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야 했던 숙제 (2012)

해야 했던 숙제 - 39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좀좀이 2012. 11.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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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행 마지막 날인 2012년 9월 30일의 아침과 마주했어요.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오늘 기차는 11시 20분.


"아그그그그그..."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을 주자마자 고통이 찾아왔어요. 이게 이틀간 탑 5개를 올라가서 그런 거야. 얌전히 탑 5개만 올라갔으면 말도 안 해. 히바에서도 엄청 걸었고, 사마르칸트에서도 엄청 걸었어. 다리가 풀릴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하도 걸어다녀서 다리에 큰 무리가 왔어요. 이제는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기만 해도 다리가 아팠어요. 화장실을 가려는데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어요. 휘청휘청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화장실로 갔어요. 오늘은 타슈켄트 - 정확히 말하자면 타슈켄트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니 만사 다 귀찮았어요. 오늘 야간 이동이라면 어떻게든 샤워를 했겠지만 어차피 집에 가서 뜨뜻한 물로 제대로 샤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어요.


"샤워는 집에 가서 하자."


늦어도 오늘 오후 4시면 집에 도착할 예정이었어요. 샤워야 일단 아침을 먹고 나서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 일. 머리를 감고 갈아입었어요. 혹시나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싶어진다면 그때 후딱 해도 상관은 없었어요. 중요한 것은 빨리 아침을 먹는 것. 그래야 뭘 하든 선택지가 많아지니까요. 우물쭈물거리다 아침을 늦게 먹어버리면 오늘 하루 선택의 폭이 확 줄어서 기차역 가는 것 밖에 안 남을 것이었어요.


볼 일을 보고 머리를 감고 옷을 씻고 계단을 내려갔어요.


"으으으..."


이렇게 장딴지가 제대로 아파 본 것도 대체 얼마만이지? 설악산, 지리산 다녀온 것보다야 덜 아팠지만 어쨌든 많이 아팠어요. 게다가 계단은 대체 왜 이렇게 좁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사람들 발은 꽤 크거든요. 몸 전체가 가늘고 늘씬한 편인데 발 하나만은 엄청 커요. 단순히 제 발이 커서 불만이 아니라 우즈벡인들 발 자체가 큰데 왜 계단은 이렇게 좁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지경. 다리는 아프고 계단은 좁고 약간 가파른 느낌이 있는 나무 계단이라 난간을 붙잡고 내려갔어요. 절름발이가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듯 절뚝거리며 내려갔어요. 내 다리가 탑 5개에 무너져 버리다니...어쨌든 계단을 잘 내려갔어요.


아침 식사는 소문대로 푸짐했어요. 먼저 꿀과 요구르트가 나왔어요. 꿀을 듬뿍 퍼서 네 숟가락 집어넣었어요. 이렇게 집어넣으니 우리나라에서 파는 요구르트와 비슷한 맛이 났어요. 이것을 벌컥벌컥 들이마셨어요. 그 다음에는 차와 그 유명한 사마르칸트 논 1/8쪽, 달콤한 빵, 샐러드, 살라미 2조각, 치즈, 버터, 죽, 인스턴트 블랙 커피 1포와 뜨거운 물 한 주전자가 나왔어요. 여기는 정말 양으로 승부하는 곳이었어요. 우즈벡인들은 '사마르칸트 논'이라고 하면 우즈베키스탄 전체에서 가장 맛있는 논이라고 엄청나게 칭찬해요. 다른 건 다 자기 지역 음식이 최고라고 하더라도 논 하나 만큼은 반드시 사마르칸트 논이에요. 그래서 우즈벡인들은 사마르칸트에서 다른 곳으로 갈 때 사마르칸트 논을 선물로 사가요. 이때 주의점은 반드시 논을 홀수 개로 사가는 것. 짝수 개의 논은 죽은 자를 위해 들고 가는 거라 반드시 홀수 개로 사서 가야 한대요. 우즈벡인들은 사마르칸트 논을 한 입 베어물면 입 안 가득히 그 향기와 맛이 그득하게 퍼진대요. 하지만 나는 한국인. 아침에 빵을 넘기는 것 자체가 아직도 쉬운 일은 아닌데 사마르칸트 논은 다른 빵보다 약 2배 더 넘기기 힘들어요. 사마르칸트 논은 속이 정말로 빽빽해요. 빵 속 구멍이 아주 작아서 조직이 매우 치밀한 논이에요. 이걸 아침에 넘기는 건 정말 힘든 일. 정말로 빡빡해서 건빵 8개 한 입에 털어넣고 씹어 삼키는 기분이었어요. 살라미와 죽, 차의 도움으로 겨우 1/8쪽을 다 먹어치웠어요. 치즈는 꼬릿꼬릿한 냄새 때문에 맛만 보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 어느덧 9개월째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현지화는 멀고도 먼 길. 웬만한 건 다 맛있게 먹는데 이 꼬릿꼬릿한 발효 냄새만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있어요. 그리고 빡빡한 사마르칸트 논을 삼기는 것은 정말로 너무 힘든 일이구요. 꼬릿꼬릿한 발효 냄새를 풍기는 치즈를 맛있게 먹으며 빡빡한 사마르칸트 논을 떠올리면 군침을 질질 흘리며 찬양의 말이 줄줄 나올 정도가 되어야 우즈베키스탄 현지화 완료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게 이것들은 양고기 노린내보다 더 어려운 일.


