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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야 했던 숙제 (2012) 42

해야 했던 숙제 - 우즈베키스탄 여행 후기 (에필로그)

우즈베키스탄에서 세운 목표가 몇 개 있었어요.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 목표에 들어가지도 못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즈베키스탄 여행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머무르는데 당연히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처음 우즈베키스탄 올 때 저의 생각이었어요. 이것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온 이후,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갈망하지 않아서였는지, 마음먹고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우즈베키스탄 주변 국가들 모두 한국에서 가기 힘들다는 현실 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되자 우즈베키스탄을 먼저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먼저 여행했어요. 제일 먼저 여행한 곳은 타지키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 여행..

해야 했던 숙제 - 40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로

가벼운 발걸음. 이제 여기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며 어디 갔다 와야 한다는 '숙제'란 없었어요. 그런 숙제는 이제 다 끝냈어요. 남은 것은 타슈켄트로 잘 돌아가는 것 뿐. 안녕, 레기스탄 광장! 사마르칸트. 세 번째 방문까지 너는 나를 엄청나게 거부했지. 바람으로 나를 고생시킬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 도시도 다 보았어. 이제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 도시에 오래 머무를 이유란 없어. 물론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해도 이미 기차표를 샀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지만 말이야. 언제 여기가 다시 그리워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최근이 되지는 않을 거야. 아마 한국 돌아가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너무 그리워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 식당에 가게 될 때 즈음에 너를 ..

해야 했던 숙제 - 39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드디어 여행 마지막 날인 2012년 9월 30일의 아침과 마주했어요.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오늘 기차는 11시 20분. "아그그그그그..."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을 주자마자 고통이 찾아왔어요. 이게 이틀간 탑 5개를 올라가서 그런 거야. 얌전히 탑 5개만 올라갔으면 말도 안 해. 히바에서도 엄청 걸었고, 사마르칸트에서도 엄청 걸었어. 다리가 풀릴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하도 걸어다녀서 다리에 큰 무리가 왔어요. 이제는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기만 해도 다리가 아팠어요. 화장실을 가려는데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어요. 휘청휘청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화장실로 갔어요. 오늘은 타슈켄트 - 정확히 말하자면 타슈켄트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니 만사 다 귀찮았어요. 오늘 야간..

해야 했던 숙제 - 38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미르 테무르 묘소

"여기서 아미르 테무르 동상까지는 도저히 못 걸어가겠다." 걸어올 때는 그래도 가는 길에 볼 것이 있다는 이유, 그리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몰라서 걸어갔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 가는 길에 볼 것도 없었고, 얼마나 많이 걸어야하는지 알았어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해는 등에 얼음 덩어리라도 떨어졌는지 서쪽을 향해 전력질주중이었어요. 레기스탄 광장 따위야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아미르 테무르 묘소는 이야기가 달랐어요. 사실 묘소라는 것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멀리서 외관만 보았지, 직접 들어가보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아미르 테무르 묘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아미르 테무르 동상. 우즈베키스탄에서 유명한 아미르 테무르 동상은 3개 있어요..

해야 했던 숙제 - 37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울루그벡 천문대

'아프로시욥 박물관을 꼭 가야 하나?' 아프로시욥 박물관까지 어떻게 걸어왔어요. 시각을 확인해보니 이미 오후 4시 반을 넘었어요. 가려고 하면 갈 수는 있는데 섣불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저기를 가면 울루그벡 천문대가 문을 닫을 것 같았고, 다리도 아팠어요. 지금 이렇게 아픈 다리 끌면서 걸어가는 이유는 아프로시욥 박물관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울루그벡 천문대를 보러 가기 위한 것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아프로시욥 박물관이 유명한 이유는 오직 하나.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거 꼭 보아야 해?' 솔직히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 따위에 관심 없었어요. 고구려 사신이 그려졌든, 제주도 설문대 할망이 그려졌든 단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은 없..

해야 했던 숙제 - 36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하즈라티 히즈르 모스크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벤치에 앉자마자 입에서 튀어나온 말. 이것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사마르칸트에게 동시에 하는 말이었어요. 일단 저 자신에 대한 자아비판. 일정은 정말 최대한 널널하게 짰어요. 부하라 일정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하라에서 매우 힘들게 돌아디닌 것도 아니었어요. 히바, 사마르칸트는 한나절 보고 가는 곳. 야간 이동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다녔어요. 마치 강행군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행군을 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피울 수 있는 게으름 다 부리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이렇게 힘든 이유는 말 그대로 자기 관리 실패. 부하라에서 설사, 그리고 이제는 다리 근육통. 하루에 탑 4개를 올라간 것도 아니고 3일에 걸쳐 탑 4개를 올라간 것이었는데..

