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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역사 - 두샨 바타고비치

2009년 초 발칸유럽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때는 솔직히 '게스트하우스'가 뭔지도 몰랐지요. 매일 다른 나라에서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7박 35일 여행을 하게 된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게스트하우스'라는 것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숙박을 하게 된다면 호텔에서 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돈이 엄청나게 깨질 것이라 생각한 것도 매우 컸어요. 그때만 해도 크로아티아를 제외하면 발칸유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던 때. 물론 크로아티아도 지금에 비할 만큼 많이 가던 시절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지도 하나 보며 돌아다닐 때, 나름 구경하는 것은 잘 구경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어요. 두샨 바타고비치의 세르비아 역사...

시간을 뒤섞어 - 05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라오허제 야시장

저녁을 먹고 버스에 올라타자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관광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어요. "타이완이 요즘 이상기후라서 밤에 비가 자주 내려요. 요새 계속 그랬는데 오늘은 모처럼 맑아요. 그러니 오늘 101 타워를 보는 게 어떻겠어요?" 어차피 오늘 남은 일정은 라오허제 야시장 하나 뿐이었어요. 관광객들 모두 좋다고 했고, 버스는 101 타워를 향해 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기억이 흐릿해요. 밥을 먹고 나니 잠이 밀려왔거든요. 이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어요. 버스에 탑승한 여행객들 모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김포 공항까지 아침 8시 반 집결이었거든요. 그렇다고 비행기에서 푹 잘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여기서 한 가지 깨달았어요. 대만 여행 갈 때 비행기가 너무 아침에 있으..

한자만 알면 된다는 전설의 2001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중국어를 아시나요

제목 그대로에요. 한자만 알면 된다는 전설의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중국어 시험을 아시나요? 물론 이 말을 읽고서 '중국어가 한자 쓰는데 그럼 한자만 알면 되었지, 뭐가 필요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거에요. 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일단 우리나라 제2외국어 중국어에서는 중국 본토 (과거 중공)에서 사용하는 간자체를 사용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타이완 (과거 자유중국)의 번자체를 배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모양이 크게 바뀐 간자체는 봐도 알기 어려워요. 그리고 성조는 아무리 듣기와 말하기 시험이 없다 해도 안 배우면 모르는 건 매한가지고, 아무리 한자를 쓰는 말이라 해도 아는 한자 몇 개로 때려맞출 수 있게 출제하지는 않아요. 수능 제2외국어에서 전설..

고등학교 제2외국어 베트남어 교과서

지난해 수능부터 베트남어가 제2외국어로 추가되었어요. 그리고 당연히 첫 해에 인기몰이를 했답니다. 베트남어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 이전에 성조가 있는 언어들 자체에 관심이 거의 없어요. 성조를 구분해낼 귀가 생기면 모르겠지만, 그게 없고, 설명을 봐도 들어봐도 별 구분이 안 가서 포기했지요. 친한 형과 카톡으로 이런 저런 잡담을 하던 평범한 1월의 어느 날. "베트남어 교과서 출판되었다는데 아세요?" "베트남어? 그거 한 학교에서만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쓰는 거 아냐?" "작년에 정식 제2외국어 되었잖아요. 그거 출판 되었다고 뉴스에 떴던데요." "아닐걸? 그거 그 학교에 전화해서 주문하든가 해야 할 걸?" 어쩌다가 베트남어 교과서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되었..

아르메니아 전래동화 - 털모자 8개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아르메니아 전래동화입니다. 주문할 때에는 정확히 잘 합시다. 털모자 8개 옛날에 재봉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손님 하나가 왔습니다. "제게 귀마개가 달린 털모자 하나를 만들어주실래요?" 손님은 가죽 한 장을 보여주며 재봉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물론이죠." 재봉사가 흔쾌히 만들겠다고 하자 손님이 물어보았습니다. "귀마개가 달린 털모자 2개도 만들 수 있으세요?"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세 개를 만들 수 있나요?" "예, 세 개도 만들 수 있어요." 그 남자는 기뻐하며, 다시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4개를 만들 수 있나요?" "4개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5개는요?" "5개도 만들 수 있어요." 이를 들자 손님은 매우 좋아했습니다. "재봉사 아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논

