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길가에 앉아서

깊은 밤의 노래 - 03 중량천 타고 의정부에서 한국외대까지 가기

좀좀이 2013. 9. 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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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 들어왔다!"


매우 기뻐서 카톡을 보냈더니 모두가 축하해주었어요. 일단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가기'는 성공했어요. 일단 경기도 경계는 넘었으니까요. 서울이라고 해서 반드시 보신각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단 평소에 궁금해했던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가기'는 완수했어요. 걸린 시간은 약 한 시간.


"의정부에서 서울 엄청 가깝잖아!"


의정부와 서울은 정말 아주아주 가까워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두 도시는 딱 붙어 있거든요. 도 경계 즈음에서 출발했다면 1분 안에 서울에서 의정부를 갈 수도 있어요. 단지 의정부 어디에서 서울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 일단 의정부역에서 의정부-서울의 경계까지는 걸어갈 만한 거리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23시 56분에 통과한 이 지점이 의정부-서울 경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산책로 한가운데에 이렇게 뭔 시멘트 덩어리를 세워놓아서 이상하게 생각했거든요. 분명 아무 것도 아닌 거라면 분명 민원이 들어갔을텐데 그냥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게 경계를 나타내는 것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기는 의정부-서울 경계가 아니랍니다. 심지어는 이 글을 쓸 때조차 몰랐죠. 나중에 알았는데 7호선 지하철이 지나가는 철도가 의정부-서울 경계이더라구요. 이런 내용을 알게 된 것은 이 걷기 말고 또 다른 뒷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죠.


서울에 들어온 기쁨도 잠시. 책으로 치면 이제 머리말을 다 읽은 것이었어요.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었어요. 중량천만 걷는 거라면 발단부는 끝난 것이겠지만, 제가 목표로 한 길은 중량천 거의 끝까지 다 가서 청계천을 걷는 것이었거든요.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야 이미 여러 번 걸어보았지만, 동대문에서 중량천으로는 단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었어요.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 걸을 때에는 청계천이 매우 짧은 산책로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것도 동대문에서 중량천까지의 거리를 집어넣으면 짧은 거리는 절대 아니었어요.




일단 서울에 들어온 게 확실했기 때문에 사진을 남겼어요.




이로써 서울에 들어온 것은 확실해졌어요. 중량천에 밭도 만들어 놓았구나.




서울숲 18.2km, 의정부 2.8km. 의정부-서울 경계에서 2.8km 걸어왔어요.


"왜 서울숲이 나와 있지?"


의정부가 나와 있는 것은 중량천을 타고 가면 의정부를 갈 수 있고,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니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서울숲이 나와 있다는 것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어요. 서울숲이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무려 18.2km나 남아 있었는데요.


"대체 서울숲은 어디 있길래 서울숲이 나오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별 이상한 곳을 표지판에 적어 놓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표지판에 계속 서울숲이 꾸준히 나와서 한 번 궁금해서 지도를 살펴보았어요.


"아...그래서였구나!"


중량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 - 즉 중량천의 끝에 서울숲이 있었어요. 중량천을 끝까지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 서울숲. 그런데 지금 목표는 중량천을 끝까지 걷는 게 아니라 가다가 청계천으로 빠지는 것이었어요. 그러므로 청계천 도착 거리까지는 서울숲 도착 거리보다는 짧다는 말. 그래서 표지판을 보며 서울숲까지의 거리가 나오면 일단 남은 거리가 그 이상 남았다고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외대까지 한 시간이면 가지 않을 건가?"


핸드폰으로는 도봉구청부터 외대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앱을 잘 쓸 줄 몰라서 거리를 못 본 것인지, 원래 지원을 안 해주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앱을 가지고 거리를 재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거리를 알 수 없었어요.


예전 중량천을 걸을 때 보면 '의정부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매우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냥 서울에서 의정부 간다고 하면 꽤 멀게 느껴졌지만, 중량천에서 의정부 방향 표지판을 종종 보아서 중량천을 타고 의정부 간다고 하면 막연히 무언가 만만해 보였어요. 물론 전혀 근거가 없었고, 이렇게 걷기로 작정해 집을 나선 그 순간까지도 의정부-외대 구간이 어느 정도 먼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아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외대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노래를 들으며 걸으니 확실히 피곤하다거나 지루하다는 것은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왜 외대가 안 나오지?"




새벽 1시가 되어갈 즈음에 도착한 곳은 녹천교. 녹천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어요.


지하철 1호선이 의정부-회룡-망월사-도봉산-도봉-방학-창동-녹천-월계-광운대-석계-신이문-외대앞-회기니까...


30분이면 되지 않을까?


30분이면 외대까지 도착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당연히 불가능하죠. 녹천교에서 외대 근처 중량천 입구까지 6km 인데 그걸 뛰지도 않고 걸어서 30분에 끊는 것은 무리. 하지만 이때 거리 측정할 방법도 없었고, 그냥 전철로 수시로 지나쳐가는 구간인데다 중량천 산책로를 걷고 있었기 때문에 녹천에서 외대까지 30분이면 될 거 같았어요.




길은 계속 이어졌어요.





지하철에서 보던 그 큰 굴뚝들이 나타났어요.




뭔가 길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 찍어보았어요.




"이제 노원구 벗어난 거야?"


뭔가 당황스러웠어요. 서울 지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노원구는 서울 북쪽. 저는 이미 동대문구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동대문구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걸었지만 얼마 못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거리를 계산하고 있는 중이 아니라 핸드폰 앱으로 지도를 보기는 하지만 지명의 익숙함, 예전에 걸었던 기억들에 의존해서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원구 표지판이 나오자 얼마 못 걸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숨이 푹 나왔어요.





하천에 모래가 쌓여 있는 게 바로 앞에 있어서 신기해하며 구경하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저거 예전에 중량천 걷다가 보았던 거 아니야?'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발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제가 아는 그곳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외대가 그렇게 먼 곳이었나?'


나올 때가 되었는데...나올 때가 되었는데...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았어요.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이러다 동트고 나서도 계속 걸어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아주 잠깐 그만둘까 하는 마음도 일어났지만 그럴 수도 없었어요. 걷는 것을 그만두면 첫 차가 열릴 때까지 버티는 게 또 새로운 문제였으니까요. 그런다고 의정부로 돌아가자니 이미 걸은 거리가 있어서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드디어 273번 버스 타고 7호선 중화역 갈 때 지나가던 다리가 나타났어요. 저 다리는 처음 중화역까지 버스 타고 갈 때 '뭐 이런 멋진 다리를 이런 데에다 세워놓았지?'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어요. 위 아래 모두 수수한 옷차림인데 허리띠 버클만 으리으리 번쩍번쩍한 것을 찬 것 같아서 버스로 처음 지나갈 때 어리둥절했거든요. 다리를 지나가는 동안 버스 잘못 탄 것 아닌가까지 생각했었어요. 참고로 이 다리의 이름은 '이화교'에요. '이화교'라 하니 왠지 이화여대 근처에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이대에서 아주 먼 곳에 있답니다.




새벽 2시. 드디어 외대쪽 중량천 입구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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