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야 했던 숙제 (2012)

해야 했던 숙제 - 40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로

좀좀이 2012. 11.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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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발걸음. 이제 여기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며 어디 갔다 와야 한다는 '숙제'란 없었어요. 그런 숙제는 이제 다 끝냈어요. 남은 것은 타슈켄트로 잘 돌아가는 것 뿐.




안녕, 레기스탄 광장!


사마르칸트. 세 번째 방문까지 너는 나를 엄청나게 거부했지. 바람으로 나를 고생시킬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 도시도 다 보았어. 이제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 도시에 오래 머무를 이유란 없어. 물론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해도 이미 기차표를 샀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지만 말이야. 언제 여기가 다시 그리워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최근이 되지는 않을 거야. 아마 한국 돌아가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너무 그리워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 식당에 가게 될 때 즈음에 너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경찰에게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경찰은 레기스탄 광장 바로 앞 큰 길에서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버스 정거장이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거기에서 3번 버스를 타면 기차역까지 간다고 했어요. 혹시 버스가 제 시각에 안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택시비도 물어보았어요. 경찰은 레기스탄 광장에서 기차역까지 택시로 5~6천숨이면 갈 수 있다고 택시 요금도 알려주었어요.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레기스탄 광장에 있는 틸로코르 마드라사가 보였어요. 건물 배치를 생각해 보아도, 내부의 아름다움을 고려해 보아도 레기스탄 광장의 핵심은 틸로코르 마드라사. 가장 마지막에 본 틸로코르 마드라사가 잘 가라고 손짓하고 있었어요.


버스 정거장은 레기스탄 광장에서 멀지 않았어요.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구요. 그냥 큰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니 있었어요. 버스 정거장에 붙어 있는 버스 노선표를 보니 3번 버스가 있었어요. 배차 간격은 12분.



버스 정거장이 있는 큰 길에서 제가 가야할 길을 보니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사진 한가운데 분수가 있는 쪽에서 조금 더 가면 아미르 티무르의 묘소가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미르 티무르가 우즈베키스탄을 세웠다고 내세우는데, 알고 보면 티무르 제국을 침략해 멸망시킨 것이 우즈벡인들이에요. 항상 우즈벡인과 상관 없는 아미르 티무르를 왜 그렇게 존경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출판된 어느 책에서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영토의 모습을 만든 사람이 아미르 티무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우리 나라를 세운 사람으로 여깁니다'라는 말을 읽었어요.


왜 사마르칸트는 잘 꾸며져 있고 아름다운가? 사실 사마르칸트는 타슈켄트보다 아름답고 정비가 잘 된 도시에요. 어느 도시가 더 현대적인 도시냐고 우즈벡인들에게 물어본다면 당연히 타슈켄트에요. 아마 백이면 백 이렇게 말할 거에요. '사마르칸트에는 지하철 없잖아'. 하지만 이 '지하철'을 제외하고 보면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 모습은 사마르칸트가 타슈켄트보다 나아요. 왜 이런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그 중 매우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사마르칸트가 현재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인 이슬롬 카리모프의 고향이라는 점이에요. 자기 고향이니 자기가 신경써서 정비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사마르칸트가 우즈베키스탄 교통의 중심지라는 이유도 있겠지만요. 타슈켄트가 우즈베키스탄 영토에서 너무 동쪽에 치우쳐져 있다 보니 교통의 중심지라 보기는 매우 어려워요. 당장 부하라만 해도 타슈켄트에서는 당일치기 여행이 되지 않는 걸요.


버스를 기다리는데 10분이 훌쩍 넘었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았어요. 제가 타야 하는 3번 버스만 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버스가 한 대도 오지 않았어요. 시계를 보니 10시 10분이었어요.


"이러다 늦는 거 아니야?"


우즈베키스탄은 기차역 들어갈 때 표 검사 1번, 기차역 건물 입구에서 보안검색 1번, 보안검색 마치고 다시 표 검사 1번이 있어서 사람이 조금만 몰려도 기차역 들어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게다가 여기는 현지인들도 많이 놀러오는 곳. 점심 기차라서 사람들이 몰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딱 시간 맞추어 기차역에 도착하면 낭패를 볼 수 있었어요.


"택시 타고 가야겠다."


