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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170

해야 했던 숙제 - 07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안디잔 Andijon 은 마지막까지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한 곳이었어요. 이 도시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어요. 텔레비전으로 본 안디잔은 꽤 아름다워 보였구요. 그러나 여기를 마지막까지 갈지 말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것은 론니플래닛에 지도도 없고 설명도 건성으로 되어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여기가 타슈켄트에서 너무 멀어서도 아니었어요. 여기 역시 관광지가 아니라 숙소 잡기 힘들 거라는 예상 때문도 아니었어요. 2005년 5월 13일 안디잔 유혈 사태 이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2005년 안디잔 사태는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사건.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 시위와 무자비한 진압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슬람 원리주의..

대한민국 국민, 키르기즈스탄 60일 무비자 방문 가능

2012년 7월 21일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키르기즈스탄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게 되었다. 무비자 방문 기간은 60일. 이 법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이 법으로 키르기즈스탄에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게 된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 대한민국,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카타르, 브루나이, 바레인 오세아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유럽 벨기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바티칸, 영국,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몰타, 모나코,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프랑스, 크로아티아, 체코, 스위스, 스웨덴, 에스토니아 북아메..

두 개의 장벽 - 45 바쿠에서 다시 타슈켄트로

"야, 빨리 일어나!"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깨웠어요. 2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아마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을 거에요. 잠을 조금 자나 싶었는데 친구는 저를 흔들어 깨웠어요. "왜!" "택시기사 왔어!" "몇 시인데?" "8시!" 전날. 우리는 택시기사에게 아침 11시 25분 비행기이니 호스텔에 8시에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택시기사는 공항까지 금방 가니 아침 9시에 오겠다고 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9시에 바로 출발하면 2시간 즈음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그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래서 9시에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아무 말 없이 아침 8시에 왔어요. 택시기사는 자기는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짐 끌고 그쪽으로 오라고 말하고 호스텔에서 나갔어요. 친구가 빨리 준비하라고 재..

우즈베키스탄의 러시아인이 우즈벡어 못 하는 이유

-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어는 아직도 강력한 지위 - 제2 모국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러시아인들이 우즈벡어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앙아시아 언어 환경의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지역은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이며, 실상 모든 교육이 러시아어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중년층부터는 우즈벡인조차 우즈벡어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이나 영국 유학파 교수들이 영어 섞어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섞어 쓰는 교수들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소한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정상적..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

'분수의 도시'라고 한다면 아마 다양한 도시를 생각하실 거에요.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아슈하바트를 떠올리겠죠. 당연히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도시를 가지고 '분수의 도시'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실 거에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도 분수는 많아요. 슬프게도 분수들이 변변찮게 생겼을 뿐이죠.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놈들도 있고, 딱 시간 되면 그때만 음악 나오는 조그만 분수도 있고, 그럭저럭 가동되는 분수도 있어요. 하지만 크게 인상적인 분수는 사실 없어요. 딱 하나, 매우 인상적이고 규모가 큰 분수가 있어요. 이 분수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죠. 나머지는 사진 보고 '우와!' 하는데 실제 가보면 어김없이 큰 실망을 주는 분수들이랍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 집무실 앞에..

우즈베키스탄 학교 개학

어제 - 즉 이번주 월요일 우즈베키스탄은 학교가 개학한 날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개학은 보통 9월 2일에 한답니다. 9월 1일이 바로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매우 많이 보이네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교복은 남자는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 여자는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스커트랍니다. 등하교 시간에는 정말 이렇게 입은 학생들이 바글바글하죠. 우즈베키스탄은 대학생도 교복을 입어야 합니다. 교복은 역시나 위는 하얀 셔츠/블라우스, 아래는 검은 바지/스커트에요. 그래서 이렇게 입은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여요. 하지만 방학 때에는 이렇게 입고 다니는 학생이 별로 없답니다. 7,8월에는 이렇게 입고 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었죠. 우즈베키스탄은 한 학년이 9월에 시작해요. 즉, 이..

