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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우화 - 여우와 진드기

이 동화의 교훈은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분명 진드기는 피도 조금 빨아먹었을 듯 해요. 여우와 진드기 옛날 옛적에, 여우와 진드기가 친구가 되어서 밀을 재배했습니다. 그러나 같이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직하지 못한 여우는 "내 머리가 아파, 내 배도 아파, 크므즈를 마시고 오지 않을 수 없어"라고 여름목장에 가버렸습니다. 진드기는 혼자 스스로 밀에 물을 주고, 수확해 탈곡했습니다. 어느날, 여우는 쌓여 있는 붉은 것을 본 후,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드기를 속여서, 곡물을 모두 내 것으로 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우는 진드기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진드기야, 이것을 나누어 갖는다고 법썩떨지 말자. 그것보다, 시합해서, 우리들 중 누가 이긴다면, 우리들 중 그가 밀을 전부 갖..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 - Qovurma manti

이번에 소개할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은 Qovurma manti '코부르마 만트'입니다. 이 음식은 이름 그대로 기름으로 튀긴 우즈베키스탄 전통 만두랍니다. 이 음식에 대해 특별히 별도의 이름은 없지요.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기름에 볶거나 튀긴 것은 qovurma 라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 전통 국수인 라그몬도 앞에 qovurma 가 붙으면 '볶은 국수'가 되는 것이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방법은 쪄낸 후 튀기는 방법으로 우리가 아는 지극히 평범한 방법이랍니다. 하지만 원래 방법은 튀긴 후 쪄내는 것이라고 하네요. 만두 20개 만들기 위한 재료 만두 속 고기 (쇠고기 또는 양고기) 400g 양파 400g 동물 지방 200g 소금 및 향신료 - 취향에 따라 적당히 볶기 위한 기름 만두 피 밀가루 300g..

타지키스탄 전래동화 - 여우와 늑대

전래동화를 보면 늑대는 거의 100% 멍청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혹시 사자나 호랑이와 늑대가 같이 나오면 거기에서는 똑똑한 짐승으로 그려질까요? 영리한 여우와 멍청한 늑대 어느 날, 여우와 늑대가 친한 친구가 되어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침 출출하던 차에, 그들 앞에 과수원이 나타났습니다. 과수원 담장은 견고했고, 담장 위에는 가시가 있어서 담장을 뛰어넘을 수 없었습니다. 여우와 늑대는 과수원 주위를 뱅글뱅글 돌다가 과수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찾아내었습니다. 이 구멍은 여우가 통과하기에는 널널할 정도로 컸고, 늑대가 통과하기에는 약간 좁았습니다. 그래서 여우는 안으로 쉽게 들어갔고, 늑대는 겨우 들어갔습니다. 과수원 안에는 다양한 포도와 색색의 과일들이 있었습니다. 영..

아제르바이잔 바쿠 처녀의 탑 명칭 유래

아제르바이잔 상징이라면 아마 0순위가 이것일 거에요. 바쿠에 가면 꼭 가게 되는 곳이지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이 남대문, 석굴암, 한라산 같은 것이듯 아제르바이잔도 이렇게 자기들을 대표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처녀의 탑이랍니다. 바쿠 관광은 이체리셰헤르가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이체리셰헤르에서 대표적인, 그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유적이 바로 이 처녀의 탑이거든요. 이것만큼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배 타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들어올 때에도 보인답니다. 그런데 이것은 왜 하필 이름이 '처녀의 탑' 일까요? 그냥 외국인이 막 붙인 이름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어로 Qız Qalası 에요. 그들 말로도 '처녀의 탑' 인 셈이죠. 제가 들은 이야기는 2개..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파샤와 베루니

이 이야기는 '아부 라이혼 베루니' 라는 실제 인물이 등장한답니다. 아부 라이혼 베루니는 티무르 제국의 유명한 학자였죠. 이런 유형의 이야기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꼭 쓸 데 없는 질문으로 골탕먹이려고 하는 윗사람이 있고, 그가 내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이 아닐까 하는 것이랍니다. 단순 계산 문제도 아니고 '내가 뭘 선택할지 맞추어봐라' 라고 물어보는데 그걸 뭔 수로 맞추어요. 진짜 이런 쓸 데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느 날, 파샤가 명성이 높은 학자인 아부 라이혼 베루니를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부 라이혼 베루니를 자기 앞으로 불렀습니다. "어디 말해보거라, 나는 문간방에 있는 네 개의 문 중 어느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느냐?" 파샤..

