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2013. 3. 2. 19:20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전, 의정부에서 2년 정도 일을 했었다.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의정부에는 경전철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경전철은 개통예정일을 넘겨서도 계속 개통되지 않았다. 간혹 들리는 이야기라면 시운전 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개통이 늦어졌다는 이야기.


"경전철 개통하기는 한대요?"

"그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아 그냥 버스 타고 다니든가 하면 되지, 뭐 그딴 것을 만든다고..."

"그거 1호선이랑 환승도 안 되어요."


의정부에서 일하며 가끔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 의정부 경전철은 좋은 뒷담화거리가 되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1호선 - 특히 의정부역과 환승도 안 되는 데다 개통한다고 한 지가 언제인데 계속 개통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내가 우즈베키스탄 갈 때까지 이 경전철은 개통하지 않았다. 내가 우즈베키스탄에 간 후에야 개통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간혹 들려오는 경전철 운행 중지 뉴스.


"경전철 또 멈추었어? 의정부 시민들 뒷목 잡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전철 정지 뉴스를 볼 때마다 저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한국 돌아와 드디어 의정부 경전철을 타 보게 되었다. 친한 형과 방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의정부도 들러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의정부에서 약 2년 일했다 하긴 하지만, 나도 의정부를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관광으로 놀러온 사람보다도 의정부를 잘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일하러 왔다가 일 끝나자마자 돌아가기 바쁜 곳이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의정부에서 놀겠다는 생각을 2년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정부 자체가 서울에서 매우 가깝다보니 그런 판단과 행동을 함에 있어서 제약이 걸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처음 얻은 정보로는 의정부 시청 근처에 원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경전철을 타고 의정부 시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먼저 회룡역에서 내렸다. 의정부 경전철과 지하철 1호선은 회룡에서만 환승이 가능하고, 나머지 구간은 각자 제 갈 길을 간다.


"환승구가 왜 없지?"


환승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아예 나가야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이게 뭔가 했다. 그러나 약 3초 후.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9호선 노량진역 환승도 이런 식이라잖아. 그러니 이것도 아마 그럴 거야.



경전철을 타는 곳을 찾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어? 잠깐만...이거 뭐야?!"


환승이 되지 않았다. 1300원이 교통카드에서 훅 빠져나갔다.


"이거 미친 거 아냐? 기계 고장인가?"


당황한 것은 형도 마찬가지. 나만 환승이 안 되고 1300원이 나간 것이 아니라 형 역시 환승이 안 되고 1300원이 빠져나갔다. 지하철이 1050원인데 비해 꽤 비싼 가격. 그거보다 환승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이것이 경전철 노선도.


형과 경전철 욕을 마구 하면서 경전철을 타러 갔다. 그런데 승강장을 잘못 가는 바람에 계단을 또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아우, 망할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의 첫 인상은 가뜩이나 우즈베키스탄 가기 전 사람들과 경전철 뒷담화하던 기억과 운행중지뉴스를 보았던 기억 밖에 없어서 썩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환승이 안 되어서 1300원이나 내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부정적이 되었다.



"어? 이거 뭐야?"


일단 빈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야 했다. 희안한 것은 운전석이 없어서 앞뒤가 유리창으로 뚫려있다는 것.


'뭐 별 거 있겠어?'



"우와!"


회룡에서 의정부 시청쪽으로 가는 방향으로 탔는데 시작하자마자 커브가 이어졌다.


"이거 무슨 놀이기구 타는 거 같아!"


교통수단보다는 왠지 놀이공원에서 리프트나 모노레일 같은 거를 타는 기분이었다. 처음 방향을 확 꺾자마자 형과 나는 언제 의정부 경절철을 욕하고 씹어대었냐는 듯 재미있어서 깔깔대었다.


"이거 1300원의 가치는 하는데?"


굳이 교통수단이 아니라 놀이기구를 탄다고 생각한다면 1300원의 가치는 충분히 했다. 고가도로에서 내려다보는 의정부시도 구경할 만 했고, 앞이 시원하게 트여있어서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경전철에서 내린 후, 형과 나는 웃으며 이거 정말 재미있었다고 좋아했다. 1300원에 환승이 안 된다고 욕하던 것은 이제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형과 나 모두 가장 재미있는 구간으로는 발곡 - 회룡 - 범골 구간을 선택했다.


p.s.