타슈켄트 시내버스 버스표

우즈베키스탄에서 TV를 보면 가끔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공익광고가 나와요. 그 공익광고에서 사람들이 버리는 것은 담배꽁초, 해바라기씨 껍질, 그리고 '버스표'에요. 타슈켄트 버스표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버스를 무임승차하는 건 어려워요. 왜냐하면 차장이 돈을 걷어가기 때문이죠. 차장에게 돈을 내면 손에 들고 있던 버스표에서 버스표를 찍 찢어서 주어요. 그래서 인쇄된 면이 잘 남아 있는 버스표를 받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 버스표를 언제 쓰냐? 승객 입장에서는 쓸 일이 전혀 없어요. 돈을 차장이 직접 걷어가기 때문에 승차권이 돈을 지불했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없어요. 승차권을 사서 타는 게 아니라 돈 내면 받는 거라 정말 승객 입장에서는 쓸모없는 것이죠. 하지만 ..

우즈베키스탄 가요 - Dilso'z - Meni eslama

라디오를 듣다 좋은 노래들이 나오는데 제목을 몰라 계속 기다리기만 하고 있어요. 그러다 근성으로 인터넷 패킷 아까운 줄 모르고 유투브 들어가서 오랜만에 노래를 뒤적였어요. 오늘 소개할 우즈베키스탄 노래는 Dilso'z 의 Meni eslama 입니다. 뮤비 자체는 그렇게 큰 특징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흔한 줄거리의 뮤비이죠. 가락은 우즈벡 색채가 나는 가락이에요. 가사와 가락의 조화가 실제 우즈벡어와 꽤 비슷해요.

두 개의 장벽 - 21 투르크메니스탄 결산

갑판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다시 객실로 들어왔어요. "사람 더 들어올까?" "글쎄..." "왠지 안 들어올 거 같지?" "그렇기는 해." 사람에 비해 객실이 많았어요. 게다가 우리는 외국인에 동양인. 러시아인이라면 투르크메니스탄인, 또는 아제르바이잔인과 섞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왠지 우리 방에는 사람을 더 집어넣을 거 같지 않았어요. 더 들어온다 해도 상관 없었어요. 둘이 마땅히 할 것도 없었거든요. 2층으로 올라가 시트를 깔고 드러누웠어요. "자려고?" "좀 누워 있게." 어제 에어컨에 시달려 몸도 안 좋고 잠도 설쳐서 피곤했어요. 친구는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했어요. 창문으로 바다 냄새가 들어왔어요. 이 얼마만에 맡아보는 바다 냄새냐. 작년 여름에 잠깐 내려갔다 왔으니까 바다 냄새 못 맡은지..

두 개의 장벽 - 20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바쉬

"여권!" 11시. 경찰이 대합실 사람들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어요. "무슨 여권 검사하나?" 경찰은 단순히 여권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여권을 싹 걷어갔어요. 20명 채 안 되는 인원들이 끼리끼리 무리지어 있었는데 우리는 3등 했어요. 1, 2등 모두 그룹. 1등은 러시아 여권을 건넨 가족. 딸 한 명과 대머리 러시아 남자와 여자였어요. 2등은 투르크멘인 무리. 3등은 우리였어요. "오늘 가기는 가나 보다!" 이 지루함. 이 추위. 이 콧물. 이것들로부터 드디어 해방인가? 이 나라는 들어올 때도 기다렸는데 나갈 때도 기다리는구나. 다시 한 번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렸던 그 기다림들을 떠올렸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악몽 같던 나날들. 제발 비자 나오라고 빌던 ..

