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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39

석탄의 길 1부 34 -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묵호항선 철도 유적

묵호시장에서 나와서 묵호항을 향해 걸어갔어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이놈의 하늘은 대체 뭐가 그리 슬퍼서 이렇게 눈물을 쏟아붓고 있는지 몰랐어요. '오늘 내가 사연 있는 동네들 골라서 다녀서 그런가?' 2022년 10월 6일에 돌아다닌 지역은 강원도 삼척시 내륙지역과 동해시 묵호 지역이었어요. 둘 다 사연이 참 많은 지역이에요. 거기에다 이 지역들 중에서도 가장 사연 많은 동네로만 돌아다녔어요. 밝은 사연이 아니었어요. 한결같이 슬픈 사연이었어요. 과거의 번창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쇠락한 지역, 사라진 지역들이었어요. 직접 듣지 않아도 모든 풍경이 씁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래서 날이 더욱 이 모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너무 나쁘게만 볼 것 없었어요. 씁쓸한 이야..

석탄의 길 - 프롤로그

꺼져가는 불씨가 남기는 마지막 빛.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이 매우 많아요. 작게는 특정 물건, 상품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어떤 특정 동네, 산업까지 있어요. 오늘도 많은 것들과 많은 사람들이 잊혀져가고 있고 사라져가고 있어요. 사라져가고 잊혀져간다는 것은 즐겁지 않아요.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모든 것에게 한때 밝고 빛나던 시절이 있었어요. 즐거운 축제가 끝나고 조명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하면 어둠과 공허함이 공간을 집어삼키고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요. 여운조차 사라지고 아무 것도 안 남은 어둠과 공허함만이 남을 때, 희미하게 흔들리던 불빛 하나마저도 꺼지며 모두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되요.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들은 마음을 파르르 떨리게 하는 잔잔한 파동을 뿜어내요. 잔잔한 파동은 아직..

잊혀진 어머니의 돌 - 프롤로그 강원도 남부 운탄고도 몰락한 탄광지역으로 가자

제게는 강원도 토박이 친구가 있어요. 강원도 친구와 서로 찌그닥거리며 놀곤 해요. 강원도 친구는 강원도 여러 곳을 많이 다녀봤어요. 반면 저는 강원도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강원도를 많이 가보지는 못했어요. 제가 가본 강원도는 기껏해야 춘천과 원주, 그리고 동해안 일대에요. 동해안 일대도 속초, 양양, 강릉 정도만 가봤고, 2022년 여름에서야 동해시를 가봤어요. "네가 가본 가장 강원도 최고의 시골은 어디였어?" "강원도 최고의 시골?" 강원도 친구는 잠시 고민했어요. 잠시 말없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대답했어요. "예미?" "예미? 그런 곳도 있어?" "응. 저기 영월 쪽에." '예미'라는 동네는 처음 들어봤어요. 강원도 친구 말로는 영월 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했어요. "거기는 어떤데?" "나도 아주 ..

이것도 여행, 어쨌든 여행기 - 에필로그

"와, 죽겠네." 인내심에 한계가 왔어요. 정신줄이 오락가락했어요. 이건 아니었어요. 내가 대체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내가 지금 무슨 거저 먹는 것도 아니고 다 제 돈 주고 사먹고 있는데 즐거운 게 아니라 고통만 갈 수록 강해지고 있었어요. 이제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죽을 맛이었어요. 아무리 봐도 이건 정말 아니었어요. 밖으로 내색은 안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괴로워서 몸부림치고 있었어요. "제발 살려줘!" 일곱 번째 아이스크림. 쉐이크쉑 용산 아이파크몰 한정 메뉴 아이-팝핀 아이스크림을 절반도 못 먹었는데 벌써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어요. 이건 도저히 할 짓이 아니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쉐이크쉑 타임스퀘어 영등포점 한정 메뉴 인절미 타임 아이스크림을 ..

