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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장벽 - 에필로그

이번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쉽다면 아주 쉽고 어렵다면 아주 어려운 여행이었어요. 최소한 적당히 행운과 불운이 겹쳐서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지지 않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여행 계획, 비자 문제, 투르크메니스탄 국경까지는 혀 빼물 정도로 어려웠어요.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처음부터 하도 일이 꼬여서 때려치기엔 너무 억울했거든요. 적당히 꼬여야 포기하든 할텐데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꼬이기만 엄청 꼬여서 오기로 버텼어요. 7박35일 때에도 별 다른 준비와 정보 없이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어요. 그때도 정보 없이 가기는 했지만 이 여행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때는 제가 정보를 찾을 노력도 안 기울이고 그..

두 개의 장벽 - 45 바쿠에서 다시 타슈켄트로

"야, 빨리 일어나!"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깨웠어요. 2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아마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을 거에요. 잠을 조금 자나 싶었는데 친구는 저를 흔들어 깨웠어요. "왜!" "택시기사 왔어!" "몇 시인데?" "8시!" 전날. 우리는 택시기사에게 아침 11시 25분 비행기이니 호스텔에 8시에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택시기사는 공항까지 금방 가니 아침 9시에 오겠다고 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9시에 바로 출발하면 2시간 즈음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그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래서 9시에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아무 말 없이 아침 8시에 왔어요. 택시기사는 자기는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짐 끌고 그쪽으로 오라고 말하고 호스텔에서 나갔어요. 친구가 빨리 준비하라고 재..

우즈베키스탄 배낭여행 -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즈베키스탄에 있으면서 한국에 계신 지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우즈베키스탄에 가 보고는 싶은데 왠지 여행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저도 처음 여기 올 때에는 약간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여기가 여행하기 힘든 이유라면 영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때문이죠. 언어가 안 통해서 오는 문제가 조금 있기는 하나 관광객 입장에서는 물가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편도 아니에요. 먼저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위한 준비단계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비자 및 초청장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비자를 받아야 입국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초청장을 받아야 하구요. 즉 초청장을 받아야 그 초청장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두 개의 장벽 - 44 아제르바이잔 바쿠

오늘은 뭐하지? 아직 실내는 어두웠어요. 돌아갈 날이 내일이라 일찍 일어나지는구나. 짐 싸는 거야 금방 싸겠지? 짐을 한 두 번 싸본 것도 아니니까. 여행 가기 전에도 짐은 후다닥 싸는데 이 정도 쯤이야. 무게를 맞추기 위해 친구 짐과 섞어서 싸긴 해야 하지만 정 안 되면 친구 짐까지 내가 싸 버려야지. 둘 다 부서질 것은 없으니 책만 잘 나누어 넣고 나머지는 다 쑤셔박고 때려박아도 돼. 짐 싸고 나서 무엇을 할까? 그냥 시내나 돌아다닐까? 아니면 바쿠 외곽에 있는 예쁜 모스크? 세데렉 시장? 전날 오늘은 푹 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오늘이 되자 그냥 얌전히 집에서 쉬기는 뭔가 아쉬웠어요. 여기를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초청장 받는 것도 문제고 비자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결정적으로 여..

우즈베키스탄 여행자 거주지등록

우즈베키스탄은 여행자도 반드시 거주지등록을 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거주지등록을 어길 경우 벌금이 3000 달러이죠. 그리고 이것은 계도 없이 바로 벌금이 나갑니다. 안 걸리고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걸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거주지등록 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곳은 동부에서 타슈켄트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검문소와 타슈켄트 지하철 역입니다. 타슈켄트 지하철 역은 수하물 검사를 하는데, 이때 거주지등록 조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거주지등록은 흔히 OVIR 가서 하라고만 나와 있는데 여행자들은 꼭 오비르 가서 할 필요가 없어요. 호텔 및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에 가면 여권과 같이 거주지등록을 해 줍니다. 여권을 복사하고, 오비르에 전화를 해서 거주지등록을 대신 해 주죠. 이렇게 하면 오비르에 갈 필요가..