카자흐 민족의 관용어 '쓴쑥에는 고향의 향기가 있다' 의미

카자흐스탄 국어 교과서를 읽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나왔어요. 그것은 바로 카자흐 민족의 관용어 중 하나인 '쓴쑥에는 고향의 향기가 있다' 의 유래였어요. 원문은 Жусанда туған жердің иісі бар 에요. жусан 은 사전을 찾아보니 '쓴쑥, 압생트' 라고 하더군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이렇게 생긴 식물이래요. 사진 출처 : http://innature.kz/articles.php?article_id=1493 이 말은 베이바르스 술탄과 관련이 있는 말이랍니다. 사진 출처 : http://news.nur.kz/265124.html 베이바르스 술탄은 이집트 맘룩 왕조 4대 술탄입니다. 참고로 맘룩 왕조는 아랍 역사에서 흑역사 취급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압바스 왕조가 몽골의 침입으로 무너진..

키르기스스탄 우화 - 똑똑한 늑대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똑똑한 늑대' 랍니다. 그러고보면 늑대가 똑똑하게 나오는 이야기는 정말 없는 것 같아요. 동물은 아직도 어떻게 그려야할지 참 난감하네요. 동물들에 대한 머리 속 이미지가 별로 없다 보니 그릴 때에는 이래저래 생각하는데 결국 엉망인 그림이 나와버려요. 똑똑한 늑대 어느 날, 배가 고파진 늑대가 길에서 하얀 염소와 마주쳤습니다. "하얀 염소야,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왜?" "나는 배고프거든. 그래서야." 그러자 하얀 염소가 늑대에게 애처롭게 부탁했습니다. "늑대야, 나를 놓아줘. 나를 먹지 마. 나를 봐. 나는 너무 야위어서 먹을 게 없어. 내 고기는 질기고 지방이 적어. 내 피는 고작 한 숟가락에 불과해. 저기 습지에 나보다 훨씬 먹을 것도 많고 맛있는 암말이 빠져 있어. 그..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 - Tuxum barak

Tuxum barak 은 달걀로 만든 음식이랍니다. tuxum 은 우즈베크어로 '달걀' 이라는 뜻이지요. 이 음식은 호라즘 (히바 및 그 주변), 부하라, 나보이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으로, 각 지역마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만드는 법과 종류가 꽤 다양한 음식입니다. 부하라에서는 속에 토마토, 야채등을 집어넣고, 호라즘에서는 오직 우유, 식용유, 소금만 집어넣는답니다. 또한 이 속에 무엇을 같이 넣느냐에 따라 종류가 여러 종류가 되지요. 그래서 속에 호박이 들어가면 kadi barak, 감자가 들어가면 kartoshkali barak (감자 바락) 이라고 부른답니다. 계란 바락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과 같은 재료가 필요하답니다. 1. 반죽 밀가루 200g 계란 흰자 1개 물 100m..

아제르바이잔 아제리인 초등학교 1학년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

아제르바이잔은 카프카스 3국 가운데 조지아 (그루지야), 아르메니아와 달리 튀르크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요.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에 사는 아제리인보다 이란 북부에 사는 아제리인이 더 많기도 하지요. 카프카스 3국은 소련 시절 가장 먼저 소비에트 공화국 헌법에 국어로 자신들의 말을 명시한 국가들이에요. 이게 1970년대 일이랍니다. 그래서 러시아어가 잘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구 소련 지역이 바로 이 카프카스 지역이지요.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은 독립하자마자 전쟁을 거쳤고, 튀르크 민족주의가 강한 국가라서 아제르바이잔어 사용을 강력히 밀어붙여서 이 카프카스 지역에서도 가장 러시아어가 안 통하는 국가로 손꼽혀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아제르바이잔 관련 방송을 찍을 때 러시아어를 잘 아는 사람을 보내서 그 사람이 말 ..