이것도 여행, 어쨌든 여행기 - 프롤로그

"요즘 다 여행 가네?" 인터넷으로 언론사 기사를 보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여기저기 여행을 가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보였어요. 특히 해외여행 가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였어요. 2020년부터 국외여행을 사실상 갈 수 없었으니 2년 넘게 사람들이 외국 여행 가고 싶어도 못 갔어요. 그러다 세계적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리오프닝으로 돌입하자 그간 쌓여왔던 해외여행 욕구가 폭발했어요. 확실히 해외여행, 해외출장 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제 주변에도 해외여행, 해외출장을 가는 사람들, 갈 계획인 사람들이 매우 많이 증가했어요. 심지어 유튜브조차 해외여행 컨텐츠가 급증했어요. 모두가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여행을 꿈꾸고 있어요.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모두가 여행 때문에 들떠 있는 분..

바람은 남서쪽으로 - 27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서욱교

슬리핑 버스 안에서 계속 잤어요. 잠자리가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슬리핑 버스 좌석은 어정쩡하게 상반신이 들려 있었어요. 몸을 전혀 뒤척일 수 없는 구조였어요.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누워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더 불편했어요. 조금만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바로 잠이 깨었어요.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있으려니 몸이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그렇다고 앉아 있자니 이건 앉아 있기도 불편했어요. 어떤 자세도 답이 없었어요. 밤새 그렇게 뒤척이다 잠을 깨기를 반복했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어요. 시끄러워서 깨거나 어디에 버스가 정차해서 깬 것이 아니었어요. 순전히 슬리핑 버스에서 누워서 자다가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깨었어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기절하..

바람은 남서쪽으로 - 26 슬리핑 버스로 베트남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길

"이제 숙소 돌아가야겠다." 어느덧 오후 1시였어요. 숙소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호이안 일정의 끝이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호이안에서 하노이로 가는 슬리핑 버스는 숙소를 통해 예약해놨어요. 숙소에서는 택시로 슬리핑 버스를 탑승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요. 만약 숙소에서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슬리핑 버스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여행사로 달려가야했을 거에요.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호이안을 돌아다녔어요. "이 놈의 비는 또 오네." 베트남 호이안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이런 곳은 떠날 때 아쉬움이 매우 많이 남아요. 그러나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요. 눈꼽만큼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쪽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니었어요. 빗줄기가 다시 슬슬 굵어지고 있었어요..

브런치 작가 신청 합격 후기 및 좀좀이 브런치 개설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는 여행 블로그입니다. 진짜요? 그런데 좀좀이의 여행 최신글에 여행 글이 왜 이렇게 안 보이나요? 그래요.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는 원래 여행 블로그에요. 여기에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 균형이 작년부터 완전히 깨져버렸어요. 여행 갈 수 있는 상황이어야 여행기를 쓰죠. 여행 다니게 생기지를 않았는데 가지도 않은 여행기를 어떻게 써요. 정말로 작년에는 작년 초에 제주도 잠깐 다녀온 것이 전부였어요. 그때부터 1년 넘게 여행을 아예 가지 않았어요. 이러니 여행기 쓸 수가 없죠. 여행을 가야 여행기를 쓰든 말든 할 건데 여행 자체를 안 가니 여행기 쓸 일이 없었어요. 밀린 여행기 아직도 있지 않음? 밀린 거 쓰면 되지 않음? 이렇게 따지고 든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기는 해요..

까치밥만 덩그러니, 설날 - 2021년 2월 주식 매매 후기 : 전설의 승률과 기묘한 2월

2021년 1월 25일, 주식 세계 여행기인 죽어버린 광기의 에필로그를 작성한 후였어요. 이제 카페에 마음껏 갈 수 있었어요. 더 이상 나가서 추위 피할 곳 없어서 돌아다니며 놀지 못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비록 밤 9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지만 정말 기나긴 어둠이 끝났어요. 백주대낮에라도 카페에서 음료 한 잔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처절히 깨달은 이 겨울이 드디어 끝나가고 있었어요. '이제 주식 매매로 이렇게 시리즈 연재물 만들 일은 없겠지.' 2월이 되면 밖에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결심했어요. 작년 11월말부터 계속 이런 생활중이었어요. 이건 정말 아니었어요. 여행기를 올리고 먹은 것 글을 올리는 일상 블로그였던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는 졸지에 주식, 채권 블로그처럼 변해버렸어요. 할..

