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제게 그것은 단순히 추워졌다는 의미 뿐이 아니에요.
식비 지출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여름에는 우즈베키스탄 물가가 매우 저렴해요. 관광객이야 큰 영향을 못 받지만, 현지 살면 여름에는 물가가 정말로 저렴하답니다. 과일도 많이 나오고 야채도 풍부하거든요. 그런데 이 쓸모 없는 겨울이 오면서 과일도 싹 들어가고 물가는 올라가고 있어요. 아직 과일이 다 들어간 것은 아니랍니다. 지금은 사과와 감이 나와요.
그나마 마지막까지 힘을 내주고 있는 것은 포도.
우즈베키스탄에는 매우 다양한 포도 종류가 있어요. 포도 우표가 나왔었는데, 그때 7종류인가 나왔었어요. 그 우표를 구해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보기만 하고 구하지는 못했답니다.
제가 여기에서 주로 먹는 포도는 Oq Husayn - 오크 후사인이라는 포도에요.
이 포도가 바로 Oq Husayn 이에요. 특징은 손가락 마디처럼 매우 길다랗다는 것이에요. 저장성이 좋고 (전에 '좀비 포도'라고 올렸던 포도가 바로 이 포도입니다) 당도는 매우 높아요. 그리고 산도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포도 특유의 향도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씨는 씹어먹을 수 있는 정도. 씨는 약간 떫은 듯 하기도 하고 쓴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별로 안 강하기 때문에 그냥 씹어먹어도 포도 맛을 크게 떨어트리지 않아요. 씨를 씹어먹을지 뱉어먹을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에요. 딱딱해서 못 씹어먹을 정도는 아니랍니다.
제가 이 포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포도가 다른 포도 종류들보다 더 달기 때문이죠. 맛이 가장 달고, 저장성이 좋아서 이번 여름 많이 먹었죠. 하지만 이 포도를 골라내는 법을 알아내기까지 몇 번 포도를 잘못 사서 썩어서 버리기도 했어요. 이것처럼 생긴 다른 청포도도 있거든요. 즉, 유사 종류가 판치기 때문에 정말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다른 종류를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종류는 Oq Husayn 만큼 저장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Oq Husayn인 줄 알고 사서 냉장고에 넣고 느긋하게 먹으려고 하다가 나중에 썩은 것을 보고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이 포도는 정말로 알이 가늘고 길며, 살짝 굽은 느낌이 있는 알을 가진 포도랍니다.
포도도 이제 들어간다니 그저 아쉬울 뿐이에요. 봄여름가을여름이면 참 풍성한 과일을 먹을텐데 겨울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