제 글이 다음뷰 pick에 올라갔네요

어제 밤. 학원에서 퇴근하려는데 학생 하나가 호두 반 쪽을 주었어요. 수업 끝나기 전 쉬는시간에 애들이 호두 까먹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얘가 장난치는 건가' 하고 버리려는데 장난 치는 게 아니라 진짜 먹을 수 있는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껍질을 까고 먹었어요. 그때부터 갑자기 있지도 않았던 배고픔이 찾아왔어요. 호두 반 알 먹기 전에는 그냥 집에 가서 쉬면서 할 거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 반 알 먹는 순간부터 너무 배가 고파서 뭔가 먹고 집에 들어가야할 거 같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집 다 와서 너무 배고파서 근처 KFC 가서 징거버거 세트 하나 사먹고 돌아가는데 오히려 이거 먹고 더 배고파져서 결국 편의점에 갔어요. 원래 삼각김밥 하나 사먹고 올 생각이었는데 하필 삼각김밥이 없어서 햄버거 하나 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탈레반인 이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슈툰어를 사용하는 파슈툰족이 대부분이에요. 탈레반이 어떤 존재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요. 그만큼 유명하고 악명이 높지요. 시리아가 혼란스러워지기 전까지는 중동 뉴스를 안 좋은 뉴스들로 점령한 존재. 처음 이들이 신문에 등장했을 때에는 주목받는 존재는 아니었어요. 아프가니스탄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냉전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중앙아시아 독립국가들이 국가의 형태를 제대로 갖춘 후 어느 정도 많이 알려진 뒤의 이야기. 1990년대 아프가니스탄은 그냥 국제사회에서 잊혀진 땅이었어요. 이 글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므로 이런 이야기들은 이 정도로 하고, 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신문에 '탈레반은 아랍어의 학생에서 온 말이다' 라고 나왔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3G 속도 빠르게 하는 방법 - 메모리를 확보하자!

우즈베키스탄에서처럼 3G로 열심히 인터넷을 하고 있던 어느날. 3G 속도가 매우 느려졌어요. 그냥 느려진 거면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사용하겠는데 자꾸 접속 자체가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났어요. '폰이 벌써 고장났나?' 2년 약정 중 이제 1/4 지났는데 벌써 폰이 고장이라면 큰 일. 어쨌든 폰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3G 속도를 올리는 법을 알아보았어요. 인터넷에서 알아낸 방법은 HSUPA 를 HSDPA 로 바꾸는 방법이었어요. 하지만 이 방식은 속도 자체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추석, 설날 때 고속도로보다 빠른 국도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HSUPA 대신 HSDPA 로 옮기는 것. 해 보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어요. '아놔...뭐가 문제이지?' 머리를 굴리고 인터넷을 뒤지다 한 가지 중..

타지키스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타지크어 교과서

중앙아시아에는 다섯 나라가 있어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이죠. 이들 5개 국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국토가 넓지 않은데 그나마도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지로 되어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두 나라 모두 남쪽과 북쪽을 산맥이 가르고 있다는 것이에요.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유일하게 튀르크 언어가 아닌 페르시아어계에 속하는 타지크어를 사용하는 국가랍니다. 즉, 언어적으로 상당히 많이 달라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한국어와 영어 만큼 다른 것은 아니에요.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튀르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페르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교류가 많아서 어휘, 문법 면에서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누가 영향을 많이 주었냐고 물어본다면 ..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키르기즈어 교과서

국어 교육과 관련하여 중앙아시아 및 아제르바이잔에서 재미있는 점이자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점은 바로 '국어와 모국어가 일치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국어 교육'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바로 소련 시절 많은 러시아인들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이 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은 온갖 민족의 유배지로도 이용되었죠. 처음부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130개가 넘는 민족이 살았던 것이 아니라 소련 시절 소련 중앙정부에서 온갖 민족을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보내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민족들이 모여 살게 된 것이에요. 이렇게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보내진 민족 중 고려인도 있구요. 소련 붕괴 후 많은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모국인 러시아로 돌아갔어..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대사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며 가장 짜증났던 것은 바로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이 엉망이었다는 것이었어요. 빠진 단어는 당연히 많고, 뜻이 잘못된 것도 많았어요. 항상 사전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매일 '이놈의 사전, 한국가면 바로 버려버린다!' 이렇게 벼르고 있었죠. 나중에는 책장이 하나하나 떨어지더니 완전 걸레짝이 다 되어버렸어요. 위편삼절이 아니라 제본 부실이었죠. 진짜 열 받는데 더 열 받게 하는 그런 사전이었어요. 물론 지금 버리지 않았답니다. 냄비 받침으로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돈 주고 냄비 받침 살 필요가 없더라구요. 어쨌든, 사전이 너무 부실한 게 큰 문제였어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있는 동안에야 우즈베크인들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한국에 돌아가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한국 ..

