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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170

이층 얼음

여기에 눈이 며칠 걸려 엄청나게 내리기 전. 한파가 몰아닥쳤어요. 한파가 몰아닥치기 전에 수로에 물이 차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로에 얼음이 얼었어요. 이때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수로의 물이 줄어들다가 다시 얼어버려서 2층 얼음이 얼어버렸어요. 신기해서 살짝 깨보았는데 와장창 깨져버렸어요. 지금은 저 2층 얼음 위에 눈이 잔뜩 쌓였답니다. 2층까지 한 번에 밟아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지만 아래 물이 있을 것 같아서 그건 못 해보았어요. 여기 와서 이런 것도 보네요. 대체 얼마나 건조했으면...

천연가스 자원 부국의 난방 방식

요 며칠 엄청 추워지더니 이제는 말도 못하게 춥네요. 기온이 영하로 푹 떨어졌고, 지금도 눈이 내리고 눈이 쌓이고 있어요. 물론 한국이나 이웃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불과 한 주 전에 20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도 대폭락이에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이런 폭락장이라면 진짜 사상 초유의 난리가 나고 국가가 망하네 한강물 따스하냐 등등 온갖 난리가 났을텐데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의 기온이 불과 일주일만에 30도 대폭락했어요. 진심으로 다른 나라에서 더위를 수입하고 싶다는 실현 불가능의 망상이 두뇌를 지배하고 있는 주말이에요. 이 나라는 추우면 참 문제인 것이 난방이 별로 안 좋아요.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시원찮거든요. 이게 잘 돌아가면 그럭저럭 따스하고 살만..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가장 비싼 인형

가끔 전래동화를 보면 매우 깊은 생각을 가지고 만든 물건들이 나올 때가 있어요. 이 물건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만든 것으로 끝이라면 참 훌륭하겠는데, 이것을 팔려고 하면 과연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것이에요. 제 마음이 동심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가장 비싼 인형 점토로 다양한 물건과 인형, 장난감을 만드는 한 도예 장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장인은 진흙으로 작은 인형 3개를 만들었습니다. 장인은 정성스럽게 인형을 만들고,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었고, 아름답게 치장도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인형 3개를 만든 후, 장인은 시장에 가서 인형 세 개를 내다놓고 팔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은 아름다운 인형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움에 반해 발걸음을 멈추었던 사람들은 곧 ..

전래동화에서도 비싼 것은 욕먹는구나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를 읽다보면 가끔씩 타지키스탄에서 사용하는 타지크어 지식을 요구할 때가 있어요. 그 이유는 우즈베크인과 타지크인들이 서로 많이 섞여 살고 있는데다 (사마르칸트, 부하라는 타지크인들의 도시랍니다. 민족 분포선과 국경이 많이 안 맞아요) 옛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행정 및 문학 언어로 페르시아-타지크어를 많이 사용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동화를 읽을 때 의외로 타지크어 사전을 찾아보아야 할 때가 있어요. 현대 우즈베크어 사전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있거든요. 그런 건 대체로 타지크어 사전을 뒤적여보면 뜻이 있어요. 참고로 여기서 현대 우즈베크어 사전은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은 진짜 최악, 아니, 개최악임. 이건 차후 ..

비 내리는 타슈켄트

어제는 새벽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요. 도대체 얼마나 추워지려고 비가 이렇게 주룩주룩 내리는 것인지... 이제 겨울 특유의 스산함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것 같네요. 참고로 재미있는 것은, 이 나라에서 남자들은 우산을 별로 안 써요. 비가 어지간히 많이 오지 않는 한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지 않는답니다. 그냥 맞고 다녀요. 그냥 귀찮아서, 또는 비가 워낙 적게 내리는 동네라 비 맞는 게 좋아서 등등 여러 가설을 세워보았고,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무언가 뚜렷한 답은 구하지 못한 상태. 그리고 이 나라는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우산 구하는 것이 어려워요. 혹시 봄, 겨울에 오시는 분들, 또는 오래 체류하시러 오시는 분들은 우산 꼭 챙겨오세요.