현지인에게 듣기로 레기스탄 광장에서 기차역까지 5~6천 숨 정도 든다고 했어요. 택시를 잡고 5천 숨에 가자고 했어요. 택시 기사는 잠깐 고민하더니 타라고 했어요. 더 깎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에는 일단 옷 차림새부터 망했어요.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관광객이었으니까요. 참고로 사마르칸트 기차역에서 호객행위하는 택시기사들은 보통 기차역에서 레기스탄 광장까지 1만 숨 불러요. 제가 탄 택시는 정식 택시였고, 만약 그냥 마티즈 잡았다면 3~4천 숨까지 깎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기차역이 왜 시내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요?"

"시내에 자리가 없어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택시 기사. 부하라 택시 기사 아저씨는 이것 저것 재미있게 잘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 택시 기사는 말하기 귀찮아하는 듯 했어요.


"저 사람들 한 시간째 휘발유 넣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야."


택시 기사가 창밖 주유소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주유소 앞에는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었어요.


"왜 휘발유 넣으려고 한 시간 기다려요?"

"가스 충전소는 많은데 주유소는 매우 적어. 그래서 한 시간 기다려야 해."


택시는 시속 40km로 달렸어요. 그래서 더욱 기차역이 멀게 느껴졌어요. 그 동안 기차역이 레기스탄 광장에서 매우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단지 제가 기차역에서 레기스탄 광장 갈 때마다 거리에 차가 별로 없어서 쌩쌩 달렸던 것 뿐이었어요.


이 택시 기사도 형이 한국에서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정말 많은 우즈벡인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구나. 한국에 있었을 때 우리 나라에서 우즈벡인을 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중국인들이야 관광객이든 노동자든 학생이든 불법으로 일하는 학생이든 수도 없이 보았지만 우즈벡인들을 본 기억이라고는 동대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인 사마르칸트 갔을 때 몇 번 본 것이 전부. 그런데 여기 사람들 만나 보면 한국에 갔다 왔거나 한국에 친척이나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드디어 사마르칸트 기차역에 도착했어요.



몇 번을 보아도 이 건물은 파키스탄 건물처럼 생겼어요. 파키스탄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파키스탄 사진을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



명지출판사에서 2002년에 출판한 '파키스탄어 문법 (우루두어)' 때문이었어요. 이 사마르칸트 기차역 건물을 볼 때마다 자꾸 이 책 표지가 떠올라 겹쳐 보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게 사마르칸트 기차역은 우즈베키스탄답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단 한 번도 가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파키스탄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건물. 이 책은 한국에 있는 제 책더미 속에 있어요. 서점에서 얼핏 보고 지나친 책이 아니라 한때 호기심에 공부하려고 구입했다가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던져놓은 책이라 기억이 더욱 선명한 것일 거에요.


역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왔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빠른 열차인 아프로시욥 기차가 들어온 모양이었어요.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서 역으로 들어갔어요. 표 검사를 받고, 보안 검색을 받고, 다시 표 검사를 받았어요.


"여기 역 사진 찍어도 되나?"


우즈베키스탄도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 많은 나라. 지하철역은 무조건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고 기차역도 내부 촬영을 허가해줄 지는 미지수였어요. 이게 걸리면 가볍게는 사진 삭제이지만, 실제로 이것 때문에 강제 추방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기는 해야 했어요. 더욱이 저는 그냥 관광객이 아니라 특히 주의해야 하는 상황. 최악의 경우 관광객이야 추방당해도 별 문제 없겠지만, 저는 타슈켄트 사는 사람이므로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골치아픈 일. 기차역 내부를 찍어서 추방당할 일이야 없겠지만, 어쨌든 사진 촬영 금지 구역 찍다가 걸리면 골치 아파지는 것은 분명한 일. 카메라도 크고 역에 사람도 없어서 지금 몰래 찍고 도망가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선택지를 고를 상황은 아니었어요.


청소부에게 역 내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안 된다고 했어요. 여기도 전철역처럼 사진 촬영은 원래 금지된 구역인가? 일단 청소부가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대답해 주었기 때문에 보안 검색대를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갔어요.


"저쪽 사진 찍어도 되나요?"


