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36 아제르바이잔

좀좀이 2012. 9. 2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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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춥다고 생각하며 잤어요. 두꺼운 이불을 덮지 않았다면 정말 추워서 잠을 들지 못했을 거에요. 친구가 깨워서 일어났어요.


"목이 왜 이렇게 아프지?"

"갑자기 왜?"

"모르겠어. 목이 아파. 지금 일어나야 해?"

"아니, 아직 여유 있어."

"그러면 나 조금 더 누워 있을게."


목이 헐어서 그런지 아팠어요.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시 침대에 누웠어요. 조금 누워 있으면 금방 좋아질 것 같았어요.




어제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오늘은 또 다시 정말 맑은 날. 그래도 가는 날은 맑아서 다행이었어요. 아브토바그잘로 갈 때 어제 그 폭우가 내렸다면 정말 돌아가는 내내 고역이었을 텐데요. 보나마나 차에서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 것이고, 그러면 바쿠 도착하는 내내 추위에 시달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누워 있는다고 목이 좋아지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제는 준비하고 나가야할 시간. 그래서 1층에 있는 세면장으로 갔어요. 불편하기는 했지만 더럽지는 않았어요. 샤워기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 외에는 그냥 저냥 샤워할 수 있는 평범한 수준.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이었어요. 화장실 옆에 물통이 있었는데 그 용도는 예전에 말한 대로 사용하는 것.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기 전에 세면장에서 물통에 물을 받아 들어가서  볼 일을 보고 물통의 물을 부어 내리면 되요.


씻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었어요. 어제 그렇게 흠뻑 젖었던 옷은 다 말라 있었어요. 옷을 입고 짐을 싸고, 침대를 정리하고 방에서 나왔어요. 주인 할머니를 찾아 보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전날 택시 기사 아저씨와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문을 잠그고 열쇠를 정해진 곳에 놓고 집에서 나왔어요.


집에서 나와 카라반사라이로 걸어가는데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옆에 멈추어 섰어요.


"이제 가니?"


주인 할머니셨어요.


"예. 이제 바쿠로 돌아가려구요."

"그럼 이 차 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주인 할머니가 탄 차를 몰고 계신 분은 주인 할머니의 딸이었어요. 뒷좌석에는 주인 할머니의 손녀가 타고 있었어요. 우리는 뒷좌석에 탔어요. 주인 할머니 댁에서 버스 정거장까지는 정말 가까운 거리. 버스 정거장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카라반사라이 바로 앞에 있었어요.


"아브토바그잘은 여기에서 11번 마슈르트카 타고 가면 돼."

"감사합니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할머니가 탄 차가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11번 마슈르트카가 왔어요. 마슈르트카를 타고 아브토바그잘로 갔어요.


전날 우리에게 숙소를 알선해 준 택시 기사 아저씨가 아브토바그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어요.


"어제 잘 잤어요?"

"예. 그 집 너무 좋았어요."

"잘 되었네요."


정말 밤에 비만 안 내렸다면 완벽했을 여행. 아쉽기는 했지만 이제 끝난 일. 바쿠행 버스를 찾아 보았어요. 30분 뒤 떠나는 차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마슈르트카.


'또 머리 엄청 흔들리겠구나.'


낡은 합승차량을 보자마자 차가 엄청나게 흔들릴 것이 딱 보였어요. 그래도 전날 셰키로 올 때 그 길로 간다면 그래도 낫겠지? 거기는 도로 포장 잘 된 거 같던데. 설마 아르메니아 수준이겠어. 아르메니아에서는 도로 포장 상태가 워낙 안 좋아 머리가 신나게 흔들렸었어요. 그러나 여기는 아제르바이잔. 도로 포장 상태는 아르메니아보다 훨씬 잘 되어 있는 나라. 어느 정도 흔들리기야 하겠지만 음악에 심취해 머리를 흔드는 정도까지는 아닐 거야. 그렇게 되기를 바랬어요.


30분이 남았다고 해서 찻주전자 하나를 시켰어요.


"어서 타요!"


