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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했던 숙제 - 13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만세!" 할아버지께 3만숨을 드리고 택시에서 내렸어요. "에구구...허리야!" 카메라 가방과 가방을 메고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여기는 너무나 낯이 익은 곳. 바로 타슈켄트역 앞이었어요. 여기는 바로 저의 홈그라운드. 제가 무려 반년 넘게 살고 있는 곳. 물론 제가 살고 있는 곳은 타슈켄트역에서 멀지만 타슈켄트역은 매달 몇 번은 지나가는 곳. 기차를 타러 온 적도 있었고, 이발하고 장을 보러 가스피탈르 가기 위해 온 적도 있었고, 공항 가기 위해 온 적도 있었어요. 타슈켄트역은 초르수 보조르와 더불어 타슈켄트의 교통 중심지. 중심지라고 할 정도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영등포, 서울역 정도 되요. 즉, 다양한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모여드는 곳. 제가 간 역은 북역이었어요. 타슈..

제 여행기가 Daum 많이 본 글에 Best로 뜨네요

여행기 쓰다가 오늘 올린 글에 새로 달린 댓글이 있나 블로그에 들어갔어요. 이왕 글 쓰다가 블로그 들어온 김에 유입 경로도 확인해 보는데... "응? 저 많이 본 글 딱지는 뭐지?" 티스토리에서 무슨 새로운 통계 서비스라도 제공하나? 다음에서 들어왔다는 유입 경로 앞에 '많이본 글'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하고 유입 경로를 눌러보니... Daum에서 타지키스탄으로 검색하면 (검색결과는 여기) 제가 올해 봄 타지키스탄 갔다 와서 올린 여행기 '월요일에 가자 - 10 타지키스탄 두샨베' 편 http://zomzom.tistory.com/271 이 많이 본 글 best 로 올라가 있었어요. 아이...좋아라^^ 그런데 한 편으로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여행기를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b..

해야 했던 숙제 - 12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서 타슈켄트 가는 길

"배 안 고파?" "예. 괜찮아요." 진짜로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사실 밥을 먹을 시간이 되기는 했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지긋지긋한 택시 이동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빨리 타슈켄트에 도착하고 싶다는 것. 이것이 중앙아시아 첫 여행이었다면 감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첫 여행도 아니었을 뿐더러 무언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도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분명 짜증이 제대로 날 것을 알지만 타슈켄트에서 여행자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더 기대되었어요. 예전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아슈하바트까지 택시로 갈 때에도 지겨워서 혼났는데, 이번도 만만치 않았어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도로 포장도 안 좋고 산도 있고 해야 차를 타고 가며 재미가 있는데 이건 길도 좋고 온통..

여행기와 사진

여행기를 쓰다 보면 가끔 참 사진 때문에 고민되는 순간과 마주치게 된다. 사진을 넣는 게 좋기는 한데, 그리고 웬만하면 잘 찍고 예쁜 사진을 넣는 게 좋기는 한데...문제는 신경써서 잘 찍은 사진보다 대충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찍은 사진이 여행기에 더 잘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넣으려면 '이렇게도 찍어 보았어요' 라고 쓰고 집어넣으면 되는데 그러면 뭔가 참 여행기의 흐름이 이상해져 버리고...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 가끔씩 이런 경우가 등장한다. 그냥 거기서 찍은 사진들이라고 우루루 집어넣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한 화에 사진이 몇 장 들어가는지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해서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있다. 너무 사진을 많이 집어넣으면 빨리 안 열려서 기다려야 하고, 게다가 글..

해야 했던 숙제 - 11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서 타슈켄트 가는 길

아침 7시. 별로 어렵지 않게 일어났어요. 오늘은 2012년 9월 24일. 그리고 1000km 넘게 이동해야 하는 날. 오늘의 일정은 안디잔에서 타슈켄트로 넥시아 (장거리 택시)를 타고 가는 1부와 타슈켄트를 돌아다닐 2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슈켄트에서 야간 기차로 부하라로 가는 3부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 일정의 꽃이라면 바로 2부. 저는 타슈켄트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여행자들이 타슈켄트에서 어떻게 돌아다니는지까지는 잘 몰라요. 여행자로 타슈켄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안 보아도 심히 짜증날 일이었어요. 여행자로 다니면 좋은 '호구'로 비추어질테니까요. 모르고 당하면 열받을 것도 없지만 제가 모를 수가 없죠. 그렇다고 진짜 알면서 당할 수는 없는 일. ..