우즈베키스탄의 수도는 타슈켄트.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사마르칸트가 훨씬 더 잘 알려져 있어요. 우즈벡 식당 이름이 사마르칸트인 것도 있고, 역사적으로 워낙 중요한 도시이다보니 사마르칸트가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단연코 우즈베키스탄 전통 빵인 '논' 입니다. 리뾰슈카는 러시아어구요. 이 논은 거의 우즈베키스탄의 상징처럼 여겨진답니다. 우즈베크인들이 최고로 치는 논이 바로 사마르칸트 논이지요. 조직이 치밀해서 입에 집어넣으면 향기가 입 안에 확 퍼진다고 하더라구요. 아쉽게도 빵을 주식으로 먹지 않은 제게 사마르칸트 논은 너무 빡빡해서 먹기 힘든 빵이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타슈켄트 논을 더 좋아한답니다. 타슈켄트 논은 간식으로 먹기도 좋아요. 우즈베키스탄 국영 방송사인 O'zbe..

우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

예전에 '유치우편' 에 관한 글을 썼었어요. http://zomzom.tistory.com/515 그리고 이번, 발칸 국가들에 책을 주문했어요. 어쩌다 예전 발칸 유럽 돌아다니던 것이 생각났고, 갑자기 너무 가고 싶은데 당연히 지금은 돈도 시간도 없어서 아예 갈 수가 없으니, 나중에 언젠가 꼭 다시 가자는 생각에 책을 주문했어요. 알바니아 서점에 주문한 책은 그날 바로 결제 확인 되고 주문품목이 3월 28일 공항에 들어갔다고 EMS 조회까지 되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소식이 없어요. 공항을 여러 개 거쳐와야 되어서 오래 걸리는 것인지, 일본에서 푹푹 숙성되고 있는지 의문. 알바니아는 EMS 5-7일 소요라고 하는데 오늘은 화물이 공항 들어간지 8일째. 그 중 세르비아에서 주문한 책은 DHL로 배송되고 있..

시간을 뒤섞어 - 04 타이완 타이베이 고궁박물관, 충렬사

이제부터 우리가 타고 다닐 버스는 2층 버스. 1층은 짐칸이었고, 2층이 객석이 있는 층이었어요. "짐은 아래에 싣고 위로 타세요." 버스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어요. 이유는 날씨. 정말 더웠어요. 실제 기온은 그렇게 더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추운 한국에 있다가 갑자기 대만으로 오니 초여름처럼 덥게 느껴졌어요. 이 정도 날씨라면 외투를 입고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할 정도였고, 굳이 밤이 되어서 기온이 떨어진다 해도 외투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어요. 괜히 걸리적거리고 귀찮게 버스 안에 옷을 벗어놓고 다니기보다는 차라리 지금 가방에 외투를 넣어버리는 것이 나을 듯 했어요. "짐 안 넣고 뭐 해요? 무슨 문제 있나요?" "아뇨, 그냥 더워서 외투를 가방에 넣어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아, 외투 들..

대만 가요 五月天 - 星空 (영화 별이 빛나는 밤 주제곡)

대만을 다녀온 후, 대만의 이것저것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그러던 중, 대만 영화인 '별이 빛나는 밤' (星空) 을 보게 되었어요. "헉! 이거 왜 이렇게 재미있지!" 보통 영화를 보면 도중에 한 번 쉬었다가 또 보는데, 이 영화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어요. 잔잔하면서 무언가 강한 느낌이 있었고, 왠지 한국의 감성과 일본의 감성이 뒤섞인 느낌도 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주제곡이 나왔어요. "대만에도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구나!" 그동안 중국 노래라고 아는 것이라고는 포청천, 황비홍 주제곡 정도가 전부였어요. 초등학교때 리코더로 포청천 불고 황비홍 불며 리코더 칼싸움 하던 것 정도였거든요. 요즘 들어 타이완이 매우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사 摸不到的顏色 是否叫彩虹 看..

시간을 뒤섞어 - 03 대만 가는 길

개찰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려니 매우 어색했어요. 솔직히 이 모든 상황 전체가 매우 어색했어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김포공항에 온 적도 없었고, 김포공항에 오는 목적은 항상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5호선 방화행 지하철에서 나온 후 국내선 청사로 가는 왼쪽으로 갔어요. 외국에 나갈 때에는 항상 인천공항으로 갔구요.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 올 때는 항상 다른 사람이 외국 나가는 것을 배웅해주러 온 것이었어요. 제가 외국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를 가는 것은 처음. 그리고 이렇게 이른 시각에 김포공항에 오는 것도 처음.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 우리나라 최대의 국제공항은 당연히 김포국제공항이었어요. 그러나 인천공항이 생긴 후, 인천공항은 국제선 전용, 김포공항은 국..