30분 남았다고 했는데 15분 만에 어서 차에 타라고 차장이 외쳤어요. 원래 출발 시각은 30분 후였지만 사람이 다 찼기 때문에 빨리 출발하는 것이었어요.


"차 얼마에요?"

"40개픽."


차장이 하도 빨리 타라고 해서 40개픽을 내고 차에 올라탔어요.


여기 물가 진짜 싸구나!


바쿠에서 찻주전자 하나가 보통 1~2 마나트. 그런데 여기는 불과 40개픽. 오래 머무를 것이었다면 여기에서 오래 진득하게 머물어야 했어요. 만약 처음부터 이런 것을 알았다면 셰키에서 머무르며 주변 지역을 돌아다녔을 거에요. 하지만 이미 끝난 일.


오늘은 2012년 7월 10일. 다시 바쿠 가는 길.


차는 생각만큼 많이 흔들리지 않았어요. 차를 타고 가는데 왠지 전날과 다른 길로 가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전날 차에서 잠 자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전날 가는 길로 가는지 다른 길로 가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어요.


차는 오구즈 Oğuz 를 지나 게벨레 Qəbələ 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게벨레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졸기 시작했어요.


이후부터는 계속 졸다 깨다를 반복했어요. 차는 전날과 다른 길로 갔어요. 이번에는 진짜로 셰키 Şəki - 오구즈 Oğuz - 게벨레 Qəbələ - 이스마일르 İsmayılı - 샤마크 Şamaxı 로 이어지는 길을 달렸어요. 길을 보니 왜 버스가 이 길로 가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큰 버스가 다니기에는 이 길이 너무 좁았어요. 버스가 다니려고 한다면 다니기야 하겠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꽤 걸리게 생긴 길이었어요.


이 길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진짜로 아름다운 길이었어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휴양지 및 관광지가 모여 있는 길이었으니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더욱이 제가 천하의 명문장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아름다운 문장을 못 쓰는 사람이다 보니 그 풍경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졸다 보다 했기 때문에 지금도 연속해서 주욱 이어져서 기억나지는 않아요. 부분 부분 기억날 뿐.


휴게소에서 차가 멈추었어요. 점심 시간. 목이 아파서 그냥 물만 한 통 사서 마셨어요. 햇볕이 강하면 몸이 금방 괜찮아질 것 같은데 햇볕이 강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몸 좀 풀기 위해 햇볕 아래에서 걸어다녔어요. 휴게소가 있는 곳 경치도 정말 좋았어요. 사람들이 차에 올라타기 시작하자 우리도 같이 올라탔어요.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이어졌어요. 이때부터는 전혀 졸지 않았어요.


"카메라 좀 빌려줄래?"


제 카메라는 커서 비좁은 마슈르트카 안에서 사진을 찍기 안 좋았어요. 그래서 복도쪽에 앉은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했어요.


이미 다 지나갔어...


친구로부터 카메라를 넘겨받았을 때는 이미 늦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스마일르는 꼭 찍었어야만 했어요. 정말 이스마일르는 반드시 사진으로 찍어서 알려주어야할 이유가 있었거든요.


Lonely planet 설명과 현지인 설명이 180도 엇갈리기 때문.


솔직히 다른 것은 차 타고 가면서 그냥 지나쳐도 상관 없어요. 대체로 론리플래닛 정보와 일치하니까요. 대체로 현지인이 좋다고 하는 곳과 론리플래닛에서 좋다고 하는 곳은 비슷해요. 특히 여행자들 많이 겪어본 사람일 수록 그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론리플래닛 저자가 아무 현지인 도움 없이 혼자 전 지역을 돌아다녔을 리도 없어요.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론리플래닛에 의존하는 여행자들이 자꾸 물어보고 여행자들끼리 정보 교환하는 것을 듣고, 여행자들과 대화하다보면 어느 정도 알게 되요.


