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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우즈벡어판

이것은 옛날 버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우즈벡어판이에요. 지금껏 본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표지들과는 꽤 많이 다르죠. 왠지 동화책 느낌이랍니다. 참고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우즈벡어판은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옛날 번역 버전이에요. 즉, 우즈벡어 버전은 두 개가 있는데 전부 키릴로 되어 있답니다. 여기서 라틴으로 된 우즈벡어 책은 정말 동화책과 교과서 외엔 찾기 거의 불가능해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날이 풀리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왔을 때는 눈이 잔뜩 쌓여서 어디가 길인디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저 눈이 있으면 인도, 눈이 없으면 차도였어요. 이게 이번주네요. 이번주 초에도 눈이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날이 급격히 풀리더니 다음주에는 18도까지 올라간대요. 예보가 맞다면 정말 화끈한 기온 변화네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멜론이 나왔어요

초르수 바자르에 갔는데 멜론이 나왔네요. 여기도 계속 영하인데 왜, 그리고 어떻게 멜론이 나왔나 궁금해서 상인에게 갔어요. 상인은 우리가 오자 시식을 권했어요. 먹어보니 우리나라 머스크 멜론과 향은 같고 조금 더 달았어요. "이거 어디에서 왔어요?" "지자흐요." 지자흐라면 타슈켄트 옆동네. 수입인줄 알았는데 자기 집에서 키운 거래요. 그래서 하나 사기로 했어요. 상인은 좋은 것으로 하나 골라주었어요. 6kg이었어요. 크기가 수박만 했어요. "얼마에요?" "2만4천숨." 그래서 18000숨을 불렀어요. 상인은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2만숨에 샀어요. 집에 와서 3끼 내내 멜론만 먹었네요. 집에 멜론 향기가 진동하네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표어의 나라

여기 온지 이제 3주째네요. 빠른 적응을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그 동안 본 것 중 8할은 눈이요, 나머지는 큰 나무와 건물들이에요. 수업 시간 shior (шиор) 라는 단어를 배웠어요. 지금 초급 교재로 배우고 있는데 '표어'라는 뜻인 shior를 배우니 뭔가 이상했어요. 하지만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저 단어가 의외로 중요한 단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타슈켄트에서 정말 하루에 한 번 이상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은 딱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경찰, 하나는 표어에요. 올해 이 나라는 독립 20주년. 그래서 거리 곳곳이 독립 20주년을 축하하는 표어들로 가득해요. 재미있는 것은 표어 내용이 단순히 '잘 살아 보세' 이런 게 아니라 지구 평화를 논하는 것도 많다는 것. 표어만 보면 지구촌 통..

타슈켄트에서 눈 내리면 좋은 점

어제 비가 왔는데 오늘 눈이 또 내렸어요. 새벽에 눈이 내려 쌓였는데 지금은 많이 녹았네요. 타슈켄트 도로 사정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눈이 오면 더 고약해요. 그리고 눈을 바로바로 치우지도 않기 때문에 눈이 쌓이면 어디가 길인지 분간도 안 된답니다. 조금 내리면 치우는데 많이 쌓이면 그냥 포기하고 방치해 버리네요. 거리의 풀밭이나 인도나 높이 차이가 없어서 눈이 많이 쌓이면 사람 발자국이 길이 됩니다. 빙판길은 당연하구요. 정말 눈 쌓이면 다니기 불편해요. 하지만 타수켄트에 눈이 쌓여서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답니다. 바로 무단횡단하기 좋아진다는 것이죠. 여기서는 무단횡단이 일상이에요. 우리나라와는 좀 많이 달라서 '없으면 가도 된다'에요. 우리나라에서는 경찰 앞에서 무단횡단하면 딱지 떼이지만 여기는 그..

