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타슈켄트는 지금 홍시가 제철

좀좀이 2012. 12.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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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시장에 종종 가고 있어요.


사실 시장에 매일 가는 것은 이상할 것도 아닌 것이, 저는 냉장고에 무언가 있는 걸 매우 싫어하거든요. 웬만하면 조금씩 사서 그날 먹어치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장에 가다시피해요.


하지만 요즘은 다른 이유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홍시!!!!!


너무 좋아!


참고로 이건 홍시 2kg. 가격은 3천숨. 홍시 한 번 사러 가면 진열대에 있는 걸 쓸어오듯 해요. 그래봐야 보통 2kg이지만요. 그리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집에서 숙성시켜야 하거든.


일단 매일 시장에 매의 눈이 되어서 몇 번이고 목표물을 찾아 헤매요. 그러다 목표물이 나타났다? 생각 필요 없어요. 그냥 미친듯 싹쓸이. 물론 한 진열대에서도 잘 골라야해요. 여기서 배우는 생존 우즈베크어.


파켓 베링!


이거 왕 중요함. 이렇게 진짜 생존 써바이벌 회화를 알려 주어야지, 항상 쓸 데 없이 어려운 말만 알려주는 교재는 분명 문제가 있어요. 시장에서 상인에게 물건 담아달라고 하면 나쁜 것도 섞어주어요. 그러므로 적당히 가격 물어보고 가격 마음에 들고 하면 긴 말 하지 말고 무조건 '봉지 주세요'라고 '파켓 베링!'이라고 해야 해요.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거 원하는 만큼 다 골라 담거든요. 사과, 복숭아, 홍시 등은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살구는 너무 잘고, 포도는 솔직히 무게 맞추기에 급급하기 때문에...(이 부분은 나중에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전부 방법들이 있어요.)


저도 저 말을 시장에서 익히기 전까지 내가 고르느니 그거 빼달라고 하느니 무게 딱 그만큼만 가져갈 것이니 상인과 입씨름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시장을 맨날 다니며 저 마법같은 말 한 마디로 상인과 입씨름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어쨌든 홍시를 잘 골라서 좋은 게 있으면 그냥 싹쓸이해오는데, 보통 하루에 한 가게 정도에 좋은 홍시가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홍시가 외관상 좋다는 것은...이 나라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후숙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바로 먹기 좋은 놈들은 완전 눌리고 물러터져서 딱 보고서 감히 손이 안 가거든요.


그래서 시장 가서 좋은 홍시 보이면 바로 사서 집에 내던져놓고 전에 사온 홍시를 열심히 까먹고 있어요. 홍시도 제철이 되니 가격이 폭락해서 좋네요. 홍시를 만들어먹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만약 그때 결단을 내려 홍시를 만들었다면 오히려 파국적 결말을 맞이했을 지도 몰라요. 이렇게 싸고 저렴하게 맛있고 질 좋은 홍시 처묵처묵 할 수 있는데 비싼 돈 주고 맛 없는 홍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죠.


홍시가 제철이라서 다 좋아요. 매일 몇 개씩 처묵처묵하고 그보다 더 많이 사오고, 또 많이 처묵처묵하고 또 그보다 많이 사오고...부작용도 있네요. 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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