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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95

오늘의 잡담 - 여행기 하나 끝

01 2015년에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인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에필로그를 오늘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에 올리고 나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폴더를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로 이름을 바꾸었다. 에필로그까지 다 해서 여행기 자체는 7월 17일에 다 썼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것까지 해야 끝나는 거라 오늘 끝났다. 매번 여행기를 하나 완결할 때마다 느끼지만, 에필로그 쓸 때의 감정과 에필로그 업데이트할 때의 감정은 참 많이 다르다. 여행기 마지막화를 쓸 때는 최고 흥분 상태. 그 길었던 글쓰기 하나가 끝난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흥분된다. 등산으로 치면 정상이 코 앞인 느낌. 마지막화를 마치고 에필로그를 쓸 때는 기분이 많이 차분해진다. 항상 마지막화를 쓰자마자 바로 에필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에필로그

2015년 여름. 모두가 덥다고 난리인데 전혀 덥지 않았어요. 선선했어요. 하루 종일 창문만 열어놓으면 딱 괜찮은 기온이었어요. 여름 내내 에어컨을 단 한 번도 틀지 않았어요. 6월달, 동남아시아의 뜨거운 더위는 우리나라 여름 더위에 대한 예방접종이었어요. 오히려 밤에는 바람이 차서 이불을 덮고 자야 했어요. 동남아시아의 더위가 지독하기는 지독했나봐요. 메르스 덮밥 먹으러 가냐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라마단이라 모스크도 다녀왔어요. 이 모스크 다녀온 이야기가 어쩌면 이 여행기의 진짜 마지막이라 할 수 있어요. http://zomzom.tistory.com/1140 그리고 해가 바뀌었어요. 일본어로 만난 라오인 친구가 제게 다른 라오인 대학생을 소개시켜주었어요. 우리나라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대전에서 공부하고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91 라오스 비엔티안 왓따이 국제공항,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그리고 귀국

마지막 행운 포인트까지 깔끔하게 쓰고 가는구나! 스콜이 시원하게 내리고 나니 공기가 맑고 시원해졌어요. 딱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은 공기와 온도였어요. '그래. 아직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이 있잖아.' 아직 여행이 완벽히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이 비행기는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 노이바이 공항에서 환승해야 했어요. 이 당시 저는 노이바이 신공항 건물만 보았어요. 2014년 12월 베트남에 갔을 때 노이바이 신공항은 건물이 완성된 상태였지만 사용하지는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노이 노이바이 신공항을 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베트남 경유하니 베트남 구경 조금은 하겠네.' 노이바이 공항 면세구역 안에서 돌아다니며 놀겠지만 그래도 거기는 베트남. 게다가 제가 못 가 본 노이바이 신공항..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90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베트남 절 방 렁 사원 (왓 반 렁)

역시나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라오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올라서야 하는 2015년 6월 27일이 밝아버렸어요. 아무리 저항해도 대자연의 섭리, 시간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어요.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바로 씻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다른 날에는 피곤하고 몸이 아파서 침대에 누워 조금 더 쉬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어요. 이날은 달랐어요. 출국일이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버려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일찍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블로그 지인분과의 점심 약속은 오후 1시. 그 전에 전날 밤에 발견한 베트남 절이나 적당히 다녀올 계획이었어요. 그래도 마지막날에 '베트남 절'이라는 곳이 남아 있어서인지 다른 여행 때와는 달리 그렇게까지 체념하거나 만사 될 대로 되라..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9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메콩강 야경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어요. 친구와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어요. 버스를 탔어요. 저와 친구가 앉은 자리의 뒷자리에 동독대 여대생이 앉았어요. 왠지 영어를 알 것 같았어요. "Do you know english?""Yes." 행운이 연속으로 터졌어요. 행운이 터지기 시작하니 계속 터졌어요. 라오스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가 유독 많이 필요했나봐요. 단순히 절에 가서 절만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나봐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걸어다녀야만 그 정성이 더해져서 발동하는 특수한 이벤트였나봐요. 왠지 모범생 느낌이 드는 외모라 한 번 말을 걸어본 것이었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대학생이었어요. 이 기회 또한 놓칠 리 없었어요. 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8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라오스 국립대학교 (동덕대, NUOL)

