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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장벽 - 32 아제르바이잔 셰키 칸사라이

우리가 머물 숙소 위치가 매우 이상한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카라반사라이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칸사라이부터 갈까?" 이미 4시였어요. 여기도 밤은 늦게 찾아올 거에요. 하지만 밤이 늦게 온다고 해서 가게와 박물관도 늦게 문을 닫는 것은 아니었어요. 큰 길로 걸어나가는 길. 이미 여기에서부터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칸사라이는 큰 길을 타고 쭉 올라가야 했어요. 칸사라이부터 신시가지까지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있는 길이었어요. 칸사라이쪽은 올라가는 쪽. 푸른 산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중앙아시아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의 건물들이었어요.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산지라서 그런지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았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어올라갔어요. 셰키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말 유..

한국인에게 '니하오'라고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

한 가지 확실히 밝히고 들어가겠다. 동양인을 놀리기 위해 '니하오'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 경우 '니하오'는 '칭쳉총'과 같은 욕이기 때문이다. 최소 '호객행위', '친밀함 표현'부터 다룬다.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는 처음부터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자신들이 민족들을 잘 구분한다고 한다. 130개가 넘는 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라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사람 얼굴을 보고 살아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는 여기 살고 있는 고려인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얼굴도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희안한 것은 단순히 한국인과 중국인 얼굴을 구분해낸다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해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두 개의 장벽 - 31 아제르바이잔 셰키

아침 일찍 씻고 호스텔에서 나왔어요. 호스텔에서 나와 주인 아저씨께서 알려주신대로 버스를 탔어요. 이체리 셰헤르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지하철 이체리 셰헤르 역 앞 버스정거장에서 137번 버스를 타면 버스 터미널까지 바로 가요. 아침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많았어요. 버스는 익숙한 길을 지나 낯선 길로 접어들었어요. 하지만 왠지 본 듯 했어요. "이거 작년에 바쿠에 도착했을 때 그 버스정거장이다!" 처음 가는 길인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에 갔던 그 길이었어요. 창밖에 28 May 역이 나타났어요. 만약 굳이 전철로 버스 터미널에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이 역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들어가야 해요. 터키 청년은 아마 이 역에서 내려서 걸어갔겠죠. 그렇게 전철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까요. 하지만 주인..

우즈베키스탄 이동통신사 사태 그 이후

올해 갑자기 우즈베키스탄 최대 이동통신사인 MTS 가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글을 올렸었어요. (http://zomzom.tistory.com/364) 요즘은 어느 정도 안정된 듯 보여요. 외관상으로만요. 초기에 다른 이동통신사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고, 현지인들도 심카드 구하기 위해 난리났던 것에 비하면 정말 평화롭죠. 하지만 실상은 당연히 현재진행형이랍니다. 시설 확충도 안 되었는데 사용자가 거의 두 배 늘어났으니 당연한 결과죠. 전화 안 걸리기 일쑤랍니다. 3G도 툭하면 끊기구요. 예전에는 정상적으로 잘 사용했는데, 이제는 갑자기 통신 상태가 열악해졌죠. 사건 발생 후, 이 이동통신사가 3개월 후 다시 영업을 재개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런 소문이 돌았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

두 개의 장벽 - 30 아제르바이잔 바쿠 하즈 술타낼리 모스크

바쿠에 있는 러시아 교회를 보고 나니 갈 곳이 없어졌어요. 일단 발길 가는 대로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마음을 비웁시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여기는 아제르바이잔 바쿠.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니야. 시간에 쫓기지 않아. 우즈베키스탄과 비교하며 보려는 태도는 이제 필요 없어. 예전에 했던 것처럼 그냥 보고 느끼면 돼. 그런데 저건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던 구멍가게랑 다를 게 없잖아! 여기는 아제르바이잔이야. 언제나 그래왔듯 내게 여행이란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 확인을 하고 느끼며 다니면 돼. 그런데 지금 내 머리 속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우즈베키스탄이고, 지난 여행에서 느꼈던 아제르바이잔이야. 다를 게 없잖아! 모든 걸 다 잊고 돌아다닐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

일기

참 오랜만에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 같다. 요 며칠 춥더니 떨어진 온도에 적응한 듯 싶다. 다시 낮은 따뜻하고 살짝 덥다고 느껴진다. 어제 낮에 36도가 넘었는데 그냥 따뜻하고 좋다고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떨어진 기온에 적응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가을이 온다고 생각하니 내가 한국에 돌아갈 날도 이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리 인터넷이 느리고 심심한 곳이라 해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데... 여기 처음 올 때 계획했던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직 제대로 끝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이제 1%나 달성했으려나? 날이 선선해질수록 마음은 급해지고, 머리는 어수선해진다. 처음 계획과 달리 늘어나는 건 핑계 뿐인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여행기를 8월에 다 쓰고 천천히 올리려..

