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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야 했던 숙제 (2012) 42

해야 했던 숙제 - 11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서 타슈켄트 가는 길

아침 7시. 별로 어렵지 않게 일어났어요. 오늘은 2012년 9월 24일. 그리고 1000km 넘게 이동해야 하는 날. 오늘의 일정은 안디잔에서 타슈켄트로 넥시아 (장거리 택시)를 타고 가는 1부와 타슈켄트를 돌아다닐 2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슈켄트에서 야간 기차로 부하라로 가는 3부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 일정의 꽃이라면 바로 2부. 저는 타슈켄트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여행자들이 타슈켄트에서 어떻게 돌아다니는지까지는 잘 몰라요. 여행자로 타슈켄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안 보아도 심히 짜증날 일이었어요. 여행자로 다니면 좋은 '호구'로 비추어질테니까요. 모르고 당하면 열받을 것도 없지만 제가 모를 수가 없죠. 그렇다고 진짜 알면서 당할 수는 없는 일. ..

해야 했던 숙제 - 10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해가 긴 여름이었다면 지금도 백주대낮처럼 밝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가을. 이제 동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동지까지는 많이 남았지만 이제 해가 짧아져서 8시면 확실한 밤. 7시만 되어도 어두워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데에 제약이 따랐어요. 웬만해서는 6시에 돌아다니는 것을 마치는 것이 이상적이었어요. 문제는 제게 시간을 늘리고 줄이고 뒤로 돌리고 앞으로 당기는 능력이 없다는 것. 점점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갔어요. 안디잔에도 '우는 어머니 동상'이 있었어요. 이 우는 어머니 동상은 2차세계대전때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원에 있는 동상이에요. 주요 도시에서는 이 우는 어머니 동상을 찾아볼 수 있어요. 타슈켄트에도 있고, 그 외 도시들에도 다 있어요. 이 동상이 있다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

해야 했던 숙제 - 09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구시가지

에스키 바자르에 도착하자자 조메 모스크 쪽으로 걸어갔어요. 한참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많이 걸어가자 드디어 모스크가 나타났어요. 이 모스크는 데보나보이 조메 마스지드 Devonaboy jome' masjidi. 이름에 '조메'가 들어가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여기는 이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모스크에요. 규모에 비해 주변이 사진 찍기에 좋지 않아서 억지로 사진 한 장에 우겨넣어야 하는 모스크였어요. 이 모스크는 이렇게 지을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지금도 정면은 비슷하게 지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모스크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물이었구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잔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내부는 그냥 평범했어요. 중앙아시아 돌아다니며 내부를 보고 크게 놀란..

해야 했던 숙제 - 08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자혼 바자르

안디잔에는 유명한 시장이 3개 있어요. 이 시장 3개는 양기 보조르, 에스키 보조르, 자혼 보조르에요. 양기 보조르는 '새로운 시장', 에스키 보조르는 '오래된 시장', 자혼 보조르는 '세계 시장'이에요. 자혼 보조르는 페르가나 계곡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시장. 안디잔에 왔다면 한 번 쯤 구경갈 만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거대한 규모의 시장이라면 당연히 볼 것도 많을 것이고, 먹을 것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시장 구경은 사람들이 북적일 때 해야 제 맛. 사람 없는 시장을 구경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의미를 찾고, 다른 감상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 시장이 어떻게 생겼나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에요. 게다가 자혼 보조르는 안디잔 교외에 있는 시장이라 시내에서 어영부영하다가는 안디잔..

해야 했던 숙제 - 07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안디잔 Andijon 은 마지막까지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한 곳이었어요. 이 도시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어요. 텔레비전으로 본 안디잔은 꽤 아름다워 보였구요. 그러나 여기를 마지막까지 갈지 말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것은 론니플래닛에 지도도 없고 설명도 건성으로 되어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여기가 타슈켄트에서 너무 멀어서도 아니었어요. 여기 역시 관광지가 아니라 숙소 잡기 힘들 거라는 예상 때문도 아니었어요. 2005년 5월 13일 안디잔 유혈 사태 이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2005년 안디잔 사태는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사건.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 시위와 무자비한 진압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슬람 원리주의..

해야 했던 숙제 - 06 우즈베키스탄 파르고나

아무 문제 없이 오늘 하루 일정이 잘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을 붙였어요. 오늘 마지막 일정은 파르고나 Fergana 에서 숙소를 찾는 것. 이것만 잘 끝나면 일단 오늘 일정은 모두 아주 잘 완수한 것이었어요. 내일은 파르고나에서 일어나 파르고나를 보고 안디잔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오전에는 파르고나를 보고, 오후에는 안디잔을 본 후, 안디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타슈켄트로 가면 타슈켄트를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 동부 도시들은 대충 잘 본 것. 파르고나 주변에는 파르고나 계곡 (페르가나 계곡)이 있고, 이 동부 지역에 '나만강'이라는 도시가 있기는 했지만 여기는 이번 여행 일정상 생략했어요. 여기까지 다 둘러보려면 아무리 동부 도시들이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시간이 더 필요했거든요. 일단 코칸드 일정을..