두 개의 장벽 - 19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바쉬

기차에서 나와 거리로 나왔어요. 기차역 건물을 통과하지 않고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여서 건물 안은 들어가지 않았어요.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달려드는 택시기사들. 버스를 타고 가든 걸어 가든 웬만해서는 돈을 아끼고 택시를 탈 마음이 없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므로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항구." "5마나트." "에...안 타요." 일단 항구는 기차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쭉 가면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택시 요금은 한결 같이 5마나트를 불렀어요. 3마나트면 타겠는데 모두가 5마나트라고 불러서 택시 기사를 뒤로 하고 길을 건넜어요. 정말 '워크잘'스럽게 생겼네... 철 냄새가 풍길 것 같은 바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차역. 아무리 보아도 저건 놀이동산이지 기차역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정말 이 나라 정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이 무엇이냐고 하면 보통 이 소설을 이야기해요. 압둘라 코드리의 우트간 쿤라르죠.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해요. Abdulla Qodiriy, O'tkan kunlar 하지만 우즈벡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절대 추천하지 않는답니다. 그 이유는 제목에서도 보이죠. O'tgan 이 아니라 O'tkan 이야! 예. 그래요. 이 소설은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소설이에요. 즉 웬만한 우즈벡어 실력으로는 읽을 수 없습니다. 엄청나게 어려워요. 저도 읽으려고 샀는데 한 쪽을 못 읽고 포기했어요. 지금은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요. 이 책을 언제쯤 술술 읽을 수 있을까요? 제발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두 개의 장벽 - 17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교과서를 못 구했다. 잠 못 드는 밤은 아니었어요. 잠은 아주 실컷 잘 잤어요. 꽤 깊게 잘 자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어요. 오늘은 아슈하바트를 떠나는 날. 저녁 기차를 타고 투르크멘바쉬로 이동하는 날이에요.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었어요. 전날 대충 세수비누로 빨아놓은 옷은 모두 잘 말라 있었어요. 짐을 하나하나 꾸리며 오늘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요. 심란한 아침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었어요. 포기하면 쉬워. 그냥 포기해버려. 이렇게 생각을 하며 세뇌를 시키려 했지만 되지 않았어요. 제가 묵었던 다이한 호텔 방이에요. TV를 틀어 보았는데 나오는 채널도 없고,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딱 한 번 틀어보고 말았어요. 가장 열심히 사용한 건 에어컨과 냉장고. 호텔 카운터에 혹시 짐 좀 맡기고 ..

우즈베키스탄 음식 - 솜사

우즈베키스탄에서 길거리에서 삼각형 빵을 파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이 삼각형 빵의 이름은 '솜사'에요. 러시아어로 읽으면 '쌈사'. 매우 흔하고 싸고 가볍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여행기를 읽어보면 종종 나와요. 그리고 '솜사'라고 하는지 '쌈사'라고 하는지를 보고 어떤 말을 쓰며 다녔는지 일차적으로 대충 분간할 수 있죠. 물론 조금 더 자세히 추리하려면 현지인들과 어떤 말을 하고 얼마나 많은 말을 했는지도 보아야 하지만요. 이런 것들이 몇 개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요. 우즈벡어 - 러시아어 오쉬 - 플로브 (기름밥) 카봅 - 샤슬릭 (고기 꼬치구이) 추추바라 - 빨메니 (작은 물만두) 만트 - 만뜨이 (왕만두) 솜사는 종류가 꽤 다양해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속에 무엇을 집어넣..

두 개의 장벽 - 16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서점에서 나왔어요.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아직도 많이 더웠어요. "어디 가지?" "설마 또 대통령궁?" 당연히 거기는 안 가지. 하지만 대통령궁은 멀지 않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그렇다고 지금 갈 필요는 없었어요. 이따 야경 보러 나와서 갈 곳이 바로 저 대통령궁과 그 주변이었으니까요. 아슈하바트에 왔는데 당연히 야경은 보고 가야죠. 어디를 갈까 곰곰이 생각하다 이상하게 생긴 탑이 생각났어요. 거기 가면 위로 올라가서 아슈하바트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름을 몰라. 그 건물 이름이 뭔지 이름을 몰랐어요. 하지만 방법은 있었어요. 아까 친구가 산 엽서를 달라고 한 후, 엽서를 하나하나 뒤져보았어요. "이거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건물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 사진..