두 개의 장벽 - 29 아제르바이잔 바쿠 아르메니아 교회, 러시아 교회

오늘도 어김없이 분수 광장으로 가는 길. 이체리 셰헤르를 감싸고 있는 성벽을 한 장 찍었어요.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성벽. 하지만 이 성벽에서 중요한 것은 돌이 아니라 돌 사이에 시멘트처럼 발라져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랍니다. 작년에 왔을 때 여기에서 아제르바이잔 친구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 성벽을 지을 때 계란을 섞어서 돌을 쌓았다고 했거든요. 그때는 이런 것을 찍을 생각도 못했어요. 그때는 갑자기 기온이 껑충 뛰어서 그거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거워했을 때였어요. 더욱이 그때 머물렀던 숙소는 지하철 하타이 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하는 애매한 곳에 위치한 호텔이었구요. '오늘은 무엇을 해야 시간을 잘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 분수 광장에 가는 이유는 할 게 없어서. 이체리 셰헤르 ..

우즈베키스탄 가요 - Shohruhxon ft Shahnoz - Taqdirda

이번에 올리는 노래는 Shohruhxon 의 Taqdirda 라는 노래입니다. 영화 Qasos 에 실린 노래죠. 무언가 청춘드라마에서 심각한 부분에 나올 듯한 분위기에요. 가을에 듣기 어울리는 노래이기도 하구요. 저도 아직 영화는 못 보았어요.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다운받으려면...아... 유투브에 영화가 통째로 올라와 있기는 한데 그것을 돌려보는 것도 무리라서...아마 한국 돌아가서 보고 영화 감상문을 올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은 영화도 많이 찍는답니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이나 우즈베크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시라면 유투브를 뒤져보세요. 영화도 많이 올라와 있고, 노래도 많이 올라와 있답니다.

두 개의 장벽 - 28 아제르바이잔 바쿠 처녀의 탑

2012년 7월 8일 일요일. 느긋한 일요일 아침. 여행 계획을 짤 때 정말 신경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 여행을 처음 할 때에는 이 부분에 신경을 안 썼고, 그로 인해 낭패를 크게 본 적이 있었어요. 일요일을 조심하라. 바로 이거에요. 일요일은 정말 조심해야 해요. 반드시 여행 계획 짤 때 필히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일요일에 문 여는 가게들이 많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이야기. 특히 유럽은 일요일에 당연히 놀아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몰타에서의 일요일 오후는 정말 최악으로 심심한 시간. 제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아도 몰타에서의 일요일 오후만큼 심심했던 시간은 많지 않아요. 일요일은 뭘 해도 심심하고 흥이 안 나요. 더욱이 환전 문제까지 걸려 있다면 더더욱 최악. 월요일은..

두 개의 장벽 - 27 아제르바이잔 바쿠 테제 피르 모스크

호스텔에 돌아와보니 우리와 같이 놀던 터키 청년이 짐을 싸고 있었어요. "오늘 가?" "응. 버스로 조지아 가려구." "지금?" "아니, 이따 밤에." 터키 청년은 야간 버스 이동을 해서 조지아 트빌리시에 갈 거라고 했어요. 트빌리시 도착하면 새벽 2시라고 했어요. "너 러시아어 알아?" "아니." 이 녀석 정말 걱정되네. 이 터키 청년의 계획은 버스에서 내려 밤을 새고 공항으로 가는 것. 러시아 가는 비행기표가 그 시각에 밖에 없어서 그렇게 한다고 했어요. 오늘 바쿠를 구경하고 가느라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했어요. 너 어제도 머물렀잖아? 야간 이동 자체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야간 이동은 피곤해서 문제이지, 위험한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트빌리시 도착 시각. 이게 새벽 2시라고 했어요. 이건 피..

