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천연가스 자원 부국의 난방 방식

좀좀이 2012. 12. 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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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엄청 추워지더니 이제는 말도 못하게 춥네요. 기온이 영하로 푹 떨어졌고, 지금도 눈이 내리고 눈이 쌓이고 있어요. 물론 한국이나 이웃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불과 한 주 전에 20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도 대폭락이에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이런 폭락장이라면 진짜 사상 초유의 난리가 나고 국가가 망하네 한강물 따스하냐 등등 온갖 난리가 났을텐데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의 기온이 불과 일주일만에 30도 대폭락했어요. 진심으로 다른 나라에서 더위를 수입하고 싶다는 실현 불가능의 망상이 두뇌를 지배하고 있는 주말이에요.


이 나라는 추우면 참 문제인 것이 난방이 별로 안 좋아요.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시원찮거든요. 이게 잘 돌아가면 그럭저럭 따스하고 살만한데, 가정집 라디에이터는 영 시원찮아요.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도 라디에이터 비용을 내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해서 이 사람들 오면 문도 안 열어주곤 해요.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바닥과 벽에 단열 효과를 내기 위해 카펫을 깔아요. 만약 카펫을 싹 걷어낸다면? 사방팔방에서 냉기가 솽솽 올라오고, 창으로는 외풍이 들어와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창문도 단창이에요. 오래된 나무로 된 창문이라 외풍이 아주 잘 들어오는 집. 왜 내가 길을 가다 Akfa 회사의 창문을 볼 때마다 부러워하지...? 확실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Akfa 창문이 최고에요. Akfa 창문을 달아놓은 곳이랑 옛날 나무 창문이 달려 있는 집의 차이는 가히 천지차이에요. 외풍의 위력은 이런 것입니다...라는 것을 체득하게 해주거든요.


어쨌든, 이 나라는 추워지면 엄청 추워요. 기온이 낮아서 추운 것보다 난방과 외풍 때문에 추워요. 하지만 이 나라는...아니, 천연가스가 풍부한 구소련 지역에는 특유의 난방 방식이 있어요.




가스레인지에 최대화력으로 불 켜놓기!


오븐도 틀어놓고 싶지만 문제는 오븐 켜는 방법을 몰라서...가스레인지 두 개만 틀어놓았어요. 이 나라,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레인지 틀어놓고 오븐 틀어놓는 게 겨울철 난방 방식이에요. 이유는 천연 가스 자원 부국이라서 가스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지요. 난방 시설도 별로 따뜻하지 않구요.


이렇게 틀어놓으면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부엌은 엄청 따스해지거든요. 그리고 그 열기가 방으로도 스물스물 기어온답니다. 확실히 가스레인지를 틀어놓으니 집이 따뜻해졌어요. 오들오들 떨지 않아도 될 정도랄까요?


예전 한국에 있을 때 이 이야기 듣고 그저 어이없어서 웃기만 했는데 지금은 제가 이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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