키르기스스탄 전래동화 - 영원한 유산

자식을 교육시키는 것은 교과서에서는 항상 강조되는 주제 중 하나랍니다. 이번 이야기도 역시나 마찬가지인 내용이지요.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큰 아들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모든 유산을 큰 아들에게 줄 생각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똑같이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유산을 둘에게 똑같이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아내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화를 내며 때렸습니다. 그녀는 집에서 도망친 후, 한 격자 모양 울타리 밑으로 가서 울며 앉아 있었습니다. 길을 지나가고 있던 나그네가 여자를 보았습니다. "당신은 왜 울고 있나요?" 나그네가 왜 울고 있는지 물어보자 여자는 있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나그네는 이야기를 이해한 후 여자에게 "당신은 헛되이 울지 마세요! 당신의 ..

알바니아 가요 Rosela Gjylbegu - Dëshirë

이래저래 밀린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지만, 이상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여행기. 글 두 개를 후딱 써서 올리고 싶다는 의욕만 앞서고 막상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다른 밀린 일만 하고 있는 모습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 잠깐 머리를 식히려고 예전에 써서 블로그에 올렸던 여행기들을 읽는데, 알바니아 이야기가 나왔어요. 알바니아는 7박35일 여행 때에도, 겨울강행군 여행 때에도 가보았어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은 국가이기도 하지요. "아, Rosela Gjylbegu 노래 새로 나왔을 건가?" http://zomzom.tistory.com/567 이 글을 통해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알바니아 가수에요. 자세한 이야기는 http://zomzom.tistory.com/94 여기에 있어..

매우 많이 부족한 Daum 아랍어, 페르시아어 사전

얼마 전에야 다음에서 외국어 사전은 많이 추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 것은... 아랍어, 페르시아어 사전이 추가되었어!!!!! 으아아앙 이제 사전 안 들고 다녀도 되는 거야? 그 무거운 사전들로부터 해방인 거야? 송산출판사에서 나온 아한사전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페르시아어-한국어 사전은 무게가 꽤 있는 사전이에요. 두 개를 같이 들고다니는 것은 그냥 무리. 가끔 들고 다니기는 하는데 백팩에 두 개 다 넣고 노트북까지 넣으면 무게가 꽤 나와요. 여기에 다른 책들까지 들어가면 좋은 훈련도구가 되지요. 다음 아랍어 사전 : http://dic.daum.net/index.do?dic=ar 다음 페르시아어 사전 : http://dic.daum.net/index.do?dic=..

튀르크-페르시아의 신년 명절 나브루즈 바이람 각국 명칭

튀르크인 및 페르시아인들의 전통 새해 명절은 3월 21~22일이랍니다. 춘분이지요. 이때 만물이 소생하고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답니다. 페르시아계 국가들 (이란,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보다 튀르크계 국가들 (터키,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이 더욱 유명해서 튀르크 민족의 전통 명절로 잘 알려져 있는데, 원래 기원은 페르시아인들이랍니다. 이 명절 자체가 농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페르시아인들이 튀르크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답니다. 이 명절 이름 자체가 이란어에서 온 말인데, 각국마다 부르는 법이 묘하게 다르답니다. 매우 중요한 명절이다보니 중요하게 다루고 종종 듣게 되는데, 이러다보면 비슷한데 발음이 조..

우즈베키스탄 각 지역 사진 모음

나브루즈 바이람이라 특별한 기사가 있나 우즈베키스탄 통신사인 O'zA 에 들어가보았는데 각 지역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었어요. 제가 가 본 곳은 추억에 잠겨서, 가보지 않은 곳은 신기해서 바라보았죠. 각 지역 풍경 및 산업, 교육과 관련된 사진들이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밀밭에서 찍은 사진들이 조금 있던데, 우즈베키스탄은 밀 자급자족이 되지 않아서 카자흐스탄에서 밀을 많이 수입해오고 있다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카자흐스탄 밀가루 포대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지요. 아래 각 지역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타슈켄트 시 http://uza.uz/uz/photo/28556/ 타슈켄트 주 타슈켄트는 수도인 타슈켄트 시와 타슈켄트 시를 감싸고 있는 타슈켄트 주가 있답니다. 우리가 말하는 '타슈켄트..

