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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가요 Badem - Bir an için

한때 터키어를 잠깐 공부했었다. 남들은 터키어 쉽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공부해야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기는 하는데 정말 체질적으로 나에게 안 어울리는 언어가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영어보다도 이때는 터키어가 더 싫었다. 차라리 영어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 싶을 지경으로 싫어했다. 아마 이때 처음으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외국어 1위 자리를 태어나서부터 지금 현재까지 줄곧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차지해오고 있는 영어가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빼앗겼을 것이다. 지금은 다시 영어가 1위 자리에 복귀해 철통 수비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공부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아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 것이..

우즈베키스탄 마스크쇼

우즈베키스탄은 '소문'이 중요한 나라에요. 왜냐하면 모든 정보를 소문을 통해 입수하거든요. 우리나라 같으면 사회의 안 좋은 면도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아주 가끔 특집 형식으로 나오는 것 말고는 방송과 신문에서 거의 접할 수 없거든요. 이 나라에는 '마스크 쇼'라는 게 있어요. 이게 자주 열리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정말 어쩌다 가끔 한 번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러면 이게 어떤 행사일까요? 어렸을 때 보았던 마스크맨 복장으로 사람들이 거리에 우루루 몰려나와 덩실덩실? 아니면 마스크 쓰고 단체 자동차 폭주? 그도 아니면 음란행위? 저도 마스크쇼를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정말 중대형 범죄 현장을 급습해 덮치는 걸 '마..

우즈베키스탄 가요 Ummon - Qanday Unutding

2012년 2월. 우즈베키스탄에 발을 내디뎠다. 그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거리는 온통 눈이었다. 춥고, 말도 제대로 안 통하고, 정신도 없었다. 게다가 처음 무방비로 있는 상태에서 나를 덮쳐온 이 구 소련 특유의 스산함.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인데 오자마자 기분이 축 가라앉는 것 같았다. 노래도 참 겨울스러운 노래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 중 한 노래를 참 좋게 들었다. Ummon - Qanday Unutding 나는 그때 'Ummon'이라는 그룹이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락그룹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10대들의 우상이란다. 10대들은 움몬에 푹 빠져 산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움몬 노래는 이 노래 말고는 내 취향에 없는 노래가 없다... 아마 내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노래들로 표현하라..

해야 했던 숙제 - 우즈베키스탄 여행 후기 (에필로그)

우즈베키스탄에서 세운 목표가 몇 개 있었어요.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 목표에 들어가지도 못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즈베키스탄 여행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머무르는데 당연히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처음 우즈베키스탄 올 때 저의 생각이었어요. 이것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온 이후,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갈망하지 않아서였는지, 마음먹고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우즈베키스탄 주변 국가들 모두 한국에서 가기 힘들다는 현실 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되자 우즈베키스탄을 먼저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먼저 여행했어요. 제일 먼저 여행한 곳은 타지키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 여행..

여행기를 끝마치고

우즈베키스탄에 오며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밀린 여행기를 다 쓰는 것이었다. 이 블로그를 열면서 여행기를 하나씩 써서 올리다보니 지금까지 쓰다 중단한 여행기 모두 완결짓고 싶어졌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에 오며 한국에서 가기 어려운 주변 국가들 여행을 갈 생각이 컸기 때문에 그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기를 써서 올리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올해 안에 끝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써갔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었다. 스스로 발전하는 것도 느껴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법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직도 후회되는 것은 내 글이 티스토리 메인에 뜨지 않는다는 사실에 보다 빨리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그렇게 클 줄 몰랐다. 역시 스스로 나서서 얻으려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황금 까마귀

옛날 우즈벡 사람들은 놀라면 옷 칼라를 부여잡았다 합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면 그 기적이 나쁜 의미의 기적이 되지 않기를 신에게 비는 문화가 있습니다. 진지하게 모스크 가서 빌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주문 외우듯 가볍게 신에게 부탁하는 것이죠. 옛날 옛적에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공터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나무 그루터기를 뽑는 일은 쉽지 않아서 3일째 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침을 먹은 후 할아버지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멈, 또 그루터기 뽑아내러 가오." 할아버지는 도끼를 들고 또 공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흘러 할아버지는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오셨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