해야 했던 숙제 - 35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쇼히 진다

비비 하늠 모스크에서 나와서 간 곳은 시욥 보조르 Siyob bozori 였어요. 시욥 보조르에 간 이유는 바로... 시장밥을 먹기 위해서! 시장에서 오쉬를 먹어보기 위해서였어요. 식당에서 오쉬를 사 먹는 방법도 있으나 이러면 비교가 어려워져요. 당연히 비싼 식당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쓸 테니까요. 게다가 사마르칸트는 온통 관광객투성이. 여기는 단지 외국인 관광객만 넘쳐나는 곳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관광하러 온 사람들도 넘쳐났어요. 이러니 식당에서 오쉬를 먹은 후 타슈켄트의 오쉬와 맛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어요. 타슈켄트에서 식당에서 오쉬를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일 잘 알고 흔히 먹는 시장통에서 먹는 오쉬끼리 비교를 해야 더 공정할 거 같았어..

해야 했던 숙제 - 34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비비 하늠 모스크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먼저 갈 것인가,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마지막에 갈 것인가?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이것을 결정해야 했어요. 호스텔 근처에 레기스탄 광장이 있기는 했지만 레기스탄 광장 가는 방향과 비비 하늠 모스크 가는 길은 정반대 방향. 레기스탄 광장쪽으로 올라가면 레기스탄 광장을 보고, 아미르 테무르 동상과 아미르 테무르 묘소까지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비비 하늠 모스크와 쇼흐지나, 울루그벡 천문대까지 볼 수 있었구요. 레기스탄 광장, 아미르 테무르 동상, 아미르 테무르 묘소는 두 번 왔을 때 두 번 다 지나갔던 곳. 안에 들어가지만 못했을 뿐, 지나가며 본 곳이었어요. 당장 아침에 택시 타고 오면서도 이 세 곳은 지나갔어요. 반면 비비 하늠 모스크쪽은 본 적이..

해야 했던 숙제 - 33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과 일출

눈을 뜨니 주변이 캄캄했어요. "많이 자기는 했나 보구나." 몇 시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저 매우 야심한 밤이라는 것만 알려주는 어둠. 기차가 사마르칸트 종점이 아니라 타슈켄트 종점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내려야 했어요. 일단 늦게 일어나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캄캄함 속에서 옆구리에 느껴지는 네모난 덩어리를 집어들었어요. 그것은 바로 제 카메라 가방. 기차의 흔들림에 따라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어요. 유럽이었으면 벌써 싸그리 다 털렸겠네. 다행히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저와 같은 칸에 탄 나머지 두 명도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던 듯 했어요. 2층에서 내려와 창밖을 보았어요. 밖은 사막. 달빛에 젖은 사막도 황량해 보이기는 매한가지. 히바로 갈 때와 달리 별도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문을 잠그고 다시..

해야 했던 숙제 - 32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동문 Polvon darvoza 앞에 있는 시장으로 갔어요.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마침 동문 앞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했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슈켄트와 반대로 매우 서쪽에 치우친 부분. 혹시 이곳 시장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까 기대했어요. 역시나 여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박과 멜론. 여기 멜론을 하나 사서 먹고 싶었지만 도저히 혼자 다 먹을 크기의 멜론은 없었어요. 혼자 먹기는 고사하고, 혼자 들기도 버거워보이는 커다란 것들 밖에 없었어요. 시기와 지역을 고려했을 때 맛이야 무조건 보장이 된다고 보아도 좋았지만, 반 통도 못 먹고 나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칼이 없어서 기차에 멜론을 들고 타야 하는데, 이때 문제는 이 나라 비닐봉지 상태가 썩 ..

해야 했던 숙제 - 31 우즈베키스탄 히바 주마 모스크

"에구구구..."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전날 50m 탑과 30m 탑을 걸어 올라갔더니 허벅지가 아팠어요. 이건 정말 여름 내내 덥다고 움직이지 않다가 갑자기 무리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왠지 기합 한 번 제대로 받은 다음날 아침처럼 느껴졌어요. 침대에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를 9시 반까지 준다는 것이 생각나서 씻으러 갔어요.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서 볼 일을 보고 샤워를 했어요. 이 숙소의 단점이라면 화장실 안에 샤워 커튼이 없고 샤워하는 자리에 있는 수채구멍이 가장 낮은 곳에 있지 않다는 것. 방을 둘러볼 때에는 수채구멍 높이까지는 잘 살펴보지 않아요. 특히 저렴한 숙소를 골라서 갈 경우 화장실이 멀쩡하고 뜨거운 물 콸콸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신경을 잘 쓰지 ..