우즈베키스탄 가요 Alisher Fayz - Armon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제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노래는 아니에요. 이 노래를 들어본 소감은 일단 묘하게 중독성이 있고 (우즈벡 노래들 보면 묘하게 중독되는 노래들이 많아요. 처음 들을 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데 특정 부분이 나중에 계속 머리에 맴도는 그런 노래들이요) 무언가 권선징악 스토리에 딱 어울릴 법한 가락이죠. 왠지 한이 느껴지는 가락이랄까요. 그런데 제목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희망'이라는 뜻이에요. 여담으로, 이 가수 역시 원래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아니에요. 이 가수의 노래는 진짜로 '민족 전통 음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흐엉흐엉 히앵히앵'인데 이 노래만 이렇답니다. Har yurakda bor ekan bu dardu-alam, Meni yezib qo'ydi bunday..

타슈켄트에서 소나기가 내린 밤

요즘들어 날이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다. 한국에 있는 분들은 춥다고 난리인데, 여기는 왜 겨울옷을 꺼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따스하다. 낮 최고 20도를 넘기고 있다. 아침에는 조금 쌀쌀해서 겨울 코트를 입고 가도 문제가 안 되는데, 낮에는 겨울 코트 입으면 매우 덥다. 저녁이 되어서 이유없이 핸드폰으로 집 앞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방에 들어와 할 일 하고 있는데 콰르릉 쾅 천둥 번개가 무섭게 쳐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문에서 누가 조그만 돌멩이를 던져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보니 씨알이 매우 굵은 빗방울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비를 소나기라고 하기도 조금 그런 것이, 이 나라 비는 한국 비에 비해 근성이 별로 없는 편이다. 길게 좌악 내리기보다는 종종 몰아쳐서 확 퍼붓고 끝난다. 단, ..

우즈베키스탄, 2013년을 '번영하는 삶의 해'로 발표

오늘은 12월 8일. 그리고 토요일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12월 8일이 제헌절이랍니다. 이날 헌법을 발표한 것이죠. 1992년 12월 8일에 헌법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정확히 헌법 발표 20주년이죠. 국제적으로 본다면 독립 20주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치 우리나라가 광복은 1945년에 했지만, 국제 무대에서 독립국가로 당당히 인정받은 것은 1948년 헌법을 발표한 시점부터인 것처럼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제헌절은 공휴일입니다. 그런데 토요일이에요.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은 토요일도 일하기 때문에 쉬는 날로써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토요일에 원래 쉬기 때문에 조금 아쉬워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최근들어 제헌절이 중요해진 이유는 다음해 1년을 어떤 목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추진할지 슬로건을 발표하기 때문이에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잘 틀리는 글자

어렸을 적 받아쓰기 해 본 기억이 모두 있으실 거에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곤 했어요. 받아쓰기를 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다름 아닌 받침들. 한국어에서는 받침이 오직 ㄱ,ㄴ,ㄷ,ㄹ,ㅁ,ㅂ,ㅇ - 이렇게 7개 소리로만 나죠. 이것을 잘 넘겼다 싶으면 또 나오는 것이 '읽다, 삶다' 와 같은 이중자음으로 된 받침들. 이중자음으로 된 받침들은 저도 가끔 햇갈릴 때가 있어요. '돌, 돐'처럼 둘 다 인정이 되는 건 상관이 없는데, '졸음'이 맞는지 '졺'이 맞는지 희안하게 햇갈릴 때가 가끔 찾아오더라구요. 더 웃긴 건 별 생각없이 쓰면 맞는데, 깊이 생각하며 쓰려고 하면 그때부터 햇갈리기 시작한다는 것. '안'과 '않'의 차이야 워낙 유명하고 악명 높다보니 그다지 햇갈리지 않는데 ..

우즈베키스탄 가요 Shod guruhi - Sevasanku

만약 중앙아시아 여행을 노래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저라면 이렇게 구성할 거에요. 여행 떠나기 전 - Shahzoda - Assalomu alaykum (http://zomzom.tistory.com/582) (현재 노래들 찾고 있는 중) 여행 말기 - Shohruhxon ft Shahnoz - Taqdirda (http://zomzom.tistory.com/440) 여행 끝낼 때 - Ulug`bek Rahmatullayev - Omadim Kelmadi (http://zomzom.tistory.com/565) 가운데가 비는데, 여기는 지금 노래를 찾고 있어요. 시장에서 노래 CD를 사왔는데, 노래가 하도 많아서 뭔 노래가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210곡이 넘는 mp3 파일들이 들어 있어서 선곡은 고사하..