며칠 전, 의정부에서 계속 살고 있는 동생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 의정부 경전철 이야기가 나왔다. 그 동생이 경전철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먼저 경전철을 짓던 와중에 이것을 지하로 바꾸겠다는 공약이 나왔다는 것. 그런데 이게 이미 들어간 돈도 많은데 지하로 바꾸자니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서 그냥 지상으로 완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처음 개통되었을 때 의정부 사람들이 '츤데레 모드'로 이것을 탔다고 한다. 경전철 개통도 늦어지고 자꾸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가 나와서 이미 개통 이전부터 욕을 먹고 있었는데 어쨌든 열리니까 신기하게 생긴 것이 의정부 시내를 뱅뱅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사실 개통 이전부터 신기하게 생긴 열차가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이 시운전 단계까지는 보고 우즈베키스탄 갔다. 이게 열리자 사람들이 '이따위 것...'이라고 하며 우루루 가서 탔는데, 이게 타 보니까 의외로 재미가 있어서 '음...전망은 좋네' 뭐 이렇게 했다고 한다. 특히 이게 앞 뒤가 유리창으로 시원하게 뚫려있다보니 재미가 두 배. 그래서 한동안 주말에는 일 없이 놀려고 경전철타는 사람들 때문에 경전철이 미어터졌다고 한다.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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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에 보이는 실내가 굉장히 좁아보이네요!
    아직 경전철은 한 번도 타보지 못했는데 기회되면 타 봐야겠네요^:^

    2013.03.02 20: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실내는 좁은 편이에요. 사람들이 조금만 많이 타도 꽉 찰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의정부 오셔서 심심하면 한 번 타보세요^^

      2013.03.02 21:51 신고 [ ADDR : EDIT/ DEL ]
    • 그러게요! 전 경전철이 차량숫자가 적은걸로 알았더니
      차량크기도 완전 작은거네요!! 기회되면 타 봐야겠어요^^:

      2013.03.02 22:51 신고 [ ADDR : EDIT/ DEL ]
    •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냥 일반 전철보다는 재미있는 정도랍니다. 너무 큰 기대하고 타시면 실망하실 거에요^^;

      2013.03.03 01:33 신고 [ ADDR : EDIT/ DEL ]
  2. 하하하하.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의정부에 갈 때, 주로 운전을 해서 갔었고, 어쩌다 지하철을 타도 딱 필요한 일만 보고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경전철은 정말이지, 좀좀이님 말씀대로 1300원 가치를 톡톡히 하는군요!
    저렇게 경치가 좋은데, 저라도 타고 주말에 돌아다니고 싶겠어요~~
    간만에 확 뚤린 한국 사진을 보니, 그리움도 몰려오고 기분도 참 좋습니다.
    좋은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하나씩 전에 쓰신 알바니아 이야기 읽고 있어요~^^

    2013.03.02 21: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중에 의정부 올 일 있으시다면 한 번 시내관람열차 탄다는 기분으로 타보세요. 참고로 종점 갔을 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시 돌아간답니다 ㅋㅋ 이게 높이 세워진 길로 다니는 거라 앉아서 구경할만해요. 맨 앞칸 창가에 서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서서 타는 걸 추천해요. 그래야 커브 돌 때 재미있거든요 ㅋㅋㅋ 저도 만약 처음에 앉아서 탔다면 그냥 시큰둥했을 거에요^^;

      저의 미숙한 알바니아 여행기를 읽고 계시군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는 하드디스크와 책으로 잔뜩인데 읽고 정리하는 건 거의 없어서 문제네요. 이 자료들만 정리해도 몇 년은 그냥 우려먹을 수 있을텐데 영어로 된 게 대부분이라 건들기도 싫은 것이 문제네요ㅎㅎ;;

      2013.03.02 21:57 신고 [ ADDR : EDIT/ DEL ]
  3.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좀좀님 블로그에서 보니 왠지 이국적인 것 같기도 하고 ㅋㅋ 담에 한 번 타봐야겠네요 ㅋㅋ

    2013.03.02 2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무 큰 기대까지는 하지 마세요. 청룡열차와 같은 재미는 당연히 없고 그냥 평범한 교통수단보다는 조금 재미있는 정도에요 ㅋㅋ;;

      2013.03.02 21:57 신고 [ ADDR : EDIT/ DEL ]
  4. 한국전철인데 환승이 안 되다니..헐..
    일본은 전철회사마다 요금체계가 달라 환승이 안 되는곳이 많아요.
    경전철은 저도 타 본적이 없어 신기하네요..
    근데 한국말에도 츤데레가 있나요? 깜짝 놀랐네요..ㅎㅎ