해야 했던 숙제 - 30 우즈베키스탄 히바 야경

다시 공원을 지나 하렘 쪽으로 갔어요. 여기부터는 저 역시 정신이 없었어요. 그냥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었어요.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의해 뒤죽박죽이 되로 엉망진창이 된 것은 아니었어요. 정말로 정신이 없는 곳이었어요. 일단 하렘 성벽으로 갔어요. 혹시나 들어갈 곳이 있을 거 같아 궁전 반대편으로 걸어갔어요. 하렘 옆에는 담장 하나를 두고 또 다른 경찰이 있었어요. 여기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둘러보는데 담장 위에 윤형 철조망이 쳐져 있었어요. 그래서 문을 두드려볼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경찰이 빵을 들고 가고 있었어요. "여기 들어갈 수 있어요?" "여기 내가 사는 곳이야." 예...경찰이 사는 곳이면 못 들어가겠구나. 아무리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찰을 무서워할 것 까지는 없다 해도 경찰이..

해야 했던 숙제 - 29 우즈베키스탄 히바 디샨 칼아

성벽에서 내려와 북문 Bog'cha darvoza를 통과했어요. "빨리 디샨 칼아 보고 이찬 칼아 안이나 돌아다녀야지!" 이찬 칼아는 거의 다 보았어요. 못 본 곳이라면 오크 샤이크 보보와 거기를 통해 올라가야 하는 전망대. 여기는 석양을 보기 위해 남겨둔 곳이었는데 디샨 칼아까지 빨리 다 보게 되면 그때 가서 느긋하게 안도 둘러보고 안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감상하다 석양이 질 무렵에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아니면 이찬 칼아 주변을 둘러보든가요. 어쨌든 시간이 남으면 좋은 것. 북문에서 나와 큰 길까지 쭉 걸어갔어요. "저렇게 보니 북문도 괜찮네?" 이찬 칼아 안에서 북문을 보았을 때에는 북문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안에서 본 북문과 그 주변은 그냥 황량한 공간일 뿐..

해야 했던 숙제 - 28 우즈베키스탄 히바 토슈 호블리 궁전

다음날에는 아침 일찍 우르겐치로 넘어가 우르겐치를 조금 둘러보고 갈까 생각중이었기 때문에 일단 주변에 있는 것은 빨리 보고 끝내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바로 동문 Polvon darvoza 으로 나가지 않고 토슈 호블리 궁전 Tosh hovli saroyi 부터 보고 가기로 결정했어요. 쿠틀룩 무로드 이녹 마드라사에서 왼쪽으로 가면 토슈 호블리 궁전이 있다고 지도에 나와 있었어요. 쿠틀룩 무로드 이녹 마드라사에서 토슈 호블리 궁전 가는 길에는 기념품 좌판이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한쪽에서는 무언가 금속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기념품 가게 뒤쪽에서는 직접 손으로 기념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여기 저기서 물건을 만드는 소리, 관광객들의 북적이는 소리로 조용하지는 않은 거리였어요. 성수기..

해야 했던 숙제 - 27 우즈베키스탄 히바 이슬람 호자 미나렛

드디어 이슬롬 호자 미노라 Islom Xo'ja minorasi 가 나타났어요. 이슬롬 호자 미노라 바로 옆은 1908~10년에 지어진 이슬롬 호자 마드라사였어요. 이 미나렛을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경찰에게 몰래 돈을 쥐어주고 올라가는 곳이 아니라 제대로 입장료를 주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이곳은 57미터로 히바에서 가장 높은 탑이자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높은 탑. 여기 올라가면 히바 전망을 매우 잘 볼 수 있다고 해서 여기는 정말 꼭 올라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얼마에요?" "3천숨." 입장료도 매우 저렴했어요. 입장료는 불과 3천숨. 1달러 조금 넘는 돈이었어요. 입장료가 얼마 하지 않아서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에 앉아 ..