해야 했던 숙제 - 05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구시가지

구시가지 eski shahar 를 간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에요.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번화한 거리를 걷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달동네를 걸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은 없어요. 구시가지나 달동네나 무엇을 발견할 지 모르니까요. 타슈켄트에도 구시가지가 있어요. 초르수 바자르 너머에 있는 구시가지는 아직도 정부에서 손을 못대고 있는 곳. 대외적으로는 이곳이 보존 가치가 있어서 재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어요. 한 집에 여러 명이 거주 등록을 해 놓아서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를 떠나 개인적으로 타슈켄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바로 이 구시가지. 소련 시대에 지어진 아파트를 걷는 것과 달리 구시가지를 걸으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구시가지는 옛날..

해야 했던 숙제 - 04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조메 모스크에 가기 위해서는 왕궁에서 나와 큰 길로 간 후, 일단 오른쪽으로 쭉 가야 했어요. 이렇게 NBU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되요. NBU 근처에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때 왼쪽으로 꺾어 길을 건너 다시 쭉 가면 조메 모스크에요.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아까 양기 바자르와는 전혀 다른 모습. '여기 사람들 다 시장 갔나?' 이건 정말 극단적으로 대비되었어요. 양기 바자르에서는 사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졌는데, 지금은 거리에 사람이 안 보여서 일요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 시장도 사람이 없고 거리도 사람이 없다면 토요일이라서 그렇거나, 아니면 원래 사람이 적은 동네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이쪽이 원래 사람들 안 다니는 길은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거리에 사람이 없다니 참 신기해 보..

해야 했던 숙제 - 03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쿠도요르콘 궁전

밥을 먹었으니 이제부터는 볼 것 보러 돌아다닐 차례였어요.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곳은 쿠도요르콘 궁전. 우즈벡어로는 Xudoyorxon O'rdasi, 영어로는 Khudayarkhan's palace. 코칸드에서는 이곳을 가장 가 보고 싶었어요. 이유는 오직 하나였어요. 왕궁이니까요. 소련에게 점령당하기 전, 우즈베키스탄에는 칸국이 3개 있었어요. 그 칸국들은 코칸드 칸국, 부하라 칸국, 호라즘 칸국이에요. 이들의 수도는 코칸드, 부하라, 히바. 타슈켄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이기는 하지만 왕궁이 없어요. 복원이 된 왕궁도 있고, 아직까지 보전이 된 왕궁도 있고, 홀라당 날아가 버린 왕궁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왕궁들은 칸국의 수도에 가야 볼 수 있다는 것. 중앙아시아의 왕궁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떻..

해야 했던 숙제 - 02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양기 바자르

드디어 자정을 남기고 여행갈 날이 되었어요. 잠이 안 와! 설레서 잠이 안 오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냥 잠이 오지 않았어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자고 싶은데 잠에 안 오는 것이었다면 누워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잠들고 싶은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아니었어요. 그냥 진짜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분명 이성적으로 지금 누워서 자야 한다는 것은 알았어요. 야간 이동도 아니고 아침에 코칸드로 바로 이동해야 했거든요. 코칸드에서 며칠 머무르는 일정도 아니고 코칸드를 다 보고 파르고나로 이동하는 일정. 파르고나 숙소 역시 정보가 없어서 가서 헤매어야 했어요. 지금 안 자면 언제 잘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졸리든 피곤하는 어떻게든 코칸드 ..

해야 했던 숙제 - 01 우즈베키스탄 여행 준비

원래 최대한 빨리 출발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망설여졌던 문제가 있었어요. 키르기즈스탄도 같이 갔다 와? 흔히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5개국을 이야기해요.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이 중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다녀왔어요. 남은 것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는 튀르크어족에서 큽착어에 속해요. 그리고 둘 다 본국에서 그렇게 널리 쓰이지 않아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모두 러시아어를 주로 쓰는 나라들. 카자흐스탄은 그렇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현지어인 카자흐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그 언어를 구경하러 가 볼텐데 그것도 아니고, 게다가 물가도 비싼 나라. 여기에 거주..

해야 했던 숙제 - 프롤로그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어느덧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도 반년이 넘었어요.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동네 탐사. 저도 그랬어요. 처음 2월에 타슈켄트 왔을 때에는 매일 걸어서 돌아다녔어요. 그때는 날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툭하면 눈 오고, 거리는 빙판과 눈으로 덮혀 있었어요. 눈 녹으라고 뿌린 물이 얼어서 이게 눈을 녹이기 위해 뿌린 것인지 사람 자빠지라고 뿌린 물인지 구분도 안 되었던 때. 저도 걸어서 돌아다니며 빙판 때문에 몇 번 뒤로 자빠졌어요. 타슈켄트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도 끝나고 얌전히 우즈벡어 공부하며 지내던 시간들. 이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 비자가 단수 비자라서 외국으로 가면 다시 돌아올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때는 어차피 온 지 얼마 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