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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탈레반인 이유

좀좀이 2013. 10. 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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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슈툰어를 사용하는 파슈툰족이 대부분이에요. 탈레반이 어떤 존재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요. 그만큼 유명하고 악명이 높지요. 시리아가 혼란스러워지기 전까지는 중동 뉴스를 안 좋은 뉴스들로 점령한 존재.


처음 이들이 신문에 등장했을 때에는 주목받는 존재는 아니었어요. 아프가니스탄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냉전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중앙아시아 독립국가들이 국가의 형태를 제대로 갖춘 후 어느 정도 많이 알려진 뒤의 이야기. 1990년대 아프가니스탄은 그냥 국제사회에서 잊혀진 땅이었어요.


이 글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므로 이런 이야기들은 이 정도로 하고, 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신문에 '탈레반은 아랍어의 학생에서 온 말이다' 라고 나왔어요. 그리고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아프가니스탄을 통일해나가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다시 긴 시간 감감 무소식.


그러다 9.11 테러가 터지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하면서 모든 언론에서 탈레반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도 빠짐없이 등장한 '탈레반은 아랍어의 학생에서 온 말이다' 라는 말.


와놔...진짜 귀에 못이 박히겠네...


아프가니스탄은 전혀 관심 밖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이 생긴 건 우즈베키스탄 가서 다른 나라 여행을 가고 싶은데 우즈베키스탄 남부를 딱 막고 있어서 육로로 여행을 갈 수 있는 나라가 크게 제한되어 버린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갔다 오겠다고 결심한 것도 우즈베키스탄 가기 약 두세 달 전이었으니 아프가니스탄은 더 관심이 없었죠.


어쨌든 전혀 관심이 없는 지역이었는데 탈레반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질리도록 들었어요. 그리고 주변에서는 종종 '탈레반은 아랍어의 학생에서 온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려고 제게 물어보았구요.


심지어 가끔은 '탈레반은 아랍어의 학생에서 온 말' 하나 가지고 아랍어를 아는 척 하며 으스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런 사람들은 진짜 최악.


보면 별 거 아닌데 하도 듣고 물어대니까 정말 싫어진 말이에요.


그런데 자꾸 듣고 읽게 되니까 대체 왜 '탈레반' 인지는 궁금했어요. 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왜 자기들 조직 이름을 '탈레반'으로 명명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었어요. 탈레반이 아랍어로 학생이라고 하는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는 것이었죠.


아랍어에서 학생은 طالب 이에요. 아랍어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열심히 '탈리분' 이라고 읽으며 외우는 단어이지요. 즉 얼핏 보면 이상할 건 없어요.


왜 탈리반이야?


우리나라에서는 '탈레반' 이라고 많이 쓰지만, 영어로는 Taliban 이에요. 그대로 읽으면 탈리반.


햑생을?


저 아랍어 단어를 '탈리반' 이라고 읽으면 '학생을' 이 되요. 단수 비한정 대격이지요.


이건 절대 아닌 거 같은데...


조직 이름을 붙이려면 그냥 얌전히 학생, 또는 학생들이라고 할 것이지, 왜 하필 '학생을' 이야? 그 우리가 상상하는 '학생을!' 이 아니에요. 진짜 동작을 당하는 목적어 '학생을' 이에요. 게다가 아랍어로 학생의 복수는 طلاب 툴랍. 이건 아예 발음이 달라요.


아랍어로 된 기사를 보면 طالبان 이라고 써요.


학생 두 명?


그나마 제일 가까운 것이에요. 아랍어에는 '쌍수'라고 2개일 때 쓰는 형태가 있는데, طالب 의 쌍수가 طالبان 탈리바니. 구어체 아랍어에서 마지막 모음이 생략되는 건 흔한 현상이니 이러면 탈리반.


그런데 왜 하필 학생 두 명이야? 학생 여러 명 하면 안 돼?


쌍수는 정확히 둘이에요. 이것만큼은 그 어떤 예외도 없어요. 차라리 단수라면 집합명사를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건 절대 아니거든요.


탈레반을 طالبان 이라고 쓰는 걸 보니 분명 학생은 학생인데, 대체 왜 저렇게 되고 저렇게 읽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그리고 한참 뒤. 시간이 흘러흘러 제가 우즈베키스탄 있을 때 이야기.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며 타지키스탄에서 사용하는 타지크어 서적도 있나 가끔 타슈켄트 시내 서점과 헌책방들을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바로 옆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타지크어 서적은 거의 보지를 못했어요. 우즈베크어로 된 타지크어 관련 서적은 하나도 발견을 못했고, 그나마 타지크어 관련 서적이라고 본 거라고는 타지크어-러시아어 사전. 그 외에는 전부 페르시아어, 그리고 파슈토어 서적이었어요. 타지크어 관련 책 있냐고 물어보면 서점주인들은 꼭 페르시아어, 파슈툰어 서적을 들고 왔어요.


그나마 페르시아어는 우즈베크어로 된 책이라 구입했지만, 파슈툰어 서적은 전부 러시아어로 되어 있었어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있었고, 우즈베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인지 헌책방에 소련 시절 출간된 파슈툰어 서적들은 꽤 자주 볼 수 있었어요. 문제는 러시아어는 몰라서 아예 손도 댈 수 없다는 것. 파슈툰어는 페르시아어와는 또 달라요. 차이가 확실히 있어요. 그래서 타지크어와 페르시아어는 서로 어떻게 비벼보며 공부해보는데, 파슈툰어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할 때 러시아어로 된 파슈툰어 교재 및 사전은 아예 구입하지를 않았어요. 왠지 그 책들은 영원히 못 볼 것 같았거든요.


한국 돌아온 후 인터넷으로 외국 국어 교과서를 알아보던 중, 아프가니스탄의 국어 교과서를 보게 되었어요. 그냥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는데 진짜 존재해서 깜짝 놀랐어요.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파슈토어는 아예 모른다는 것. 구해봐야 전혀 읽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파슈토어 학습자료를 찾아보았어요.


http://turkiclibrary.tistory.com/35659


자료를 구해서 읽는데 명사 부류에 대해 나왔어요. 제일 처음 나온 것이 바로 '탈레반을 탈레반이라고 부르는 이유'와 관련있는 글이었어요.


저 단어는 아랍어에서 건너왔고, 남성 명사 1부류에 해당하는데, 이게 복수 주격에서는 '탈레반'이 되요. 그래서 '학생들'이 되었던 것.


아...그래서 탈레반이었구나...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하나 풀렸어요. 그리고 이 단어 덕분에 파슈툰어 남성 명사 1부류의 복수 형태는 절대 안 잊어버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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