문화인류학 - 민족지적 연구의 등장 배경 및 현장연구 철학과 관점 차이

- 근대에 들어와 자연과학의 놀라운 성취를 목격한 사람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분석도 언젠가 그와 같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됨. -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학문을 자연과학 모델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 등장. -> 객관적이고도 엄밀한 관찰과 자료의 축적과 이를 통한 법칙의 발견. -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의 눈부신 성과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탐구에서도 자연과학적 성취와 유사한 것을 이룩하기를 기대하기 시작. - 초기 사회학자, 사회과학자들은 사회해부학 social anatomy, 사회생리학 social physiology, 사회물리학 social physics 등의 용어 사용. - 자연과학을 모방하려 했고, 통계학과 계량적인 접근 사용 시작 -> 중요한 방법론적 전진. -..

바람은 남서쪽으로 - 25 베트남 호이안 푸젠 화교 회관 Hội quán Phúc Kiến

장기 한 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어요. "베트남 와서 장기 뒀다!" 계획에도 없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베트남 현지 문화를 하나 체험했어요. 매우 큰 소득이었어요. 베트남 와서 베트남 민속 놀이인 장기를 두어봤으니까요. 이런 일은 여행 중 쉽게 일어나지 않아요. 호이안이 내가 불쌍해서 이런 이벤트 하나 준 건가. 베트남 호이안 일정은 정말 안 좋았어요. 대충 둘러볼 것은 거의 다 둘러봤어요. 그렇지만 정말 운이 참 없는 일정이었어요. 날씨는 엄청 안 좋았어요. 중요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노트북 가방은 끈이 떨어져버렸어요. 신발은 물에 완전 푹 젖었어요. 숙소에서 드라이기로 간신히 말리기는 했지만요. 기념품으로 구입한 전통의상 입은 인형은 목이 다 끊어졌어요. 밤에 쏟아진..

바람은 남서쪽으로 - 24 베트남 전통 민속 놀이 중국식 장기 꺼 뜨엉 Cờ tướng

뭔가 사당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입구에는 한자가 적혀 있었어요. 아래에는 베트남어로 작게 Chùa Ông Hội 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베트남어로 ông 은 '할아버지'라는 뜻이에요. 연장자를 높여 부르는 말인 '어르신, 선생님'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Chùa 는 베트남어로 절, 사원이니까 Chùa Ông '어르신 사원'쯤 될 거에요. 안에는 연못이 있었어요. 계속 내부를 둘러봤어요. 골목길이 있었어요. 골목길은 매우 비좁았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크게 인상을 끄는 것은 없었어요. 이건 아무리 봐도 제가 상상하던 동남아시아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타이완 여행 갔을 때 봤던 중국 문화와 너무 닮았어요. 중국 문화에는 정말 관심 없었어요. 중국 문화를 보고 싶다면 타이완을 다시 갔을 거에요. 저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3 베트남 호이안 중앙 시장 Chợ Hội An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잤기 때문에 정말 깊게 잤어요.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는 원래 잠을 매우 깊게 자거든요. 한 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나요. 심지어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그냥 계속 자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동네방네 잠자는 사람 다 깨울 정도로 시끄러운 알람이어야 잠에서 깨어나요. 세상에서 잠자는 것이 제일 좋고 잠자는 것은 정말 잘 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자요. 너무 짜증나거나 화가 나면 잠이 오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거든요. 그래서 호이안 일정이 비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잠을 못 자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푹 잤어요. 여행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 노트북 가방 끈이 떨어져서 답 없어진 상황이라는 사실, 신발이 완전히 푹 젖어버렸다는 사실은 제게 자장가가 되었어요. 실낱 같은 ..