우즈베키스탄 가요 Shahzoda - Assalomu aleykum

한국은 눈이 내렸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여기는 따스해요. 참 놀기 좋은 날씨이죠. 이 노래는 우즈베키스탄 오기 전에 즐겨 듣던 노래에요. 우연히 찾아서 듣게 되었는데 참 우리가 상상하는 '실크로드의 환상'과 잘 맞아떨어져서 즐겨듣곤 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이 가수 이름이 Shahzoda 인데, shahzoda 는 우즈베크어로 '왕자'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가수는 여자에요. 뭔가 좀 안 맞는 듯하죠. 저도 처음에는 shahzoda 가 '공주'라는 뜻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번을 확인했으나 shahzoda는 공주라는 뜻이 아니라 왕자라는 뜻이었어요. 노래 가사는 일종의 경구 비슷한 내용이에요. 자신을 불행으로부터 지켜달라는 내용이죠. 뮤비도 노래 가사에 맞추어 제작되었어요. 보면 그냥 쉽게 이해할 수 있..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의 특징

우즈베키스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알아본 후 물어보는 질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술이랑 돼지고기 팔아요? 거기 이슬람 국가라고 하던데요." 예, 술 많이 팔고, 돼지고기도 팔아요. 돼지고기는 많이 파는 편은 아니나, 타슈켄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술은 정말 많이 팔아요. 마시는 사람도 많구요. 이 나라 포도주는 맛있어요. 확실히 포도가 좋아서 그런지 포도주가 맛있고, 가격도 싸요. 사실 '이슬람'에 대해 다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이유는 '기독교', '불교'는 우리나라에 잘 정착했기 때문에 굳이 쉬운 이야기부터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요. 예를 들어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 및 교리의 특성에 대해 굳이 서기 0년 즈음까지 이야..

해야 했던 숙제 - 우즈베키스탄 여행 후기 (에필로그)

우즈베키스탄에서 세운 목표가 몇 개 있었어요.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 목표에 들어가지도 못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즈베키스탄 여행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머무르는데 당연히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처음 우즈베키스탄 올 때 저의 생각이었어요. 이것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온 이후,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갈망하지 않아서였는지, 마음먹고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우즈베키스탄 주변 국가들 모두 한국에서 가기 힘들다는 현실 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되자 우즈베키스탄을 먼저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먼저 여행했어요. 제일 먼저 여행한 곳은 타지키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 여행..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황금 까마귀

옛날 우즈벡 사람들은 놀라면 옷 칼라를 부여잡았다 합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면 그 기적이 나쁜 의미의 기적이 되지 않기를 신에게 비는 문화가 있습니다. 진지하게 모스크 가서 빌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주문 외우듯 가볍게 신에게 부탁하는 것이죠. 옛날 옛적에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공터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나무 그루터기를 뽑는 일은 쉽지 않아서 3일째 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침을 먹은 후 할아버지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멈, 또 그루터기 뽑아내러 가오." 할아버지는 도끼를 들고 또 공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흘러 할아버지는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오셨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

해야 했던 숙제 - 40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로

가벼운 발걸음. 이제 여기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며 어디 갔다 와야 한다는 '숙제'란 없었어요. 그런 숙제는 이제 다 끝냈어요. 남은 것은 타슈켄트로 잘 돌아가는 것 뿐. 안녕, 레기스탄 광장! 사마르칸트. 세 번째 방문까지 너는 나를 엄청나게 거부했지. 바람으로 나를 고생시킬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 도시도 다 보았어. 이제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 도시에 오래 머무를 이유란 없어. 물론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해도 이미 기차표를 샀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지만 말이야. 언제 여기가 다시 그리워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최근이 되지는 않을 거야. 아마 한국 돌아가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너무 그리워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 식당에 가게 될 때 즈음에 너를 ..