삼육두유 메론 두유

종로에서 친한 형을 잠깐 만나고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음료수를 하나 살까?' 매일 커피만 타서 마시니 다른 게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집 아래 마트에 들어갔어요. 알로에 주스를 살까 식혜를 살까 잠깐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식혜가 더 나을 거 같아서 식혜를 꺼내었어요. "응? 이건 뭐지?" 식혜를 들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순간 눈에 확 들어온 게 있었어요. "살다살다 별 걸 다 보네." 이건 맛이 좀처럼 상상이 안 되었어요. 검은깨 두유까지는 보았을 때 '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지' 했는데 이건 전혀 상상도 못했던 것. 게다가 멜론? 멜론향 첨가인가? 멜론은 우리나라에서 비싼 과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나라로 멜론을 수출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 멜론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아..

깊은 밤의 노래 - 뒷 이야기 (40km 걸은 이야기)

30km 조금 넘게 걸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이왕이면 40km, 50km도 걸어보고 싶었어요. 올림픽에서 최장거리 운동은 50km 경보이죠. 얼마나 걸었는지 정확히 재어보기 위해 네이버 지도에서 길이를 재며 40km, 50km 코스를 만들어보았어요. 하지만 출발지점을 의정부로 놓으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이렇게 긴 거리를 걸을 때에는 아무래도 사람 북적이는 곳보다는 아예 걸으라고 만든 산책로를 따라 혼자 걷는 게 나아요. 그런데 의정부에서 중량천을 따라 걷는 것을 시작으로 하면 마땅히 좋은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코스를 만들려고 한다면 못 만들 것도 없지만, 문제는 다 걷고 집에 돌아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이렇게 코스가 길어지면 웬만하면 제가 아는 길로 가는 게 좋았어요...

깊은 밤의 노래 - 05 중량천에서 청계천 청계광장으로 가기

"이건 대체 뭐지?" 일단 다리를 따라 걸어보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았어요. 물은 콸콸 흐르고 다리도 복잡하게 여러 개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여기는 길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아무리 보아도 이 다리를 건너가는 것은 길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중량천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으로 돌아갔어요. '청계천으로 빠져야 하는데...' 머리가 살짝 복잡해졌어요. 큰 길로 올라가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야 하나? 만약 길을 못 찾으면 의정부로 걸어서 돌아가야 하는데...못 찾을 리는 없겠지? 정 안 되면 큰 길로 올라가서 길을 찾으면 되겠지.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확대해 보았어요. '일단 청계천이랑 중량천이 이어져 있으니까 다리는 절대 건너면 안 될테고...그냥 일단 땅으로만 가다 보..

깊은 밤의 노래 - 04 중량천을 따라 한국외대에서 한양대까지 가기

"아우...이제야 외대네." 의정부까지 11.9km 외대역앞 0.5km 서울숲 9.1km 서울숲은 중량천 끝. 그러나 저는 서울숲을 갈 것은 아니었어요. 어쨌든 서울숲까지의 거리보다는 훨씬 더 걸어야 했고, 의정부까지 11.9km 보다는 훨씬 더 걸어왔어요. "이제 반 정도 왔나?" 일단 쉬기로 했어요. 의정부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앉아서 쉬지 않았어요. 잠깐 사진 찍으려고 멈추어 선 것이 전부. 벤치에 앉으니 발바닥이 얼얼했어요. "반도 못 온 거 같은데..." 실제로는 절반을 넘겼지만 절반을 채 못 넘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진짜 무지막지한 거리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 외대까지가 전체 거리의 절반보다는 안 되는 거리라고 판단을 한 이유는 이 주변 구간은 ..

깊은 밤의 노래 - 03 중량천 타고 의정부에서 한국외대까지 가기

"드디어 서울 들어왔다!" 매우 기뻐서 카톡을 보냈더니 모두가 축하해주었어요. 일단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가기'는 성공했어요. 일단 경기도 경계는 넘었으니까요. 서울이라고 해서 반드시 보신각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단 평소에 궁금해했던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가기'는 완수했어요. 걸린 시간은 약 한 시간. "의정부에서 서울 엄청 가깝잖아!" 의정부와 서울은 정말 아주아주 가까워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두 도시는 딱 붙어 있거든요. 도 경계 즈음에서 출발했다면 1분 안에 서울에서 의정부를 갈 수도 있어요. 단지 의정부 어디에서 서울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 일단 의정부역에서 의정부-서울의 경계까지는 걸어갈 만한 거리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23시 56분에 통과한 이 지점이 의정부-서울 경계 ..