"그나저나 붓다파크 가는 길이 너무 안 좋아." 이제 남은 일정은 붓다파크와 라오스 국립대학교인 동덕대. 붓다파크 가는 길을 찾아보았더니 한결같이 여기는 가는 길이 고약하다고 나와 있었어요. "너가 결정해. 내일 나는 동덕대만 가면 돼. 나머지 일정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붓다파크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 해.""내일?" 저는 동덕대만 가면 비엔티안의 모든 일정이 끝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아무 계획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리고 영어를 아는 라오인 친구 만들기를 위해 라오스 국립대학교만은 꼭 가야 했어요.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 이상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솔직히 친구가 숙소에서 남은 시간 잠이나 실컷 자고 떠나자고 해도 좋다고 할 생각이었어요. 진심으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7 라오스 비엔티안 왓 씨므앙, 메콩강 야시장

"이제 어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되었어요. 지금 동덕대 가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동덕대는 다음날 갈 예정이었어요. "일단 딸랏싸오 터미널 가보자. 내일 동덕대 가려면 딸랏싸오 터미널 가야 하잖아." 기껏 생각해낸 것이 일단 딸랏싸오 터미널이나 가보는 것이었어요. 어차피 타논 란 쌍을 따라 메콩강 쪽으로 걸어가야 했고, 딸랏싸오는 그 길 근처에 있었어요. 친구도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거기 가보자고 했어요. 탓 루앙 사원에서 타논 란 쌍을 따라 딸랏싸오로 갔어요. 가는 길에 관광서들을 참 많이 보았어요. 하지만 관공서를 보는 것은 하나도 재미없었어요. 관공서 안에 일일이 들어갈 것도 아니고 건물만 밖에서 보며 지나치는 것이었거든요.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6 라오스 비엔티안 탓 루앙, 왓 탓 루앙 타이, 왓 탓 루앙 느아, 왓 넝 번

'어떻게 하지? 지금 탓 루앙으로 걸어가면 못 볼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탓 루앙을 내일로 미룰 수도 없고...' 방법은 하나 뿐이었어요. 탈 것을 이용해서 빨리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뚝뚝을 찾아보았어요. 빠뚜싸이 옆에는 뚝뚝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뚝뚝 기사에게 다가갔어요. "어디 가요""탓 루앙요.""25000낍.""버! (아니요)" 25000낍을 부르자 바로 안 간다고 대답하고 다른 뚝뚝 기사를 찾으려고 발걸음을 돌리려 했어요. "얼마?" 빠뚜싸이에서 탓 루앙은 2km 정도. 그리고 탓 루앙이 조금 후면 문을 닫을 테니 1만낍만 불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흥정하며 시간을 날리고 싶지 않았어요. "15000낍.""가요." 뚝뚝을 탔어요. 뚝뚝..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5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박물관, 비엔티안 중앙도서관, 빠뚜싸이

숙소에서 여행 기록을 남기고 바로 잠을 잤어요. 깊게 잘 잤어요. 눈을 뜨니 아침 8시였어요. TV를 켜고 바닥에 주저앉아 노트북을 다리 위에 올려놓았어요. "이거 뭐야!" 바닥에 주저앉아서 노트북을 하려는 순간 눈에 보인 작은 점들. 아주 바글바글했어요.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개미떼였어요. '아, 이건 또 무슨 재앙이냐.' 예전 자취방에 개미가 들끓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아무리 과자 봉지를 잘 막아놓아도 잠깐 지나고 보면 과자 봉지 안에 개미떼가 바글바글. '개미는 변온동물이니까 냉장고 안에는 안 들어가겠지' 하고 냉장고에 넣어도 소용없었어요. 어떻게든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서 냉장고 안도 개미. 개미떼가 얼마나 징한 존재인지 겪어보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몸이 앞섰어요.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4 라오스 비엔티안 자미아 모스크, 왓 씨싸켓, 왓 프라깨우, 탓 담