바람은 남서쪽으로 - 19 베트남 호이안 전통 마을 회관 딘 캄 포 사원 Đình Cẩm Phô

"저거 왠 나무 뿌리지?" 벽에 나무 뿌리가 많이 매달려 있었어요. 뭔지 궁금해서 다가갔어요. "이거도 기념품이네?" 나무 뿌리로 만든 사람 머리 모양 기념품이었어요. 나무 뿌리는 사람 얼굴의 수염 모양을 만들고 있었어요. 나무 뿌리로 만든 사람 머리 모양 기념품은 모두 삼국지 관우 얼굴처럼 생겼어요. 잘 찾아보면 삼국지 장비처럼 생긴 얼굴도 있었어요. 얼굴 모양은 전부 동양인 얼굴이었어요. 자세히 봤어요. 기념품 모두 웃는 얼굴이었어요. 관우, 장비와 다른 얼굴이었어요. '저거 사가는 사람 있을 건가?' 집에 기념품으로 걸어놓고 불 끄고 자다가 저거 보면 깜짝 놀라게 생겼어요.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저 얼굴 보면 할아버지 귀신이 머리만 공중에 둥둥 떠있는 모습일 거였거든요. 길에는 사람들이 아까 처음..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에필로그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 있었어요. 바로 디지털 카메라 문제였어요. 그동안 사용해왔던 후지필름 HS10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가운데가 뿌옇게 나왔어요. 렌즈 안에 곰팡이가 피어서 발생한 문제였어요. 그렇지만 다른 고장도 있었어요. 전원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때까지는 큰 문제 없었어요. 가끔 두세 번 전원 스위치를 돌려야하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다음 여행에 또 들고 가기에는 엄청나게 신경쓰였어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전원 스위치가 고장나면 카메라로 사진을 아예 못 찍으니까요. '카메라 하나 새로 살까?' 제주도 여행 다니는 중에 깨달았어요. 이것은 제 HS10 디지털 카메라와의 작별 여행이었어요. 사진도 제대로 안 찍히고 전원..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15 - 에필로그

올해 2020년 2월 10일부터 2월 12일까지 제주도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다룬 여행기인 어둠의 소리가 드디어 끝났어요. 이번 여행은 이스타항공 김포-제주 비행기표 가격이 4000원이라는 걸 보고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떠난 여행이었어요. 의정부 자취방에서 서울 갈 때도 어디 갈 지 생각하고 나가는데 서울보다 훨씬 먼 제주도를 단지 비행기표 4000원 가격 보고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렸어요. 그래서 아무 준비도 없이 갔어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었고 무엇을 할 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애초에 여행기를 쓸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만약 여행기를 쓸 생각이 있었다면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갔을 거에요. 디지털 카메라를 잘 들고 나가지 않지만 사진 찍는 것도 제 취미 중 하나거든요. 여행 갈 때는 반드시 ..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8 제주도 중국발 미세먼지 속 캠핑

삼대악산은 캠핑을 당연히 취소할 거라고 생각하고 저를 보러 왔어요. 그러나 다행히 캠핑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더욱이 저는 캠핑 아니라면 굳이 따스한 제주도 봄날씨에 한겨울 패딩을 걸치고 오지 않았을 거에요. 날씨에 전혀 안 맞는 두툼한 패딩을 걸치고 온 것이 억울해서라도 반드시 캠핑은 할 생각이었어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서 캠핑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일단 우리집으로 가자. 가서 캠핑 장비 챙겨서 나오자.""그래." 삼대악산이 캠핑 준비를 하나도 안 하고 왔기 때문에 캠핑 장비를 챙기러 삼대악산 집으로 먼저 가야 했어요. 삼대악산 차에 올라탔어요. "아, 목 아파.""왜?""미세먼지." 삼대악산은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많이 아프다고 하며 기침을 했어요. 제 눈에는 미세먼지가 그렇게 심해보이지..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27 일본 도쿄 시부야 에비스 맥주 기념관 한국어 투어 日本 東京 恵比寿駅 ヱビス ビール 記念館