깊은 밤의 노래 - 02 중량천을 따라 의정부에서 서울 들어가기

"30km 쯤이야!" 산길 30km면 이건 하루에 끝내는 게 불가능해요. 산길은 산을 잘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충 1시간에 1km 잡으면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그냥 주구장창 평지를 걷는 것. 제 예상 시간은 8시간 정도였어요. 보통 한 시간에 4km 걷는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잘 모르는 길은 한 시간에 3km, 익숙한 길은 4km 정도 가요. 이 길은 거의 모르는 길이니 한 시간에 3km 가야 한다고 잡아야겠지만, 방향을 찾아야할 이유도 없고, 흐름을 끊는 신호등, 차도도 없었어요. 게다가 산책로를 걷는 거라서 다른 행인 때문에 속도를 못 낼 일도 없었구요. 즉, 일반적인 길보다는 훨씬 빠르게 갈 수 있기는 한데, 거리가 거리인 만큼 나중에 속도가 팍팍 떨어질 걸 감안해서 8시간 정도면 되겠다 ..

깊은 밤의 노래 - 01 의정부역 - 중량천

의정부에 방을 잡은 후, 의정부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이 제게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형, 나중에 같이 한 번 걸어볼까요? 중량천 따라서 가다가 청계천 타고 청계광장까지 같이 걸어요." "응." 동생과 나중에 한 번 걸어보기로 했지만 직접 걷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동생이 매우 바빴거든요. 게다가 혼자 걸어보려 했으나 의정부를 워낙 안 돌아다녀서 중량천조차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도 제 일이 있었구요. 이래저래 밍기적거리다보니 어느덧 계절은 여름이 되어 버렸어요. 이번해, 의정부는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려서 장마철에는 감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냥 매일 비가 주구장창 내렸고, 그 비가 조금 온 것도 아니라 많이 퍼부어서 중량천이 산책로까지 잠겨버리기도 했어요. 비가 멎으니 이제는..

터키인들은 거짓말쟁이? - 터키어의 미래 표현

외국어를 공부할 때 당해봐야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골탕 몇 번 먹어보아야 '아...그게 그런 의미구나'라고 깨우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죠. 즉 절대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몇 번 현지인들에게 속고 당했다고 생각해야 깨우치게 되는 표현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문제는 이게 현지인들이 진짜 속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쓰는 용법인데 그걸 몰라서 오해한다는 점이죠. 예를 들면 우리말에서 '언제 한 번 만나자' 라는 말이 있어요. 우리말에서는 시간을 매우 부정확하게 말해서 '되면 하고 아니면 말고'를 표현해요. 그래서 '0월 0일에 만나자'와 '한 번 만나자' 는 내포하는 의미가 매우 다르죠. 그냥 '한 번 만나자'라고 말하고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는데 먼저 연락 안 한다고 무책임한 인간이라..

여러분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여러분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이 인형들은 타지키스탄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들이랍니다. 평소에는 둘이 껴안은 형태로 상자에 집어넣어 놓고 있지요. 모처럼 꺼내보았어요. 타지키스탄 전통의상인데 우즈베키스탄 전통의상과 매우 비슷하답니다. 차이점이라면 여자의 땋은 머리 - 코클이 두 갈래라는 점이지요. 코클은 원래 여자들이 긴 머리카락을 감기 어려워서 땋아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미혼 여성은 가늘고 여러 갈래, 기혼 여성은 굵게 두 갈래를 만든다고 해요. 하지만 타지키스탄은 전부 굵게 두 갈래를 만들죠. 그 외에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과 거의 똑같아요. 그러나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우즈베크인과 타지크인이 양쪽 국가에 많이 섞여 살고 있거든요. 오래전부터 서로 섞여 살고 교류..