해야 했던 숙제 - 40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로

가벼운 발걸음. 이제 여기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며 어디 갔다 와야 한다는 '숙제'란 없었어요. 그런 숙제는 이제 다 끝냈어요. 남은 것은 타슈켄트로 잘 돌아가는 것 뿐. 안녕, 레기스탄 광장! 사마르칸트. 세 번째 방문까지 너는 나를 엄청나게 거부했지. 바람으로 나를 고생시킬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 도시도 다 보았어. 이제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 도시에 오래 머무를 이유란 없어. 물론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해도 이미 기차표를 샀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지만 말이야. 언제 여기가 다시 그리워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최근이 되지는 않을 거야. 아마 한국 돌아가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너무 그리워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 식당에 가게 될 때 즈음에 너를 ..

우즈베키스탄 가요 Ulug`bek Rahmatullayev - Omadim Kelmadi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Ulug`bek Rahmatullayev 의 Omadim Kelmadi 라는 노래입니다. 여행 이야기를 할 때 배경음악으로 깐다면 왠지 정말 떠나기 싫은데 한국으로 끌려가는 기분으로 출국할 때? 아니면 좀 나쁜 일 당한 후 바닥에 주저앉아 어이쿠 그럴 때? 그런데 참 듣기 편하기는 하네요. 이런 건 술 먹고 캬~하면서 '오마듬 켈마드~' 이래야 어울릴 거 같아요. 아래는 가사입니다. Omadim kelmadi, Sevgi bobida, Inson goh ojizdur, Hayot oldida, Sevgimga yetolmay, Egildi boshim, Aylanar bildirmay, ko`zimda yoshim. Sevgimga yetolmay, Egildi boshim, Ay..

감을 살 때 매의 눈이 되어야하는 이유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과일은 참 많이 먹었어요. 요즘은 거의 안 먹지만, 여름, 가을에는 밥 대신 과일을 먹을 정도로 과일을 매우 많이 먹었죠. 이유는 간단해요. 싸고 엄청나게 맛있으니까요. 여름, 가을에는 신 맛이 나는 과일을 찾는 게 단 맛이 나는 과일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하지만 여기는 저장시설이 안 좋은 나라. 그래서 몇 번이고 시장을 돌아다녀야 해요. 저는 물건 하나 사려고 시장을 몇 바퀴 도는 것을 참 안 좋아하지만, 몇 번 과일 잘못 산 후로는 열심히 시장을 돌아다니고 충분히 과일을 비교해본 후 과일을 구입해요. 안 그러면 돈 날리고 쓰레기만 늘거든요. 우리나라는 좋은 과일을 파는 가게 한 곳 알면 그 집 가서 계속 구입해먹게 되는데, 여기는 그런 게 별로 없어요. 질 좋은 과일을 파..

해야 했던 숙제 - 39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드디어 여행 마지막 날인 2012년 9월 30일의 아침과 마주했어요.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오늘 기차는 11시 20분. "아그그그그그..."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을 주자마자 고통이 찾아왔어요. 이게 이틀간 탑 5개를 올라가서 그런 거야. 얌전히 탑 5개만 올라갔으면 말도 안 해. 히바에서도 엄청 걸었고, 사마르칸트에서도 엄청 걸었어. 다리가 풀릴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하도 걸어다녀서 다리에 큰 무리가 왔어요. 이제는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기만 해도 다리가 아팠어요. 화장실을 가려는데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어요. 휘청휘청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화장실로 갔어요. 오늘은 타슈켄트 - 정확히 말하자면 타슈켄트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니 만사 다 귀찮았어요. 오늘 야간..