감을 살 때 매의 눈이 되어야하는 이유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과일은 참 많이 먹었어요. 요즘은 거의 안 먹지만, 여름, 가을에는 밥 대신 과일을 먹을 정도로 과일을 매우 많이 먹었죠. 이유는 간단해요. 싸고 엄청나게 맛있으니까요. 여름, 가을에는 신 맛이 나는 과일을 찾는 게 단 맛이 나는 과일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하지만 여기는 저장시설이 안 좋은 나라. 그래서 몇 번이고 시장을 돌아다녀야 해요. 저는 물건 하나 사려고 시장을 몇 바퀴 도는 것을 참 안 좋아하지만, 몇 번 과일 잘못 산 후로는 열심히 시장을 돌아다니고 충분히 과일을 비교해본 후 과일을 구입해요. 안 그러면 돈 날리고 쓰레기만 늘거든요. 우리나라는 좋은 과일을 파는 가게 한 곳 알면 그 집 가서 계속 구입해먹게 되는데, 여기는 그런 게 별로 없어요. 질 좋은 과일을 파..

해야 했던 숙제 - 39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드디어 여행 마지막 날인 2012년 9월 30일의 아침과 마주했어요.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오늘 기차는 11시 20분. "아그그그그그..."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을 주자마자 고통이 찾아왔어요. 이게 이틀간 탑 5개를 올라가서 그런 거야. 얌전히 탑 5개만 올라갔으면 말도 안 해. 히바에서도 엄청 걸었고, 사마르칸트에서도 엄청 걸었어. 다리가 풀릴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하도 걸어다녀서 다리에 큰 무리가 왔어요. 이제는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기만 해도 다리가 아팠어요. 화장실을 가려는데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어요. 휘청휘청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화장실로 갔어요. 오늘은 타슈켄트 - 정확히 말하자면 타슈켄트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니 만사 다 귀찮았어요. 오늘 야간..

해야 했던 숙제 - 38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미르 테무르 묘소

"여기서 아미르 테무르 동상까지는 도저히 못 걸어가겠다." 걸어올 때는 그래도 가는 길에 볼 것이 있다는 이유, 그리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몰라서 걸어갔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 가는 길에 볼 것도 없었고, 얼마나 많이 걸어야하는지 알았어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해는 등에 얼음 덩어리라도 떨어졌는지 서쪽을 향해 전력질주중이었어요. 레기스탄 광장 따위야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아미르 테무르 묘소는 이야기가 달랐어요. 사실 묘소라는 것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멀리서 외관만 보았지, 직접 들어가보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아미르 테무르 묘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아미르 테무르 동상. 우즈베키스탄에서 유명한 아미르 테무르 동상은 3개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

전에도 말씀드렸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뱀은 매우 안 좋은 동물이랍니다. 제비는 처마 밑에 둥지를 짓기 위해 진흙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비는 진흙을 물고 오기 위해 개천 근처로 날아갔습니다. 제비가 진흙을 입에 물려고 할 때 풀숲 가운데에서 긴 뱀이 갑자기 쉭쉭 소리를 내며 기어나와 제비에게 말했습니다. "안녕, 검은 새야. 검은 털을 가졌으니 제비로구나! 물 마시러 왔니?" "아니, 나는 둥지를 짓고 있어. 그래서 지금 흙을 가져가려고 왔어. 무슨 일 있어? 왜 물어보았니?" 제비는 짹짹대며 뱀의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여기로 와, 우리 둘이서 친구 맺자. 어디에 둥지 짓는지 내게 보여주면 내가 둥지 짓는 거 도와줄게." 뱀은 쉭쉭 소리를 내며 제비에게 친구가 되자고 했습니다. "아니, 나는 너와 친..

