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 시장과 현지 적응도 측정

좀좀이 2012. 10.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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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는 시장이 많이 있어요. 타슈켄트 안에도 꽤 많은 시장이 있어요. 각 투만마다 시장이 1개 정도는 있는 듯 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식료품을 주로 파는 데흐콘 보조르 Dehqon bozori,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잡화 및 공산품을 주로 파는 부윰 보조르 Buyum bozori 에요. 전자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이고, 후자는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생각하시면 되요. 만약 이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과일과 야채, 향신료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데흐콘 보조르로 가야 해요. 부윰 보조르에서도 약간 팔기는 하나 제대로 볼 수는 없거든요.


이 글에서 다룰 것은 데흐콘 보조르에요.




이 데흐콘 보조르는 몇 개 구역이 나누어져 있어요. 대충 분류하자면


1. 야채

2. 과일

3. 곡물

4. 향신료

5. 논

6. 고기

7. 유제품

8. 과자 및 단 것

9. 견과류


이 정도 팔아요.


이 시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우즈베키스탄에 얼마나 적응했는지, 또는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간단히 자가 테스트도 할 수 있답니다.


먼저 야채, 과일, 곡물, 논, 과자 및 단 것, 견과류는 그냥 돌아다닐만 해요. 이건 신기하다면 신기할 수도 있고, 그저 그렇다면 그저 그럴 수도 있어요. 이것은 처음 온 사람이든 우즈베키스탄에 도저히 적응을 못 할 것 같은 사람이든 별로 문제 없이 다닐 수 있는 구역.


그 다음은 향신료. 향신료를 파는 구역은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나요. 사방팔방에서 다양한 카레 분말 냄새가 난다고 상상하시면 얼추 비슷할 거에요. 요즘은 우리나라에 인도 음식도 많이 퍼졌고, 인도 음식이 퍼지기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카레는 많이 해 먹던 요리라서 여기는 그렇게 크게 다니기 어렵지 않아요. 만약 여기에서 좌절해 버린다면 한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음식을 자기가 해 먹지 않는 이상 음식 먹기 크게 어려울 거에요. 다행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3분 카레든 인도 카레든 간에 카레가 매우 어색한 음식이 아니라 여기에서 좌절하시는 분은 별로 안 보이는 듯 해요.


그 다음은 고기. 여기는 냉동보관한 고기를 보기 어려워요. 냉장 시설도 제대로 안 갖춘 정육점도 많구요. 여기부터는 냄새를 견디기 점점 어려워져요. 오래된 쇠고기에서 나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상상하시면 얼추 비슷할 거에요. 한국에서 정육점에서 맡는 냄새와는 달라요. 여기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적응도 측정이 가능하죠.


마지막 단계는 유제품. 여기 냄새는 시장에서 가장 고약해요. 단순히 우유를 파는 곳이 아니라 동물의 젖을 발효시킨 식품들을 파는 곳이에요. 요구르트, 크림, 치즈, 버터, 트보록 같은 곳을 파는 곳이죠. 처음에 냄새를 맡으면 '왠 우유 썩는 냄새가 진동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랍니다. 오래된 쇠고기 냄새는 한국에서도 맡을 수 있는 냄새이지만 우유 썩는 냄새는 한국에서도 많이 맡는 냄새는 아니죠. 그리고 여기에서 파는 제품들은 잘못 먹으면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우유 먹은 역사가 짧은 한국인들은 유제품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이 동네에서는 물갈이보다 유제품을 조심해야 해요. 한국에서 우유 먹고 탈 난 적 없다고 여기 유제품 먹고 탈이 안 나는 게 아니라서요. 파는 제품이나 냄새나 말 그대로 현지 적응도의 마지막 단계.


우즈베키스탄 여행 와서 시장에 가게 되시면 한 번 가볍게 자가 테스트해 보세요. 그리고, 유제품은 처음부터 많이 드시지 마시고 조금 먹어본 후 속이 괜찮으면 그때부터 현지인들 먹듯 드시구요. 유제품 먹고 탈나면 오래 가거든요. 게다가 음식들이 매우 기름져서 한 번 설사가 시작되면 정말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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