우즈베키스탄의 러시아인이 우즈벡어 못 하는 이유

-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어는 아직도 강력한 지위 - 제2 모국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러시아인들이 우즈벡어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앙아시아 언어 환경의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지역은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이며, 실상 모든 교육이 러시아어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중년층부터는 우즈벡인조차 우즈벡어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이나 영국 유학파 교수들이 영어 섞어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섞어 쓰는 교수들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소한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정상적..

우즈베키스탄 Beeline 3G 요금

우즈베키스탄에서 3G로 인터넷을 이용중이라고 몇 번 글을 올렸는데, 그러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어떻게 3G를 사용할 수 있는지 설명할게요. 먼저 준비물로는 스마트폰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전화국 본사에 갑니다. 3G는 Beeline 을 최고로 쳐줍니다. 통화는 예전에 MTS였는데, 여기가 아직도 영업을 안 하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최대 통신사 3개는 원래 MTS, Ucell, Beeline 입니다. 단, 지방에서는 Beeline 가 잘 안 터져요. 외국인은 무조건 본사에서만 핸드폰 심카드를 구입할 수 있어요. 물론 현지인 아는 사람이 있다면 현지인에게 하나 사달라고 한 후 그걸 사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요. 일단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본사에 가서 심카드를 구입해야 합니다. 여권을 들고 가면 심카드를 구입할 수..

두 개의 장벽 - 26 아제르바이잔 바쿠 테제 바자르

역시나 우리가 가장 늦게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어요. 오늘도 9시를 훌쩍 넘겨서 시작하는 아침. "우리 말고도 아직 자는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 전날 새로 들어온 노르웨이인 두 명은 아직도 자고 있었어요. 둘은 어제 제가 잠들 때까지 호스텔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전날 1시에 제가 잤으니 정말 꼭두새벽에 들어왔겠죠. 지금까지 자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느긋하게 맞이하는 아침. 특별한 일정도 없는 아침. 느긋하게 차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할까 하는데 아랫배가 싸르르 아팠어요. 아무래도 전날 케밥이 맛있다고 두 번 먹었는데 이게 탈이 난 것 같았어요. 워낙 기름기도 많고, 며칠 거의 굶다시피 하다 갑자기 마구 먹어대서 문제가 생긴 것.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여행지에서 이런 일을 ..

우즈벡에서의 나의 인터넷 생활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기온이 갑자기 푹 떨어져서 춥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겨울에 집에서 입는 점퍼를 꺼내 입고 있어요. 그러고보면 이제 돌아가기까지 남은 고비는 딱 두 개. 거주지등록을 다시 한 번 해야 하고, 그게 끝나면 마지막으로 대망의 귀국하기 위한 준비가 기다리고 있죠. 집에 쌓여 있는 물건들과 책을 볼 때마다 답이 안 나오네요. 저는 여기에서 핫스팟 기능을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핸드폰으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컴퓨터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인터넷 요금도 비교적 저렴해요. 단, 문제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 PC방 가거나 무선 인터넷 모뎀을 사서 쓰면 그럭저럭 쓸 만 한데 그냥 느린 속도 감안하고 살고 있어요. 이것도 적응되니 괜찮네요...

우즈베키스탄 환율 하락

며칠 전 오랜만에 환전을 하러 갔어요. 항상 환전하러 가는 곳이 있어서 거기로 갔어요. "환율 얼마에요?" "2720." 처음에 이 아저씨가 오랜만에 와서 마구 후려치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가게는 한 두 번 환전하는 가게도 아니고, 가게 주인 및 직원들과 서로 얼굴을 잘 아는 사이라 저한테 장난을 치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더욱이 다른 곳에서 이보다 더 준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환전했어요. 7월말에 1달러가 2850숨이었는데 한달 조금 지나서 가자 100숨이나 푹 떨어져서 많이 아쉬웠어요. 환율이 왜 이렇게 떨어졌나 생각을 해 보니 일단 9월 1일이 우즈베키스탄 독립기념일이었어요. 왠지 정부가 독립기념일 즈음 해서 물가를 낮추지 않았나 싶었어요. 이게 충분히 가능한 것이 실제로 물..