해야 했던 숙제 - 37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울루그벡 천문대

'아프로시욥 박물관을 꼭 가야 하나?' 아프로시욥 박물관까지 어떻게 걸어왔어요. 시각을 확인해보니 이미 오후 4시 반을 넘었어요. 가려고 하면 갈 수는 있는데 섣불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저기를 가면 울루그벡 천문대가 문을 닫을 것 같았고, 다리도 아팠어요. 지금 이렇게 아픈 다리 끌면서 걸어가는 이유는 아프로시욥 박물관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울루그벡 천문대를 보러 가기 위한 것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아프로시욥 박물관이 유명한 이유는 오직 하나.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거 꼭 보아야 해?' 솔직히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 따위에 관심 없었어요. 고구려 사신이 그려졌든, 제주도 설문대 할망이 그려졌든 단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은 없..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아버지의 유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가을에 땅을 갈아엎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옛날에 한 가난한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작은 포도밭이 있었고,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팔아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아파서 누워버렸습니다. 그는 외동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내 죽음이 가까워진 것 같다. 너에게 말할 한 마디가 있다. 잘 새겨듣거라."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 남자는 외동아들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내 말은 이것이니라, 내 포도나무 아래에 두 곳에 두 항아리의 황금을 묻었다. 그 황금을 1년에 두 번 - 봄에 그리고 가을에 파내서 생활하거라, 너는 부자가 될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말을 하기를 끝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청년은 삽을 손에..

해야 했던 숙제 - 36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하즈라티 히즈르 모스크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벤치에 앉자마자 입에서 튀어나온 말. 이것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사마르칸트에게 동시에 하는 말이었어요. 일단 저 자신에 대한 자아비판. 일정은 정말 최대한 널널하게 짰어요. 부하라 일정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하라에서 매우 힘들게 돌아디닌 것도 아니었어요. 히바, 사마르칸트는 한나절 보고 가는 곳. 야간 이동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다녔어요. 마치 강행군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행군을 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피울 수 있는 게으름 다 부리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이렇게 힘든 이유는 말 그대로 자기 관리 실패. 부하라에서 설사, 그리고 이제는 다리 근육통. 하루에 탑 4개를 올라간 것도 아니고 3일에 걸쳐 탑 4개를 올라간 것이었는데..

해야 했던 숙제 - 35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쇼히 진다

비비 하늠 모스크에서 나와서 간 곳은 시욥 보조르 Siyob bozori 였어요. 시욥 보조르에 간 이유는 바로... 시장밥을 먹기 위해서! 시장에서 오쉬를 먹어보기 위해서였어요. 식당에서 오쉬를 사 먹는 방법도 있으나 이러면 비교가 어려워져요. 당연히 비싼 식당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쓸 테니까요. 게다가 사마르칸트는 온통 관광객투성이. 여기는 단지 외국인 관광객만 넘쳐나는 곳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관광하러 온 사람들도 넘쳐났어요. 이러니 식당에서 오쉬를 먹은 후 타슈켄트의 오쉬와 맛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어요. 타슈켄트에서 식당에서 오쉬를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일 잘 알고 흔히 먹는 시장통에서 먹는 오쉬끼리 비교를 해야 더 공정할 거 같았어..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인생의 빚

오늘 이야기 역시 지난 이야기와 비슷한 감이 있네요. 옛날에 하산이라는 한 청년이 나뭇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그는 들판에서 모은 장작의 돈으로 논 9개를 샀습니다. 어느 날, 논 (우즈벡 전통 빵)을 굽는 사람의 조수가 스승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 남자는 매일 논 9개를 삽니다. 한 개 또는 두 개 더도, 덜도 아입니다.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알겠다. 한 번 알아보도록 하지." 하산이 아침에 논을 사러 왔습니다. "사람들이 논을 다 사 가서 오직 5개 남았네." 논을 굽는 사람이 논이 5개 남았다고 하자 하산은 "이것들은 제게 충분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며 논을 사가지 않았습니다. 하산이 다음날 왔을 때 논 굽는 사람은 그에게 논 11개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하산은 "이것들은 넘칩니다, 낭..

해야 했던 숙제 - 34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비비 하늠 모스크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먼저 갈 것인가, 레기스탄 광장을 가장 마지막에 갈 것인가?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이것을 결정해야 했어요. 호스텔 근처에 레기스탄 광장이 있기는 했지만 레기스탄 광장 가는 방향과 비비 하늠 모스크 가는 길은 정반대 방향. 레기스탄 광장쪽으로 올라가면 레기스탄 광장을 보고, 아미르 테무르 동상과 아미르 테무르 묘소까지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비비 하늠 모스크와 쇼흐지나, 울루그벡 천문대까지 볼 수 있었구요. 레기스탄 광장, 아미르 테무르 동상, 아미르 테무르 묘소는 두 번 왔을 때 두 번 다 지나갔던 곳. 안에 들어가지만 못했을 뿐, 지나가며 본 곳이었어요. 당장 아침에 택시 타고 오면서도 이 세 곳은 지나갔어요. 반면 비비 하늠 모스크쪽은 본 적이..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뿌린 대로 거두리라