기대의 뒷면은 절망. 그 절망은 나락으로 인도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나락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바닥 아래로 더 깊은 심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충격이 너무 컸어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버렸어요. 아무리 좋게 말하려 해도 좋은 표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렇게 자국어로 된 책이 없는 나라는 처음이었어요. 책이 비싸면 복사해서 볼 것이고, 복사비도 비싸면 공책 들고 와서 베껴적을 거에요.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어요. 아예 책이 없었어요. 책이 있어야 이 나라 사람들이 복사를 해서 본다든지 필요한 부분 베껴적어서 볼 거라는 상상이라도 해보죠. 책 자체가 없었어요. 지금껏 여행한 국가 중 이렇게 자국어로 된 책이 없는 나라는 투르크메니스탄 이후 처음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 갔을 때 책이 없었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3 라오스 비엔티안 왓 옹뜨, 왓 하이쏙, 왓 미싸이, 라오스 국립 도서관

왓 인펭에서 나오니 앞에 왓 옹뜨가 있었어요. "이 근처에 서점 하나 있지?" 지도를 보니 이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었어요. "서점부터 가서 본 다음에 왓 옹뜨 가자." 이러다 왓 옹뜨가 왜 자꾸 간만 보냐고 화내는 거 아냐? 왓 옹뜨를 계속 지나가고 있는데 정작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들어갈까 말까만 하다가 안 들어가고 있었어요. 제대로 왓 옹뜨를 간보고 있었어요. 왓 옹뜨가 그만 간보라고 화낼 정도로 계속 주변만 맴돌고 있었어요. 일부러 간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왓 옹뜨 위치가 그렇게 생겼어요. 일단 서점을 가본 후 왓 옹뜨를 보고, 셋타틸랏 거리를 따라 왓 씨싸켓으로 가기로 했어요. "서점 이쯤에 있어야 하지 않나?"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데 서점 위치에 서점이 없었어요. 이 근처에 하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2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왓 짠, 왓 인뼁

버스에서 도시락을 하나씩 나누어주었어요. "이건 이따 배고플 때 먹어야겠다." 저녁에 국수 한 그릇을 먹었는데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태국처럼 국수 한 그릇이 병아리 코딱지만큼 적지 않았거든요. 분명히 이따 휴게소에서 쉬라고 버스가 정차할 거였어요. 그때 내려서 엉뚱한 것 사먹지 말고 이 도시락을 까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시락을 한쪽으로 치우고 여행 기록을 계속 정리했어요. 슬슬 잠이 몰려왔어요. 이번에 또 똑같은 실수를 할 수 없었어요. 일단 여행 기록을 후다닥 정리한 후, 짐을 정리했어요. 혹시 흘린 것 없는지, 모든 것을 가방에 잘 집어넣었는지 몇 번을 확인했어요. 역시나 버스에 라오인들이 계속 탔어요. 이들은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서 엉덩이가 아프지는 않..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1 라오스 루앙프라방 왕궁 박물관, 호 파방, 왓 빠후악

"점심 먹으러 다라시장 갈까?""다라시장? 거기 먹을 곳 있어?""뭐 있지 않을 건가?""그럴 거면 볼 거 다 보고 가." 슬슬 점심을 먹어야 할 때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여행자 거리 말고 다라 시장 가서 점심을 먹을까 했어요. 거기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식당 하나 없겠냐 싶었어요. 친구에게 다라 시장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자 친구가 볼 거 다 보고 점심을 먹자고 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라시장까지 갔다 돌아오는 시각은 제일 더울 때였어요. 날이 제일 뜨거울 시각이었기 때문에 박물관 들어가서 더위 좀 피하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오후 1시 48분. 왕궁으로 갔어요. 왕궁의 정식 명칭은 루앙프라방 국립 박물관이었어요. 왕궁 오른쪽에는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한 황금 불상..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0 라오스 루앙프라방 소수민족 전통공예 및 민속학 박물관