두 개의 장벽 - 15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 예정대로 서점에 가기로 했어요. 갔던 길을 돌아가는 거라 더위 속에 서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짜증은 별로 없었어요. 서점을 들어갔는데 별 반응이 없었어요. "생각보다는 책이 있는 거 같은데?" 물론 주로 눈에 띄는 책은 정부 홍보용 책들. 일단 원래 방문 목적을 수행하기로 했어요.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질문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저희를 쳐다보는 직원.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다시 한 번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직원은 교과서는 안 판다고 했어요. "어디서 교과서 팔아요?" "교과서 안 팔아요. 시장이면 팔 건가?" 예상대로였어요. 여기가 아슈하바트에서 규모로는 엄청 큰 서점인데 교과서는 없다고 대답했어요. 혹시 시장에 가면 팔 수도 있지만,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더욱이 교과서는..

두 개의 장벽 - 14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부터는 서점 찾아가는 길. 사람들에게 서점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서점은 대통령궁 가는 큰 길에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우리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되나?" 기차역 주변에서 이것 저것 팔고 있어서 대충 아무 거나 가볍게 사 먹는 것으로 점심을 때울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아침에 설사 한 번 한 후, 속은 다 나은 것 같았지만 식사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배고픔이 안 느껴졌어요. 평소에도 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는 데다, 너무 더웠거든요. 더워서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저 물이나 마시고 시원하게 샤워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친구도 마찬가지. 먹는 것을 밝히는 친구가 아닌데다 친구도 덥고 아침에 설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가자고 했..

두 개의 장벽 - 12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아침 8시 반. 눈을 번쩍 떴어요.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주르르르 내 이럴 줄 알았어. 전날 만두를 먹으며 왠지 이건 너무 기름져서 설사 한 번 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딱 예상대로였어요. '오늘은 조금 조심해야겠다.' 크게 탈이 난 것 같지는 않고, 하루 정도 조심하면 그냥 나을 것 같았어요. 이왕 일어난 김에 씻고 나와서 친구를 깨웠어요. 친구도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오늘 우리 먹는 거 조심해야겠다." "응. 속이 안 좋아." 나갈 준비를 하며 오늘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 아슈하바트를 탈출할 기차표 확보. 여기 온 이유는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것조차 뒤로 미루어버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

두 개의 장벽 - 10 투르크메니스탄

사진도 많이 찍고 충분히 볼 만큼 보았기 때문에 다시 택시로 돌아갔어요. "밥은 테젠 Tejen 가서 먹어요." "예. 그러면 이제 메르브 가죠." "메르브?" 택시 기사가 점심을 '테젠'이라는 도시 가서 먹자고 했어요. 그래서 좋다고 하고 이제 우리가 택시 기사에게 가자고 한 메르브 유적으로 가자고 했어요. "예. 메르브요." "여기 메르브인데요?" "여기는 마르잖아요." 투르크메니스탄 지도를 펼쳤어요. 메르브 이미 지나왔잖아! 투르크메나바트에서 메르브 유적을 지나야 마르 Mary 로 갈 수 있었어요. 일단 창 밖에서 유적 같은 것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메르브 유적은 길에서 더 들어가야 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마르를 '메르브'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이 택시 기사는 자기 멋대로 지레 짐작한 것이..

두 개의 장벽 - 08 투르크메니스탄

'저래도 되는 거야? 경찰 있는데?' 오히려 보는 사람이 불안할 지경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승용차는 뒷자리 유리창은 밖에서 잘 보이지 않게 선팅을 하는데 앞자리 유리창은 밖에서 보면 보여요. 택시 기사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앞자리에 앉죠.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무리 '이상한 나라'라고 알려졌다 해도 운전석이 뒷자리에 있는 차들이 굴러다니는 나라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뒤에 경찰이 있었어요. 하지만 택시 기사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를 뻑뻑 태워대었어요. 차에 올라타자마자 담배를 뻑뻑 태우는 택시 기사...정말 혼란스러웠어요. 그동안 인터넷에서 보아 온 '금연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어요. '금연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은 사파르므라트 니야조프의 악명을 드높이는 데에 일등공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Ko'kcha Masjidi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한 모스크는 하스트 이맘 모스크에요. 그 다음으로 유명한 모스크가 바로 Ko'kcha Masjidi (콕차 모스크)에요. 타슈켄트에는 유명한 모스크가 거의 없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타슈켄트에서 유명한 관광지 자체가 많지 않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기념품 상점 가보면 이 콕차 모스크 마그네틱도 있어요. 여기를 가는 방법은 초르수 바자르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에요. 초르수 바자르 앞에서 91번 버스를 타면 콕차 모스크로 갈 수 있어요.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이런 초록색 지붕의 모스크가 보여요. 이것이 바로 콕차 모스크랍니다. 우즈벡어로 ko'k 은 '초록의' 란 뜻이에요. 즉, 푸른 지붕 모스크이죠. 콕차 모스크 앞에는 이런 건물이 있어요. 그리고 내부 모습들. 한창 개보..

