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멜론이 흔한 우즈베키스탄에는 이런 것도 있다

좀좀이 2012. 12. 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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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멜론이 정말 많이 나는 나라에요. 그 종류만 130가지가 넘는다고 해요. 즉 제가 여러 멜론을 먹어보았다고 여러 글을 올렸는데, 그거 다 해봐야 10% 채 안 된다는 불편한 진실. 아...진짜 쪽팔리네요. 우즈베키스탄 산다고 하면서 우즈베키스탄 멜론 종류 가운데 50%는 고사하고 10%도 못 먹었다니요...지금껏 정말 다양한 멜론을 먹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먹은 건 정말 새발의 피도 안 되네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멜론 20톤을 수출했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호라즘 멜론이 수출되었다고 하더군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우즈베키스탄 멜론을 접할 수 있게 되나봐요.


하여간 여기는 지금은 멜론이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멜론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나라. 달다 못해 목이 타는 멜론부터 이게 멜론인지 오이인지 분간도 안 가는 멜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 나라.


오늘 시장에 갔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어요.



Дыня сушеная


듸냐는 저도 뭔지 알아요. 이건 '멜론'. 이건 제가 이 나라에서 살며 거리에서 배운 몇 안되는 러시아어 중 한 마디. 사전을 찾아보니 말린 멜론이라네요. 시장 상인이 멜론 말린 거라고 해서 설마 멜론을 말렸겠어 했는데 가격이 불과 2500숨이라고 해서 하나 집어왔어요. 그리고 집에서 사전 찾아보니 말린 멜론 맞네요.


멜론이 많이 나오니 이런 것까지 만드네요. 그러 신기할 따름. 멜론을 말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놀라울 뿐이에요. 이렇다면 수박 말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 맛은? 지금까지 상한 멜론, 썩은 멜론은 보았지만 이렇게 말린 멜론은 처음이라 나름 기대가 되었어요.


음...참 어려운 문제다.


이것을 대체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식감은 찐득찐득한 감이 있어요. 전에 말했듯 여기 멜론은 당도가 높아서 즙이 손에 묻으면 미끌거리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찐득거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찐득찐득+질겅질겅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듯.


그리고 맛. 맛은 엿+건포도의 맛이에요. 참 우리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것들의 연속. 아...말린 멜론의 맛은 '찐득찐득+질겅질겅에 엿+건포도 맛'이에요. 라고 하자니 이것도 이상하고...하여간 미묘한 맛. 희안한 건 멜론 냄새가 살짝 난다는 것이에요. 씹을 때에도 멜론향이 약하게나마 나고, 삼키고 나서 입안의 냄새를 다시 느껴보면 확실히 멜론 냄새가 나요.


그런데 왜 짠 맛이 날까?


더 희안한 것은 이 멜론 말린 것이 첫 맛은 건포도와 엿을 섞어놓은 듯한 맛인데 계속 씹다보면 엄청나게 짠 맛이 난다는 것. 멜론 먹으며 짜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 보았는데 왜 짠 맛이 나는 것이지? 내 혀가 미쳤나? 몇 번을 똑같이 해 보아도 계속 질겅질겅 씹으면 그 끝은 강력하게 짠 맛이었어요.


이건 지금껏 먹어본 우즈베키스탄 음식들 가운데 가장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희안한 맛이네요. 한국 갈 때까지 팔고 있으면 조금 사가서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어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저만 느낄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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