그런데 론리플래닛과 현지인들의 의견이 180도 반대되는 곳이 있으니, 그게 바로 이스마일르에요. 론리플래닛에서 이스마일르란 단순히 라흐즈에 가기 위해 차를 갈아타야 하는 도시에 불과해요. 그런데 현지인들에게 아제르바이잔에서 어디가 아름답냐고 물어보면 이스마일르가 좋다고 추천해요.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저 같은 경우 서양인의 추천은 70%의 믿음과 30%의 불신. 서양인들 취향 중 우리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종종 있고,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과장된 칭찬을 하는 경향이 심해서 서양인의 과장된 추천을 믿고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추천은 딱 70%만 믿어요. 대표적인 곳은 그리스 아테네. 서양인들은 거기는 1주일도 부족하다고 침을 튀겨가며 칭찬해요. 그러나 서양 문화를 생각 없이 머리 속 암흑 속에서부터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하루면 충분해요. 그래도 지금은 유로가 많이 저렴해졌으니 망정이지...그에 비해 현지인의 추천은 언제나 80%의 믿음과 20%의 의문. 당연히 현지인이 좋다고 하면 좋은 거죠. 현지인들의 추천을 안 믿을 이유가 없어요. 현지인들이 좋다고 하면 일단 좋은 거에요. 그곳이 설령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하더라도 현지인들의 취향을 알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거라 생각해요. 문제는 20%의 의문. 현지인의 이동 방식과 여행자의 이동 방식, 현지인의 여행 방식과 여행자의 여행 방식은 분명히 달라요. 더욱이 현지인은 그 지역에 빠삭한 사람들. 정말 여행자 입장에서는 가기 극악으로 힘든 곳, 정말 특수 상황에서 아름다운 곳, 개구멍, 현지인 설명 없으면 당최 뭔지 알 수 없는 것 등을 알려줄 확률도 매우 높기 때문에 좋다는 것은 믿되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20%의 의문을 가져요. 대표적인 곳이 몰타의 딩글리 절벽. (http://zomzom.tistory.com/252) 여기는 노을 보러 가는 곳인데 백주대낮에 갔다 와서 거기 볼 거 없다고 하는 사람들 꼭 있어요. 이건 단연 외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에요. 승용차로 30분이면 간다는 곳이 대중교통 이용해서 갈 때 얼마나 걸릴까요? 현지인들 기준으로 '가깝다', '금방 간다'는 것은 '자가용으로 갔을 때'를 의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곳은 대중교통으로 가면 현지인들이 말한 시간보다 훨씬 많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건 정말 당연한 것이 대중교통수단 기다려야 하고, 대중교통수단이 승용차처럼 쫙쫙 밟아주는 게 아니다보니 자가용 기준으로 말한 소요 시각보다 훨씬 더 걸리죠.


하지만 서양인도 좋고 현지인도 좋다고 하면 이것은 완벽한 신뢰에요. 이 경우는 그다지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이니까요. 이 경우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정보 얻기도 쉬워서 의문을 가질 필요도 거의 없어요.


문제는 서양인은 안 좋다고 하고, 현지인은 좋다고 추천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정말 많지 않아요. 저도 이스마일르가 처음이었어요. 물론 이스마일르를 직접 다녀온 서양인을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철저히 서양인 기준으로 작성된 론리플래닛에서는 이스마일르는 그냥 버스 갈아타는 곳에 불과했어요. 현지인들은 정말 좋은 곳이라고 추천했구요.


이스마일르를 차로 지나가며 직접 보았어요. 사실 이스마일르 시내는 그다지 볼 게 없었어요. 이스마일르 외곽은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현지인들이 와서 놀고 쉴 수 있게 어느 정도의 준비도 되어 있었어요. 즉, 이스마일르는 현지인들이 아름다운 풍경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하고 노는 곳. 문제는 여기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기 때문에 사진으로 이곳이 어떤지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뒤늦게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이미 아름다운 풍경은 다 지나가 버린 후.







아...이미 너무 늦어 버렸어...


얼마 가지 않아 작년에 보았던 집과 비슷한 집들이 나타났어요.