두 개의 장벽 - 25 아제르바이잔 바쿠

2012년 7월 6일 햇볕이 많이 안 드는 방이라 정말 정신 없이 잤어요. 아마 긴장이 다 풀려서 그랬을 거에요. 여행을 다니며 걱정이 있고 근심이 있다는 것은 자양강장제를 먹는 것보다 좋아요. 이런 걱정과 근심은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고, 이게 힘을 주고 통증을 잊게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여행에서 오래 버티는 요령은 어느 정도의 걱정거리와 근심거리를 꾸준히 제공하는 거에요. 며칠 머물다 이동해야 한다든지, 너무 푹 퍼지지 않게 일정을 적당히 조절하거나요. 그런데 교과서를 구입한 후 너무 마음을 놓아버렸어요. 바쿠에서의 일정은 아주 길었어요. 그런데 바쿠는 작년에 와서 한 번 둘러보고 갔어요. 정말 급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그렇게 크게 통증을 느낀 게 아닌가 싶었어요. 눈을 뜨니 오전 10시..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

'분수의 도시'라고 한다면 아마 다양한 도시를 생각하실 거에요.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아슈하바트를 떠올리겠죠. 당연히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도시를 가지고 '분수의 도시'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실 거에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도 분수는 많아요. 슬프게도 분수들이 변변찮게 생겼을 뿐이죠.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놈들도 있고, 딱 시간 되면 그때만 음악 나오는 조그만 분수도 있고, 그럭저럭 가동되는 분수도 있어요. 하지만 크게 인상적인 분수는 사실 없어요. 딱 하나, 매우 인상적이고 규모가 큰 분수가 있어요. 이 분수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죠. 나머지는 사진 보고 '우와!' 하는데 실제 가보면 어김없이 큰 실망을 주는 분수들이랍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 집무실 앞에..

우즈베키스탄 학교 개학

어제 - 즉 이번주 월요일 우즈베키스탄은 학교가 개학한 날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개학은 보통 9월 2일에 한답니다. 9월 1일이 바로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매우 많이 보이네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교복은 남자는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 여자는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스커트랍니다. 등하교 시간에는 정말 이렇게 입은 학생들이 바글바글하죠. 우즈베키스탄은 대학생도 교복을 입어야 합니다. 교복은 역시나 위는 하얀 셔츠/블라우스, 아래는 검은 바지/스커트에요. 그래서 이렇게 입은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여요. 하지만 방학 때에는 이렇게 입고 다니는 학생이 별로 없답니다. 7,8월에는 이렇게 입고 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었죠. 우즈베키스탄은 한 학년이 9월에 시작해요. 즉, 이..

우즈베키스탄에 가을이 오네요

어제는 집에 와서 바로 잤어요. 눈을 떠보니 새벽 4시. 캄캄했어요. 분명 여름이라면 지금 동이 터야 할 시간인데... 새벽 5시 반. 드디어 동이 트기 시작했어요. 한여름에 비하면 무려 한 시간 반이나 해가 늦게 떴어요. 이번 여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그건 바로 8월 18일부터 26일까지의 폭염. 그 전까지는 견딜만한 더위였는데, 이때는 낮 최고 50도. 물론 공식으로는 이렇게 안 나와요. 당연히 기온도 비공식. 비공식으로 50도. 밤에 방을 26도까지 낮추고 에어컨을 끄면 33도까지 다시 올라가는데 불과 30분. 거리에 나가면 퍼부어대는 햇볕. 창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네요. 왠지 지금 20도 초반일 듯 한데 매우 추워요. 낮에는 아직 40도까지는 올라가서 더욱 ..

두 개의 장벽 - 24 아제르바이잔 바쿠

이제 여기에서 남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아제르바이잔에서 사용하는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 구입. 타지키스탄도, 우즈베키스탄도, 투르크메니스탄도, 아제르바이잔도 전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해요. 물론 러시아어도 사용하구요.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아직도 러시아어가 아주 널리 광범위하게 쓰이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그렇지 않아요. 이것은 국민을 구성하는 민족의 비율, 그리고 지배적 위치에 있는 민족과 그 외 민족의 힘에 따라 달라져요. 투르크메니스탄와 아제르바이잔에서 투르크멘인들과 아제리인들은 러시아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에 비해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어를 박멸하려고 하면 박멸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 게다..