일본 도쿄로 오기 전, 에비스 맥주 기념관 투어를 한국에서 신청했어요. 일본어 투어 가격은 500엔이고, 한국어 투어 가격은 1000엔이었어요. 500엔 차이면 5500원 정도 차이가 났어요. 에비스 박물관 투어에 참여하면 에비스 생맥주 시음 1잔에 400엔짜리 에비스 맥주 기념관 기념 코인을 하나 증정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맥주 두 잔에 가이드 설명 듣고 1000엔이라면 꽤 괜찮은 조건이었어요. "일본어는 500엔이고 한국어는 1000엔인데 어떻게 할까?""500엔 차이면 그냥 한국어로 가자." 너는 일본어 몰라. 나도 그런 설명 일에서 백까지 다 알아들을 만큼 일본어 잘 하지 않아. 일본어 투어에 낑겨 들어갔다가는 서로 저 일본인 가이드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었냐고 눈빛 교환만 끊임없이 할 거야. 이..

[일본 여행기] 예습의 시간 - 16 일본 TV 방송과 어둠의 한류 전도사, 일본 도쿄 신주쿠역

깊게 잤어요. 방 불을 끈 후 TV를 끄고 눈을 감은 후, 바로 골아떨어졌어요. 단 한 번도 자다가 깨어나지 않았어요.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침침했어요. 숙소에 창문이 있기는 했지만 맞은편 건물과 너무 가까워서 햇볕이 잘 들지 않았거든요. 여기에 커튼을 쳐놓고 잤기 때문에 방이 더욱 어두침침했어요. 눈을 뜨자마자 불을 켰어요. 더 자고 싶었어요. 그래도 일어나야 했어요. '어제 진짜 무리했구나.' 무릎부터 시작해서 발바닥까지 얼얼했어요. 종아리를 주무르고 발바닥을 꾹꾹 눌렀어요. '대체 내가 운동을 얼마나 안 했으면...' 가만히 생각해보니 많이 걸은 적이 별로 없었어요. 많이 걸었다고 할 만한 것이라고는 올해 봄에 서울에 있는 달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였어요.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7..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12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일본관 日本 東京 国立科学博物館 日本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어요. 계속 방송으로 관람 종료 시간은 오후 5시라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이제 25분 정도 남았어요.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지구관은 무사히 다 봤어요. 이제 남은 것은 일본관이었어요. 일본관은 3층. 여기에서부터 고민이 되기 시작했어요. 방송은 계속 나가라고 하고 있고, 일본관은 아직 한 층도 보지 못했어요. 일단 들어온 쪽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나가기로 했어요. 화살표를 따라 걸어갔어요. 거대한 홀 같은 곳이 나왔어요. 일본관 입구였어요. '어떻게 하지?' 일본관 3층을 과연 20분 안에 다 둘러볼 수 있을 것인가? 다리가 아팠어요. 앉아서 쉬고 싶었어요. 목도 말랐어요. 뭐라도 좀 마시고 싶었어요. 눈을 감고 조금 앉아 있고 싶었어요. 체력적으로 힘든 것보다 두뇌..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7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역 日本 東京都 台東区 上野駅