길을 걷다

여행중에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길이 아닐까 한다. 특히 도로 상태가 안 좋다면 더욱 더, 몸이 안 좋다면 더욱 더 많이 보게 되는 게 바로 길바닥 아닐까. 여행중에는 길바닥을 보며 특별한 생각이 안 든다. 생각보다 느낌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지난 여행을 하나 하나 생각하면 길바닥을 보며 걸었을 때 간간이 했던 생각이 더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떠올리며 말하기 어려워지지만, 그때 그 생각은 다시 말하려 하면 그때 그 생각이 선명히 되살아난다. 굳이 지금 여행을 못 가더라도 일상을 여행이라 느낀다면 그것도 하나의 여행일 것이다. 반드시 특별한 곳에 가야만 여행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서 한 발짝 떠나서 이방인처럼 바라본다면 매일 걷는 거리..

두 개의 장벽 - 43 아제르바이잔 바쿠 현충공원

모스크 구경을 마무리하고 현충공원으로 향했어요.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었어요. 현충공원에서 보는 아제르바이잔의 타오르는 푸른 불...저 건물은 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저게 진짜 타오르는 불이었다면 진짜로 볼 만 했겠죠. 정말 다행히도 진짜 타오르는 불이 아니에요. 푸른 불이라...국장의 불꽃 색깔은 붉은 색인데 저것은 푸른 색. 저 건물을 진짜 붉은 색 유리로 만들었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보기에는 나쁘지 않겠지만, 여름에는 정말 보기만 해도 더 덥게 느껴졌겠지? 붉은 색 건물이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멀리서 보았을 때 거대한 불이 도시를 덮치는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곳이 현충공원인 이유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때 전사 및 사살된..

두 개의 장벽 - 42 아제르바이잔 바쿠 셰히들릭 모스크

버스는 우리가 아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갔어요. 버스가 간 길은 큰 길이 아니라 이맘 후세인 모스크 옆 길로 들어갔어요. "이 버스, 원래 여기로 다니는 버스 맞나?" 이맘 후세인 모스크 주변은 버스가 다니게 생긴 길이 아니에요. 물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만 버스가 다니기에는 일단 길이 너무 좁았어요. 오늘도 현충공원으로 가는 무료 전동차가 운행하지 않는 것과 버스가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맘 후세인 모스크에서 내려서 현충공원까지 걸어가기에는 가깝지 않은 거리. 게다가 지금은 낮이라 그렇게 걷기에는 더웠어요. 버스는 동상이 있는 로타리에서 공원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더니 버스를 세웠어요. '혹시 여기에서 내려서 가라는 건가?' 다행..

가을철 타슈켄트 일교차

드디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도 가을이 찾아왔어요. 일교차가 큰 우즈베키스탄. 요즘은 특히 일교차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요. 낮은 초가을, 밤은 늦가을을 보여주는 일교차. 낮에는 그냥 저냥 살 만 해요. 아직 긴 팔을 입기에는 따스한 날씨. 그러나 밤이 되면 추워요. 새벽에는 정말로 추워요. 그래서 전기장판을 벌써 꺼냈답니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가 올까 말까 계속 눈치를 보고 있네요. 여러분, 모두 가을철 감기 조심하세요!

블로그 글자색 및 줄간격 수정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에는 그렇게 블로그 글자색과 줄간격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기를 올리면서부터 글자색과 줄간격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어쩔 때에는 나도 볼 때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이런 점은 특히 나중에 쓴 여행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처음에 쓴 여행기보다 나중에 쓴 여행기로 갈 수록 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글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왠지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내 글을 읽기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 번 수정해 보았다. 스킨 자체를 바꿀까 하다가 그건 애드센스도 다시 달아야하고 이래저래 손댈 게 많아질 것 같아서 보류. 글자색을 흰색으로 바꾸고 줄간격을 200%로 바꾸어보았다. 글자색을 흰색으로 바꾸니 읽기는..