해야 했던 숙제 - 38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미르 테무르 묘소

"여기서 아미르 테무르 동상까지는 도저히 못 걸어가겠다." 걸어올 때는 그래도 가는 길에 볼 것이 있다는 이유, 그리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몰라서 걸어갔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 가는 길에 볼 것도 없었고, 얼마나 많이 걸어야하는지 알았어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해는 등에 얼음 덩어리라도 떨어졌는지 서쪽을 향해 전력질주중이었어요. 레기스탄 광장 따위야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아미르 테무르 묘소는 이야기가 달랐어요. 사실 묘소라는 것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멀리서 외관만 보았지, 직접 들어가보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아미르 테무르 묘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아미르 테무르 동상. 우즈베키스탄에서 유명한 아미르 테무르 동상은 3개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

전에도 말씀드렸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뱀은 매우 안 좋은 동물이랍니다. 제비는 처마 밑에 둥지를 짓기 위해 진흙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비는 진흙을 물고 오기 위해 개천 근처로 날아갔습니다. 제비가 진흙을 입에 물려고 할 때 풀숲 가운데에서 긴 뱀이 갑자기 쉭쉭 소리를 내며 기어나와 제비에게 말했습니다. "안녕, 검은 새야. 검은 털을 가졌으니 제비로구나! 물 마시러 왔니?" "아니, 나는 둥지를 짓고 있어. 그래서 지금 흙을 가져가려고 왔어. 무슨 일 있어? 왜 물어보았니?" 제비는 짹짹대며 뱀의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여기로 와, 우리 둘이서 친구 맺자. 어디에 둥지 짓는지 내게 보여주면 내가 둥지 짓는 거 도와줄게." 뱀은 쉭쉭 소리를 내며 제비에게 친구가 되자고 했습니다. "아니, 나는 너와 친..

해야 했던 숙제 - 37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울루그벡 천문대

'아프로시욥 박물관을 꼭 가야 하나?' 아프로시욥 박물관까지 어떻게 걸어왔어요. 시각을 확인해보니 이미 오후 4시 반을 넘었어요. 가려고 하면 갈 수는 있는데 섣불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저기를 가면 울루그벡 천문대가 문을 닫을 것 같았고, 다리도 아팠어요. 지금 이렇게 아픈 다리 끌면서 걸어가는 이유는 아프로시욥 박물관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울루그벡 천문대를 보러 가기 위한 것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아프로시욥 박물관이 유명한 이유는 오직 하나.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거 꼭 보아야 해?' 솔직히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 따위에 관심 없었어요. 고구려 사신이 그려졌든, 제주도 설문대 할망이 그려졌든 단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은 없..

갑작스러운 블로그 방문자 수 폭발 원인을 찾아보니...

느긋하게 낮잠자고 일어나 평소처럼 블로그 방문자수를 확인했다. 이번달 목표는 일 평균 방문자 500명 넘어보기. 평소 400만 넘으면 '오늘 성공했구나' 자축하는데 이번달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이 들어와서 운이 따라준다면 일 평균 500명 돌파도 가능해졌다. 다음달 다시 푹 꺼지더라도 한 번이라도 해 보는 것이 어디야. 400만 넘으라고 하며 접속한 블로그. 그런데 방문자가 700을 넘었다. "뭔 일이야?" 이 블로그 운영한지 어언 1년. 내 블로그 1일 방문자가 700명을 넘어본 적은 딱 한 번 있다. 그리고 이번달에 딱 700명 찍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내 블로그에 방문자가 폭증했지? 유입경로를 살펴보니 전부 '아제르바이잔'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전쟁이라도 났나? 그런데 아제르바..

우즈베키스탄에도 컨닝이 있다

학생 있는 곳에 컨닝이 없을 수가 없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주변에 컨닝하는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한다면 그건 99% 거짓말일 거에요. 당연히 이 나라도 컨닝이 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선생이 컨닝페이퍼를 돈 받고 판다는 것이죠... 그러면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가? 가장 큰 문제는 교사 월급이 매우 적다는 데에서 출발해요. 교사가 월급이 적다보니 다른 방법을 통해 돈을 벌어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암암리에 학생이 선생에게 점수를 돈을 주고 사는 일이 벌어져요. 정말 웃긴 것은 선생이 점수를 사겠다는 학생의 제의를 거절하자 학생이 선생을 두들겨 팬 사건도 있다는 것이죠. 오히려 돈을 안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할 정도이니 초중고교 교육에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아버지의 유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가을에 땅을 갈아엎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옛날에 한 가난한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작은 포도밭이 있었고,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팔아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아파서 누워버렸습니다. 그는 외동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내 죽음이 가까워진 것 같다. 너에게 말할 한 마디가 있다. 잘 새겨듣거라."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 남자는 외동아들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내 말은 이것이니라, 내 포도나무 아래에 두 곳에 두 항아리의 황금을 묻었다. 그 황금을 1년에 두 번 - 봄에 그리고 가을에 파내서 생활하거라, 너는 부자가 될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말을 하기를 끝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청년은 삽을 손에..