돈 세기

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돈을 무지 못세는 것은 꽤 유명해요. 가장 많이 보았던 외국인들의 돈 세는 방법은 바닥에 한 장씩 내려놓기. 몇 장 안 될 때, 그리고 자기 차례라면야 뭐 별 거 아니지만 제 앞 사람의 돈이 꽤 많아 직원이 바닥에 한 장 한 장 내려놓으며 세고 있으면 당연히 속이 터져요. 예,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이에요. 앞의 우즈베키스탄 화폐 이야기를 읽으신 분이라면 제가 왜 이 글을 쓰는지 눈치를 채셨을 거에요. 여기서 돈뭉치가 왔다갔다 하는 일은 흔한 일이에요. 칠론조르 바자르에서 200숨 뭉치를 들고 구걸하는 거지를 직접 목격했어요. 거지도 돈뭉치를 들고 다니는 나라가 여기에요. 물론 200숨은 한국돈으로 100원 채 안해요. 다른 도시는 잘 모르겠고 여기 타슈켄트에서 200숨의 의미는 '반..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한국에서 우즈벡어를 잠깐 배울 때 저는 라틴 문자로 우즈벡어를 배웠어요. 우즈벡어는 우즈베키스탄이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후 라틴 문자로 바꾸었어요. 독립하자마자 라틴 문자로 바꾼 것은 아니에요. 1995년에 우즈벡어 문자를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꾸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이 1991년에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꾸었던 것에 비하면 불과 4년 차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이 1991년에 터키의 라틴 문자를 토대로 문자 개혁을 해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꾼 것에 비해도 상당히 늦은 문자 개혁이에요. 아제르바이잔 여행 당시 키릴 문자로 된 아제리어를 거리에서 보지 못했어요. 정부에서 문자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서 아제르바이잔은 라틴 문자가 아주 확실히 정착해 있었어요. 역사적으로 소련에 강제 편입되고 ..

우주베키스탄 타슈켄트 지하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는 지하철 노선이 세 개 있어요. 여기도 구 소련권 지하철답게 지하철 및 지하철역 내부 촬영은 금지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봤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지하철보다는 상태가 매우 좋아요. 서로 대화가 가능해요. 위의 카프카스 3국 지하철 내부는 정말 시끄럽고 허름하거든요. 핸드폰 받는 건 물론이고 옆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워요. 그래도 타슈켄트 지하철에서는 옆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하답니다. 그리고 경찰이 엄청나게 많아요. 역 입구를 경찰이 지키고 있고, 역 내부도 경찰이 지키고 있고, 우리나라 전철에 군인 보이듯 전철 안에서 경찰이 많이 보여요. 경찰이 자하철역 입구에서 역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짐 검사 및 여권 검사를 가끔 하기도 해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숨

우즈베키스탄 숨입니다. 50달러 환전하고 조금 쓴 것이 저 정도랍니다. 여기는 정말 돈 쓰는 맛이 있어요. 무슨 벼락부자들 돈뭉치 꺼내서 돈 세서 주듯 돈뭉치 하나 꺼내서 돈 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돈뭉치가 왔다갔다? 여기서 진짜로 가능해요. 여기 오기 전까지는 숨의 가치를 알기는 했지만 설마했는데 여기서는 식당 종업원이 돈다발을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계산하러 돌아다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여기 최고액권은 1000숨. 하지만 몇만 숨 쓸 일도 종종 있어요. 1000숨 자체가 큰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 수입 공산품은 특히 비싸거든요. 장보러 가면 몇만 숨 가져가야 하는데 그러면 그게 몇십장. 큰 슈퍼마켓에서는 돈 세는 기계가 있어서 적당히 감으로 돈뭉치를 떼어주면 기계로 세서 남은 돈을..

순정 아이폰에서 파일 다운받기

예. 저는 지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요. 여기 오기 전 아이폰에 3G를 신청해서 핫스팟 기능을 이용, 노트북에서 인터넷을 즐길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그 계획은 망했어요. 여기 심 꽂았는데 핫스팟 메뉴가 사라졌어요. 하루 종일 설정에 들어가 씨름했지만 핫스팟 메뉴 살리는 방법은 찾을 수 없었어요. 아이폰이 순정이다보니 3G 1기가가 꽤 많네요. 뭐 노래를 다운받을 수 있나...아, 물론 웹툰 보고 사진 막 보내주고 받고 하면 용향 확확 닳아요. 참고로 3G 1기가는 한달에 2만숨. 한국돈으로 1만원 조금 안 되요. 원래는 2만숨 안 되는데 요금 충전할 때 얼마 수수료 떼가기 때문에 2만숨 정도 충전하는 게 좋아요. 공식환율은 1달러=1700~1800숨인데 암시장(이라고 쓰고 일반적인 환전 방법..