    2013.03.02 22: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곧 환승이 되게 한다는 말이 있기는 한데 언제 그렇게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경전철은 의정부에서 처음 타 보았어요.
      한국어에서 '츤데레'는 없지만, 한국에서 일본 문화 접하다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에요. 츤데레를 우리말로 마땅히 설명하기가 그래서 일본 애니나 드라마 캐릭터 설명 같은 거 보면 그냥 츤데레라고 많이 사용해요. 굳이 번역한다고 하면 '내숭떤다'고 할 수 있을텐데 내숭하고 츤데레하고 비교해보면 미묘하게 어긋나고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서요 ㅎㅎ;; 주로 일본 애니나 드라마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 말 잘 써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정도까지는 아니구요^^; 저 말 해 준 동생이 딱 '츤데레'라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ㅋㅋㅋ;;

      2013.03.03 01:39 신고 [ ADDR : EDIT/ DEL ]
  5. 오우~~ 앞뒤가 유리창으로 되어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ㅎㅎ 유리창 앞에 바싹 붙어서 한번 타보고 싶네요! 의정부 조금 멀긴하지만 언제 한번 가봐야겠어요 ㅎㅎ 부대찌개도 먹을겸~~

    2013.03.02 22: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요. 일반 전철보다는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놀이공원의 청룡열차 같은 재미는 절대 아니거든요 ㅋㅋ 부대찌개 드시러 오시는 김에 호기심에 한 번 타보시는 것 정도라면 괜찮을 거에요^^

      2013.03.03 01:41 신고 [ ADDR : EDIT/ DEL ]
  6. 명물이 되었네요 ㅎㅎㅎ
    신기하네요~
    제가 가장 기억나는 경전철 뉴스는 눈 오면 자꾸 얼어서 선다고... 그래서 출퇴근 때문에 힘든 사람도 많다는 뉴스가 기억에 남아요 ㅠ.ㅠ 이런 사연이 있엇군요!

    2013.03.03 02: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명물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죠 ㅎㅎ
      저도 우즈벡 있을 때 경전철 멈추었다는 뉴스 들었어요. 그 뉴스 보면서 예전 경전철 완공되기 전에 경전철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리며 웃었었어요. ^^;

      2013.03.03 06:27 신고 [ ADDR : EDIT/ DEL ]
  7. 일반전철에비해서 실내도 그렇고 많이 작긴작네요. 커브코스가 많은가봐요.

    2013.03.03 09: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커브코스가 조금 있는데 많이 작아서 그런지 커브 도는 게 잘 느껴지더라구요 원심력 때문에 균형 잃고 쓰러지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커브 도는구나'라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어요 ^^

      2013.03.03 11:45 신고 [ ADDR : EDIT/ DEL ]
  8. 오 이게 그 문제의 경전철이군요. 경전철 경전철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저랑 상관없는 지역이라 흘려들어 정확히 무엇때문에 그렇게 시끌시끌한지는 모르고 있었어요. 대구에는 모노레일 공사가 한창인데 좀좀이님의 탑승기를 읽고나니 기대되네요.ㅋ

    2013.03.03 11: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문제의 경전철 ㅋㅋㅋㅋㅋ 시간제공자님께서도 이야기를 들어보셨군요. 이게 처음에는 계속 완공 기간이 늦어져서 문제가 되었어요. 시운전에서 몇 번 문제가 생겨서 개통 시기가 늦어졌죠. 그리고 이게 기상 악화로 가끔 운행을 멈출 때가 있어요.
      대구에 모노레일이 설치되는군요. 대구의 모노레일은 어떨지 기대되는데요?^^

      2013.03.03 11:47 신고 [ ADDR : EDIT/ DEL ]
  9. 재미있다고 하니 궁금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전 경의선이 의정부 연결되길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쯤될까요;;;하하하

    2013.03.03 13: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딸기향기님께서는 신촌쪽이신가요? 그러고보니 의정부에서 신촌 가기는 별로 안 좋네요 ㅎㅎ;;

      2013.03.03 22:22 신고 [ ADDR : EDIT/ DEL ]
  10. 귀국하셨나봐요? 간만에 돌아온 모국에서 조속 적응하시기 바래요 ㅎㅎ

    2013.03.10 19: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귀국해서 지금까지는 별 문제 없이 잘 적응하고 있어요. 또 열심히 살아야죠^^

      2013.03.10 19:5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