해야 했던 숙제 - 36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하즈라티 히즈르 모스크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벤치에 앉자마자 입에서 튀어나온 말. 이것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사마르칸트에게 동시에 하는 말이었어요. 일단 저 자신에 대한 자아비판. 일정은 정말 최대한 널널하게 짰어요. 부하라 일정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하라에서 매우 힘들게 돌아디닌 것도 아니었어요. 히바, 사마르칸트는 한나절 보고 가는 곳. 야간 이동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다녔어요. 마치 강행군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행군을 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피울 수 있는 게으름 다 부리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이렇게 힘든 이유는 말 그대로 자기 관리 실패. 부하라에서 설사, 그리고 이제는 다리 근육통. 하루에 탑 4개를 올라간 것도 아니고 3일에 걸쳐 탑 4개를 올라간 것이었는데..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와 맛없는 고기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원어로 읽어야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짚어드리자면 우즈베크어에서 '말 (언어)'도, '혀 (신체부분)'도 모두 til 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파샤(지배자)는 재상에게 가장 맛있는 고기로 카봅 (구운 고기)을 준비해 가져올 것을 명령했습니다. '어떤 고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란 말인가...' 집에 돌아온 재상은 머리가 복잡해져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본 딸이 아버지 앞에 왔습니다. "아버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신가요?" "파샤께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로 카봅을 만들어 오라는구나..." 파샤의 명령을 들은 딸은 잠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아버님, 시장에서 양을 사서 도살하시고, 그 혀로 카봅을 만들어..

해야 했던 숙제 - 35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쇼히 진다

비비 하늠 모스크에서 나와서 간 곳은 시욥 보조르 Siyob bozori 였어요. 시욥 보조르에 간 이유는 바로... 시장밥을 먹기 위해서! 시장에서 오쉬를 먹어보기 위해서였어요. 식당에서 오쉬를 사 먹는 방법도 있으나 이러면 비교가 어려워져요. 당연히 비싼 식당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쓸 테니까요. 게다가 사마르칸트는 온통 관광객투성이. 여기는 단지 외국인 관광객만 넘쳐나는 곳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관광하러 온 사람들도 넘쳐났어요. 이러니 식당에서 오쉬를 먹은 후 타슈켄트의 오쉬와 맛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어요. 타슈켄트에서 식당에서 오쉬를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일 잘 알고 흔히 먹는 시장통에서 먹는 오쉬끼리 비교를 해야 더 공정할 거 같았어..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인생의 빚

오늘 이야기 역시 지난 이야기와 비슷한 감이 있네요. 옛날에 하산이라는 한 청년이 나뭇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그는 들판에서 모은 장작의 돈으로 논 9개를 샀습니다. 어느 날, 논 (우즈벡 전통 빵)을 굽는 사람의 조수가 스승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 남자는 매일 논 9개를 삽니다. 한 개 또는 두 개 더도, 덜도 아입니다.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알겠다. 한 번 알아보도록 하지." 하산이 아침에 논을 사러 왔습니다. "사람들이 논을 다 사 가서 오직 5개 남았네." 논을 굽는 사람이 논이 5개 남았다고 하자 하산은 "이것들은 제게 충분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며 논을 사가지 않았습니다. 하산이 다음날 왔을 때 논 굽는 사람은 그에게 논 11개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하산은 "이것들은 넘칩니다, 낭..