저 우즈베키스탄 가요

여행기를 열심히 올리면서 밀린 여행기를 다 쓰고 올리려고 했는데 오늘 우즈베키스탄에 가게 되었네요. 우즈벡에 꽤 오래 있게 될 거 같아요. 여행 다녀온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서 어서 빨리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에 10월부터 꾸준히 밀린 여행기를 쓰고 올리기 시작했는데 결국 가장 최근에 다녀온 카프카스 지역 여행기 '뜨거운 마음'은 기약 없게 되었네요;; 우즈벡에서도 블로그를 할 수 있다면 종종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겨울 강행군 - 27 에필로그

다시 돌아온 루카 (루아) 공항. 따뜻했어요. "야, 여긴 덥다!" "반팔 입어도 되겠다!" 눈발이 휘날리던 동네에서 몰타로 넘어왔더니 진짜 푹푹 찌는 것 같았어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쓰러져 잠들었어요. 몰타로 돌아왔구나...또 힘을 내서 공부해야겠어. 다음날. 분명 공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무지 덥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보니 추웠어요. "어이쿠 추워! 밤새 몰타도 영하로 떨어졌나?" 그럴 리가 없죠. 신기한 것은 하룻밤 푹 자고 나니 몸이 다시 몰타 날씨에 적응해 버렸다는 것.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잠시.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귀국하게 되었어요. 진로 문제를 확실히 결정했는데, 그 진로를 위해서는 몰타에서 여유롭게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여행 다녀온지 일..

겨울 강행군 - 26 이탈리아 베니스

"너는 오늘 뭐했어?" 친구는 박물관을 3곳 다녀왔다고 했어요. "엄청 힘들었겠다." "너는?" "나? 그냥 돌아다녔어." 정말 다리가 아팠어요. 미친듯이 걸어다녔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걸었어요. 비엔나 여기 저기 많이 보기는 했지만 몸은 완전 꽁꽁 얼어있었고 다리는 얼얼했어요. 몸을 녹인 거라고는 잠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그 정도였어요. 교회에 들어가 잠시 앉아서 쉬던 것도 몸을 녹인 거라면 몸을 녹인 거겠죠. 하지만 교회도 추웠어요. 안 추운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바깥보다 덜 추웠을 뿐이었어요. 기차에서 정신없이 잤어요. 국경 심사 따위는 없었어요. 친구도 저도 각자 매우 힘든 마지막 하루 일정을 소화했어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기절하듯 잠들었어요. 아침. 베니..

겨울 강행군 - 25 오스트리아 빈

빈 마지막 날. 밤에 베니스행 기차를 타야 했어요. 친구는 오늘 미술관을 돌아다니기로 했고, 저는 마땅한 계획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도 예진 누나와 잡담하며 놀았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바로 첼로. 예진 누나가 오스트리아에 처음 오게 된 이유는 첼로 유학이었대요. 그러면서 '첼로'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 - 많은 사람들이 '첼로' 하면 한쪽 어깨에 첼로를 맨 가냘픈 소녀를 상상하는데... 그딴 거 없다! 첼로가 한쪽 어깨에 맬 수 있는 만만한 악기가 아니라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기타를 한쪽 어깨에 메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첼로가 크다보니 비가 오면 첼로하는 사람들은 자기는 비 쫄딱 맞으면서 첼로한테 우산 씌워주는 건 당연한 거고, 택시탈 때 참 문제라고 했어요..

겨울 강행군 - 24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빈도 나름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었어요. 최소 3일은 필요한 곳이었어요. 도시가 깔끔하고 예쁜데 절대 작은 도시가 아니에요. Rough Guide to Europe 에는 주요 도시 지도가 나와요. 이 지도에서 축적을 보면 큰 도시인지 작은 도시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빈은 축적이 500m였어요. 이 정도면 매우 큰 도시. 물론 파리보다는 작아요. 파리는 축적이 1km. 볼 것도 많고 도시도 매우 커요. 유럽을 지켜주고 유럽 대륙을 한때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어요. 우리의 빈에서의 일정은 총 4일. 3일째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했어요. "누나, 여기에서 브라티슬라바 오래 걸려요?" "거기? 버스로 2시간이에요. 여기서 금방 가요." 브라티슬라바나 갔다 올까? 빈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못 보..

겨울 강행군 - 23 오스트리아 빈

드디어 떠나는 날 새벽이 되었어요. 민박집에서는 배고프겠다며 라면을 하나 끓여주었어요. 라면을 먹고 형께 이메일 주소를 받은 후 버스 정거장으로 갔어요. 비엔나까지는 버스로 금방이었어요.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잠깐 눈 붙이는 사이 도착했어요. "헉...글자 어떻게 읽지?" 전날 밤을 새가면서 민박집 정보를 찾아 보았어요. 하지만 너무 늦어서인지 예약할 수 있는 민박이 없었어요. 고르고 골라서 민박 2개를 추려내었어요. 일단 닥치고 가 보기로 했어요. 혹시나 예약 취소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거든요. 정 안 되면 바닥에라도 재워다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빈박. (Weinbak, http://www.wienbak.com/) 이때가 2010년 1월 초였는데 생긴지 얼마 안 된 민박이..