추석 연휴 전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시장

이번 추석 연휴는 고향에 안 내려가게 되었어요. 그래도 명절 때에는 꼭 하고 싶은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시장구경! 명절 대목을 맞은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치죠. 그래서 이번에는 청량리 시장을 구경갔다 왔답니다. 청량리 시장은 청과물 도매시장과 수산물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울에서 상당히 큰 재래시장 중 하나죠. 여기는 규모가 더욱 커 보이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제기동의 경동시장과 사실상 다 이어져 있기 때문이랍니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매우 많더라구요. 정말 대목을 맞은 장 같았어요. 역시 명절이다보니 과일이 많이 나왔더군요. 원래 청과물 도매시장이라 과일이 많은데, 추석을 맞이하여 과일이 더욱 많이 나와 있었어요. 일단 첫번째로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단감. 푸르딩딩한 빛이 가시지 않은 단..

여행-서울 2013.09.18

전광수 커피 북한산점

'카페'라는 곳을 직접 가고 싶어진 때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친구가 서울 올라와서 카페 돌아다니고 싶어하기에 같이 따라갔던 때였을 거다. 그때 친구가 전광수 커피 명동 본점에 갔다가 북한산점에 갔는데, 거기서 먹은 달콤한 광수커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스턴트 커피를 끊은 것은 아니다. 커피 믹스는 그 나름의 맛이 있는 거니까. 어쨌든, 먹고 깜짝 놀라서 전광수 커피를 가끔 가게 되었다. 그해 겨울. 집에 있는데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왠지 카페에 가서 책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콤한 광수커피도 한 잔 먹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카페에 단 한 번도 혼자 가본 적이 없었다. 주문할 때마다 커피 이름 하나하나 전부 생소하기만 해..

키르기스스탄 전래동화 - 인색한 부자

이번에 소개할 전래동화는 키르기스스탄의 전래동화랍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복장이 어땠는지 잘 모르고, 그 나라에 가본 적도 없다보니 그림을 그릴 때 조금 어려웠네요. 아마 키르기즈인들을 우즈베키스탄에서 보기는 했을 거에요. 단, 전통복장을 입고 돌아다니지 않으니 제가 보고도 몰랐겠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사진들이 있어서 그것을 보며 참고할 수 있었어요. 그냥 그림판으로 짤방 하나 그리는데 이게 의외로 준비할 게 있네요. 아래 동화에서는 '독을 탄 음료'라고 했는데, 원래는 아이란이랍니다. 아이란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마시는 음료수로,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답니다. 대충 플레인 요구르트에 물 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옛날에 재물이 넘쳐나는 한 인색한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키르기스스탄 위인 - 아프슈 코이추마노프

여행을 다닐 때 그 나라의 역사적 사건, 위인들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알면 보다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일단 길거리나 건물 이름에 역사적 사건, 위인들의 이름을 붙인 곳이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를 혼자 공부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아요. 더욱이 몇몇 특정 서구 선진국 및 중국을 제외하면 더욱 어렵죠. 저 역시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 깊게까지는 몰라요. 그냥 이것저것 읽다 나오면 그때그때 봐놓는 정도이지요. 출처 : http://ky.wikipedia.org/wiki/%D0%9A%D0%BE%D0%B9%D1%87%D1%83%D0%BC%D0%B0%D0%BD%D0%BE%D0%B2,_%D0%90%D0%BF%D1%8B%D1%88 이 사람은 키르기스스탄의 위인인 아프슈 코이추마노프 А..

제주도 서귀포시 외돌괴

예전 전화번호부 앞에는 제주도의 관광지 사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외돌괴였죠. 개인적으로 제주도 지명에서 유독 많이 햇갈리는 곳이 딱 두 곳 있어요. 첫 번째는 '천제연폭포'와 '천지연폭포'. 전혀 다른 폭포인데 '제'와 '지'의 차이라 아직도 햇갈려요. 천제연은 3단폭포, 천지연은 깊은 연못이 있는 폭포죠. 그 다음은 외돌괴. 이건 다른 지명과 햇갈리는 게 아니라 '외돌괴'인지, '외돌개'인지 자꾸 햇갈려요. 서귀포시에 있는 외돌괴는 수학여행때도 들리지 않았어요. 사진으로 보면 그냥 바다에 바위 기둥이 서 있는 모습. 전설에 따르면 바다에서 죽은 남편의 시신을 안고 슬퍼한 아내가 시신과 함께 돌이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고려시절, 이 외돌괴를 최영 장군이 장군처럼 보이게 꾸며서 몽골군을 ..

여행-제주도 201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