이번 이야기는 '효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한 청년은 눈이 흐려졌고, 음식을 먹을 때 손이 덜덜 떨리는 늙은 아버지를 수발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빈약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음식이 담긴 그릇을 떨어트려 깨트렸습니다. 그것을 본 며느리는 견디기 어려운 말을 시아버지께 내뱉어서 시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청년의 아버지를 정원 한 구석에 있는 창고로 쫓아냈고, 며느리는 시아버지께 남편이 구해준 나무 그릇으로 식사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의 이 같은 나쁜 대우로 마음이 상한 아버지는 죽은 그의 할머니를 그리워했고, 가끔은 화가 나서 울기도 했습니다. 이런 할아버지를 대여섯 살짜리 손자만이 달래드렸습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곁에 와서 앉았습니다. 손자는 사랑스러..

해야 했던 숙제 - 33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과 일출

눈을 뜨니 주변이 캄캄했어요. "많이 자기는 했나 보구나." 몇 시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저 매우 야심한 밤이라는 것만 알려주는 어둠. 기차가 사마르칸트 종점이 아니라 타슈켄트 종점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내려야 했어요. 일단 늦게 일어나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캄캄함 속에서 옆구리에 느껴지는 네모난 덩어리를 집어들었어요. 그것은 바로 제 카메라 가방. 기차의 흔들림에 따라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어요. 유럽이었으면 벌써 싸그리 다 털렸겠네. 다행히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저와 같은 칸에 탄 나머지 두 명도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던 듯 했어요. 2층에서 내려와 창밖을 보았어요. 밖은 사막. 달빛에 젖은 사막도 황량해 보이기는 매한가지. 히바로 갈 때와 달리 별도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문을 잠그고 다시..

해야 했던 숙제 - 32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동문 Polvon darvoza 앞에 있는 시장으로 갔어요.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마침 동문 앞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했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슈켄트와 반대로 매우 서쪽에 치우친 부분. 혹시 이곳 시장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까 기대했어요. 역시나 여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박과 멜론. 여기 멜론을 하나 사서 먹고 싶었지만 도저히 혼자 다 먹을 크기의 멜론은 없었어요. 혼자 먹기는 고사하고, 혼자 들기도 버거워보이는 커다란 것들 밖에 없었어요. 시기와 지역을 고려했을 때 맛이야 무조건 보장이 된다고 보아도 좋았지만, 반 통도 못 먹고 나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칼이 없어서 기차에 멜론을 들고 타야 하는데, 이때 문제는 이 나라 비닐봉지 상태가 썩 ..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황금 할머니

오늘 이야기는 황금 할머니입니다. 한 시골에 매우 가난한 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젖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젖소의 우유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젖소의 젖을 짜서 그릇 5개에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유가 담긴 그릇을 판자 위에 올려두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가 일어나 우유가 담긴 그릇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릇에 우유 대신 금화가 한 닢씩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일은 5일이 지나도, 6일이 지나도 계속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이 일을 이상하게 여겨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우유에 어떤 일이 일어나나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해야 했던 숙제 - 31 우즈베키스탄 히바 주마 모스크

"에구구구..."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전날 50m 탑과 30m 탑을 걸어 올라갔더니 허벅지가 아팠어요. 이건 정말 여름 내내 덥다고 움직이지 않다가 갑자기 무리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왠지 기합 한 번 제대로 받은 다음날 아침처럼 느껴졌어요. 침대에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를 9시 반까지 준다는 것이 생각나서 씻으러 갔어요.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서 볼 일을 보고 샤워를 했어요. 이 숙소의 단점이라면 화장실 안에 샤워 커튼이 없고 샤워하는 자리에 있는 수채구멍이 가장 낮은 곳에 있지 않다는 것. 방을 둘러볼 때에는 수채구멍 높이까지는 잘 살펴보지 않아요. 특히 저렴한 숙소를 골라서 갈 경우 화장실이 멀쩡하고 뜨거운 물 콸콸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신경을 잘 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