햇볕. 눈을 뜨자마자 방이 밝다는 것을 보았어요. 어제 몇 시에 잤더라? 기억이 없었어요. 하여간 엄청 깊게 잤어요. 미친듯이 잤어요. 시계를 보았어요. 아침 9시가 넘어 있었어요. 머리가 멍하지 않았지만 멍했어요. 컴퓨터를 켜놓고 가만히 놔두어서 새까맣게 모니터가 꺼져버린 상태 같았어요. 정신이 없는 것은 아닌데 생각하기를 그만두어버린 상태였어요. 너무 피곤했어요.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몸을 움직여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오늘은 정말 일정이 별 거 없었거든요. 그렇게 6월 23일이 시작되었어요. 이렇게 여행중 침대에 쓰러져버린 것은 얼마만인지 몰라요. 7박 35일 여행 거의 마지막이었던 부다페스트에서 그렇게 쓰러지듯 잠들어 버렸던 것 이후 처음이었어요. 너무 피곤했어요. 근육은 바람에 휘날리고 뼈는 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9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 푸시산, 왓 탐 푸시, 왓 탐모타야람, 루앙프라방 야경

슬슬 오후 6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몽족 야시장은 이미 열렸어요. 몽족 야시장을 지나가다 푸시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올라갔어요. "여기도 절 하나 있을 건데?" 계단을 올라가다 오른쪽을 바라보았어요. 아주 허름한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그 건물로 갔어요. 이 건물이 바로 절이었어요. 절 이름은 '왓 빠훅'이었어요. 문이 잠겨 있었어요. "내일 오자.""내일?""응. 우리 내일 절 꼭 가야 해! 우리 치앙마이에서 넘어올 때 절 안 갔다가 사고난 거 잊었어?" 제 말에 친구가 불만가득한 표정이 되었지만 딱히 반박은 하지 못했어요. 치앙라이 왓 롱쿤에서 절하기 귀찮다고 안 했다가 그날 밤 사고가 났거든요. 다행히 태국에서 쌓아놓은 부처님 마일리지 덕분인지 제가 탄 버스가 사고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교..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8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 왓 아함, 다라 시장, 왓 탓, 왓 호씨앙

왓 위쑨나랏과 왓 아함은 사실상 한 절 같았어요.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요. 탓 막모를 다시 한 번 보았어요. 왓 위쑨나랏 건물을 멀리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왓 아함에 들어갈 차례. 왓 아함으로 갔어요. 표지판에 라오어로는 ວັດ ອາຮາມ 이라고 적혀 있었고, 라틴 문자로는 WAT AHAM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거 밧이 아니라 왓이다!" 라오스는 프랑스 통치를 받은 적이 있어서 라틴 문자 표기를 불어식으로 표기했어요. 예를 들어서 절이 라오어로는 ວັດ 인데, 이것의 발음은 '왓'이에요. 하지만 라틴 문자로 표기할 때는 wat 이 아니라 vat 이라고 표기해요. 불어에서는 w와 v 발음이 같거든요. 그런데 이 절은 또 혼자 vat 이 아니라 wat 으로 적혀 있었어요.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7 라오스 루앙프라방 유적 - 왓 마노롬, 왓 위쑨나랏

쑤파누웡 동상에서 조금 걸어가자 관공서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이건 시청쯤 되는 건가?" 표지판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읽어보았어요. UXO LAO VISITORS CENTRE 아...불발탄... UXO 는 Unexploded Ordnance Programme 의 약자에요. 직역하면 '불발탄 센터'. 베트남 전쟁때 전쟁의 불길이 라오스에까지 번지면서 미군이 라오스 영토까지 뻗은 호치민 루트를 파괴하기 위해 라오스에 대대적인 폭격을 실시했어요. 라오스는 공산주의 게릴라인 파텟 라오와 왕정 정부군 사이에서 내전중이었구요. 그래서 라오스 전역에 불발탄이 상당히 많이 산재해 있다고 해요. 입구에 놓인 커다란 쇳덩이들은 불발탄이었어요. 안에 들어가볼까 하다가 발길을 돌려 다음 절을 향해 걸어갔어요. 길을 걸어..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6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 왓 부파위빳나람, 나위앙 캄 시장, 쑤파누웡 동상