시간을 뒤섞어 - 02 출국하러 김포공항 가기

여행 갈 날짜는 다가오는데 모든 것을 대책없이 손 놓고 있었어요.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하오'와 '소토소토경경도' 뿐. 거창하게 중국어를 조금 공부하고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단념해버렸기 때문에 당연히 아는 것이 없었어요. '설마 내가 중국어를 사용해야할 일이 있겠어?' 이것이 만약 배낭여행이었다면 오기로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했을 거에요. 하지만 이것은 패키지 여행. 기껏해야 숙소 들어온 후 편의점이나 갈 텐데, 편의점 가서 기계에 나온 숫자 보고 돈 꺼내서 주면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어요. 이도 저도 안 되겠다 하면 대충 아무 돈이나 내면 끝. 많으면 거슬러줄테고, 적으면 더 달라고 손을 내밀며 저를 쳐다볼테니까요. 얼마나 대책없이 여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냐 하면, ..

리뷰 - 고문실의 쾌락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읽다보면 뒷부분에 주인공에게 고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장면이 나와요. '왜 정부는 고문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에 실패했는가' 라고 봐도 되는 내용이지요. 이 책은 2001년에 나온 책이에요. 이 책을 구입한 지도 꽤 오래되었지요.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신문에 책 소개하는 부분에서 이 책 소개가 나왔는데 매우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역사에서도, 소설에서도 고문 이야기는 종종 나와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시간을 거슬러갈수록 고문이란 '죽이기 위한 방법'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고문의 개념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이죠. 현대로 오면 고문은 회유 및 자백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지만, 옛날에는 '괴롭혀 죽이기'에 훨씬 더 ..

이마트 도전 하바네로 라면

의정부에서 살며 불편한 점 하나라면 대형 마트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에요. 대형 마트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웬만해서는 그냥 집 근처 가게에서 물건을 사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형 마트 한 번 작정하고 가면 물건을 바리바리 사오곤 하지요. 열심히 불닭볶음면을 먹어대던 어느 날. 이마트에서만 파는 '도전 하바네로 라면' 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것은 비벼먹는 불닭볶음면과 달리 국물이 있는 라면. '이것을 어떻게 구해서 먹어보지?' 이것 하나 때문에 민락동에 있는 이마트까지 가야 하나? 라면 하나 때문에 이마트를 간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손해.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자니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어요. "간 김에 참치도 조금 사와야겠다." 그래서 배낭을 짊어지고 이마..

시간을 뒤섞어 - 01 여행 준비?

여행은 결정되었어요. 당연히 으례 그랬듯 이것 저것 궁금해졌고, 이 여행 전체를 계획한 누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응? 이 분위기는 뭐지?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어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나? "이거 패키지 여행이야. 너는 계속 지금껏 네가 해왔던 여행을 생각하고 있나보구나." 당연히 저는 패키지 여행 경험 전무.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버스에 학생들 태우고 장소에 도착하면 풀어놓고 몇 시까지 오라고 하고 시간 되면 선생님들이 애들을 버스에 몰아태우는 것으로 끝. 그 외의 여행은 제 마음대로 하는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패키지 여행이 어떤 것인지 솔직히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그냥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여행 정도로 생각하고 ..

시간을 뒤섞어 - 프롤로그

"우리 가족여행 간다." 1월 어느날. 갑자기 통보처럼 들어온 소식. 저는 누나로부터 당연히 전해들은 소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리둥절했어요. "무슨 말이야?" 하지만 누나는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말해주었어요. 목적지는 타이완. 거의 결정된 것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설날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진짜 무슨 일이지?' 해외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어요. 학원에서 수업하고 자습하고 돌아와 피곤해서 방바닥에 누우려는데 온 큰누나의 전화는 다짜고짜 가족여행을 갈 것이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이었고, 자세한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어요. 정말 일방적인 통보였어요.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지만 일단 설날때 내려가서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설날 전에 한 번 전화가 더 왔어요. 여행사에서 타..