해야 했던 숙제 - 26 우즈베키스탄 히바 파히아본 마흐무드 묘소

이제 해야할 일은 숙소 찾기.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바로 탑이었어요. 그러나 탑에서 잠을 잘 수는 없는 일. 오타 다르보자 근처에 숙소가 그럭저럭 모여 있었기 때문에 여기부터 차근차근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어요. 가장 처음 간 숙소는 Alibek 게스트하우스. "방 있나요?" "방 있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방을 보여주셨어요. 먼저 보여준 것은 2인 1실 방이었어요. 여기는 20달러였어요. 온수도 잘 나왔고 변기도 괜찮았어요. 그 다음에 보여준 방은 3인 1실 방이었어요. 3인 1실 방은 25달러였어요. 2인 1실 방은 1층에 있었고, 3인 1실 방은 2층에 있었어요. 가격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어요. 둘이 왔다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지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혼자였어..

해야 했던 숙제 - 25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경찰에게 여권과 기차표를 보여주고 검문소를 통과했어요. 이제 진짜 부하라 여행은 끝이 났어요. "아...하루만 더 있었으면..." 포기하면 편한데 포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포기를 하지 않을 상황도 아니었어요. 지금 여기에서 뛰쳐나간다면 남은 기차표 전부 취소해야 했어요. 이것은 더 큰 일. 선택지는 기차를 타고 히바로 가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이것은 선택이고 말고가 없는 문제였어요. 여행 계획에서 3일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방법이 없었어요. 부하라발 우르겐치행 기차는 일주일에 딱 한 대 - 수요일 밤에만 있었으니까요. 히바 일정을 줄이고 부하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기는 했어요. 기차표가 남아 있을 지 모르기는 했지만 목요일 밤에 우르겐치발 부하라행 기차가 있었거든..

해야 했던 숙제 - 24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낙쉬반드 묘소

그렇게 보고 싶었던 장면까지 보고 시토라이 모히 코사에서 나오니 오후 6시였어요. 관광을 마쳤어야 할 시각에 날림으로 부하라 칸국 여름 궁전 구경을 끝내었어요. 계획과는 아주 어그러진 현실. 해는 사람 약올리듯 땅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어요. 브레이크 좀 살짝 밟아주면 참 고마울텐데 태양에게 그런 건 없는 거 같았어요. 오직 인생은 직진, 악셀러레이터 뿐이라는 듯 땅에 처박으려고 있는 힘껏 서쪽 땅으로 들이박으려 전력질주하는 태양을 보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럴 때 믿을 것은 오직 돈. 우즈베키스탄 숨, 나는 너를 믿는다! "이거 택시죠? 낙쉬반드 묘소, 5천!" 시토라이 모히 코사 앞에 세워진 차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흥정을 시도했어요. 만 숨이라도 줄 생각이었어요. 낙쉬반드 묘소..

해야 했던 숙제 - 23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칸국 여름 궁전

공원에서 빠져나오니 오후 3시를 훌쩍 넘어버렸어요. 빨리 빠져나오려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확실히 여행 중 설사에 한 번 시달리면 체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공원을 걸으며 깨달았어요. 빨리 걸어 나오면 30분 안에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몸에 힘이 없어서 도저히 빨리 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앉아서 쉬다가 다시 걷고 앉아서 쉬다 다시 걷다 보니 돌아나올 때에도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어요. '이대로 일정을 계속해도 될까?' 공원에서 빠져나오며 이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평소같으면 이런 생각을 할 시각에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걷고, 바로 부하라 칸국의 여름 궁전인 시토라이 모히 코사로 이동했을 거에요. 하지만 공원을 빠져나오는 길이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이 이..

해야 했던 숙제 - 22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사모니 공원

아르크까지 다시 걸어가려니 엄두가 안 났어요. 점심 시간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어요. 딱 지금이 점심을 먹어야할 시각. 걸어왔던 길을 돌아가서 아르크까지 가려면 2km 정도는 걸어가야 했어요.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게 아니라 예상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각을 소비했어요. 오늘 일정을 끝내야하는 시각은 오후 6시. 6시 이후에는 사진 찍기 나쁘기 때문에 6시까지 일정을 마칠 생각이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동시간까지 다 포함해서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사모니 공원 및 서벽, 2시간 동안 시토라히 모히 코사, 2시간 동안 낙쉬반드 묘소를 돌아야 했어요. 아니, 이미 한 시간 전에 사모니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택시를 잡았어..