해야 했던 숙제 - 34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비비 하늠 모스크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먼저 갈 것인가,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마지막에 갈 것인가?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이것을 결정해야 했어요. 호스텔 근처에 레기스탄 광장이 있기는 했지만 레기스탄 광장 가는 방향과 비비 하늠 모스크 가는 길은 정반대 방향. 레기스탄 광장쪽으로 올라가면 레기스탄 광장을 보고, 아미르 테무르 동상과 아미르 테무르 묘소까지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비비 하늠 모스크와 쇼흐지나, 울루그벡 천문대까지 볼 수 있었구요. 레기스탄 광장, 아미르 테무르 동상, 아미르 테무르 묘소는 두 번 왔을 때 두 번 다 지나갔던 곳. 안에 들어가지만 못했을 뿐, 지나가며 본 곳이었어요. 당장 아침에 택시 타고 오면서도 이 세 곳은 지나갔어요. 반면 비비 하늠 모스크쪽은 본 적이..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뿌린 대로 거두리라

이번 이야기는 '효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한 청년은 눈이 흐려졌고, 음식을 먹을 때 손이 덜덜 떨리는 늙은 아버지를 수발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빈약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음식이 담긴 그릇을 떨어트려 깨트렸습니다. 그것을 본 며느리는 견디기 어려운 말을 시아버지께 내뱉어서 시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청년의 아버지를 정원 한 구석에 있는 창고로 쫓아냈고, 며느리는 시아버지께 남편이 구해준 나무 그릇으로 식사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의 이 같은 나쁜 대우로 마음이 상한 아버지는 죽은 그의 할머니를 그리워했고, 가끔은 화가 나서 울기도 했습니다. 이런 할아버지를 대여섯 살짜리 손자만이 달래드렸습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곁에 와서 앉았습니다. 손자는 사랑스러..

해야 했던 숙제 - 33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과 일출

눈을 뜨니 주변이 캄캄했어요. "많이 자기는 했나 보구나." 몇 시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저 매우 야심한 밤이라는 것만 알려주는 어둠. 기차가 사마르칸트 종점이 아니라 타슈켄트 종점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내려야 했어요. 일단 늦게 일어나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캄캄함 속에서 옆구리에 느껴지는 네모난 덩어리를 집어들었어요. 그것은 바로 제 카메라 가방. 기차의 흔들림에 따라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어요. 유럽이었으면 벌써 싸그리 다 털렸겠네. 다행히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저와 같은 칸에 탄 나머지 두 명도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던 듯 했어요. 2층에서 내려와 창밖을 보았어요. 밖은 사막. 달빛에 젖은 사막도 황량해 보이기는 매한가지. 히바로 갈 때와 달리 별도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문을 잠그고 다시..

해야 했던 숙제 - 32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동문 Polvon darvoza 앞에 있는 시장으로 갔어요.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마침 동문 앞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했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슈켄트와 반대로 매우 서쪽에 치우친 부분. 혹시 이곳 시장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까 기대했어요. 역시나 여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박과 멜론. 여기 멜론을 하나 사서 먹고 싶었지만 도저히 혼자 다 먹을 크기의 멜론은 없었어요. 혼자 먹기는 고사하고, 혼자 들기도 버거워보이는 커다란 것들 밖에 없었어요. 시기와 지역을 고려했을 때 맛이야 무조건 보장이 된다고 보아도 좋았지만, 반 통도 못 먹고 나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칼이 없어서 기차에 멜론을 들고 타야 하는데, 이때 문제는 이 나라 비닐봉지 상태가 썩 ..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황금 할머니

오늘 이야기는 황금 할머니입니다. 한 시골에 매우 가난한 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젖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젖소의 우유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젖소의 젖을 짜서 그릇 5개에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유가 담긴 그릇을 판자 위에 올려두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가 일어나 우유가 담긴 그릇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릇에 우유 대신 금화가 한 닢씩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일은 5일이 지나도, 6일이 지나도 계속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이 일을 이상하게 여겨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우유에 어떤 일이 일어나나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해야 했던 숙제 - 31 우즈베키스탄 히바 주마 모스크

