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야 했던 숙제 (2012)

해야 했던 숙제 - 09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구시가지

좀좀이 2012. 10. 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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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 바자르에 도착하자자 조메 모스크 쪽으로 걸어갔어요.




한참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많이 걸어가자 드디어 모스크가 나타났어요.



이 모스크는 데보나보이 조메 마스지드 Devonaboy jome' masjidi. 이름에 '조메'가 들어가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여기는 이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모스크에요. 규모에 비해 주변이 사진 찍기에 좋지 않아서 억지로 사진 한 장에 우겨넣어야 하는 모스크였어요.



이 모스크는 이렇게 지을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지금도 정면은 비슷하게 지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모스크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물이었구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잔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내부는 그냥 평범했어요. 중앙아시아 돌아다니며 내부를 보고 크게 놀란 적은 정말 손으로 꼽는 수준. 여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비록 내부 사진을 찍은 것은 이것 밖에 없지만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어요. 계획대로 다 짓는다면 그때는 또 이야기가 달라질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갔던 2012년 9월 23일만 해도 여기 내부는 외부와 달리 정말 특색 없는 모스크였어요.


내부에 그렇게 크게 볼 것이 없었기 때문에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고 했어요.


"저기요."


누가 저를 불렀어요.


"예?"


뒤돌아보니 우즈벡인 청년이었어요.


"기도드리러 오셨어요?"

"아니요. 관광객이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중국?"

"아니요. 한국이요."

"아...한국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코칸드처럼 입장료 받으려고 왔나? 일단 기다리라고 했기 때문에 기다렸어요. 청년은 낡은 공책 한 권과 볼펜을 들고 왔어요. 공책을 보니 방명록 같은 것이었어요. 꽤 많은 사람들이 방명록에 글을 남겨 놓았어요. 방명록을 넘겨보다보니 한국인도 있었어요. 글의 내용과 말투를 보니 나이가 조금 있으신 한국인 아저씨가 남기신 기록 같았어요.


저도 방명록에 글을 남기며 청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청년의 친척들 중 한 명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우즈벡인 노동자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여기 오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것 같았어요. 한국과 관련된 사람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어요.


"우즈벡어 어렵지 않아요?"

"우즈벡어 어렵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즈벡어 문법은 한국어 문법과 비슷하거든요. 물론 단어는 많이 다르지만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우즈벡인들 한국어 잘 해요. 금방 배우더라구요."


한국에서 우즈벡인을 만난 적은 정말 손가락으로 꼽아요. 사실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벡인들이 한국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와서 한국에서 일했다는 우즈벡인들 가운데 한국어를 잘 구사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어요.


예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미나렛에 올라갈 수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저 미나렛에도 올라갈 수 있어요?"

"저건 못 올라가요. 안에 계단이 없고 지금 공사중이에요."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안에 계단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고 했어요.


10분 정도 잡담을 하고 모스크에서 나왔어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안디잔 에스키 샤하르 돌아다니기. 모스크 뒷쪽으로 가면 정말로 허름한 마을이에요. 구시가지가 달라봐야 크게 다를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구시가지를 구경하는 게 좋았어요. 게다가 여기는 구시가지를 돌아다녀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지역.




코칸드와 타슈켄트의 구시가지와 비슷한 느낌.



뒤를 돌아보니 아까 갔던 모스크의 미나렛이 보였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며 본 우즈베키스탄 그림들과 비슷한 풍경.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코칸드에서처럼 우르르 달려와 같이 놀자고 들지는 않았어요. 그냥 조금 신기하게 듯 했어요. 가끔 자기들끼리 제가 한국인일지, 중국인일지, 일본인일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정도.



정말로 사람 사는 곳을 걷고 있구나. 나는 지금 어느 시간 속에 와 있는 것일까? 풍경을 보며 10년 전 거리를 걷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건물 입구를 보아 여기도 아주 예전에는 무언가 중요한 건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건물을 지금 가정집. 과거에 어떤 곳이었을지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저 문 뿐이었어요.



구시가지에서 나와 에스키 바자르로 갔어요.




에스키 바자르 맞은편에도 무언가 유적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어요.



저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 들어갈 수 있나요?"

"지금 문 닫았어."


할아버지께서 박물관이 문 닫았다고 하셨어요.


"그냥 안쪽에서 사진 조금 찍을 수 있나요?"

"와서 찍어."


원래는 여기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곳. 하지만 박물관 전시실 구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카메라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계단 올라가도 되나요?"

"돼."


그래서 계단 위로 올라갔어요.



박물관 앞에는 노점상들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이제 시간이 늦어서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중.



바로 앞에서 아까 길에서 보았던 그 돔을 볼 수 있었어요.



이제 슬슬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옥상에서 내려와 다시 안을 돌아다녔어요. 내부가 아무리 보아도 마드라사였어요.


"여기에 칠라호나 있나요?"


할아버지께 이 마드라사 안에 칠라호나가 있는지 여쭈어 보았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그건 여기에 없다고 하시며, 조메 모스크에 가면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나가려는데 할아버지께서 저를 불러세우셨어요.


"저거 찍고 가."



이것은 오래된 수레라고 알려주셨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도 오직 오래된 수레라고만 알려주신데다, 특별한 설명도 없어서 어떤 수레인지는 저도 아직까지 몰라요. 그저 오래된 수레라는 것만 알 뿐이에요. 코칸드에서 본 것은 마차였는데, 이것은 정말로 수레였어요.



과거 마드라사였던 박물관에서 나왔어요.



어느덧 오후 5시가 넘은 시각. 시장도 노점상도 슬슬 장사를 접고 있었어요. 아직 하루가 끝나려면 공식적으로 6시간 훨씬 넘게 남아 있었지만, 왠지 하루가 끝나가는 분위기. 여행이 끝나가는 것도 아닌데 내일 타슈켄트 돌아갈 거라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묘해졌어요. 솔직히 진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여행 코스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죠. 단지 기차를 타러 타슈켄트 가는 것임에도 뭔가 여행이 끝나 집에 돌아가는 기분이었어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갔어요.



여기 역시 문이 닫혀 있었어요.


이 건물은 부조가 아름다웠어요.




다시 호텔로 돌아왔어요.



"저녁 먹고 쉴까?"


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타슈켄트로 떠나야 했어요. 그리고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았어요. 그냥 쉬기에는 매우 아까운 햇빛. 그러고보니 양기 바자르쪽은 제대로 가 보지도 못했구나! 양기 바자르까지 갈 필요도 없었어요. 호텔 입구에서 보이는 공원쪽으로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나름 열심히 돌아다닌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꽤 남아있다는 느낌이 왔어요.


"오늘은 밤 늦게까지 돌아다녀야겠다. 피곤하면 내일 넥시아랑 기차에서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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