우즈베키스탄 시장과 현지 적응도 측정

우즈베키스탄에는 시장이 많이 있어요. 타슈켄트 안에도 꽤 많은 시장이 있어요. 각 투만마다 시장이 1개 정도는 있는 듯 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식료품을 주로 파는 데흐콘 보조르 Dehqon bozori,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잡화 및 공산품을 주로 파는 부윰 보조르 Buyum bozori 에요. 전자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이고, 후자는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생각하시면 되요. 만약 이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과일과 야채, 향신료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데흐콘 보조르로 가야 해요. 부윰 보조르에서도 약간 팔기는 하나 제대로 볼 수는 없거든요. 이 글에서 다룰 것은 데흐콘 보조르에요. 이 데흐콘 보조르는 몇 개 구역이 나누어져 있어요. 대충 분..

두 개의 장벽 - 41 아제르바이잔 바쿠

잠 못 드는 밤. 이제 여행이 진짜 끝나간다는 것이 진짜 실감났어요. 그 생각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모레면 돌아가는구나.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요. 정말 다행이에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내가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것은? 이것은 꿈 속의 꿈. 정말로 행복한 꿈.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 꿈 속으로 돌아가기. 사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것에 비한다면 별 거 아니에요. 그러나 아무리 꿈 속이라도 행복한 꿈 속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리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자각몽이라 하더라도 그 꿈이 즐겁다면 깨고 싶지 않은 것 처럼요. 마음이 심란하니 잠이 오지 ..

두 개의 장벽 - 40 아제르바이잔 바쿠 중앙우체국

중앙우체국에 가려고 한 이유는 혹시 아제르바이잔 전통의상 우표가 있는지 보러 가기 위해서였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중앙우체국에서 수집용 우표를 따로 팔아요. 단연 우즈베키스탄 뿐만 아니라 체코,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타지키스탄에서도 그랬어요. 알바니아는 직접 중앙우체국에 가본 것은 아니지만 티라나에서 간 우체국에서 수집용 우표 사려면 중앙 우체국에 가라고 알려주었어요. 중앙우체국 가서 우표를 사면 좋은 점이 거리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싸요. 우리나라는 아예 액면가에 팔구요. 아까 우체국에서 중앙우체국은 이쪽에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대학교는 그냥 본 거 하나 늘리고 시간 때울 셈으로 간 거에 비해 여기는 보다 확실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찾자마자 재빨리 우체국을 찾기 시작했어요. "중앙우체국..

우즈베키스탄 마티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을 잘 아는 이유가 몇 가지 있어요. 물론 가장 큰 것은 많은 우즈벡인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가기 때문. 시골에서는 한달에 100달러 버는 집도 허다한데 한국 가면 한 달에 1000달러 이상 송금해주니 '한국으로 일하러 간다 = 인생역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두 번째는 바로 '대우'. 이 나라는 삼성보다도 대우가 더 유명한 나라. 그 이유는 이 나라에 대우 자동차 공장이 있기 때문이에요. IMF 때 대우 그룹이 부도가 났는데, 이 나라 자동차 공장은 계속 가동되었어요. 아마 정부에서 억지로 돌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대우 자동차가 많이 돌아다녀요. 그리고 이 대우 자동차들은 종종 택시로 많이 사용되죠. 그리고 이런 자동차 종류가 아예 택시 종류로 이름..

여기 와서 고장난 전자제품

내 손에 들어온 전자제품이 문제일까, 내가 전자제품을 험하게 쓰는 것일까? 종종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여기 와서 내가 여기 올 때 들고온 전자 제품은 모두 한 개씩은 문제가 생겼다. 그나마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거라면 아이팟터치가 유일하다. 일단 아이폰 3GS. 이건 아예 고장났다. 영원히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아버렸다. 여기 심도 못 읽고 한국 심도 못 읽는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와이파이는 아직 잘 잡고 있기 때문에 아이팟터치처럼 써먹을 수는 있다는 것. 여기서든 한국에서든 핸드폰을 하나 구해야 하는데 쉽게 구해지지가 않는다. 이번에는 안드로이드로 써보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기종을 여기에서 중고로 구하려고 하니 없다고 한다. 그 다음은 디카인 후지필름 HS10. 이건 CCD..