아침 식사는 양이 많다는 것과 차마 사서 전부 먹어볼 엄두가 안 나는 사마르칸트 논을 맛보았다는 것 정도의 의의가 있었어요. 차라리 전날 아침을 챙겨먹을 걸 후회가 되었어요. 전날 아침에는 밥 비슷한 것이 나왔거든요. 전날이나 이날이나 양이 많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전날 아침이 훨씬 맛있어 보였어요.


"오늘 그냥 레기스탄을 가?"


방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니 9시였어요. 빨리 움직인다면 레기스탄 광장을 보고 기차역으로 가도 될 것 같았어요. 여유롭게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촉박하게 시간이 남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어제도 레기스탄 광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레기스탄 광장의 1/3은 보았고, 2/3은 못 본 상태. 오늘 가서 보면 4번 만에 가서 보는 것. 아무리 사마르칸트가 나를 거부하고 몸부림쳐도 오늘 아침에 가서 보면 사마르칸트도 결국은 다 봐요. 일단 짐을 빨리 싸면서 계속 고민했어요. 어쨌든 1/3은 보았잖아. 굳이 나머지 2/3을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레기스탄 광장 지금 못 들어가면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꼴랑 그거 2개 남아서 사마르칸트를 다 못 보았다면 그것도 너무 웃기고 후회되지 않을까? 개나 새나 사마르칸트 오면 다 가는 레기스탄 광장. 그걸 세 번이나 갔는데도 못 보았다니 그저 웃길 뿐이었어요.


외국인의 레기스탄 광장 입장 요금은 약 8달러. 하지만 나는 우즈베키스탄 학생증이 있으므로 천 숨. 지금까지 보아온 마드라사는 수십 개. 레기스탄 광장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짐을 다 싸서 이제 나가는 일만 남았는데도 고민이 끝나지 않았어요.


이것이야말로 해야 했던 숙제다!


그래요.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여행은 제게 '해야 했던 숙제'였어요.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 레기스탄 광장을 가는 것은 그 해야 했던 숙제들 중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숙제. 그 숙제를 아직까지도 안 하고 있었어요. 아, 정확히 말하자면 2/3을 아직도 안 한 거였어요. 레기스탄 광장에 간다는 것이야말로 진짜로 이 나라에 오래 머무르며 가장 쉽고 먼저 하는 숙제이자 진정 해야 했던 숙제. 그 숙제를 아직까지 못 끝내서 빌빌대고 있었고, 지금 빨리 움직이면 시간은 충분했어요. 남들은 가장 먼저 끝내는 레기스탄 광장을 저는 제일 마지막에 끝내게 된 셈. '레기스탄 광장은 정말 아껴두었다 나중에 보아야지'라는 아름다운 이유 때문이 아니었어요. 저도 남들처럼 가장 먼저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먼저 끝내려 했지만 그게 항상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제게는 가장 가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린 것이었어요.



Registan square


드디어 대망의 '해야 했던 숙제' 하러 가는 길. 숙소가 레기스탄 광장 근처에 있어서 가는 데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일요일 아침인데 경찰이 많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찰을 은어로 '가이'라고 해요. 제가 여기 처음이었다면 저렇게 많은 경찰을 보며 '무슨 일이지?'라고 궁금해했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우즈베키스탄 산 지 9개월 되어 가고 있어요. 저 정도로는 이제 놀라지 않아요.


"숙제를 해 보실까나?"


레기스탄 광장 매표소로 갔어요. 레기스탄 광장에 있는 마드라사 3개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를 사야 해요. 그래도 여기는 표 한 장을 사면 세 곳 전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좋다면 좋은 점.