해야 했던 숙제 - 10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해가 긴 여름이었다면 지금도 백주대낮처럼 밝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가을. 이제 동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동지까지는 많이 남았지만 이제 해가 짧아져서 8시면 확실한 밤. 7시만 되어도 어두워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데에 제약이 따랐어요. 웬만해서는 6시에 돌아다니는 것을 마치는 것이 이상적이었어요. 문제는 제게 시간을 늘리고 줄이고 뒤로 돌리고 앞으로 당기는 능력이 없다는 것. 점점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갔어요. 안디잔에도 '우는 어머니 동상'이 있었어요. 이 우는 어머니 동상은 2차세계대전때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원에 있는 동상이에요. 주요 도시에서는 이 우는 어머니 동상을 찾아볼 수 있어요. 타슈켄트에도 있고, 그 외 도시들에도 다 있어요. 이 동상이 있다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

여행 다니며 본 체스

우리나라는 체스를 두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외국에 가보니 체스를 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공원에서 무슨 초시계 비슷한 것을 놓고 체스 두시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 것은 여기 우즈베키스탄도 마찬가지. 체스를 초시계 눌러가며 두는 것이 참 신기하게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아저씨들 바둑 두실 때 초시계 껐다 켰다 하면서 두시는 건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여행 다니며 가끔 체스를 보고 정말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체스를 보면 정말로 그 순간은 너무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헝가리에서 본 체스. 이 체스에서 장기의 졸에 해당하는 말이 여자들이라는 게 특징. 음...여자들끼리 어떻게 싸우는 거지? 이것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본 체스들. 위의 것은 체스판 가지고 다른 게임도 할 수 있게..

해야 했던 숙제 - 09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구시가지

에스키 바자르에 도착하자자 조메 모스크 쪽으로 걸어갔어요. 한참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많이 걸어가자 드디어 모스크가 나타났어요. 이 모스크는 데보나보이 조메 마스지드 Devonaboy jome' masjidi. 이름에 '조메'가 들어가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여기는 이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모스크에요. 규모에 비해 주변이 사진 찍기에 좋지 않아서 억지로 사진 한 장에 우겨넣어야 하는 모스크였어요. 이 모스크는 이렇게 지을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지금도 정면은 비슷하게 지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모스크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물이었구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잔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내부는 그냥 평범했어요. 중앙아시아 돌아다니며 내부를 보고 크게 놀란..

우즈베크인과 청소

우즈베키스탄에 오기 전, 이 나라 거리가 그다지 깨끗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내가 올 때야 겨울이었으니 그나마 낫겠지만 여름이 되면 분명히 해바라기씨에 담배 꽁초로 거리가 엄청나게 지저분할 줄 알았다. 2012. 09.23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그런데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겨울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청소한다고 물 뿌리는데 물이 얼어 진짜 반질반질한 빙판이 되어버린 바람에 몇 번 자빠지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나라 사람들이 청소를 썩 잘 하고 열심히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빙판을 걷다 자빠졌을 때, 대체 청소를 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 자빠지라고 일부러 빙판을 만드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여름이 되면 거리가 엉망이 될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거리 ..

해야 했던 숙제 - 08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자혼 바자르

안디잔에는 유명한 시장이 3개 있어요. 이 시장 3개는 양기 보조르, 에스키 보조르, 자혼 보조르에요. 양기 보조르는 '새로운 시장', 에스키 보조르는 '오래된 시장', 자혼 보조르는 '세계 시장'이에요. 자혼 보조르는 페르가나 계곡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시장. 안디잔에 왔다면 한 번 쯤 구경갈 만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거대한 규모의 시장이라면 당연히 볼 것도 많을 것이고, 먹을 것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시장 구경은 사람들이 북적일 때 해야 제 맛. 사람 없는 시장을 구경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의미를 찾고, 다른 감상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 시장이 어떻게 생겼나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에요. 게다가 자혼 보조르는 안디잔 교외에 있는 시장이라 시내에서 어영부영하다가는 안디잔..