정말 다시 보아도 너무나 신기했어요. 저것은 아무리 보아도 동아시아 지역 집의 지붕처럼 생겼어요.


거대한 호수가 나오고



바쿠까지 왔어요. 이것은 바쿠 외곽 사진.



오후 3시 20분. 바쿠 도착.


이런 짧은 여행이라면 보통 '꿈만 같았어요' 비슷하게 마무리를 지어요. 여행 일정이 짧으면 짧을 수록 갔다 왔는지 돌아와서 실감이 안 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은 없었어요. 전날 비에 쫄딱 맞은 것 때문에 기억이 더욱 생생했거든요.


시내 버스를 타고 호스텔로 돌아갔어요. 주인 누나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주인 누나에게 셰키 할와를 선물로 드리자 매우 좋아하셨어요.


주인 누나는 2인용 침대를 둘이서 같이 쓰라고 했어요. 1인용 침대도 있었지만 2인용 침대에서 자라고 했어요. 이것은 특혜. 2인용 침대는 1인용 침대 2개 합친 것만큼 넓어서 둘이 자도 실컷 굴러다닐 수 있는 침대. 그래서 모든 여행자들이 노리는 침대인데 우리에게 그 침대에서 머무르며 편하게 푹 쉬라고 했어요. 단, 지금은 예약 손님이 없기 때문에 거기서 쉬고, 나중에 예약 손님이 오면 비켜주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알겠다고 대답했어요.


빨래와 짐을 돌려받았어요. 주인 누나가 빨래를 잘 개어서 주었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어요.


"셰키에서 선물 사서 오기 정말 잘 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한 후, 서점을 향했어요. 셰키에서 차비를 제외하고 쓴 돈은 원래 예상했던 액수보다 훨씬 적었어요. 만약 박물관 2개를 안 들어갔다면 지출이 더 줄어들었을 거에요. 이렇게 된 이유는 결정적으로 숙박비와 식비가 예상했던 것의 반도 안 되었기 때문. 숙박비와 숙소비로 50마나트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약 20마나트 사용했거든요. 덕분에 가서 딱 칸사라이만 보고 동네나 걷다 와야겠다는 처음 계획에서 박물관도 2곳이나 돈을 내고 보고도 예상 경비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들었어요.


서점에 가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눈여겨본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갔어요.



가격은 4권 전부 다 해서 35마나트.


책을 호스텔에 가져다 놓고 다시 나왔어요.



밥 먹으러 가는 길. 오늘도 이 문을 지나갔어요. 이체리 셰헤르 입구 중 가장 유명한 입구. 그리고 이체리 셰헤르 안으로 차가 못 들어가기 때문에 이 문 앞 길은 차가 많아요. 이체리 셰헤르 안으로 들어가는 차가 아니라 성벽을 타고 돌아가는 차들 때문에 길을 건널 때 주의해야 해요.


오늘도 간다, 메르신 카페!


화려한 만찬은 어제 끝났어요. 우리가 있는 곳은 바쿠. 바쿠에 왔으니 한 끼 식사 때우기 가장 만만한 메르신 카페에 출석 도장 찍으러 갔어요.



이것이 제가 바쿠에서 매일 먹은 탄투니. 특징은 잘게 썰은 쇠고기를 볶아서 속으로 집어넣는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이 속에 고추 피클을 집어 넣어서 먹었어요. 그러면 매콤한 케밥이 되어서 훨씬 맛있었거든요.


메르신 카페에서 저녁을 먹고 기념품점으로 갔어요. 이제 슬슬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줄 때가 되었어요. 일단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못 보내준 친구들에게 빨리 써서 부쳐야 했어요. 16일 아침 비행기이니 이제 남은 날짜는 5일. 더 써서 보내주고 싶으면 그 후에 더 사기로 하고 2장을 샀어요. 호스텔 주변이 온통 기념품점이라 엽서 사러 멀리 나갈 필요도 없었거든요. 처음부터 엽서를 많이 사지 않아도 되었어요.


엽서를 사고 호스텔로 돌아와 일찍 잠을 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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