"어제 잘 쉬었어?"


매표소 앞에서 경찰이 저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그 경찰은 어제 사마르칸트 도착하자마자 탑을 올라가게 해 주고 돈을 받은 바로 그 경찰이었어요. 이제야 레기스탄 광장 보러 들어간다고 하자 경찰이 알아서 매표소 직원에게 제게 우즈베키스탄 학생증 있다고 말해 주었어요. 직원에게 우즈베키스탄 학생증을 제시했어요. 이제 하도 많이 해서 어색하지도 않았어요. 만약 이것을 까먹고 안 가져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어요. 그랬다면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이고, 여행지들에서 엄청난 불만을 토하느라 정신없었을 거에요.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곳에서 외국인은 무조건 몇천 숨씩 내야하는데 정말 500숨 조차 아까운 곳도 많았거든요. 국제학생증은 이 나라에서 정말 도움이 하나도 안 되지만 우즈베키스탄 학생증은 이럴 때에는 정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여기에서도 느꼈어요. 저는 입장료 1000숨. 아침에 옆에서 밥을 먹던 관광객들은 여기 12000숨 내고 들어갔겠지. 더 내고 들어갔을 수도 있구요.



이것이 바로 레기스탄 광장에 있는 마드라사 3개 입장권. 옛날에는 600숨이었는데 지금은 1000숨. 그래도 여기는 표 끊어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어요. 표도 무려 컬러 인쇄 되어 있었구요. 소련 시절 '코페이카' 단위가 적혀 있는 표를 주는 곳도 간혹 있는데, 여기는 제대로 된 표였어요.


표를 끊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셰르도르 마드라사 Sherdor Madrasasi 로 갔어요.


올록볼록한 주름이 있는 돔이 인상적인 셰르도르 마드라사. 이 마드라사는 1619년에서 1636년에 당시 사마르칸트 통치자 얄랑투쉬 바호두르 Yalangtush Bahodur 가 지은 마드라사에요. 일요일에 아침 이른 시각이라 아직 단체 관광객의 습격은 없었어요. 게다가 가게들도 아직 제대로 문을 열지 않아서 와서 물건 사라는 호객 행위도 거의 없는 구경하기 제일 좋은 시각.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건 별로로군."


정말 간단한 감상 한 마디. 그냥 별로였어요. 이 정도면 지금껏 보아온 무수히 많은 우즈베키스탄의 마드라사 가운데 중상위권 정도. 워낙 폐허로 방치된 마드라사가 많아서 그나마 중상위권이지, 만약 부하라가 없었다면 이건 딱 중위권 수준.





이 마드라사는 정말 돔이 예쁘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 마드라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우즈베키스탄에 굴러다니는 마드라사들 가운데 복구가 조금 잘 된 정도? 정말 이건 세 마드라사가 무리를 지어 붙어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


이 마드라사를 보니 레기스탄 광장은 정말 숙제 때문에 간 기분이 되었어요. 이것은 정말 다른 두 마드라사가 곁에 모여 있고 복원이 조금 되어 있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 뿐. '1+1+1=3'이 아니라 '1+1+1=10'이 된 셈이에요. 사진을 찍어보면 더욱 두드러지게 이게 티가 났어요. 광장 중심에서 세 마드라사가 나오게 찍으면 매우 아름답게 나왔어요. 굳이 사진을 안 찍더라도,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적지는 바로 이곳, 레기스탄 광장. 이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건물 하나 하나 따로 보면 글쎄요...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찍어서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곳 또한 레기스탄 광장이었어요.





그래도 돔은 아무리 보아도 예뻤어요. 인상적인 것이 아예 없는 그런 곳은 아니었어요.


다음에 갈 곳이자 사마르칸트에서 마지막으로 갈 곳은 레기스탄 광장 가운데이자 정면에 위치한 틸로코르 마드라사 Tillokori Madrasasi. 이 마드라사는 1646년에서 1660년에 지어진 마드라사에요. 지은 사람은 아까와 같이 당시 사마르칸트 지도자인 얄랑투쉬 바호두르. 여기는 계단을 내려갈 필요 없이 셰르도르 마드라사에서 옆으로 쭉 걸어가면 되는 곳이었어요. 울루그벡 마드라사가 1417년에서 1420년에 지어졌으니 왼쪽 짓고, 오른쪽 짓고 한가운데를 지은 셈이에요.


