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며 가장 짜증났던 것은 바로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이 엉망이었다는 것이었어요. 빠진 단어는 당연히 많고, 뜻이 잘못된 것도 많았어요. 항상 사전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매일 '이놈의 사전, 한국가면 바로 버려버린다!' 이렇게 벼르고 있었죠. 나중에는 책장이 하나하나 떨어지더니 완전 걸레짝이 다 되어버렸어요. 위편삼절이 아니라 제본 부실이었죠. 진짜 열 받는데 더 열 받게 하는 그런 사전이었어요. 물론 지금 버리지 않았답니다. 냄비 받침으로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돈 주고 냄비 받침 살 필요가 없더라구요.
어쨌든, 사전이 너무 부실한 게 큰 문제였어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있는 동안에야 우즈베크인들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한국에 돌아가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한국 돌아갈 날이 슬슬 가까워지자 결국 큰 결심을 하고 우즈베크어 - 우즈베크어 대사전을 구입했어요.
무려 다섯 권이에요. 이것 말고 예전 소련 시절에 발행된 2권짜리 사전도 있는데, 그것은 한 권을 찾지 못해서 결국 이걸 구입했어요. 이 사전이 소련 시절 발행된 2권짜리 사전보다 좋은 점은 일단 어휘가 더 많고, 페르시아어 및 아랍어 차용어의 경우 원어를 적어주어요. 이런 차용어는 정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오면 페르시아어 사전이나 아랍어 사전을 찾아보는 수도 있지요.
하지만 5권이기 때문에 집에서 외에는 쓸 수가 없답니다. 2권짜리 사전은 그래도 특별한 게 없다면 들고 다닐 만 한데 이 다섯 권은 절대 무리였어요.
그래도 우즈베크어 볼 때 나름 요긴하게 잘 쓰고 있는 사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