겨울 강행군 - 22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체코에서의 마지막 날. 다음날 일찍 빈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사실상 체코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어요.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했어요. 버스터미널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곳에서 조금 걸어가자 건물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진짜 예쁘다!"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이것은 눈이 긍정적으로 쌓인 사례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많이 쌓이지 않아서 무언가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동화 같아졌어요. 관광객도, 주민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겨울 여행이라서 그런 것인지 프라하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여간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정말 텅 빈 것 같은 거리를 셋이서 걸었어요. 왠지 동화책 속 세상으로 들어..

겨울 강행군 - 21 체코 프라하

1월 1일 새해. 아침 먹고 다시 자다가 아주 늦게 나왔어요. 무슨 건축 디자인 대상인가 탔다는 유명한 건물을 보고 구시가지를 향해 갔어요. 카를교를 건너 바투스 성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거 찍는데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서 꽤 찍기 어려웠어요. 저게 다 은이라고 했어요. 정말 크고 웅장한 바투스 성당. 친구와 저녁을 먹었어요. 저는 이날도 꼴레노를 먹었어요. 저녁을 먹고 카를교를 건너 돌아오는데 오늘도 불꽃놀이...알고보니 오늘 것은 정부에서 하는 불꽃놀이라고 했어요. 지난 번 프라하 왔을 때 인형극 돈 조반니를 못 보았기 때문에 인형극을 보러 갔어요. 민박집에서 할인된 가격에 표를 구해주어서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보러 갔어요.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도 재미있었어요. 돌아오는 길. 돌아오자마자 골아떨어..

겨울 강행군 - 20 체코 프라하

민박집에 돌아왔어요. "오늘밤에 큰 불꽃놀이 있어요." "무슨 불꽃놀이요?" "여기 애들은 연말에 폭죽 엄청 터트리거든요. 구경하러 가시려면 옷 든든히 입고 가세요. 그리고 술 먹고 난동 피우는 애들도 거리에 많으니까 조심하시구요." 그래서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프라하를 세 번째 온 저는 머리를 굴렸어요. 분위기야 카를교 위가 제일 좋겠지만 여기는 안 봐도 비디오. 보나마나 아수라장일 거에요. 더욱이 카를교는 소매치기가 득시글 서식하는 곳. 프라하에서 가장 조심해야하는 곳이 바로 카를교에요. 여기에서 불꽃놀이 관람하겠다는 것은 설 연휴 시작일에 우리나라의 설날을 직접 몸으로 느껴 보겠다고 일 없이 차 몰고 경부고속도로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는 일. 카를교보다는 카를교 옆 다리가 훨씬 전망은 좋을..

겨울 강행군 - 19 체코 프라하

프라하에는 기차역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프라하 중앙역이고 하나는 프라하 홀레소비체 (holesovice)역이에요. 우리가 내려야하는 역은 중앙역. 솔직히 중앙역에서 내리나 홀레소비체역에서 내리나 요금 차이는 없어요. 모르고 잘못 내린 적이 있었는데 추가 요금 같은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민박은 중앙역 민박. 프라하 중앙역 바로 앞에 있어요. 홀레소비체역에서 내리면 불필요하게 전철을 타고 다시 중앙역까지 와야 했어요. 다행히 별 일 없이 중앙역에서 잘 내렸어요. 문제는...시각이 너무 일러서 민박집에 들어가기 참 미안한 시각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새벽 4시 좀 넘어서 중앙역에 도착했어요. 일단 지하 매표소로 갔어요. 거기만은 이 새벽에 문을 열어 놓았어요. 홀레소비체역은 정말 고약한 것이 ..

겨울 강행군 - 18 헝가리 부다페스트

기차는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어요. 기차에서 나오자마자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밖에는 빗방울이 기분 나쁘게 떨어지고 있었어요. 환전을 하고 프라하행 기차표를 구입한 후 대중교통 1일권을 구입했어요. 일단 왕궁의 언덕을 가기로 했어요. 전철과 버스를 타고 왕궁의 언덕으로 갔어요. 불쌍한 친구... 뭐 할 말이 없었어요... 어제는 안경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 보더니 오늘은 악천후로 아무 것도 못 보는구나!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보수 공사에 안개까지 겹치는 완벽한 환장의 조합! 이건 그나마 코앞에서 찍은 거라 이 정도였어요. 이건 그래도 좀 분간이 되는 것.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안개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조르나이 제품으로 장식되어 화려한 지붕을 자랑하는 마..

