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민담, 전래동화

키르기스스탄 우화 - 똑똑한 늑대

좀좀이 2013. 10. 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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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똑똑한 늑대' 랍니다. 그러고보면 늑대가 똑똑하게 나오는 이야기는 정말 없는 것 같아요.


동물은 아직도 어떻게 그려야할지 참 난감하네요. 동물들에 대한 머리 속 이미지가 별로 없다 보니 그릴 때에는 이래저래 생각하는데 결국 엉망인 그림이 나와버려요.




똑똑한 늑대


어느 날, 배가 고파진 늑대가 길에서 하얀 염소와 마주쳤습니다.


"하얀 염소야,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왜?"

"나는 배고프거든. 그래서야."


그러자 하얀 염소가 늑대에게 애처롭게 부탁했습니다.


"늑대야, 나를 놓아줘. 나를 먹지 마. 나를 봐. 나는 너무 야위어서 먹을 게 없어. 내 고기는 질기고 지방이 적어. 내 피는 고작 한 숟가락에 불과해. 저기 습지에 나보다 훨씬 먹을 것도 많고 맛있는 암말이 빠져 있어. 그것을 먹어..."


늑대는 가만히 하얀 염소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얀 염소가 말한 대로, 염소는 그다지 먹을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늑대는 염소가 알려준 습지에 갔습니다.


습지에는 염소의 말대로 암말 한 마리가 빠져서 못 나오고 있었습니다. 늑대는 암말에게 인사했습니다.


"어이, 암말아,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왜?"

"나는 배고파, 그래서야."


암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았어, 그러나 먼저 나를 늪에서 꺼내줘."


늑대는 암말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암말을 늪에서 간신히 꺼냈습니다.


"늑대야, 서두르지 마. 너는 나를 먹을 거잖아."


가죽이 부드럽고 먹을 게 많아 보이는 암말이 늑대에게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늑대야, 내 발굽에 네 이름을 써서 남겨줄래? 내 주인이 나를 찾았을 때 누가 나를 먹었는지 알 수 있도록 말이야."


늑대는 암말의 부탁에 동의했고, 암말의 발굽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암말은 벌떡 일어나 늑대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멀리 도망가 버렸습니다.


"하얀 염소를 먹지 못한 슬픈 내 머리...말을 늪에서 꺼내준 용감한 내 머리...그것의 발바닥에 편지를 쓴 똑똑한 내 머리...아이구, 내 머리...내 머리..."


늑대는 머리를 쥐어잡고 울고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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