식혜 만들기 - 식혜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하는 이유

식혜를 좋아해서 식혜를 많이 사먹곤 하는데, 식혜 가격이 만만찮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설날 때 어머니께 식혜 만드는 법을 배워와서 직접 만들어 보았답니다. 1. 쌀 1인분과 그것의 2배 되는 엿기름을 준비. 저는 혼자 자취하다보니 밥솥 크기가 작아서 적당히 밥 1인분을 지어서 만들기로 했어요. 먼저 쌀을 씻기 전에 밥솥 통에 물을 채워서 포트로 적당히 뜨뜻미지근하게 끓이고나서 밥 1인분을 지었어요. 2. 엿기름 불리기 뜨뜻미지근하게 끓인 물에 엿기름을 집어넣고 한 시간 불렸어요. 3. 밥 짓기 밥은 조금 꼬들꼬들하게 짓고, 밥이 다 지어지자 뚜껑을 열고 저어주어서 수분을 조금 날렸어요. 엿기름을 불린지 한 시간 되자 이제 엿기름 물을 밥솥에 부어줄 차례. '그냥 윗물만 국자로 살살 떠서 부으면 되..

시간을 거슬러 - 06 과거에서 돌아오기

"여기가 롯데리아였던가, 맥도날드였던가?" 아마존 안경 자리가 패스트푸드 점이었다. 탐라영재관을 기준으로 양 옆에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있었는데, 하나는 아마존 안경 위치에 있었다. 학교에서 8교시가 끝난 후 조금만 지체해도 기숙사 저녁 시간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햄버거를 종종 사먹었었다. 그리고 특히 맥도날드 햄버거나 롯데리아 데리버거가 할인 행사 하면 이틀에 한 번은 그것 두 개 사서 하루 식사를 때우곤 했었다. 나중에 맥도날드에서 빅맥, 롯데리아에서 빅립이 나오자 그거 두 개도 꽤 자주 사먹었었다. 그런데 이제 빅립 버거는 사라져버렸고, 빅맥은 왠지 예전에 비해 작아졌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그래도 왔는데 영재관 앞은 갔다가 가야지." "이래야 영재관이지!" 마구 그리는 그림에서 무언가 이상하게 그..

시간을 거슬러 - 05 가양 4단지

아무 것도 없고 그냥 거기 가서 버스를 타고 의정부 돌아올 것임에도 거기로 바득바득 가는 이유는 단 하나. 그런 식으로 기억을 쌓아가는 건 이제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 한 번이 너무나 독특한 기억이라 다시 생각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것은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칠해보는 것과 같았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모든 게 다 달랐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고,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집안일을 해본 적도 없었고, 며칠간 혼자 집에 남아 있었던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다고 거리와 시간 개념이 고향과 같은 것도 아니었다. 상상 속 서울과 비슷한 것 또한 아니었다. 그런데 어쨌든 대학교는 서울로 왔기 때문에 혼자 서울에서 살기 ..

시간을 거슬러 - 04 발산역

버스가 출발했다. 당산역을 거쳐 발산역으로 가는 동안 어두워서 창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당산역에서 내릴 때면 짜증 엄청 많이 났었는데...' 지하철 지하 구간은 지금도 답답해서 싫어한다. 그리고 그때는 더더욱 싫어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은 가끔 타는 지하철이다. 게다가 의정부에서 회기까지는 일단 지상구간이라 그렇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는 발산에서 종로3가, 종로3가에서 다시 청량리까지 계속 지하 구간으로 가야 했다. 게다가 1교시가 있는 날은 가뜩이나 졸린데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지옥철을 타야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공익 요원이 사람을 밀어서 집어넣을 때도 가끔 있었다. 어두컴컴한 창밖과 밝은 버스 안. 유리창에 내 얼굴이 비..

은행 창구 직원이 불쌍하게 느껴진 날

국민, 농협, 롯데 카드 회원정보가 대거 털렸다는 뉴스를 들은 후 한 번 은행에 가 보아야 하나 고민했어요. 저 역시 한때 위에서 언급한 은행 두 곳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은 되었지만, 일단 계좌가 아직도 살아있는지 해지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은행이 난리도 아니라는 말을 들어서 설날 연휴 끝나고서 다녀오자고 생각했어요. '오늘 은행을 갔다 올까? 귀찮은데...' 아침에 일어나서 슬슬 일하러 나갈 준비를 하면서 오늘 은행을 갈까 내일 갈까 고민하는데 전화가 왔어요. "혹시 오늘 오후에 출근하실 수 있어요?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요." "예." 옷을 갈아입으려다 오후에 출근해줄 수 없겠냐는 전화를 받고 그러겠다고 한 후 바닥에 앉았어요. '다시 잘까? 그런데 지금 자면 ..