겨울 강행군 - 17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야, 그러면 일단 안경 맞추러 가자." "아 몰라! 이 거지 같은 나라, 당장 떠날 거야!" 일단은 머리 끝까지 열받은 친구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어요. 친구는 무작정 당장 베오그라드를 떠난다고 했는데 떠난다고 될 일이 아니었어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상황에서 몰타로 돌아갈 방법도 마땅찮았어요. 무조건 이 망할 베오그라드를 떠나자고 하는데,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려면 일단 베니스로 가야 했어요. 베니스로 가서 무작정 공항으로 간 후 표를 구해서 몰타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필 이 시기는 성수기 시즌이라 표가 없었어요. 두 번째, 원래 여행 경로를 앞당겨서 당장 위로 올라갈 경우 기다리고 있는 것은 높은 물가. 차라리 여기에서 일박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경 문제 만큼은 해결해야 했어요. 여행 일정을..

겨울 강행군 - 16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소피아에서 기차를 타고 베오그라드 가는 것은 저도 처음이었어요. 기차에 타서 양말을 갈아신고 잠을 잘 준비를 했어요. 기차에 사람이 없어서 둘이 한 칸에 들어가 의자에 드러누워 잘 수 있었어요. "야, 귀중품 잘 챙겨." "알았어." "품에 지니고 자." "괜찮아. 가방에 자물쇠 채웠잖아." 친구에게 귀중품은 최대한 몸에 지니고 자라고 했지만 친구는 몸에 지니고 자면 불편해서 잘 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래도 여권과 돈이 든 목걸이 지갑은 목에 걸고 옷 속에 집어넣은 후 잤어요. 귀찮음과 피로가 팍팍 느껴지는 친구의 말에 그냥 놔두었어요. 저는 매일 그랬듯 귀중품을 전부 얇은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 잠근 후, 외투를 잘 잠그고 그 위에 두꺼운 점퍼를 잘 껴입고 의자에 드러누웠어요. 곤히 자고 있는데 부스럭거..

겨울 강행군 - 15 불가리아 소피아

10시 30분. 폭우 퍼붓는 벨리코 터르노보에서 소피아행 버스에 올라탔어요. 이 다양하고 아름답고 정신 차릴 수 없는 불가리아의 모습! 혹시나가 역시나. 소피아행 버스는 연착했어요. 이 동네에서 정시에 도착할 거라 생각하면 그게 오산. 제발 팍팍 연착하라는 벨리코 터르노보에서는 쓸데없이 예정 도착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더니 정작 빨리 도착해야 하는 소피아는 1시간 연착했어요. 연착 이유는 바로 눈 때문. 눈 때문에 소피아로 버스가 진입해서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데 길이 너무 막혀서 1시간 연착하고 말았어요. 소피아에 도착하니 13시 40분이었어요. 버스가 소피아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기차역으로 갔어요. 만약 기차 시간이 안 맞는다면 어쩔 수 없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행 버스를 타야 했어요. "다행이다!" 정..

겨울 강행군 - 14 불가리아 벨리코 터르노보

친구와 만나 오토가르로 갔어요. 여행 책자에는 분명히 이스탄불 오토가르에서 벨리코 터르노보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어요.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거칠게 잡는 호객꾼의 손길. '벨리코 터르노보'로 간다고 하면 무조건 버스가 없다며 '소피아'행 버스로 끌고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여기에 굴복할 제가 아니었어요. 분명히 제가 보고 있던 여행 책자에 벨리코 터르노보행 버스가 있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호객꾼들을 뒤로 하고 버스 회사 사무실을 하나하나 들어가보기 시작했어요. "벨리코 터르노보 가요?" "안 가요." 전부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버스는 없다고 했어요. "책이 잘못 나온 건가?" 버스 사무실을 한참 돌아다녔지만 벨리코 터르노보로 간다는 버스는 없었어요. 책이 잘못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겨울 강행군 - 13 터키 이스탄불

다음날. 돌마바흐체 궁전은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1리라였기 때문에 11시에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어요. 친구는 성 소피아 성당으로 갔고, 저는 블루모스크에 갔어요. 블루 모스크는 입장료 공짜. 단, 주의할 게 있다면 예배 시간에는 관광객을 다 쫓아내요. 예배 시간이 끝나면 다시 입장. 블루 모스크로 가자!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는 서로 마주보고 있어요. 아침인데도 아야 소피아쪽은 사람들이 줄을 잔뜩 서 있었어요. 그에 비해 블루 모스크는 줄이 많지는 않았어요. 이것이 공짜의 힘! 블루 모스크는 크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입구에서 신발 벗고 신발을 공짜로 주는 비닐 봉지에 집어넣으면 끝. 그리고 문을 열어놓는 시간도 길어요. 원하면 발도 씻을 수 있어요. 여기는 아무리 커도 원래부터 모스크. 여기는 구..

