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의정부 경전철 탑승기

좀좀이 2013. 3. 2. 19:20
728x90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전, 의정부에서 2년 정도 일을 했었다.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의정부에는 경전철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경전철은 개통예정일을 넘겨서도 계속 개통되지 않았다. 간혹 들리는 이야기라면 시운전 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개통이 늦어졌다는 이야기.


"경전철 개통하기는 한대요?"

"그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아 그냥 버스 타고 다니든가 하면 되지, 뭐 그딴 것을 만든다고..."

"그거 1호선이랑 환승도 안 되어요."


의정부에서 일하며 가끔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 의정부 경전철은 좋은 뒷담화거리가 되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1호선 - 특히 의정부역과 환승도 안 되는 데다 개통한다고 한 지가 언제인데 계속 개통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내가 우즈베키스탄 갈 때까지 이 경전철은 개통하지 않았다. 내가 우즈베키스탄에 간 후에야 개통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간혹 들려오는 경전철 운행 중지 뉴스.


"경전철 또 멈추었어? 의정부 시민들 뒷목 잡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전철 정지 뉴스를 볼 때마다 저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한국 돌아와 드디어 의정부 경전철을 타 보게 되었다. 친한 형과 방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의정부도 들러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의정부에서 약 2년 일했다 하긴 하지만, 나도 의정부를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관광으로 놀러온 사람보다도 의정부를 잘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일하러 왔다가 일 끝나자마자 돌아가기 바쁜 곳이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의정부에서 놀겠다는 생각을 2년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정부 자체가 서울에서 매우 가깝다보니 그런 판단과 행동을 함에 있어서 제약이 걸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처음 얻은 정보로는 의정부 시청 근처에 원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경전철을 타고 의정부 시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먼저 회룡역에서 내렸다. 의정부 경전철과 지하철 1호선은 회룡에서만 환승이 가능하고, 나머지 구간은 각자 제 갈 길을 간다.


"환승구가 왜 없지?"


환승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아예 나가야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이게 뭔가 했다. 그러나 약 3초 후.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9호선 노량진역 환승도 이런 식이라잖아. 그러니 이것도 아마 그럴 거야.



경전철을 타는 곳을 찾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어? 잠깐만...이거 뭐야?!"


환승이 되지 않았다. 1300원이 교통카드에서 훅 빠져나갔다.


"이거 미친 거 아냐? 기계 고장인가?"


당황한 것은 형도 마찬가지. 나만 환승이 안 되고 1300원이 나간 것이 아니라 형 역시 환승이 안 되고 1300원이 빠져나갔다. 지하철이 1050원인데 비해 꽤 비싼 가격. 그거보다 환승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이것이 경전철 노선도.


형과 경전철 욕을 마구 하면서 경전철을 타러 갔다. 그런데 승강장을 잘못 가는 바람에 계단을 또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아우, 망할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의 첫 인상은 가뜩이나 우즈베키스탄 가기 전 사람들과 경전철 뒷담화하던 기억과 운행중지뉴스를 보았던 기억 밖에 없어서 썩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환승이 안 되어서 1300원이나 내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부정적이 되었다.



"어? 이거 뭐야?"


일단 빈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야 했다. 희안한 것은 운전석이 없어서 앞뒤가 유리창으로 뚫려있다는 것.


'뭐 별 거 있겠어?'



"우와!"


회룡에서 의정부 시청쪽으로 가는 방향으로 탔는데 시작하자마자 커브가 이어졌다.


"이거 무슨 놀이기구 타는 거 같아!"


교통수단보다는 왠지 놀이공원에서 리프트나 모노레일 같은 거를 타는 기분이었다. 처음 방향을 확 꺾자마자 형과 나는 언제 의정부 경절철을 욕하고 씹어대었냐는 듯 재미있어서 깔깔대었다.


"이거 1300원의 가치는 하는데?"


굳이 교통수단이 아니라 놀이기구를 탄다고 생각한다면 1300원의 가치는 충분히 했다. 고가도로에서 내려다보는 의정부시도 구경할 만 했고, 앞이 시원하게 트여있어서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경전철에서 내린 후, 형과 나는 웃으며 이거 정말 재미있었다고 좋아했다. 1300원에 환승이 안 된다고 욕하던 것은 이제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형과 나 모두 가장 재미있는 구간으로는 발곡 - 회룡 - 범골 구간을 선택했다.


p.s.

며칠 전, 의정부에서 계속 살고 있는 동생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 의정부 경전철 이야기가 나왔다. 그 동생이 경전철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먼저 경전철을 짓던 와중에 이것을 지하로 바꾸겠다는 공약이 나왔다는 것. 그런데 이게 이미 들어간 돈도 많은데 지하로 바꾸자니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서 그냥 지상으로 완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처음 개통되었을 때 의정부 사람들이 '츤데레 모드'로 이것을 탔다고 한다. 경전철 개통도 늦어지고 자꾸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가 나와서 이미 개통 이전부터 욕을 먹고 있었는데 어쨌든 열리니까 신기하게 생긴 것이 의정부 시내를 뱅뱅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사실 개통 이전부터 신기하게 생긴 열차가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이 시운전 단계까지는 보고 우즈베키스탄 갔다. 이게 열리자 사람들이 '이따위 것...'이라고 하며 우루루 가서 탔는데, 이게 타 보니까 의외로 재미가 있어서 '음...전망은 좋네' 뭐 이렇게 했다고 한다. 특히 이게 앞 뒤가 유리창으로 시원하게 뚫려있다보니 재미가 두 배. 그래서 한동안 주말에는 일 없이 놀려고 경전철타는 사람들 때문에 경전철이 미어터졌다고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