시간을 거슬러 - 03 영등포역

"시간 진짜 애매하네." 종로5가까지 걸어가면 의정부행 버스인 106, 108번이 달리고 있을까? 아니면 청계천을 그냥 또 끝까지 걸어서 한양대까지 갈까? 아니면 청계천 끝까지 간 후 거기서 중량천 타고 외대까지 걸어가서 1호선 타고 돌아갈까? 시청에 도착해서 어디를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무턱대고 광화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금이 만약 자정쯤이었다면 걸어서 그냥 의정부까지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새벽 5시. 7시 넘어가면 동이 틀 거다. 동튼 후 일 없이 중량천을 걷기는 싫단 말이야. 그렇다고 딱 청계천만 다 걸어서 한양대역으로 가자니, 거기는 의정부로 돌아가기 참 애매한 곳. 그럴 바에는 적당히 카페 들어가서 시간 때우다 6시쯤 나와서 전철 타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 일단..

시간을 거슬러 - 02 시청역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시청역을 이용한 적은 거의 없다. 그 이전에 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거나 내린 적 자체가 최근에는 없다. 시청역에서 전철을 탈 바에야 이왕 나온 김에 영풍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 종각역에서 전철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니면 마찬가지로 이왕 나온 김에 명동이나 남대문 시장으로 가 버리든가, 걸어서 종로5가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돌아가든가. 시청역을 많이 이용했던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그 이전으로도, 그 이후로도 시청역을 이용한 적은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던 대학교 저학년 시절, 피로에 쩔어서 늦게 일어났을 때, 학교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시청역에서 환승해 1호선으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군대 전역 후 복학한 이후로는 학교 근..

시간을 거슬러 - 01 친구 만나러 가는 길

2014년 1월 24일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동대문에서 만나 양꼬치를 먹으러 갔다. 동북화과왕. 내가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맛있다는 집을 찾아서 가본 집이었다. 내가 처음 갔던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 집이다.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모였기 때문에 모처럼 양꼬치 외에 새우 볶음밥과 옥수수 온면을 시켜서 같이 나누어먹었다. 같이 먹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왔을 때 양꼬치 먹고 멋 모르고 한 사람당 옥수수 온면 하나씩 시켰다가 배가 터질 뻔 했다. 그리고 그때 식당에서 서비스로 준 음식이 바로 건두부 무침. 이때 처음 건두부 무침을 먹어보았다. 그 후 갈 때마다 건두부 무침을 먹고 싶었는데 서비스로는 항상 마파두부가 나왔다. 처음 왔을 때 아주머니로부터 양꼬치 굽는 법을 배웠고, 그..

비락 식혜로 미숫가루 타서 먹기

제가 즐겨 마시는 음료는 비락 식혜에요. 이것은 대학교 다닐 때에도 엄청 마셔대었어요. 쉬는 시간에 음료수 뽑아먹을 때마다 언제나 항상 변치 않고 뽑아먹던 것이 비락 식혜. 그래서 식혜는 종종 사서 마셔요. 여러 종류 있으면 저렴한 것으로 마시는데, 집 근처 가게에는 비락 식혜만 있어서 비락 식혜를 사서 마시곤 해요. 사건의 발단은 작년 겨울. 지난 여름에 가져온 미숫가루가 아직도 남아 있었어요.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 우유 사기는 돈이 아깝고 맹물에 타먹기는 싫고 해서 어쩌다 가끔씩 먹다보니 많이 가져온 것도 아닌데도 남아 있었어요. 때마침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 위 비락 식혜. "한 번 이것으로 타서 마셔봐?" 하지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커피를 타서 마셨거든요. 식혜를 사서 ..

춥다고 가슴쪽을 뜨겁게 해서 자면 기관지 상해요

제목 그대로에요. 발단은 11월. 날씨가 추워지면서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자기 시작했어요. 누우면 뜨뜻해서 좋은데 문제는 급격히 나빠지는 기관지. 건조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건조하다면 우즈베키스탄이 훨씬 더 건조했으니까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여기 와서 살면서부터 겨울철에는 기관지가 안 좋아지곤 했어요. 이유는 무엇인가? 빨래를 널어놓고 물을 떠놓고 자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몸만 더 나빠지는 기분. 그러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발단은 감기 걸렸을 때 인삼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가슴에 열이 많을 때 인삼을 먹으면 안 된다는 글. 기관기는 뜨거우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나와 있었어요. "보일러 온도를 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