우즈벡인들이 수박과 멜론 들고 가는 방법

우즈벡 사람들은 어떻게 수박과 멜론을 들고갈까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정말 이국적이랍니다. 이렇게 어깨에 올려서 간답니다. 우리처럼 안고 가거나 봉지에 넣어 들고가기 보다는 1개만 들고 갈 때에는 저렇게 위로 올려서 들고 가요. 수박이나 멜론은 무겁고 큰데, 이렇게 우즈벡인들과 한국인들은 들고 가는 방법이 다르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멜론

우즈벡어를 배우다보면 '멜론'이라는 단어는 저절로 배우게 되요. 그만큼 멜론이 많이 나거든요. 맛도 좋구요. 요즘 시장에 멜론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외국 나와서 유제품을 빼고 신기한 거 있으면 먹어보아야하기 때문에 과감히 또 사왔어요. 우즈벡어 교재를 보면 멜론은 '코분' qovun 이라고 나오는데 일단 지금 나와 있는 멜론은 세 종류에요. 왼쪽부터 한달락, 디냐, 코분이에요. 세 개가 이름이 달라요. 한달락 보고 코분이라고 해서 문제될 건 없지만 한달락 먹고 나서 '코분 먹었어요'라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사진 가장 오른쪽 큰 놈을 먹은 줄 알아요. 먼저 한달락 과육은 초록색+살구색. 식감은 별로 없음. 정말로 흐물흐물해요. 물론 포크로 찍어먹을 수는 있을 정도지만요. 맛은 엄청나게 달고 (세 개 ..

타슈켄트 Xo'ja Alam Bardor 모스크

타슈켄트는 중앙아시아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입니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이 있는 곳. 이건 아랍어를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꽤 중요한 것이죠. 글자를 구분하는 점이 하나도 없는 코란이니까요. 이것은 하스트 이몸 모스크 (하스티몸이라고 하면 다 알아들어요) 가면 볼 수 있어요.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신학교가 있었던 곳도 바로 타슈켄트. 이 신학교가 하스트 이몸 모스크 옆에 있는 신학교에요. 이렇게 독실하게 믿는 신자도 꽤 있고, 이슬람으로 중요한 곳인 타슈켄트이지만 모스크를 보기는 의외로 쉽지 않답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할 Xo'ja Alam Bardor 모스크는 지하철역 Milly bog' 역 근처에 있어요. 호자 알람 바르도르 모스크로 가는 길에 있는 정체 불명..

더위가 온다

아침에 밖을 나가보니 무슨 홍염이 밀려오는 줄 알았어요. 제가 서 있는 곳은 아직 밤기운이 남아 있는 푸른 하늘. 앞은 시뻘겋게 불타올라 제가 서 있는 쪽까지 밀려오고 있었어요. 홍염 속에 보이는 뜨겁고 눈부신 구슬은 바로 태양. 아이폰으로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에 타슈켄트는 드디어 37도까지 올라가네요. 그리고 현재 타슈켄트는 새벽 4시면 동이 트기 시작해서 새벽 5시면 훤하답니다.