겨울 강행군 - 12 터키 이스탄불

버스에서 열심히 자고 있는데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기 시작했어요. "국경검사구나..." 잠이 덜 깨서 비틀거리며 버스 밖으로 나왔어요. 불가리아 국경을 넘고 터키 국경을 넘었어요. 확실히 귀찮은 터키 국경심사. 다른 나라 국경심사는 몸만 내리면 되는데 터키 국경심사는 짐도 다 내려요. 입국심사 받은 후 버스에 있는 모든 짐을 다 꺼내서 다시 한 번 세관 검사를 받아요. 밀무역이 극성이라 이렇게 까다롭게 한다고 하는데 어쨌든 추운 겨울밤, 잠이 덜 깬 상태에서는 극악으로 귀찮은 일. 모든 심사가 끝나자 다시 버스에 올라타서 잠을 청했어요. 오늘은 성탄절. 그러나 여기는 터키. 터키는 이슬람 국가. 성탄절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어요. 버스가 이스탄불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환전소 ..

겨울 강행군 - 11 불가리아 소피아

2009년 12월 24일 기차에 타자마자 외투 안주머니 속에 귀중품을 전부 집어넣고 위에 점퍼를 걸치고 정신없이 잤어요. 귀중품을 전부 외투 안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점퍼를 입은 이유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어요. 강도야 어쩔 수 없지만 도둑은 조금만 신경쓰면 피할 수 있는데, 겨울에는 가장 좋은 것이 옷 속에 집어넣고 위에 외투를 걸치고 자는 것. 옷을 발가벗기고 훔쳐가면 그것은 강도. 기차에서 도둑을 한 번 당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도난을 당하지 않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었어요. 솔직히 깊이 잠들면 가방을 건드리는 것은 신경쓰기 어려워요. 친구와 불침번을 서며 자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친구는 기차에 타자마자 정신 못 차리고 잠들었어요. 솔직히 피곤한 상황에서 불침번을 선다는 것 자체가 말이 ..

겨울 강행군 - 10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서 내려올 때는 올라갔던 길과 다른 길로 내려갔어요. 개구멍은 아닌 다른 입구이지만 올라왔던 입구에 비하면 작은 입구였어요. 그 이유야 당연히 아까 올라왔던 길에는 극장도 있고 이것 저것 큼지막한 유적들이 있었지만 이쪽은 별 거 없었거든요. "우리가 많이 올라갔구나." 다른 쪽으로 내려와서 뒤돌아보니 멀리 파르테논 신전이 보였어요. 우리나라보다 도시화가 더 심해 보였던 아테네였지만 이렇게 예뻐 보이는 구석도 있었어요. 헤파이스토스 신전으로 가야 하는데 다 내려와서 길을 따라가다보니 시장으로 가게 되었어요. 시장 바로 옆이 유적이에요. 별로 볼 것도 없는데 유료. 서양인들이 아테네 유적에 열광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정말 일주일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시장에 들어가서 무언가 살..

겨울 강행군 - 09 그리스 아테네

일단 그 청년과 함께 가 보기로 했어요. 택시비가 매우 비싼 동네였기 때문에 택시비는 1/3씩 분담하기로 했어요. "여기 볼 거 뭐 있어요?" "여기는 정말 환타스틱해요!" 아 맞다...너 서양인이지...미안하다... 서양인에게 그리스 아테네 어떻냐고 물어보는 것이 바보. 서양인에게 그리스 아테네란 한국인에게 백두산 천지보다 더 큰 의미를 가져요. 얘네들 문화의 기본을 이루는 한 축이 바로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 그래서 바이런은 총을 들고 그리스 독립 전쟁에 직접 참전까지 했어요. 그리고 고대 그리스 - 특히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시발점. 고등학교때까지 질리도록 외워야하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치'가 이루어졌던 곳이에요. 그래서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장소. 서양 청년은 아테네를 다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