'어제 언제 잠들었지?' 잠에서 깨어나보니 아침이었어요. 방 안은 전혀 밝지 않았어요. 새벽에 일어난 것 같았어요. 오늘 하루 일정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 거였어요.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시간대에 속하는 나라. 우리나라가 일본 도쿄 기준시를 사용하거든요.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경도 차이가 있어요. 이걸 고려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시각은 같지만 해가 한 시간 느려요. 과학 시간 때 배우는 내용이죠. 정오에 태양이 머리 위에 있다고 배우지만, 우리나라는 도쿄 기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가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얼추 오후 1시쯤이라구요. "어? 9시 반이네?" 숙소 창문으로 햇볕이 쏟아져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방이 영 침침한 것이었어요. 시간상으로는 2019년 8월 27일 오전 9시..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2 JAL 비행기 타고 서울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설상가상.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항상 그래왔듯 인터넷을 접속해 어떤 뉴스가 올라왔는지 봤어요. 일요일은 보통 볼 만한 뉴스가 크게 없어요. 기자들도 주말에는 쉬어야하겠죠. "뭐야?" 인터넷이 뒤집어져 있었어요. 8월 23일 금요일 서울 홍대입구 근처에서 한국인 남자가 일본인 여성을 폭행한 동영상이 널리 퍼졌어요. 폭행당한 일본인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한국인 청년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어요. 다리에 문신을 한 한국인 청년이 일본 관광객 여성을 폭행했다는 사실은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도 이것이 주요 화제였어요. 뉴스와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보면 일본에서도 이것으로 매우 시끄러운 모양이었어요. '진짜 가지가지하네.' 가뜩이나 주..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1 기묘한 일본 여행 준비

2011년 3월 중순 어느 날. 아직 추워서 겨울 외투를 입고 돌아다녀야 했던 날이었다. 어두침침한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돈까스를 먹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영상, 도쿄가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는 뉴스,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뒤덮힐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라고 보도되고 있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일본 먹거리는 절대 안 먹는다. 일본 여행은 절대 안 가겠다. 결심했어요. 앞으로 절대 일본 먹거리는 안 먹고, 일본 여행은 안 가겠다구요. 도쿄조차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고 뉴스에 나오고 있었어요. 방사능 피폭 문제는 아직까지도 ..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프롤로그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아니, 이것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2019년 7월. 7월이 시작되자마자 어두운 뉴스가 하나 보도되었어요.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에칭 가스(고순도 플루오린화수소), 디스플레이 감광액 재료의 한국 수출 제한 발표. 모두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만 한중일 삼각무역관계를 떠올리며 설마 일본이 저렇게까지는 안 할 거라 추측하고 있었어요. 정확히는 그렇게만은 안 되기를 빌었다고 해야 할 거에요. 현재 정부는 일본에 강경하다 못해 적대적으로 대해왔기 때문에 일본도 인내심이 끊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미 끝난 위안부 보상 문제를 국제법까지 무시해가며 엎어버리자 결국 일본도 극단적인 카드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어요..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4 제주도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

'삼무공원이나 갈까?' 제원사거리에서 삼무공원은 매우 가까웠어요. 평소라면 절대 안 갈 곳이었어요. 가야 할 이유가 아예 없는 곳이니까요. 신제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삼무공원은 궁금할 것이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곳이었어요. 삼무공원을 자주 가지는 않았어요. 가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삼무공원이 있는 쪽을 잘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삼무공원은 동네 놀이터처럼 여겨지는 곳이었어요. '그래도 삼무공원이라도 가자.'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복습의시간과 오후 4시쯤에 다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멀리 갈 수도 없었어요. 신제주 연동, 노형동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구제주로 넘어가거나 용담, 탑동 쪽으로 간다면 돌아다니며 구경할 것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요. 신제주에서 멀리 벗어나서 도두동이나 이..

질적 연구 방법 - 문화기술지 연구 : 정의, 연구 유형, 연구 절차

- 문화기술지 Ethnographic Research 연구자는 공유된 패턴을 파악하는 것에 관심을 가짐.- Boas, Malinowski, Radcilffe-Brown 등 20세기 초 인류학자들이 수행한 비교문화적 인류학이 기원.- 최근 문화기술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들은 구조적 기능주의, 기능주의,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문화인류학과 인지인류학,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민속방법론, 비판 이론, 문화연구,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다른 이론적 지향과 목적을 가진 학파나 하위유형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 와씀.- 이는 문화기술지에서 정통성의 결핍을 가져왔고, 다원주의적 접근을 초래. - 분석의 단위는 20명 이상이거나 근거 이론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 정도의 수준.- 전체 문화집단에 초점을 둠.- 때로 이 ..