청소부 말이 맞다면 기차역 내부는 분명히 사진 촬영 금지 구역. 그래서 머리를 굴린 것이 보안검색대를 등지고 아예 보안검색대가 안 나오는 쪽을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어요. 기차역 내부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아야 하지만, 그렇게 물어보았다가 진짜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면 기차역 사진을 찍기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었어요. 사실 기차역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게 생긴 곳이라고는 입구에 있는 보안검색대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보안검색대 안 나오는 방향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찍어."


경찰들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찍으라고 했어요. 대체 기차역 내부를 찍어도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이것은 저 역시 잘 몰라요. 기차역 내부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보안검색대가 안 나오는 방향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찍어도 된다고 했어요.



사마르칸트 기차역 내부는 타슈켄트 기차역 (북역)과 매우 다른 분위기였어요. 타슈켄트 기차역이나 사마르칸트 기차역이나 외부 디자인이 주는 느낌이 내부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어요. 부하라 역은...거기는 외부에 비해 내부가 너무 보잘 것 없었어요. 우르겐치 역은...거기는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뭐 할 말이 없어요. 완성되면 거기도 꽤 큰 역이 되겠지만 지금은 단순히 내장 공사 정도가 아니라 건물 자체가 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공사장 보고서 감상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역 내부 사진을 찍고 플랫폼으로 갔어요.



"트랜스 시베리아?"


설마 이 기차 진짜 시베리아로 가는 철도는 아니겠지? 푸른 객차에는 '트랜스 시베리아'라고 적혀 있었어요.


기차 사진을 찍고 있는데 기관사가 저를 불렀어요.


"왜요?"

"나 사진 좀 찍어 줘."



당연히 찍어드렸어요.


이것이 바로 아프로시욥 열차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자랑하는 고속 열차에요.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 이 열차로 가면 4시간 채 안 걸려요. 당연히 가격이 비싸서 저는 아직 이 열차를 한 번도 이용해 보지 못했어요. 해가 7시 조금 넘어서 진다는 가정 하에 이 열차를 이용한다면 사마르칸트를 당일치기로 널널하게 보고 사진 많이 찍고 올 수 있어요. 일반 열차로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로 간다면 같은 조건에서 조금 열심히 돌아다녀야 해요. 현지인들도 당일치기로 충분하다고 하는 사마르칸트인데, 역사와 문화 및 의의를 잘 모르고 보는 외국인 입장에서야 더욱 금방 보죠. 단, 일몰 시간이 빠르다면 사진 찍는 데에 제약이 따르므로 조금 부지런히 다녀야 하느냐, 조금 일찍 가서 널널하게 보고 끝내느냐 정도의 차이.



단체 관광객 한 무리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들도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탈 사람들.


기차표를 보았어요. 제가 타야할 객차는 0번. 일단 한쪽 끝으로 갔어요. 이것은 도박. 모 아니면 도였어요. 제가 타고 갈 기차는 부하라-사마르칸트-타슈켄트 구간을 달리는 기차로, 사마르칸트역 정차 시간은 20분. 기차가 온 후 단번에 타느냐 기차 하나를 끝에서 끝까지 다 걸어가서 타느냐 정도의 문제였어요. 그래도 다리가 여전히 많이 아팠기 때문에 이왕이면 바로 앞에 0번 객차가 서 주기를 바랬어요. 전날 우르겐치에서 사마르칸트 올 때 1번칸에 탔어요. 그때 역에서 내려서 출구까지 한참 걸어갔던 기억이 있어서 전에 내렸던 자리로 간 것이었어요.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기차 하나를 다 걷고 또 걸었다는 것.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라면 그때 내린 곳은 기차역 건물 바로 앞 플랫폼이었고, 지금은 기차역과 제가 있는 플랫폼 사이에 철로가 하나 있다는 것이었어요.


생각보다 역에 사람이 없어서 매우 빨리 들어왔어요. 앞으로 도착 예정시간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버스 타고 올 걸 그랬나? 그래도 편하게 잘 왔으니 후회가 들 정도는 아니었어요.


화물차가 지나가기 시작했어요.


"저건 화차 몇 량이나 달렸을 건가?"


기차가 제가 서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데 기관차만 3대였어요.


"이거 설마 소비에트 과학의 힘 아니야?"