"저런 불상은 어디에서 팔지?" 불단 안에는 금색과 은색 불상이 있었어요. 왜 내가 가는 곳에서는 저런 화려한 불상이 안 보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불단을 보면 예쁜 인형도 많고 아름다운 불상도 여럿 있는데 이상하게 파는 곳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태국에서도, 라오스에서도 어디에서 그런 것을 파냐고 물어보면 전부 시장에 가라고 했어요. 그러나 시장에서 저런 것을 파는 것은 보지 못했어요. 제가 간 곳은 장터고 시장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요. 조금 더 걸어가자 하천이 나왔어요. 하천 한쪽은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어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환경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가 잘 산다는 이야기에요. "여기도 사회주의 국가 맞구나."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거대한 포스터가 보였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5 라오스 루앙프라방 절 - 왓 싸깸, 왓 푸 콰이

지도상으로 보면 다음 절까지 그렇게 멀지 않았어요. 애초에 거리가 4km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였거든요. 이 4km 정도 되는 거리에 절이 여러 곳 있었고, 절 하나하나를 들리면서 구경도 하고 루앙프라방 시내도 돌아다닐 계획이었어요. 이론적으로 보면 조금 걷다가 절 가서 삼배 드리고 또 조금 걷다가 절 가서 삼배 드리는 길이었어요. 첫 번째 절을 잘 보았기 때문에 발걸음이 가벼워졌어요. 차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평화로운 시골길이었어요. "내가 대체 얼마나 외곽으로 나온 거지?" 4km면 그렇게 외곽까지 기어나온 것도 아니었어요. 여행자 거리도 그리 도시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것은 영락없는 시골 마을의 풍경. 거리에서 사람들이 가축을 몰고 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어요. 라오..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4 라오스 여행 - 루앙프라방 탁발 행렬, 아침 시장, 산티 쩨디, 왓 빠폰파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여행 기록을 정리했어요. "여행 기록 쓰는 게 무슨 밀린 숙제하는 것 같네." 귀찮아서 후딱 쓰고 끝내고 싶은데 기록을 정리해서 남기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며칠 동안 기록을 남기지 못했는데 그것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당장 오늘 여행 기록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거든요. 아주 많이 돌아다닌 것은 아니었어요. 지도상 거리만 보면 별로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단지 절을 참 많이 갔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솔직히 오늘 간 절 이름이 전부 떠오르지도 않았어요. 사진을 보며 기록을 정리해야 하는데 사진도 많았어요. 사진이 150장이 넘었어요. 이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어요. 150장이 넘는 사진을 보며 기록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었어요. 돌아다닐 때 딱히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3 라오스 루앙프라방 - 왓 빡칸, 왓 판 렁

이제 다음 절은 남칸강에서 멀지 않은 왓 빡칸이었어요. 왓 빡칸을 둘러본 후, 남칸강을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가서 나무 다리를 건너가서 거기 있는 절 두 곳을 보는 것이 오늘 일정의 마지막이었어요. 이렇게 돌아다닌 후에는 딱히 계획이 없었어요. 야시장 쪽으로 가서 저녁 사먹고, 야시장 조금 구경하고 숙소 돌아가서 쉴 생각이었어요. 다음날 루앙프라방 시내 구경을 다 마쳐야 했거든요. 다음날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니 오늘은 숙소로 조금 일찍 들어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어요. 18시 10분. 왓 빡칸에 도착했어요. 라틴 문자로는 VAT PAK KHAN KHAMMUNGKHUN 이라고 적혀 있었고, 라오어로는 ວັດປາກຄານ ຄຳມຸງຄຸນ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법당 문은 잠겨 있었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2 라오스 여행 - 루앙프라방 왓 씨분흐앙, 왓 쑤완나 키리, 왓 씨앙통