"에구구구..."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전날 50m 탑과 30m 탑을 걸어 올라갔더니 허벅지가 아팠어요. 이건 정말 여름 내내 덥다고 움직이지 않다가 갑자기 무리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왠지 기합 한 번 제대로 받은 다음날 아침처럼 느껴졌어요. 침대에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를 9시 반까지 준다는 것이 생각나서 씻으러 갔어요.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서 볼 일을 보고 샤워를 했어요. 이 숙소의 단점이라면 화장실 안에 샤워 커튼이 없고 샤워하는 자리에 있는 수채구멍이 가장 낮은 곳에 있지 않다는 것. 방을 둘러볼 때에는 수채구멍 높이까지는 잘 살펴보지 않아요. 특히 저렴한 숙소를 골라서 갈 경우 화장실이 멀쩡하고 뜨거운 물 콸콸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신경을 잘 쓰지 ..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배은망덕한 뱀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에서 뱀은 대체로 나쁜 동물로 나온답니다. 한 청년이 낙타를 타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는 사막에서 카라반들이 불을 피우고 앉아 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청년은 카라반이 불을 피우는 장소로 걸어갔습니다. 청년이 카라반 대상들이 불을 피운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미 멀리 떠난 후였습니다. 그때 거친 바람이 불고, 꺼진 불에서 살아있던 불똥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바람이 불어 불똥은 주변에 있던 건초로 날아갔고, 건초가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불타고 있는 한 무더기의 건초 안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청년은 불타고 있는 건초 더미를 바라보았습니다. 불타고 있는 건초 더미 안에서 뱀 한 마리가 죽음의 공포로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청년..

외국에서 라면 살 때 주의할 점

외국에서 살다보면 한국 라면 참 그립죠. 한국에서 자취하며 엄청 먹어대었는데, 아니 그 이전부터 엄청 먹어대었기 때문에 뼈 속에 새겨진 맛이랄까요? 저는 한국에서 라면을 하도 먹어서 밥이 그리운 만큼 라면이 그리워요. 물론 우즈베키스탄에도 라면이 있기 때문에 대리 만족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건 한국에서 먹던 라면이 아니다보니 그 허전함의 10%밖에 채워주지를 못해요. 아무리 라면 국물 맛을 내려고 고춧가루도 넣어보고 후추도 넣어보고 소금도 넣어보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 그러다 작정하고 가스피탈리에 가서 한국 라면을 사 왔어요. 슈퍼 들어가는 순간 눈알이 뱅글뱅글...그냥 슈퍼를 통째로 들고 나오고 싶었어요. 라면은 물론이고 냉동 삼겹살에 과자까지 다 있었어요. 그래서 이성의 끈을 놓고 먹고 ..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북소리

-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북은 Nog'ora 라는 북입니다. 옛날 옛적, 상인들이 무역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의 길은 왕의 초원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초원은 너무나 광활해서 아무리 걷고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초원 한가운데에 갔을 때, 준비해온 물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자 상인들은 목이 말라 차례차례 기운을 잃고 쓰러져 갔습니다. 그들은 목적지까지 걸어갈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대상에는 한 젊은 청년도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물주머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물을 동행자들의 입에 똑똑 떨어트려 넣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물을 마신 사람들은 잠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러나 전부 정신만 차렸을 뿐, 조금이라도 걸어갈 상태가 되지는 않았습..

해야 했던 숙제 - 30 우즈베키스탄 히바 야경

다시 공원을 지나 하렘 쪽으로 갔어요. 여기부터는 저 역시 정신이 없었어요. 그냥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었어요.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의해 뒤죽박죽이 되로 엉망진창이 된 것은 아니었어요. 정말로 정신이 없는 곳이었어요. 일단 하렘 성벽으로 갔어요. 혹시나 들어갈 곳이 있을 거 같아 궁전 반대편으로 걸어갔어요. 하렘 옆에는 담장 하나를 두고 또 다른 경찰이 있었어요. 여기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둘러보는데 담장 위에 윤형 철조망이 쳐져 있었어요. 그래서 문을 두드려볼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경찰이 빵을 들고 가고 있었어요. "여기 들어갈 수 있어요?" "여기 내가 사는 곳이야." 예...경찰이 사는 곳이면 못 들어가겠구나. 아무리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찰을 무서워할 것 까지는 없다 해도 경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