여행중 작은 아름다움

여행 계획을 짤 때는 항상 큰 볼거리에 중점을 두고 짠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면 큰 볼거리보다 작은 아름다움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볼 때, 또는 여행중 작은 아름다움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제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진작 작은 아름다움의 소중함을 몰랐을까...하며 말이다. 벽돌만 모아서 찍었더라도, 창살만 모아서 찍었더라도, 표지판만 모아서 찍었더라도 그것들을 모아서 보면 또 새로운 아름다움의 집합이 된다. 또는 의외로 사진을 찍은 후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여행기를 쓰며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을 찾는 훈련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보기 위한 여행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2.09.25 부하라

해야 했던 숙제 - 07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안디잔 Andijon 은 마지막까지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한 곳이었어요. 이 도시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어요. 텔레비전으로 본 안디잔은 꽤 아름다워 보였구요. 그러나 여기를 마지막까지 갈지 말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것은 론니플래닛에 지도도 없고 설명도 건성으로 되어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여기가 타슈켄트에서 너무 멀어서도 아니었어요. 여기 역시 관광지가 아니라 숙소 잡기 힘들 거라는 예상 때문도 아니었어요. 2005년 5월 13일 안디잔 유혈 사태 이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2005년 안디잔 사태는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사건.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 시위와 무자비한 진압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슬람 원리주의..

귀찮아서 양파 볶음

밥을 해먹는다는 것은 매우 비경제적이다. 손도 많이 가고, 재료비도 확실히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여름에는 대충 솜사 사 먹고, 과일에 빵 먹으며 보냈다. 그런데 이제 가을이 깊어져서 먹을만한 과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요즘은 이것을 자주 먹는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양파를 버터에 볶다가 어떻게 먹을 것이냐에 따라 설탕, 소금만 적당히 치면 끝이다. 밥이랑 먹을 거라면 소금만 치고, 빵이랑 먹을 거라면 설탕도 친다. 요리하기 귀찮으니 이렇게 양파만 매우 많이 먹게 된다. 먹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왜 양파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지 참 신기하다. 이렇게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하는데 맛있게 생긴 요리 사진 보고 요리 레시피 읽는 것은 또 좋아한다. 사람들은 이 점을 매우 이상하다고 여긴다. 하지..

국어 사전이 읽고 싶은 날

요즘 올해 마지막 여행기를 쓰며 크게 느끼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어휘력이 정말 형편없다는 것. 말 좀 예쁘게 쓰고 풍부한 어휘를 이용해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쓰고 나면 항상 쓰는 말만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어휘가 적다보니 글을 쓰기 매우 어렵다. 글을 쓰다가 내 자신이 너무 같은 단어를 많이 써서 재미없게 쓴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짜며 조금 더 나은 단어가 있을까 고민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더 좋은 단어와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 이러니 여행기 쓰는 시간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어휘 선택 때문에 크게 불만족스러운데 그 불만족을 해결하지 못하니 계속 글을 다시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아주 특별한 소재가..

해야 했던 숙제 - 06 우즈베키스탄 파르고나

아무 문제 없이 오늘 하루 일정이 잘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을 붙였어요. 오늘 마지막 일정은 파르고나 Fergana 에서 숙소를 찾는 것. 이것만 잘 끝나면 일단 오늘 일정은 모두 아주 잘 완수한 것이었어요. 내일은 파르고나에서 일어나 파르고나를 보고 안디잔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오전에는 파르고나를 보고, 오후에는 안디잔을 본 후, 안디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타슈켄트로 가면 타슈켄트를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 동부 도시들은 대충 잘 본 것. 파르고나 주변에는 파르고나 계곡 (페르가나 계곡)이 있고, 이 동부 지역에 '나만강'이라는 도시가 있기는 했지만 여기는 이번 여행 일정상 생략했어요. 여기까지 다 둘러보려면 아무리 동부 도시들이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시간이 더 필요했거든요. 일단 코칸드 일정을..

