 번져 있었어요. 왠지 눈물을 흘려서 아래로 번진 것 같이 번진 것, 그리고 굳은 표정의 주인 누나와 둘째 딸...분명 아까 시험 끝나고 들어올 때에는 웃으며 들어왔어요. 그런데 나가서 놀다 호스텔에 돌아와보니 전혀 반대 분위기가 되었어요.


"안 좋은 일 있어요?"


주인 누나 말로는 딸이 일단 합격점인 300점은 넘긴 것 같다고 했어요. 가채점 결과 390점 정도 나왔대요. 그리고 정확한 점수는 내일 컴퓨터로 확인 가능. 문제는 이 점수가 원하는 학과에 가기에는 애매하다는 것이었어요. 딸이 지원한 학교는 우리나라로 치면 상경대학쯤 되는 듯 했어요. 주인 누나는 점수가 안 좋으면 사범대학에 갈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범대학은 정말 가기 싫다고 했어요.


주인 누나 말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에서 최악의 대학 진학은 사범대학으로 진학하는 것. 이유는 간단했어요. 교사 월급이 너무 적기 때문. 이 이야기는 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었어요.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선생님 월급이 너무 적어서 학생들이 따로 돈을 모아서 드린다고 했어요. 심지어는 대학교 학점 및 학위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었어요.


주인 누나는 내일 결과가 나와 보아야 알겠지만, 정말 사범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특히 수학. 수학 문제를 너무 조금 풀면 아예 점수 자체를 안 주어버릴 수도 있다고 했어요.


주인 누나에게 분명히 잘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다시 나왔어요. 이번에는 바닷가로 갔어요. 바닷가에서는 AzTV 가 공개방송 콘서트를 하고 있었어요. 어떤 노래가 나오나 구경했어요. 공개방송 콘서트에서 나오는 노래는 전부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유투브에서 아제르바이잔 가요를 찾아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전부 제 취향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에 와서 괜찮은 노래가 있으면 구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여기 와서도 마음에 드는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어요. 공개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바닷가를 걷다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어요.


"너희들, 모레 가지?"

"예."

"우리가 내일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밤에 없어. 하지만 택시 기사가 모레 아침에 너희들을 데리러 올 거야."


주인 누나는 내일 가족들이 모두 친척 결혼식 때문에 호스텔에 없을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택시 기사는 아침 일찍 와서 우리를 공항에 데려갈 것이니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택시 요금 20 마나트는 택시 기사에게 드리면 된다고 하셨어요.


방에 들어가 쉬는데 갑자기 화약 터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계속 들렸어요.


"무슨 일이지?"


호스텔에서는 소리만 들려서 호스텔 밖으로 나갔어요. 밖에서 호스텔에 머무르는 다른 여행자들이 하늘을 보며 잡담을 하고 있었어요. 하늘을 보니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어요.


"오늘 무슨 날이야?"

"불꽃놀이. 너 전쟁난 줄 알았지?"

"아니."


너희들에게 물어본 내가 바보이지...주변에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하나도 안 보여서 큰 길로 나갔어요. 큰 길로 나가니 경찰이 보였어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오늘 헤이데르 알리예프가 정권을 잡은 기념일이야."


경찰 아저씨께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어보았어요. AzTV에서 공연 마지막에 기념으로 터트리는 폭죽 치고는 그 규모가 너무 컸거든요. 경찰 아저씨께서는 오늘이 헤이데르 알리예프 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날이고, 그것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알려주셨어요. 7월 14일. 오늘이 헤이데르 알리예프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된 날이구나. 그래서 AzTV에서 공개방송을 하고, 현충공원으로 가는 전동차는 운행을 중단시킨 건가?


길가에 서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데 차가운 무언가가 얼굴로 떨어졌어요.


"비 오네?"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다시 호스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어요.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비가 내릴 때 밖에 있으며 비 맞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저는 무조건 비 내리는 것을 싫어해서요. 불꽃놀이 구경하는 것으로 얻는 즐거움보다 비를 맞아서 불쾌해지는 것이 더 컸어요. 어차피 시간도 자정을 넘겼구요.


이제 마지막 하루가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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