질적 연구 방법 - 연구계획서 및 제안서 구조

01. 질적 구성주의자 및 해석주의자 형식 서론 문제에 대한 진술(문제에 대한 문헌 포함) 연구 목적 연구 질문 연구의 범위와 한계 절차 질적 연구의 특성 (선택적) 질적 연구 전략 연구자의 역할 자료수집 절차 자료분석 절차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 전략 내러티브 구조 예상되는 윤리적 이슈 연구의 함의 예비조사 결과 기대되는 결과 부록 : 면접 질문, 관찰 형식, 연구 일정, 예산 - 질적 구성주의자 및 해석주의자 형식은 질적 연구 계획의 전통적 접근으로 볼 수 있음.- 연구자의 역할에 대한 절차 내의 기술을 포함해서 표준이 되는 서론과 절차가 포함.- 예상되는 윤리적 이슈들과 사전조사 결과, 기대되는 결과를 통합. 02. 질적 옹호 / 참여적 형식 서론 문제에 대한 진술 (문제에 대한 문헌들을 포함) 옹호..

질적 연구 방법 - 연구 설계시 고려해야 할 좋은 질적 연구의 특성들

01. 연구자는 엄격한 자료 수집 절차를 따름.- 연구자가 복합적인 형태의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의 형태와 그것들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적절히 요약하며, 현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함.- 질적 연구에서는 현장에서 보낸 구체적인 시간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사진, 소리, 시각매체, 디지털 텍스트 메시지 사용 등의 질적 연구 자료 수집의 독특한 형태들의 적극적 활용 고려. 02. 연구자는 연구를 위한 질적 접근의 가정과 특성 안에서 연구의 틀을 규정.- 다음과 같은 기본적 특성이 포함되어야 함.- 설계의 전개- 여러 가지 진실의 제시- 자료 수집 도구로서의 연구자- 참여자의 관점에 대한 초점 03. 연구자는 내러티브 연구, 현상학적 연구, 근거이론 연구, 문화..

질적 연구 방법 - 질적 연구의 특성

- 질적 연구는 세계에 관찰자를 놓는 상황적인 활동.- 세계를 보이도록 만드는 해석적이고 유물론적인 실천 체계로 구성하며, 이러한 실천은 세계를 변환.- 세계를 현장 노트와 면접, 대화, 사진, 기록물, 자기에 대한 메모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표현들로 바꾸어 놓음.- 이 단계에서 질적 연구는 세계에 대한 해석주의적, 자연주의적 접근을 포함.- 질적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현상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현상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려고 시도하면서 자연 상황에 있는 사물을 연구. - 질적 연구는 가정, 세계관, 가능성이 있는 이론적 렌즈의 활용, 연구 문제들을 갖고 사회 문제나 인간 문제로부터 기인하는 의미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조사하기 시작.-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질적 연구자들은 떠오르는 질적 연구접근, 연..

[여행 잘하는 법] 문화인류학 현지 조사 방법 - 지도 작성

지도 작성 지도 작성은 기본적으로 관찰의 결과를 조직화하고 기록하는 하나의 방법. 이렇게 기록한 정보는 조사 기간 중 중요하고, 조사 기간 이후에도 계보적 자료 및 인구 조사 자료 등 여러 다양한 자료와 관련해 사용 가능. 민족지가 ethnographer 든 고고학자든 인류학자가 지도를 작성할 경우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은 항상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관계간의 유대에 신경써야 한다는 점임. 인류학자의 현지조사에서 특히 초기 단계에 시작하는 활동은 지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하는 것임.- 현지조사자는 가옥, 농경지, 어로 및 수렵 지역, 중요한 수자원, 프로젝트나 조사 설계에 따라 파악할 것이 요구되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마을이나 지역의 지도를 작성.- 만약 토지 일부가 특정 가족들에 소유되거나 통제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