중앙아시아 포도 종류 - Oq Husayn

요즘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제게 그것은 단순히 추워졌다는 의미 뿐이 아니에요. 식비 지출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여름에는 우즈베키스탄 물가가 매우 저렴해요. 관광객이야 큰 영향을 못 받지만, 현지 살면 여름에는 물가가 정말로 저렴하답니다. 과일도 많이 나오고 야채도 풍부하거든요. 그런데 이 쓸모 없는 겨울이 오면서 과일도 싹 들어가고 물가는 올라가고 있어요. 아직 과일이 다 들어간 것은 아니랍니다. 지금은 사과와 감이 나와요. 그나마 마지막까지 힘을 내주고 있는 것은 포도. 우즈베키스탄에는 매우 다양한 포도 종류가 있어요. 포도 우표가 나왔었는데, 그때 7종류인가 나왔었어요. 그 우표를 구해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보기만 하고 구하지는 못했답니다. 제가 여기에서 주로 먹는 포도는 Oq Husayn..

해야 했던 숙제 - 05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구시가지

구시가지 eski shahar 를 간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에요.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번화한 거리를 걷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달동네를 걸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은 없어요. 구시가지나 달동네나 무엇을 발견할 지 모르니까요. 타슈켄트에도 구시가지가 있어요. 초르수 바자르 너머에 있는 구시가지는 아직도 정부에서 손을 못대고 있는 곳. 대외적으로는 이곳이 보존 가치가 있어서 재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어요. 한 집에 여러 명이 거주 등록을 해 놓아서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를 떠나 개인적으로 타슈켄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바로 이 구시가지. 소련 시대에 지어진 아파트를 걷는 것과 달리 구시가지를 걸으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구시가지는 옛날..

해야 했던 숙제 - 04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조메 모스크에 가기 위해서는 왕궁에서 나와 큰 길로 간 후, 일단 오른쪽으로 쭉 가야 했어요. 이렇게 NBU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되요. NBU 근처에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때 왼쪽으로 꺾어 길을 건너 다시 쭉 가면 조메 모스크에요.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아까 양기 바자르와는 전혀 다른 모습. '여기 사람들 다 시장 갔나?' 이건 정말 극단적으로 대비되었어요. 양기 바자르에서는 사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졌는데, 지금은 거리에 사람이 안 보여서 일요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 시장도 사람이 없고 거리도 사람이 없다면 토요일이라서 그렇거나, 아니면 원래 사람이 적은 동네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이쪽이 원래 사람들 안 다니는 길은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거리에 사람이 없다니 참 신기해 보..

타슈켄트도 가을이 깊어가네요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는데 가을을 알려준다고 비가 내렸어요. 그리고 기온은 더 떨어졌구요. 여기도 가을이 깊어가네요. 타슈켄트의 가을은 얼마나 삭막할까 상상하고 있었는데 타슈켄트의 가을도 꽤 괜찮더라구요. 일단 나무가 많아서 삭막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더라구요. 제게는 서울에서 보던 가을보다 더 예쁘네요. 나무가 정말로 많아서 나뭇잎이 단풍드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거든요. 여기 나무들이 한국의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강렬한 원색적인 색깔로 단풍이 들었다면 정말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온 거리가 시뻘겋고 샛노란 빛으로 가득 찼을 테니까요. 봄, 여름, 가을의 풍경은 나무가 많아 꽤 아름다운데 겨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청 스산한 풍경으로 돌변한답니다. 겨울이 오지 못하게 가을을 초..

해야 했던 숙제 - 03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쿠도요르콘 궁전

밥을 먹었으니 이제부터는 볼 것 보러 돌아다닐 차례였어요.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곳은 쿠도요르콘 궁전. 우즈벡어로는 Xudoyorxon O'rdasi, 영어로는 Khudayarkhan's palace. 코칸드에서는 이곳을 가장 가 보고 싶었어요. 이유는 오직 하나였어요. 왕궁이니까요. 소련에게 점령당하기 전, 우즈베키스탄에는 칸국이 3개 있었어요. 그 칸국들은 코칸드 칸국, 부하라 칸국, 호라즘 칸국이에요. 이들의 수도는 코칸드, 부하라, 히바. 타슈켄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이기는 하지만 왕궁이 없어요. 복원이 된 왕궁도 있고, 아직까지 보전이 된 왕궁도 있고, 홀라당 날아가 버린 왕궁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왕궁들은 칸국의 수도에 가야 볼 수 있다는 것. 중앙아시아의 왕궁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떻..