두 개의 장벽 - 39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립 대학교

밤새 자다 깨다 반복했어요. 조금 자다 깨어났고, 또 조금 자다가 깨어났어요. 오랜만에 자판기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그럴 리는 전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자판기로 커피를 뽑아 마시지 못했을 뿐이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믹스 커피는 항상 잘 마시고 있었어요. 단순히 커피 한 잔 마셨다고 잠을 못 자는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불빛 때문에? 책을 볼 수 있는 불빛이었지만, 그렇다고 신경쓰이게 밝은 불빛은 아니었어요. 책도 불빛에 비추어야 보이는 것이지, 그냥 책 읽듯 보면 안 보일 정도의 불빛. 그 정도 불빛에 일어날 저라면 늦잠 때문에 고민하는 일도 없죠. 이것도 아니고. 결론은 오직 하나. 낮에 아파서 쓰러져 있었더니 잠이 안 오는 것. 그래서 조금 자다 깨어나고 조금 자다 깨어나고를 반복한 것이라 ..

타슈켄트에서 본 추석 보름달

오늘에야 추석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지인들에게 추석 인사하고, 그 외 개인적인 일을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7시. 창밖을 보니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었어요. 한가위 기분은 하나도 나지 않지만 보름달을 보니 한가위가 맞기는 맞나 보아요. 이 보름달이 높게 떠서 그런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다른 때 보았던 보름달보다 크기가 작네요. 진짜 크게 뜰 때에는 엄청 크게 뜨는데요. 그렇게 큰 보름달이 뜰 때마다 '이것이 한국보다 남위도에 위치한 나라의 달'이라고 좋아했는데 지금 창밖에 떠 있는 달은 그냥 한국에서 보던 달 크기네요. 모두 남은 한가위 연휴, 그리고 개천절 즐겁게 잘 보내세요!

여행 완료

드디어 잘 돌아왔다. 돌아오니 무언가 진한 아쉬움이 또 남는다. 이번에는 갑자기 무리해서 그런지 다리가 더 여행을 하려고 해도 하기 어려운 정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끝나버렸다는 생각만 든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짐을 대충 정리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다시 할 일을 해야지. 일단 블로그에 댓글 30개부터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드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사진 정리도 하고 여행기도 하나 하나 올리기 시작하고, 할 일도 다시 해야겠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내일 하루는 여기 국경일이니 푹 쉬고 모레부터는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한국은 지금 추석이라는데 나는 오늘 기차 타고 타슈켄트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p.s. 매우 많이 늦었지만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지금 여행중

지난 여행기를 다 올리지도 못햤는데 지금 또 여행중이다. 이게 올해 마지막 여행이 될 지 아닐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왠지 이 여행기를 다 쓰면 올해도 끝날 때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미 이번 여행을 다녀와 쓸 여행기의 제목은 정해 놓았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쓸 여행기 제목은 '해야 했던 숙제'. 원래는 '마지막 숙제'라고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숙제'라는 제목으로 쓰려니 여러 문제가 있었다. 만약 정말 마음이 바뀌어서 마지막으로 남은 주변 국가인 카자흐스탄이나 키르기즈스탄을 가게 된다면? 그리고 왠지 '마지막 숙제'라고 하면 앞으로 다시는 외국을 가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내가 내 인생에서 꼭 가기로 한 곳들은 지금 가는 곳은 아닌데...내가 인생의 목표로..

두 개의 장벽 - 38 아제르바이잔 바쿠

아침에 일어났는데 콧물, 목 아픔. 어지러움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친구가 약 사줘서 먹고 다시 잤다. 오후 5시에 깨서 정신 차렸는데 우리가 자는 넓은 2인용 침대에 예약한 손님들 왔다고 혹시 비켜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비켜주었다. 원래 우리도 좁은 2층 침대에서 자야 하는데 우리보고 편히 자라고 넓은 침대 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엽서 2장 사고 밥 먹으러 갔다. 아제리에서는 엽서고 선물이고 암 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하게 된다. 친하게 지내는 아이는 타지키스탄에서 보낸 엽서 몇 글자 해석 불가라 해서 이번엔 작정하고 예쁘게 썼다. 학원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아이에게 썼다. 모처럼 예쁘게 글자 쓰려니 힘들었다. 투르크멘서 보낸 건 어찌 읽으려구. 그때는 서..