할 일 순서 정하기

친구가 한국에 갔다 왔다. 오늘은 친구에게 한국에서 가져다달라고 한 책들을 받았다. 책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망했다.'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이걸 왜 들고 오라고 친구에게 부탁했지? 이거 과연 다 볼 수 있어? 지금 가뜩이나 계획한 일도 많은데 이것까지 할 수 있을까? 내게는 매우 나쁜 습관이 있다. 그런데 그 습관을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바로 책을 꼭 옆에 잔뜩 쌓아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보자마자 혼란과 의욕상실. 이걸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고치려고 했더니 오히려 책이 멀어져서 아예 책은 안 잡고 매일 엉뚱한 짓 해서 그냥 일단은 이렇게 습관을 안 고치고 살고 있다. 지난 여행에서 사온 책도 다 보아야 하고, 공부할 것은 엄청나게 ..

아이폰에서 txt 파일 작성하는 앱 - Plain text

아이폰을 쓰다 가끔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 중 하나가 txt 파일을 작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txt 파일을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txt 파일이 편한 점이 있어요. 다른 문서 프로그램에서 자유롭게 불러서 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용량이 작아서 여행 중 메모 남기기도 좋죠. 여행 다니며 txt로 메모나 기록을 하고, 돌아와서 txt 파일로 죽 빼서 문서 프로그램에 붙여서 정리하면 여행기 개요가 몇 번 깔짝깔짝 토닥토닥 한 것으로 간단히 다 완성되니까요. 문제는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에서 txt 파일 작성을 처음부터 지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제가 아이폰에서 txt 파일을 작성하기 위해 쓰는 앱은 Plain text 입니다. 물론 공짜죠. 이 앱을 켜면 이렇게 떠요. 참고로 당연히 인..

두 개의 장벽 - 23 아제르바이잔 바쿠

배가 항구에 정박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여권!" 배에 탈 때 여권을 걷어갔어요. 그 여권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어요. 이제 곧 내려야 할 텐데 여권이 없었어요. 똑똑똑 선원이 우리에게 내릴 준비하고 방에서 나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열쇠를 가져갔어요. 짐은 이미 깔끔히 다 쌌어요. 여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뿐이었어요. 일단 나오라고 해서 나갔어요. 출구쪽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배에 탄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배에 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는데 크게 북적이지는 않았어요. 단지 통로가 좁아서 그 적은 인원으로도 북적거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선원이 사람들 이름을 호명했어요. 호명된 사람이 선원에게 가면 무슨 종이쪼가리가 꼽힌 여권을 주었어요. 드디어 우리 차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실..

우즈베키스탄 라디오 주파수

요즘 라디오 듣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할 일 없이 멍하니 있을 때에도, 여행기를 쓸 때에도 항상 라디오를 켜놓고 있죠. 이 라디오는 한국에서 사온 라디오에요. 여기 오기 위해 산 것은 아니고, 예전에 외국 여행을 단 한 번도 못 갔던 때에 외국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단파 방송이라도 듣자고 동대문 벼룩시장 가서 구입한 거에요. 크기가 작아서 그냥저냥 잘 써먹고 있답니다. 우즈베키스탄 라디오 주파수는 다음과 같아요. 주파수 (MHz) - 방송국 (볼드체) - 지역 87.9 Kanali Toshkent Toshkent 87.9 Kanali Toshkent Toshkent 88.4 Navruz FM Toshkent 88.4 Navruz FM Gulistan 88.4 Navruz FM Jizzax 90..

우즈벡어 voyvoylamoq

언어와 문화는 절대 떨어질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우즈벡어도 당연히 이 지역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많이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즈벡어 단어들 중 하나가 바로 voyvoylamoq (키릴 : войвойламоқ)이에요. 이 단어의 뜻은 '아이구 아이구 하다', '어머머 어머머 하다' 쯤 되요. 직역하자면 '보이'를 말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voy란 무엇이냐? 바로 '아이구', '어머머' 라는 의성어에요. 이거 매우 중요한 단어에요. 흔히 듣는 소리거든요. 우리가 '에구구구' 할 때 우즈벡인들은 '보이 보이 보이 보이' 이래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 voy 와 관련된 재미있는 유머가 있어요. 한 여자가 시집을 갔어요. 시집을 가..

