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전래동화에서도 비싼 것은 욕먹는구나

좀좀이 2012. 12. 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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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를 읽다보면 가끔씩 타지키스탄에서 사용하는 타지크어 지식을 요구할 때가 있어요. 그 이유는 우즈베크인과 타지크인들이 서로 많이 섞여 살고 있는데다 (사마르칸트, 부하라는 타지크인들의 도시랍니다. 민족 분포선과 국경이 많이 안 맞아요) 옛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행정 및 문학 언어로 페르시아-타지크어를 많이 사용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동화를 읽을 때 의외로 타지크어 사전을 찾아보아야 할 때가 있어요. 현대 우즈베크어 사전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있거든요. 그런 건 대체로 타지크어 사전을 뒤적여보면 뜻이 있어요. 참고로 여기서 현대 우즈베크어 사전은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은 진짜 최악, 아니, 개최악임. 이건 차후 리뷰를 올리도록 하죠. 돈 받고 파는 상품을 이따위로 만들어내다니...(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표현 말고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낼 수가 없네요...솔직히 저것도 많이 순화시킨 거에요.)


어쨌든 동화를 읽을 때 이런 타지크어 단어들이 가끔 지뢰처럼 등장하기 때문에 타지크어 사전을 뒤져보아야 할 때가 있어요. 물론 그때마다 스트레스 확 증가하죠. 타지키스탄에서 구해온 타지크어-영어 사전 역시 조잡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결국은 어떻게 구한 타지크어-불어 사전 및 타지크어-타지크어 사전을 보아야 하는데, 타지크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사전 한 번 보려면 머리털 20개씩 빠져나가는 거 같거든요. 무슨 동화 읽기가 신문 읽기보다 몇 배 힘든지...


요즘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우즈베크어로 된 글을 읽고 있는데, 우연히 제가 맨 처음 올렸던 '줌라드와 큼마트' (http://zomzom.tistory.com/530) 라는 동화가 생각났어요. 여기서 악녀는 큼마트이고 선녀는 줌라드. 큼마트는 우즈베크어로 '비싼' 이에요. 역시 비싼 건 나쁜 것...이란 건가?


그래서 한 번 줌라드를 타지크어-영어 사전에서 찾아보았어요. 사실 이 동화를 번역해 올릴 때 '줌라드'라는 이름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사람 이름이겠거니'하고 넘어갔었죠.


사전을 찾아보니...


zumrad = 에메랄드


아하!


에메랄드는 비싼 것보다 좋은 것이구나!


역시 가격의 가치를 해야 좋은 것인가...그러고보니 동화에서도 큼마트는 매일 밥만 축내고 온갖 악행만 저지르고 있었군. 즉, 실제 하는 것에 비해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므로 원래 가격보다 '비싼 것'인 것인가...


'zumrad' 라는 단어는 안 잊어버릴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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