끝없는 우즈베키스탄 멜론의 세계

예전에 우즈베키스탄 멜론과 관련된 글을 썼어요. (http://zomzom.tistory.com/331) 이때는 우즈벡어도 지금보다 훨씬 못 했고, 무엇이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심지어는 '듸냐'가 그냥 멜론 - 즉 우즈벡어로 'qovun'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이때 '디냐'라고 썼던 것 역시 '한달락'의 일종. 한국 멜론과 비슷한 것으로 조금 늦게 나오는 종류래요. 제가 얼마나 무지하고 우즈벡어를 못 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이 글도 어쩌면 저의 일기이기 때문에 수정도 안 하고 방치중이에요. 참 부끄럽기 그지없지만요. 우즈베키스탄 여행 다녀오신 분들 글을 보면 우즈베키스탄 멜론이 종종 등장해요. 그런데 이 멜론에 대해서는 우즈벡어인 '코분', 또는 러시아어인 '듸냐'라고만 적을 뿐이라는 것이에요..

두 개의 장벽 - 37 아제르바이잔 바쿠 기차역

2012년 7월 11일의 아침이 밝았어요. 오늘은 일찍 일어났어요. 목에 가래가 껴서 잠에서 일찍 깨어났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전날보다 더 아프고 머리가 무거웠어요. 일어난 김에 일단 씻고 차를 끓여서 밖으로 나갔어요. 자전거 여행 중인 프랑스 아저씨가 드디어 출국한다고 하셨어요. 아저씨는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가는 배가 없어서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호스텔에 머물고 계셨었어요. 프랑스 아저씨는 체크 아웃한 후, 관청에 가서 벌금을 물고 배를 탈 거라고 자신의 일정을 알려주셨어요. 혹시 오늘 배가 뜨지 않으면 다시 호스텔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기며 호스텔에서 나가셨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보내지 못한 둘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한 명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한 ..

두 개의 장벽 - 36 아제르바이잔

꽤 춥다고 생각하며 잤어요. 두꺼운 이불을 덮지 않았다면 정말 추워서 잠을 들지 못했을 거에요. 친구가 깨워서 일어났어요. "목이 왜 이렇게 아프지?" "갑자기 왜?" "모르겠어. 목이 아파. 지금 일어나야 해?" "아니, 아직 여유 있어." "그러면 나 조금 더 누워 있을게." 목이 헐어서 그런지 아팠어요.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시 침대에 누웠어요. 조금 누워 있으면 금방 좋아질 것 같았어요. 어제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오늘은 또 다시 정말 맑은 날. 그래도 가는 날은 맑아서 다행이었어요. 아브토바그잘로 갈 때 어제 그 폭우가 내렸다면 정말 돌아가는 내내 고역이었을 텐데요. 보나마나 차에서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 것이고, 그러면 바쿠 도착하는 내내 추위에 시달려야 하니까요. ..

우즈베키스탄 학제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5~9학년 고등학교 칼리지 - 실업계 고등학교 리세이 - 일반계 고등학교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보면 학제가 햇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저도 종종 햇갈린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칼리지 나왔다고 우리나라에서 '대졸자'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칼리지는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입니다. 우리나라는 무조건 '고등학교'라고 하는 반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칼리지'와 '리세이'로 갈립니다. 리세이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가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요. 칼리지는 실업계 고등학교입니다. 먼 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 보면 '칼리지'가 프랑스에서는 중학교이고, 미국에서는 대학교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때는 그거 보고 그냥 그러려니 했었어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었을 때, 설마 이런 ..