두 개의 장벽 - 22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얼마나 머무를 수 있지?' 배에 누워 있는데 마음이 무작정 편하지는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데다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숙소비 비싸기로 유명한 곳. 친구가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저렴한 숙소는 딱 한 곳 밖에 없다고 했어요. 론니플래닛 구 버전 (2012년 최신판 나왔음)에 나온 저가 숙소는 죄다 없어졌어요. 당장 숙소비가 문제였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아제르바이잔은 돈과의 싸움이었어요. 남아 있는 달러는 얼마 안 되었어요. 이 돈으로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해진 일정까지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귀국일은 2012년 7월 16일이었어요. 7월 16일까지 버텨야 하는데 물가 비싼 아제르바이잔에서의 일정은 오히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

타슈켄트 시내버스 버스표

우즈베키스탄에서 TV를 보면 가끔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공익광고가 나와요. 그 공익광고에서 사람들이 버리는 것은 담배꽁초, 해바라기씨 껍질, 그리고 '버스표'에요. 타슈켄트 버스표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버스를 무임승차하는 건 어려워요. 왜냐하면 차장이 돈을 걷어가기 때문이죠. 차장에게 돈을 내면 손에 들고 있던 버스표에서 버스표를 찍 찢어서 주어요. 그래서 인쇄된 면이 잘 남아 있는 버스표를 받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 버스표를 언제 쓰냐? 승객 입장에서는 쓸 일이 전혀 없어요. 돈을 차장이 직접 걷어가기 때문에 승차권이 돈을 지불했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없어요. 승차권을 사서 타는 게 아니라 돈 내면 받는 거라 정말 승객 입장에서는 쓸모없는 것이죠. 하지만 ..

우즈베키스탄 가요 - Dilso'z - Meni eslama

라디오를 듣다 좋은 노래들이 나오는데 제목을 몰라 계속 기다리기만 하고 있어요. 그러다 근성으로 인터넷 패킷 아까운 줄 모르고 유투브 들어가서 오랜만에 노래를 뒤적였어요. 오늘 소개할 우즈베키스탄 노래는 Dilso'z 의 Meni eslama 입니다. 뮤비 자체는 그렇게 큰 특징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흔한 줄거리의 뮤비이죠. 가락은 우즈벡 색채가 나는 가락이에요. 가사와 가락의 조화가 실제 우즈벡어와 꽤 비슷해요.

두 개의 장벽 - 21 투르크메니스탄 결산

갑판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다시 객실로 들어왔어요. "사람 더 들어올까?" "글쎄..." "왠지 안 들어올 거 같지?" "그렇기는 해." 사람에 비해 객실이 많았어요. 게다가 우리는 외국인에 동양인. 러시아인이라면 투르크메니스탄인, 또는 아제르바이잔인과 섞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왠지 우리 방에는 사람을 더 집어넣을 거 같지 않았어요. 더 들어온다 해도 상관 없었어요. 둘이 마땅히 할 것도 없었거든요. 2층으로 올라가 시트를 깔고 드러누웠어요. "자려고?" "좀 누워 있게." 어제 에어컨에 시달려 몸도 안 좋고 잠도 설쳐서 피곤했어요. 친구는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했어요. 창문으로 바다 냄새가 들어왔어요. 이 얼마만에 맡아보는 바다 냄새냐. 작년 여름에 잠깐 내려갔다 왔으니까 바다 냄새 못 맡은지..

두 개의 장벽 - 20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바쉬

"여권!" 11시. 경찰이 대합실 사람들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어요. "무슨 여권 검사하나?" 경찰은 단순히 여권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여권을 싹 걷어갔어요. 20명 채 안 되는 인원들이 끼리끼리 무리지어 있었는데 우리는 3등 했어요. 1, 2등 모두 그룹. 1등은 러시아 여권을 건넨 가족. 딸 한 명과 대머리 러시아 남자와 여자였어요. 2등은 투르크멘인 무리. 3등은 우리였어요. "오늘 가기는 가나 보다!" 이 지루함. 이 추위. 이 콧물. 이것들로부터 드디어 해방인가? 이 나라는 들어올 때도 기다렸는데 나갈 때도 기다리는구나. 다시 한 번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렸던 그 기다림들을 떠올렸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악몽 같던 나날들. 제발 비자 나오라고 빌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