월요일에 가자 - 28 타지키스탄 여행 후기

집에 돌아와 앉아 있는데 아쉬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보통은 여행 다녀와서 며칠 쉬다가 여행기 작성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아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날이 2012년 5월 18일.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은 2012년 5월 27일. 여행은 총 8일 일정이었는데, 여행기를 쓰는데 걸린 시간은 10일이에요. 아마 블로그에 올라가는 것은 며칠 더 걸리겠죠. 아직도 아름다운 두샨베를 다시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행은 끝났어요. 그리고 여행기 작성도 이 후기를 마치면 끝나구요. 타지키스탄은 관광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요.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고 아름다웠어요. 사람들이 정신없이 '니하오'를 외치는 것도 알고 보면 그저 동양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Kaldirgochbiy Mausoleum, Shaykh Hovendi Tahur Mausoleum

론니플래닛을 보면 타슈켄트에 유적 3개가 한 곳에 모여있는 곳이 있어요. 론니플래닛에 실려 있는 타슈켄트 지도에서 C2 지역에 있어요. 이 지역에 있는 유적들로는 Kaldirgochbiy Mausoleum, Shaykh Hovendi Tahur Mausoleum, Yunus Khan Mausoleum이에요. 세 개 전부 무덤이에요. 이곳은 나보이 거리에서 가깝기 때문에 나보이 거리를 걷다 보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보이 거리에서 찾기는 조금 어려워요. 그 이유는 이곳이 큰 유적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요. 한 곳에 유적이 2개 몰려 있어요. Kaldirgochbiy Mausoleum과 Shaykh Hovendi Tahur Mausoleum이 같이 있기 때문에 한 곳에 가..

월요일에 가자 - 26 타지키스탄 후잔드 누리 이슬롬 모스크, 후잔드 성

부제 :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 레닌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Komil Khojandi의 동상이 나타났어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길을 걸으며 누리 이슬롬 모스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저는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정말 가기 싫어했어요. 아까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화를 내면 여행이 지옥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둘을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둘을 데리고 가야할 이유도 없었어요. 이번 여행은 제가 계획했어요. 여행 일정, 경로, 비자 준비 등 모든 것을 제가 계획해서 둘을 데리고 타지키스탄에 왔어요. 여행을 제안하고 계획한 사람의 입장으로써 이 도시의 관광을 끝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같이 다니다보면 체..

월요일에 가자 - 25 타지키스탄 후잔드 판즈샨베 바자르

"우리 방 옮겨야지." 갑이 저를 깨웠어요. 그 방에서 씻지도 않고 바로 일어나서 방을 옮겼어요. "온수가 잘 나와!" 우리 모두 방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어요. 정말 상쾌했어요. 확실히 여름 여행이 겨울 여행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호텔이었어요. 겨울에는 땀이 잘 안 나기 때문에 몸만 녹이면 되요. 볼 게 없어서 문제이지, 못 씻어서 힘든 것은 없어요. 하지만 여름에는 확실히 체력 소모도 겨울보다 훨씬 크고, 제대로 씻지 못하면 몸이 찐득거려서 더 피곤해져요. 확실히 씻고 나니 피로가 매우 많이 풀리고 체력이 조금 더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내일도 여기 머무를까? 내일은 여기에서 쇼핑하자!" 을이 내일도 여기 이 방에서 머무르자고 했어요. 참고로 여기에서 쇼..

월요일에 가자 - 24 타지키스탄 후잔드

후잔드 성에 가기 위해 마슈르트카에서 내렸어요. 이렇게 분수가 있고 이 분수 옆길로 들어가서 걷다 보면 우체국이 나온답니다. 우체국 옆면을 보면 소련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생각해보니 이스타라브샨도 그렇고 후잔드도 그렇고 중심 거리의 이름은 '레닌 거리'. 타지키스탄까지 포함해서 구 소련 국가 5개국을 다녀보았지만 타지키스탄처럼 소련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나라도 없었어요. 우체국을 지나 계속 걷다보면 이와 같은 벽화가 나와요. 그리고 이 벽화가 있는 건물 바로 옆에 극장이 있어요. 타지키스탄 역시 모자이크, 부조 같은 것은 확실히 볼 만 했어요.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 의도 - 즉 선전의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들이었거든요. 제대로 최대한 아름다워 보이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