자신의 우즈베크어 이름 찾는 방법

한국인의 이름은 외국인들이 상당히 이상하게 발음해요. 심지어는 자기를 부르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희안하게 불러대는 경우가 많죠. 특히 이름 가운데 모음 '어, 여, 으'가 들어가 있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외국인들이 엉터리로 발음합니다. 꼭 저 모음들만 이상하게 읽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외국에서 살다 보면 보통 현지어로 된 이름을 하나 만들게 됩니다.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도 잘 못하고, 이상하게 불러대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가 편하게 살기 위해 현지어로 된 이름을 만들죠. 또는 한국에서 사는데 외국인과 자주 만나야해서 외국어로 된 이름을 만드는 경우도 있구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면서 우즈베크어로 된 이름을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랍니다. 한국어 이름을 잘 발음하지 못하거든요. 기억도 잘 못하구요...

해야 했던 숙제 - 02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양기 바자르

드디어 자정을 남기고 여행갈 날이 되었어요. 잠이 안 와! 설레서 잠이 안 오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냥 잠이 오지 않았어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자고 싶은데 잠에 안 오는 것이었다면 누워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잠들고 싶은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아니었어요. 그냥 진짜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분명 이성적으로 지금 누워서 자야 한다는 것은 알았어요. 야간 이동도 아니고 아침에 코칸드로 바로 이동해야 했거든요. 코칸드에서 며칠 머무르는 일정도 아니고 코칸드를 다 보고 파르고나로 이동하는 일정. 파르고나 숙소 역시 정보가 없어서 가서 헤매어야 했어요. 지금 안 자면 언제 잘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졸리든 피곤하는 어떻게든 코칸드 ..

해야 했던 숙제 - 01 우즈베키스탄 여행 준비

원래 최대한 빨리 출발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망설여졌던 문제가 있었어요. 키르기즈스탄도 같이 갔다 와? 흔히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5개국을 이야기해요.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이 중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다녀왔어요. 남은 것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는 튀르크어족에서 큽착어에 속해요. 그리고 둘 다 본국에서 그렇게 널리 쓰이지 않아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모두 러시아어를 주로 쓰는 나라들. 카자흐스탄은 그렇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현지어인 카자흐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그 언어를 구경하러 가 볼텐데 그것도 아니고, 게다가 물가도 비싼 나라. 여기에 거주..

여행기를 쓰면서

지금 타슈켄트 현지 시각 새벽 3시. 창밖에 가을비가 내린다. 지난 8월말에 가을을 알리는 비가 왔는데, 이번 비는 겨울을 알리는 비가 될까? 여름이 시작될 때부터 나의 밀린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여름을 다 보내고 가을도 가려고 하는데 아직도 여행기를 쓰고 있다. 이 시각까지 내가 안 자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낮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또 여행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온 후, 내가 세운 목표 중 가장 먼저 끝낼 것 같은 것이 바로 '밀린 나의 여행기 작성 완료'다. 작년 10월말부터 좀좀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밀린 여행기를 후딱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올렸기 때문에 지금 내가 보고도 부끄러운 것들이 많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행..

대한민국 국민, 키르기즈스탄 60일 무비자 방문 가능

2012년 7월 21일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키르기즈스탄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게 되었다. 무비자 방문 기간은 60일. 이 법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이 법으로 키르기즈스탄에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게 된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 대한민국,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카타르, 브루나이, 바레인 오세아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유럽 벨기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바티칸, 영국,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몰타, 모나코,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프랑스, 크로아티아, 체코, 스위스, 스웨덴, 에스토니아 북아메..