셰르도르 마드라사에서 나왔는데 드디어 단체 관광객이 몰려왔어요. 다행히 아직 한 팀 뿐이었어요. 단체 관광객과 엉키면 정말로 답이 없기 떄문에 발걸음을 빨리 옮겼어요.



틸로코르 마드라사로 가는 길에 방치되다시피 한 묘소도 보였어요. 단체 관광객은 셰르도르 마드라사로 들어갔어요. 이번 레기스탄 광장 구경에서는 그나마 운이 조금 따라주는 듯 싶었어요.



이것이 바로 틸로코르 마드라사.



드디어 마지막 숙제를 해치우는 순간이구나!


이것만 들어갔다 나오면 3전4기만에 레기스탄 광장을 보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여행도 끝내는 순간이기도 했구요. 비록 부하라에 있는 낙쉬반드 묘소를 대충 후딱 보고 나온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동쪽부터 서쪽으로 안디잔, 파르고나, 코칸드,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샤흐리사브즈, 부하라, 히바를 보았어요. 이 정도면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웬만한 관광 도시는 다 가 본 셈. 비록 카라칼팍 자치공화국과 아랄해를 못 가보기는 했지만 어쨌든 어디 가서 '12개월 우즈베키스탄 머무르며 우즈베키스탄 주요 관광지는 잘 둘러보고 왔어요'라고 말할 정도는 되요.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인 수르혼다리오 주는 타지키스탄 가는 길에 갔었고, 샤흐리사브즈는 전에 갔었어요. 이제 우즈베키스탄은 정말로 대충 다 돌아본 셈. 바로 이 문만 통과하면요.



문을 통과하자마자 푸른 돔 지붕이 보였어요. 저것이 밖에서도 보이는 티무르 제국 양식의 푸른 돔. 이건 어디에서든 몇 번이고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중앙아시아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이미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잘 보이기도 하고, 중앙아시아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돔이기도 하거든요.






"빨리 둘러보고 가야겠다."


어느덧 9시 40분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기차가 11시 20분 기차라 아직 여유가 있기는 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역에 한 시간 즈음 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할 수는 없었어요.


'여기도 별 거 없겠지.'


이제 남은 것은 푸른 돔 지붕이 있는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 뿐. 이 건물에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구 소련 지역. 이제는 이 지역에서 어떤 유적이든 모스크든 마드라사든 간에 들어갈 때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어요. 큰 기대는 고사하고 작은 기대조차 없었어요. 대충 둘러보고 나오면 10분 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겠지.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구나.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어요. 안에 뭐가 있든 없든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숙제 끝. 머리 속은 이미 기차역에 가 있었어요.


"헉!"


레기스탄 광장


"내가 틀렸구나..."


이 마드라사...물론 꾸며진 곳은 오직 이곳 뿐. 오른쪽은 박물관이고 왼쪽은 기념품 가게라 볼 것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정말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이 정도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본 모든 것을 다 합쳐도 당당히 최상위권 - 3등 안에 들어가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이었어요. 사진 아래쪽 한가운데 황금색으로 빛나는 곳은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미흐랍.



이 어마어마한 천장!


제 언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표현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화려함! 평소 국어 사전 좀 읽으며 어휘력 좀 높여놓을 걸 후회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움!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어요. 멍하니 서서 천장과 주변만 바라보다 정신 차리고 박물관쪽으로 갔어요.



박물관에 가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레기스탄 광장에서 원래 시장이 열렸다는 것이었어요. 박물관에는 아주 오래 전 레기스탄 광장과 이 세 마드라사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어요. 사진 속 마드라사들은 흉물스러워 보일 정도로 낡아 있었어요. 이 정도라도 복원을 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전날 보았던 그 비비 하늠 모스크 내부를 생각해보니 더더욱 이 정도라도 복원되어 있는 것이 기적같았어요.


기념품 가게는 크게 구경할 것이 없어서 후딱 들어갔다만 나와서 다시 가장 화려한 입구에 멈추어섰어요.


사마르칸트


굳이 내가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 안 알려주어도 되는데...


조용히 이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는데 독일인 단체 관광객들이 들이닥쳤어요. 부하라, 히바에 이어 사마르칸트, 그리고 사마르칸트 마지막까지 계속 독일과 프랑스 단체 관광객들에 시달리게 되는 구나.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온 이상 조용히 서서 구경하기는 글러 버렸어요.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가야할 시간에 이 관광객들이 들이닥쳤다는 것.


감탄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널찍널찍 퍼져가는 독일인 단체 관광객들을 뒤로 하고 마드라사에서 나왔어요.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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