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타지크어 교과서

좀좀이 2013. 10. 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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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는 다섯 나라가 있어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이죠. 이들 5개 국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국토가 넓지 않은데 그나마도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지로 되어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두 나라 모두 남쪽과 북쪽을 산맥이 가르고 있다는 것이에요.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유일하게 튀르크 언어가 아닌 페르시아어계에 속하는 타지크어를 사용하는 국가랍니다. 즉, 언어적으로 상당히 많이 달라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한국어와 영어 만큼 다른 것은 아니에요.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튀르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페르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교류가 많아서 어휘, 문법 면에서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누가 영향을 많이 주었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페르시아 언어에서 튀르크 언어로 압도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지요. 페르시아 언어를 제대로 깊이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튀르크 언어에서 상당히 높은 문법이 페르시아 언어 기본 문법에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도저히 튀르크 언어 문법으로 풀리지 않는 것은 페르시아 언어를 뒤져보면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이번에 소개할 교과서는 타지키스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인 Алифбо 랍니다.


이 책은 타지키스탄 국어 교과서 중 가장 일찍 구했고, 가장 늦게서야 교과서라는 것을 알게 된 교과서에요. 사정은 이렇답니다.


아랍어를 공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아랍 글자를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지는 않았어요. 이왕 중앙아시아 지역 공부하는 것, 교양 수준으로 이란어를 공부해보려 했지만, 이건 아랍 문자를 사용할 뿐 전혀 다른 언어였어요. 공통점이라면 똑같이 모음을 써주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이란어는 모음이 아랍어보다 많고, 아랍어와는 아예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단어 구조 역시 아예 달라요. 즉...무슨 자음인지는 아는데 무슨 모음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전혀 읽을 수 없었어요.


세상에 뭐 이런 짜증나는 일이...


게다가 교재도 영 못마땅한 것들 뿐. 그러던 차에 찾은 게 바로 타지크어. 이건 키릴 문자로 모음까지 다 써주므로 일단 읽을 수는 있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타지크어 교재를 찾던 중 바로 이 Алифбо 를 파일로 구하게 된 것이었죠. 일단 제목은 알파벳. 그러나 이때만 해도 이 책이 교과서인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는 글자는 읽겠는데 뭐가 뭔지 몰라서 역시나 컴퓨터 어느 폴더 속에 방치.


이게 교과서라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에 있으면서 이 동네 국어 교과서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감을 잡은 후였어요. 그제서야 Алифбо 가 국어 교과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는 거짓이고, 이때도 역시 모르고 있었어요.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 타지크어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인터넷이 종량제라서 인터넷 사전을 마구 사용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1학년 국어 교과서가 너무 어렵고, 인터넷을 뒤지다 타지키스탄 국어 교과서를 전부 올려놓은 사이트를 하나 찾았는데, 거기에 1학년 국어 교과서로 이것도 같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제서야 이게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죠.


교과서 지문들은 http://turkiclibrary.tistory.com/category/타지크어/Алифбо 에서 보실 수 있어요.




표지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키르기스스탄의 Алиппе 처럼 자기들이 모델인 책 표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책 표지 디자인이죠.





타지키스탄의 알파벳이 맨 앞에 나와요. 타지키스탄 역시 키릴 문자를 사용하며, 몇 개 자기네 키릴 문자가 있어요. 키보드 자판 배열도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자판 배열과는 다르답니다. 카자흐어나 키르기즈어를 타이핑할 때에는 그냥 카자흐어 자판으로 타이핑하는데, 타지크어를 타이핑칠 때에는 별도로 타지크어 자판을 이용해야 하지요.




그리고 3쪽에는 현재 타지키스탄 대통령인 에모말리 라흐몬 Эмомалӣ Раҳмон 의 사진이 나온답니다. 저 절묘한 시선처리!




곱게 머리를 빗고




학교에 개선합니다? 학교에 갑니다.


이 교과서 삽화의 특징은 타지키스탄 사람들의 전통 복장이 매우 많이 나온다는 것이에요. 삽화에서 민족 문화의 색채가 많이 느껴지지요. 그리고 그 모습은 '우즈베키스탄 교과서' 라고 해도 속을 정도랍니다. 왜냐하면 타지크인과 우즈베크인은 서로 교류도 많았고, 지금도 양쪽 국가에 섞여 살거든요. 타지키스탄 북부 (후잔드) 에는 우즈베크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 남동부 (부하라, 사마르칸트) 에는 타지크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답니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절대 무시하지 못할 만큼 많이 살고 있지요. 그래서 후잔드에 갔을 때에는 우즈베크어로 이야기하며 잘 돌아다녔고, 부하라, 사마르칸트에서는 타지크어를 매우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얼핏 보면 비슷비슷한 것이지요.




타지키스탄 역시 목화 재배를 많이 하는 나라에요. 단지 옆나라 우즈베키스탄이 워낙에 많이 하다보니 덜 알려졌을 뿐이지요.






처음에는 이렇게 한 장 가득 그림만 나오다가 슬슬 글자가 나오기 시작해요.




그리고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기 시작하지요.


처음에는 명사문과 명령문이 나와요.




그리고 현재형이 나온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동사 변화가 명령형 - 과거형 - 현재형 순서로 나온다는 점이에요. 타지크어는 과거형과 현재형이 다르고, 변화시키는 것은 과거형이 훨씬 쉽답니다. 과거형 어간과 현재형 어간이 다르고, 명령형은 현재형에서 나오죠. 이런 세세한 순서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 교과서는 이런 순서로 배운답니다.




이렇게 이솝 우화 중 포도를 먹으려 했으나 못 먹어서 화가 나서 '포도 저거 설익어서 맛없을거야' 라고 툴툴 대었다는 여우와 포도 이야기도 나와요.





이렇게 이제 글자를 다 배워서 읽고 쓸 수 있다는 지문이 나온 후, 외국인 입장에서는 지문이 급격히 어려워진답니다. 지문 길이가 크게 늘어난다기 보다는 문법적으로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라가요.




응?


이게 왜 또 나오지?


타지키스탄에는 멍청한 여우가 두 마리인가?


내용은 같은데 지문은 앞의 것과 조금 달라요. 그러면 앞의 것은 예고편인가? 영화로 치면 절반을 트레일러로 보여주는 격. 키르기스스탄의 러시아인 학교용 1학년 키르기스어 교과서는 그림을 재활용했는데, 여기는 이야기를 살짝 바꾸어서 사용합니다.


아이들용이라고 무조건 쉽다고 무시하기에는 문법 난이도가 있는 편이랍니다. 명령법을 나중에 알려준다고 한다면 살짝 지루한 감은 있겠지만 교재로 사용해도 괜찮을 정도는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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