앞에서 기관차 3대가 화차를 끌고 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기관차 3대가 화차 몇 량이나 끌고 가나 세어보기 시작했어요.


"하나, 둘, 셋, 넷..."



20개째 세었는데도 계속 줄줄이 비엔나로 달려오는 화차들. 이 열차는 기관차 3대에 화차 53량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화차가 53량이니까 기관차 한 대가 화차 18량씩 끌고 가는 셈. 진짜 무지막지하게 끌고 간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드디어 기차가 왔어요.


"어?"


번호판이 안 달린 객차가 지나갔어요. 제 앞을 지나가는 객차 번호 순서가 어떻게 되나 보고 있는데 3번 객차와 4번 객차가 순서대로 제 앞을 지나갔어요.


"아, 망했네!"


사마르칸트 들어올 때에도 기차 한 대를 다 걸어가야 했는데 사마르칸트 떠날 때에도 기차 한 대를 다 걸어가야 하는구나. 아픈 두 다리로 기차 한 대를 다 걸어서 0번 칸에 올라탔어요.



이런 6인실 구조가 아니라 일반 좌석들로 되어 있는 기차는 우즈베키스탄 와서 처음이었어요. '이런 객차도 있기는 있었구나' 하며 자리에 앉았어요. 객차 한가운데 달린 천장에서 영화가 나오고 있었어요. 영화는 전쟁 영화 같았어요. 버스를 점령한 AK-47을 걸쳐멘 악당들이 한 할아버지에게 탄창을 뺀 총을 들고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라고 시켰어요. 혹시 저격병이 있나 살펴보기 위해 할아버지를 테러리스트처럼 꾸며 보낸 것. 이 장면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우즈베키스탄 군인들을 미화했고,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장면도 없지 않았어요.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응? 벌써 끝났어?"


제가 본 부분은 영화 가장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 영화 제목은 Jasur 였어요. 이거 올해 개봉한 영화인데? 이거 정말 보고 싶었는데 클라이막스만 보았어요.


기차가 출발하고 두 번째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영화는 Jodugar. 우리말로 번역하면 '마법사'. 내용은 매우 단순했어요. 굳이 교훈이라면 '악행을 저지르면 자식에게 피해가 간다' 정도. 정말 뻔한 내용이어서 안 보아도 어떻게 내용이 이어지고 결론이 어떻게 될 지 다 아는데도 영화가 매우 재미있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기차 소음 때문에 대사가 잘 안 들렸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사가 나오는 순간에 기차 소음이 하도 커서 그 대사를 듣지 못했어요. 영화 여주인공은 제가 좋아하는 우즈베키스탄 여자 가수인 Lola. 주제곡도 Lola 의 Nega 라는 노래였어요.


Jodugar 가 끝나고 세 번째 영화가 나왔어요. 세 번째 영화는 Baxtli odamlar. 앞서 두 개가 매우 재미있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너무 재미없었어요. 그래서 보다 자다 했어요.


"아...진짜 지루하네."


영화도 지루하고 창밖 풍경도 지루했어요. 그저 제발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었어요. 우르겐치에서 사마르칸트 들어갈 때는 그래도 졸리면 자면 되었기 때문에 드러누워 자버려서 그렇게까지 지루한 것은 몰랐어요. 그런데 이건 드러누워 잘 수도 없었어요. 같이 잡담하며 시간을 때울 사람도 없었구요. 3시간 반 정도 타면 되는 기차가 이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어요.


드디어 기차가 타슈켄트에 도착했어요.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저도 사람들과 같이 기차에서 쏟아져 나왔어요.



"이제 여행이 끝났구나."


택시 기사들이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가볍게 넘어갔어요. 여기는 타슈켄트.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버스로 집에 갈 수 있어요. 택시 기사들도 다른 관광 도시처럼 우악스럽게 잡아당기지도 않았어요. 어쩌면 사람이 하도 많이 쏟아져 나와서 그렇게 잡지 못했을 수도 있었어요.


기차역 옆에 있는 버스 정거장에 가서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어요. 잠시 후. 버스가 내려야할 정거장에 도착했어요. 버스에서 내려 아픈 두 다리를 끌고 집에 들어갔어요.


"진짜 끝났네."


짐을 내려놓고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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