우즈베키스탄의 유재석? Jahongir Poziljonov

우즈베키스탄 TV를 보다 보면 광고에 잘 나오는 배우가 한 명 있어요. 광고로는 Artel 이라는 가전 제품 회사와 Beeline 라는 통신 회사 광고에 잘 나와요. 이 두 회사는 광고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회사라서 거리에서도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이 사람은 Jahongir Poziljonov. 우즈베키스탄에서 매우 유명한 배우 겸 가수에요. 가수는 Bojalar guruhi에서 메인 보컬로 활동하고 있어요. 우즈벡 사람들은 자혼기르의 노래가 다른 노래와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의 노래라고 해요. 그리고 목소리가 매우 특이해서 한 번 들으면 쉽게 이 사람이라는 것을 소리만 듣고 알 수 있죠. 또한 Jahongir는 영화 배우이기도 해요. 위에 유투브 링크를 걸어놓은 뮤비 가운데 가장 마지막 노래 - ..

한국어 '사귀었다'에 대한 추억

한국어에는 단모음이 10개 있어요. 쉽게 외우는 방법은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에서 하나씩 건너뛰며 '아, 어, 오, 우, 으, 이'를 쓰고 '아' 부터 '우'까지 전부 'ㅣ'를 그어서 '애, 에, 외, 위'를 만드는 것. 이러면 한국어 단모음 10개가 딱 나와요. 그런데 '외', '위'는 대부분 이중모음으로 발음되요. 그래서 들을 때 '외, 왜, 웨'는 구분을 잘 하지 않고, '위'도 'wi'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히 '외', '위'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뵙다'와 '사귀다'에요. '사귀다'의 과거형은 '사귀었다'. '사귀었다'라고 또박또박 발음하기도 하지만 '위'가 다시 반모음이 되어서 축약되어 발음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고등학교 2학년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불가리아 엽서

저는 여행 다니다가 가끔 사서 모으는 것이 딱 세 가지 있어요. 하나는 우표. 우표는 주로 보통 우표로 모으지만 그림이 예쁘면 기념 우표를 살 때도 있어요. 이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해 오는 취미. 두 번째는 엽서. 여행중 짐 부담도 안 되고 가격 부담도 별로 없어서 종종 모아요. 게다가 남들에게 줄 선물을 사가기 보다는 주로 엽서를 부치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엽서를 부칠 때 제 것도 하나 사는 식으로 하나 둘 모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전통 의상 인형. 이것은 가장 나중에 생긴 취미. 지금까지 엽서를 많이는 못 모았어요. 엽서를 전문적으로 모으는 것도 아니고 한 두 장 모으는 거라서요. 그 중 제가 정말로 아끼고 좋아하는 엽서는 불가리아에서 구입한 이 엽서에요. 이 엽서를 제가 가장 아끼고 좋..

해야 했던 숙제 - 프롤로그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어느덧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도 반년이 넘었어요.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동네 탐사. 저도 그랬어요. 처음 2월에 타슈켄트 왔을 때에는 매일 걸어서 돌아다녔어요. 그때는 날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툭하면 눈 오고, 거리는 빙판과 눈으로 덮혀 있었어요. 눈 녹으라고 뿌린 물이 얼어서 이게 눈을 녹이기 위해 뿌린 것인지 사람 자빠지라고 뿌린 물인지 구분도 안 되었던 때. 저도 걸어서 돌아다니며 빙판 때문에 몇 번 뒤로 자빠졌어요. 타슈켄트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도 끝나고 얌전히 우즈벡어 공부하며 지내던 시간들. 이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 비자가 단수 비자라서 외국으로 가면 다시 돌아올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때는 어차피 온 지 얼마 되지 않..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 가이드 - 타슈켄트

- 저는 우즈베크어,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이 글을 작성합니다. 한국에서 출발하신다면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의 시작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가 될 거에요. 왜냐하면 인천에서 타슈켄트로 비행기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므로 먼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소개하도록 할게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는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도시이자,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에요. 그러나 1966년 대지진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지금 볼 수 있는 타슈켄트의 모습은 대부분 지진 이후 소련이 만든 도시 모습이랍니다. 비록 옛날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거리에 나무가 많아 여름에 돌아다니기에도 좋으며, 시장이 많이 있어 중앙아시아 시장을 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죠.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