두 개의 장벽 - 35 아제르바이잔 셰키

원래 예정대로 숙소 근처에 있는 유리 가가린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은 노천에서 먹게 되어 있었어요. "여기 비싸지 않을까?" "어쨌든 숙소비 아꼈잖아." "한 번 정도 여기 음식 먹어볼까?" 바쿠에서 외식은 상상도 못했어요. 너무 비싸서요. 그래서 레스토랑 같은 곳은 당연히 절대 안 갔어요. 우리가 항상 끼니를 때운 곳은 메르신 카페. MUM 옆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게다가 맛도 좋았구요. 정말 이럴 때 아니면 아제르바이잔 음식들을 맛볼 기회가 없었어요. 바쿠에서 먹는다면 정말 몇십 마나트 나올테니까요. 앞서 말했듯 1달러가 0.785 마나트 정도 되요. 1마나트가 0.785 달러쯤 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에요. 일단 한 사람 당 음식을 하나씩 시켰어요. 저는 ə..

두 개의 장벽 - 34 아제르바이잔 셰키 시내

이름으로 보아서 이 모스크는 셰키에서 가장 큰 중요한 모스크 아닐까 생각했어요. 항상 이런 생각이 딱 맞아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주메'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은 있는 모스크이거든요. 대박은 보장 못하지만 중박은 보장해주는 이름. 아잔이 울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친구는 안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혼자서 들어갔다 올까? 예배가 잠깐 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망설여졌어요. 제대로 구경하려면 예배가 끝나야 하는데, 예배가 짧지는 않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렇다고 무슬림들 예배드리고 있는데 들어가서 사진 찍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하구요. 정문 옆에는 이렇게 수돗가가 있었어요. 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모스크 건물 안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어요. ..

우즈벡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 우즈베키스탄 (2012.08.18) 본 소감

걸어서 세계속으로 - 우즈베키스탄편 (2012.08.18)을 보았어요. 보기 전까지는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이 우즈베키스탄이라 어떻게 찍혔을지 매우 궁금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욕을 한 바가지 했네요. 저라면 정말 이거 이렇게 만든 주범 찾아서 바로 해고해 버렸을 거에요. 이건 제가 본 걸어서 세계속으로 시리즈 가운데 정말 최악이었어요. 정말 보면서 왜 이따위로 찍었을까 계속 의문이 들었어요. 그냥 아무 여행자에게 캠코더 하나 들려주고 알아서 대충 찍어오라고 시켜도 이거 보다는 훨씬 잘 찍었을 거에요. 이제부터 이렇게 욕을 한 바가지 하며 본 이유를 설명할게요. 먼저 동선. 타슈켄트 - 히바 - 타슈켄트 - 차르박 - 타슈켄트 - 사마르칸트 - 샤흐리사브즈 - 사마르칸트 - 타슈켄트 이건 누가 봐도 멍청..

두 개의 장벽 - 33 아제르바이잔 셰키 구시가지

구시가지로 돌아가는 길은 칸사라이 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가는 길. 그러므로 길은 당연히 내리막이었어요. 매우 빨리 구시가지로 가는데 별로 힘들지도 않고 숨이 차지도 않았어요. 내려갈 때에는 올라갈 때와 달리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올 여유는 없었어요. 이제 시간이 늦었거든요. 성문 앞에서 사진 찍었을 때가 저녁 5시 50분. 하늘만 보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아 보였지만 시간을 확인해보면 그렇지 못했어요. 카라반사라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53분이었어요. 내리막길이라고 신나게 내려왔더니 3분만에 내려왔어요. "이제 천천히 가자." 친구가 천천히 가자고 했어요. 저도 빨리 갈 마음이 없었어요. 카라반사라이부터는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거든요. 카라반사라이는 대상들이 머물던 숙소에요. 지금도 ..

글 정리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4개월 조금 더 남았다. 이 블로그를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되어 간다. 우즈베키스탄에 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 이 블로그는 조금 제대로 돌아간다 싶은데 관리 못하겠구나...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여기 와서 지금까지 내가 했었던 블로그 가운데 가장 열심히 잘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이루고 가야한다는 조바심, 그리고 그것을 위해 주변을 정리하며 하나하나 이제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 그와 더불어 한국 가서는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하는 고민. 요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절반 이상 자리잡고 있다. 그러고보면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것은 2006년 3월이었다. 그 후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운영하고 글을 남겼다. 어떻게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