"여기도 절이 있네?" 절이 끝없이 나왔어요. 절 너머 절이었어요. 절 하나 보고 조금 걷나 싶으면 절이 하나 또 나왔어요. 이건 절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절이 아예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요. 절 하나 보고 바로 옆 절 가는 식이었거든요. 치앙마이에 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 정도로 많이 있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절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은 루앙프라방이 처음이었어요. 왓 씨히뭉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옆 절이나 마찬가지인 절로 갔어요. 여기는 라틴 문자로 적힌 절 이름 표지판이 없었어요. 라오어로 ວັດສຼີບຸນເຮືອງ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왓 씨분흐앙이었어요. 지도에는 Wat Sibounheuang 이라고 나온 곳이었어요. 왓 씨분흐앙은 1758년 Sotikakouman..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1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 왓 농씨쿤므앙, 왓 쌘, 왓 쏩, 왓 씨 뭉쿤

다음 절을 갈 차례였어요. 길을 따라 걸었어요. 친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왓 시러시러 밧 시러시러 모스크 오 노절 시러시러 암자 시러시러 항상 내 곁엔 오! 부두! "뭐?" 친구가 우유송에 맞추어서 노래를 불렀어요. 아주 절묘하게 딱 들어맞았어요. 가사를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친구가 왓 가기 싫다고 해서 '여기는 VAT 라고 적혀 있잖아! 이것은 밧! 태국의 왓과 다른 거야!' 라고 말하며 친구를 데리고 다니고 있었어요. 친구도 어떻게든 절을 하나라도 덜 가기 위해 가이드북도 뒤져보고 지도를 뒤져보았지만 정말 갈 곳은 절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저와 절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건데, 옆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왜 하필 부두야?""왜? 사이언톨로지도 넣고 다 넣어볼까?""너 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0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 왓 마이 쑤완나푸마함

숙소로 돌아와서 컵에 주스를 한 잔 따라마시고 주스를 냉장고에 넣었어요. 주스를 마신 컵은 탁자 위에 올려놓았어요. 샤워를 하고 자리에 드러누웠어요. 여행 기록을 남길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만사 귀찮았어요. 여행 기록을 남기는 것에 회의감이 들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정말로 피곤했어요. 드러누워서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내일 쓰든가 해야지." 정신없이 잤어요.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잤어요. 인생에서 이 시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잤어요. 실컷 자고 일어나보니 아침 8시 반. "주스 한 잔 마시고 씻고 나가야지."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었어요. 전날 주스 마시고 방치해놓은 컵을 보았어요. "으억! 이거 뭐야!"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아주 조그만 개미들이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9 라오스 여행 - 루앙프라방 포씨 시장 Phosi market

"겨우 도착했네." 이제 여기에서부터 숙소까지는 오토바이 택시인 뚝뚝을 타고 가야 했어요. 한국인들과 같이 뚝뚝을 잡아탔어요. 거리에는 차가 거의 없었어요. 하늘은 너무나 맑았어요. 태국어 글자와 다른 라오어 글자가 보였어요. 이제야 진짜 라오스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진작에 도착했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괜찮았어요. 비록 루앙프라방 일정 하루가 날아가버리기는 했지만, 일정 자체를 빡빡하게 짜지 않았거든요. 6월 23일 비엔티안으로 떠날 예정이기는 했지만 그날 야간 이동이었어요. 야간 이동이 있는 날 열심히 안 돌아다니는 것이 제 원칙이기는 했지만 그 원칙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었어요. 뚝뚝은 길을 시원하게 달렸어요. 맨 뒷좌석에 앉아 계속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빠르게 달려서 사진 찍기..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8 라오스 우돔싸이에서 빡 멍을 거쳐 루앙프라방 가기

차는 시내를 가로질러 갔어요. 시내에서 차를 세울 생각이 없는지 빠른 속도로 시원하게 달렸어요. 얼마 안 가 시내를 벗어나 다시 대자연으로 들어갔어요. 아침 9시 55분.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골의 작은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이스라엘인들은 여기에서 내렸어요. 운전 기사가 여기에서 차를 갈아타고 가라고 손짓발짓하며 이스라엘인들에게 설명해 주었어요. 이제 이 차에 남은 사람은 한국인들 뿐이었어요. 모두가 루앙프라방으로 갈 사람들이었어요. 여기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까 그 사고 지점에서 걸어가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것이었어요. '뭐라도 하나 사먹을까?' 아침부터 지금까지 물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였어요. 이 차가 루앙프라방에 언..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7 동남아시아 배낭여행 - 라오스 우돔싸이 가기