해야 했던 숙제 - 21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일반 구역 탐험 02

알-잔디 묘소에서 다시 제가 걷던 길로 돌아왔어요. 거기에서 보이는 거대한 유적. 그게 관광 구역인 줄 알고 열심히 걸어갔어요. "응? 뭐지?"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이곳이 관광 구역에 있는 유적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엉뚱한 곳에 있는 유적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속을 만도 했던 이유가 있었어요. 이 유적은 감히 '버려져 있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거든요. 주변은 전부 동네 주민들이었어요. 관광객이라고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어요. 동네 주민들은 이 거대한 유적에 별로 신경쓰지 않으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요. "이게 방치되어 있을 수가 있나?" 이 정도 규모면 절대 작은 유적이 아니었어요. 당장 부하라에서도 꽤 큰 유적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이게 단지 관광 구역에서 멀..

해야 했던 숙제 - 20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일반 구역 탐험 01

오늘은 2012년 9월 26일, 부하라 2일차. 그리고 우르겐치행 밤 기차 타야 하는 날. 눈을 뜨니 아침 7시. 여행중 이동이 많으니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어요. 평소에는 울리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핸드폰 알람을 듣고 잠에서 바로 깨어났으니까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아직도 속이 안 좋은 건가? 다행히 전날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시 잠깐 생각해 보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종종 먹으러 가던 타슈켄트 초르수 바자르에 있는 케밥집서 먹은 케밥이 문제였던 거 같았어요.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그 외에도 속이 안 좋아질 이유가 몇 개 더 있었어요. 어쨌든 다 나은 건 아니지만 하루만에 많이 좋아졌어요. 체크아웃 시각은 12시. 전날 아침을 8시 반에서 9시에 먹겠다..

해야 했던 숙제 - 19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야경

"이게 아르크구나." '아르크'는 그냥 성채였어요. 시간이 늦기는 했지만 혹시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해서 정문을 향해 걸어갔어요. 아까 그 여대생은 여기 갈 때 왜 자기한테 전화를 하라고 한 것일까? 전화하겠다고 대답은 했는데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아르크 못 찾아갈 거 같아서 전화하라고 한 건가? 이게 그나마 납득이 가는 이유였어요. 그 외 다른 가정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어요. 어쨌든 아르크는 잘 찾아왔고, 시간은 오후 6시였기 때문에 전화를 걸기도 애매했어요. 설령 아르크 돌아다니는 것을 와서 도와주기 위해 전화하라고 했다 해도 시각이 늦었거든요. 게다가 아까 그 여대생이 말한 집 방향은 아르크와 반대였어요. 그래서 전화하지 않고 그냥 혼자 구경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헤이, 아르크 10달러..

해야 했던 숙제 - 18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이게 부하라의 상징이구나!" 미리 아랍 마드라사도, 칼론 모스크도, 미노라이 칼론도 모두 컸어요. 세 개 다 한 사진에 집어넣으려고 하니 24미리 화각에 x0.7 광각 컨버터까지 달아서 우겨넣어야 했어요. 이것이 바로 1530~36년에 지어진 미리 아랍 마드라사 Miri Arab Madrasasi. 'мир'는 타지크어로 '왕자, 지도자'라는 뜻이에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아랍 지도자 이슬람 신학교'. 이 마드라사가 다른 마드라사와 다른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마드라사는 지금도 마드라사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 마드라사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요. 입구로 들어가자 한 남자애가 앉아있다가 여기는 못 들어간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그냥 나갈까 아니면 소년에게 부탁을 해볼까 고민을 하며..

해야 했던 숙제 - 17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구시가지

키르크 바자르로 돌아갔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서 마슈르트카를 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이제부터 갈 길은 정말 평범한 길. 부지런히 돌아다녔는데 이 평범한 관광 코스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오후 4시였어요. 관광객들이 잘 안 가는 곳을 가서 유적도 여러 개 보고 신시가지와 시장을 가 보았기 때문에 허송세월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차피 내일도 있잖아.' 오늘 못 보면 내일 마저 보고 가도 되는 일. 어차피 부하라를 하루에 다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늘 끝장을 내면 다음날 할 게 없으니까요. 게다가 부하라는 부하라 구시가지만 볼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하라 외곽에도 볼 것들이 있었어요. 처음부터 계획을 첫날은 구시가지를 보고 두 번째 날은 외곽에 있는 지역을 다닐 생각이었어요. 부하..

해야 했던 숙제 - 16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호스텔로 일단 돌아갔어요. 방에 그림을 놓고 다시 나와 화장실로 갔어요. "휴...살겠네." 역시나 또 설사. 벌써 세 번째였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시원했어요. 전날 먹은 것까지 거의 다 비워낸 것 같았어요. "이제 서점이나 가야겠다." 골목에서 나와 시장으로 가는 마슈르트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조금 걸어가자 아까 보았던 나스렛딘 호자 아저씨가 나왔어요. "얘들아, 그 아저씨 좀 놔둬라." 애들이 나스렛딘 호자 동상에 올라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 자연스럽게 저 말을 중얼거리게 되었어요. 부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부하라 시장도, 부하라 주민들도 아니에요. 저 나스렛딘 호자 아저씨가 부하라에서 가장 인기 좋고 바쁜 사람일 거에요. 관광객들도 와서 위에 올라가도 보고 기대어서 사..

해야 했던 숙제 - 15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라비 하우즈

일단 여행의 시작은 라비 하우즈. 라비 하우즈에서 마슈르트카 탔던 곳까지 가서 마슈르트카 타고 시장에 갈 계획이었어요. 제가 가야할 곳은 사진 속 길과 정반대 방향. 아직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조용히 돌아다니기 괜찮아 보였어요. "이거 너무 예쁜데!" 드디어 제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에 왔다는 사실이 느껴졌어요. 우즈베키스탄 동부 지역이나 타슈켄트에서 이렇게 관광 기념품을 많이 파는 곳이 모여 있는 곳은 보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본 곳 중 그나마 관광 기념품을 파는 곳이 많이 몰려 있던 곳은 타슈켄트 브로드웨이 거리. 그런데 여기는 정말로 예쁜 기념품이 너무 많았어요. 그 중에서 저의 눈을 확 잡아당기는 것은 바로 체스. "이거 얼마에요?" "60달러." 음...너무 비싼데? 정말 ..

해야 했던 숙제 - 14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타슈켄트발 부하라행 기차는 이번이 두 번째. 처음 이 기차를 탄 것은 투르크메니스탄에 가기 위해 파라브 Farab 국경에 가기 위해서였어요. '그때처럼 안개 사우나는 아니겠지?' 투르크메니스탄 여행 자체는 힘들지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이 제게 그다지 나쁘고 답답한 곳으로 느껴지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가끔 다시 투르크메니스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때마다 뒷목 잡으며 단호히 다시 안 간다고 외치는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가기 위해 하도 고생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 고생한 것도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일. 그리고 그때 비자 문제로만 고생이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안개 사우나에서의 하룻밤 2012년 6월 30일의 밤. 그렇게 가기 어렵다는 투르크메니스탄에 간..

해야 했던 숙제 - 13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만세!" 할아버지께 3만숨을 드리고 택시에서 내렸어요. "에구구...허리야!" 카메라 가방과 가방을 메고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여기는 너무나 낯이 익은 곳. 바로 타슈켄트역 앞이었어요. 여기는 바로 저의 홈그라운드. 제가 무려 반년 넘게 살고 있는 곳. 물론 제가 살고 있는 곳은 타슈켄트역에서 멀지만 타슈켄트역은 매달 몇 번은 지나가는 곳. 기차를 타러 온 적도 있었고, 이발하고 장을 보러 가스피탈르 가기 위해 온 적도 있었고, 공항 가기 위해 온 적도 있었어요. 타슈켄트역은 초르수 보조르와 더불어 타슈켄트의 교통 중심지. 중심지라고 할 정도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영등포, 서울역 정도 되요. 즉, 다양한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모여드는 곳. 제가 간 역은 북역이었어요. 타슈..

해야 했던 숙제 - 12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서 타슈켄트 가는 길

"배 안 고파?" "예. 괜찮아요." 진짜로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사실 밥을 먹을 시간이 되기는 했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지긋지긋한 택시 이동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빨리 타슈켄트에 도착하고 싶다는 것. 이것이 중앙아시아 첫 여행이었다면 감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첫 여행도 아니었을 뿐더러 무언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도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분명 짜증이 제대로 날 것을 알지만 타슈켄트에서 여행자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더 기대되었어요. 예전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아슈하바트까지 택시로 갈 때에도 지겨워서 혼났는데, 이번도 만만치 않았어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도로 포장도 안 좋고 산도 있고 해야 차를 타고 가며 재미가 있는데 이건 길도 좋고 온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