'사람들 왜 안 타? 휴게소인가?'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휴게소에 들리는 거라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어요. 버스 안에 있는 라오인들이 정말로 멀미 때문에 못 견뎌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 밤에 또 누군가를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거라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어요. 버스에서 잠깐 내려서 바람이나 좀 쐴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어요. 이번에는 라오인들이 대체 뭘 갖고 짐을 어떻게 싣고 타나 창밖을 바라보았어요. 아까 주유소에서 사람들이 짐을 다 못 실어서 몇 명이 못 탔거든요. 창밖으로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보였어요. "애들 멀미하다가 버스 밖으로 나오니까 신났구만." 애들이 뛰어놀고 있었어요. 아마 조금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멀미하며 또 엉엉 울고 헛구역..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6 태국 치앙콩 - 라오스 훼이싸이 국경 넘기

'이제 진짜 라오스 간다!' 중간에 들리기로 한 치앙라이 왓 롱쿤 관람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태국 치앙콩 - 라오스 훼이싸이 국경을 넘는 일 뿐이었어요. 이 국경만 넘으면 라오스 일정이 시작될 거고, 밤새도록 차에서 자다보면 다음날 아침 라오스 여행 첫 번째 목적지인 루앙프라방에 도착할 것이었어요. 아직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어요. 치앙라이 왓 롱쿤을 기사가 말해준 것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 관람을 생략하거나 관람 시간을 말도 안 되게 조금 주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이런 지역 여행할 때는 모든 게 제 시각에 칼 같이 도착하고 출발할 거라 기대 자체를 하지 않아요. '오후 4시 넘겨서 도착할 건가?' 라오스 국경 출입국사무소는 오후 4시면 업무 종료. 그래서 근무 외 시간에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5 태국 여행 - 치앙라이 왓 롱쿤 (화이트 템플, White temple)

숙소에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이 오늘따라 유독 더 멀게 느껴졌어요. 분명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닌데 중량천을 완주하던 날 그 고통과 맞먹을 정도로 힘겹게 걸어왔어요. 차이점이라면 중량천 완주하던 날은 다리와 발이 아팠고, 지금은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었어요. 아주 오래전에 허리를 한 번 삐끗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 이후 딱히 허리가 안 좋은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여행 와서 갑자기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어요. '이거 가방 문제인가?' 옆으로 메는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걸어다니는 날이 계속 되어서 허리에 무리가 가고 있는 건가? 원래는 여행 중 어지간하면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고 돌아다녔어요. 이런 버릇이 생긴 것은 지난 베트남 여행에서부터였어요. 베트남 여행 중 손에 무언가 들고 돌아다니는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4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6 - 왓 쌘팡, 왓 우빠꿋, 왓 껫까람

다리는 후들거리고, 허리는 끊어지게 아프고, 시간은 없고, 가야 할 절은 아직도 세 곳.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태양은 대지를 비추라니까 제 똥줄만 태우고 앉아 있었어요. '해 저물기 전에 왓 껫까람까지 갈 수 있을까?' 욕심을 버리라는 불교의 가르침. 그 가르침을 따르려면 여기에서 이제 모든 것은 될 대로 되라고 하며 천천히 둘러보는 게 맞을 거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절도 포기할 수 없다. 돈 없어서 하루 종일 라면 하나로 버텨야 하는 날에는 부페에서 배부르다고 먹지 않은 그 한 접시가 간절히 떠오른다. 군대 훈련소 시절, 입대 전날 왜 맛있는 것을 먹지 않았을까 뼈저리게 후회했다. 지금 절을 하나라도 포기한다면 나중에 이 못 간 절 하나가 계속 떠오르겠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