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쓰고 있는 여행기가 있다?
그것이 완결되는 날이 과연 올까?
"끝냈다!"
2025년 4월 20일 일요일 새벽 5시 41분, 드디어 2014년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인 '바람은 남서쪽으로' 마지막 편인 40화를 다 썼어요. 2024년 여행기 아니냐구요? 아니에요. '바람은 남서쪽으로' 여행기는 2024년이 아니라 2014년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에요. 정확히 2014년 12월 17일부터 2014년 12월 26일까지 다녀온 여행이에요. 베트남에는 12월 18일에 입국했고, 출국 도장은 12월 25일로 찍혀 있지만요. 인천국제공항에서 밤을 샜기 때문에 여행 시작은 2014년 12월 17일이에요. 당시 제가 귀국할 때 탔던 비엣젯항공 VJ960편 항공기는 12월 26일 새벽 1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기 때문에 출국심사를 12월 25일 밤에 받아서 베트남 출국 도장이 12월 25일로 찍혀 있구요.
이 여행은 2014년 12월 하반기에 다녀온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기를 완결한 2025년 4월 20일로부터 10년 전 이야기에요. 10년 하고 몇 달 전의 이야기에요. 무려 10년 넘게 끌어온 여행기에요. 그래서 여행기를 다 쓰고 나서 곱게 '끝냈다'로 끝나지 않고 욕도 같이 나왔어요. 10년 넘게 끌어온 여행기라는 것은 10년 넘게 저를 괴롭혀왔던 마음 속 무거운 짐이었다는 의미거든요.
그래서 에필로그를 쓰면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머리 속이 복잡해요. 이 여행기의 완결은 단순히 10년 넘게 끌어온 여행기가 아니거든요. 제게는 그 이상의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완결이에요.
먼저 후일담부터 이야기하는 게 낫겠지?
저는 글을 한 번 쓰면 진짜 웬만해서는 수정 안 해요. 한 번 다 쓰면 그걸로 끝이에요. 긴 글이고 짧은 글이고 예외 없어요. 그러니 지금 글을 쓸 때 순서를 즉흥적으로 정해서 그거대로 쓸 거고, 그렇게 글이 마무리되면 그것으로 깔끔하게 끝이에요. 다시 쓰거나 여러 번 퇴고를 거치는 일은 없어요.
일단 여행 후일담을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에요. 후일담이라면 이 여행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의 이야기에요. 이 여행은 제가 처음으로 외국 여행 가서 채팅으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난 여행이었어요. 베트남 중부 후에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와 베트남 북부 박닌에서 사는 베트남인 친구와 만났어요.
먼저 베트남 중부 후에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는 이후 어떤 프로그램에 선발되어서 호치민으로 갔어요. 후에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이 매우 강했던 그 친구는 호치민으로 가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걸 영 못마땅해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좋은 기회를 잡아서 가는 것이지만, 후에를 떠나기 상당히 싫어했어요. 호치민은 번잡하고 싫다고 했어요. 그 친구는 호치민으로 갔고, 거기에서 계속 호치민은 번잡하고 복잡하고 싫다고 하며 후에를 매우 그리워했어요. 그러다 연락이 끊겼어요.
베트남 북부 박닌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는 저와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남자와 약혼한 상태였어요. 여행기에도 나오지만, 이 친구가 제 나름의 베트남어 '싸부'였기 때문에 축의금도 줬어요. 결혼 후 박닌에서 계속 살았어요.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제게 무슨 정체불명의 약초에 대해 물어봤어요. 대체 그런 약초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친구는 그것을 재배해서 돈을 벌 거라고 했어요. 이게 마지막 대화에요. 그 이후 연락이 끊겼어요.
지금 그 두 명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애 낳고 잘 살고 있겠죠. 둘 다 그때 대학생이었는데요. 10년도 넘은 일인데 걔네들도 30살이 넘었을 거에요. 연락 끊긴 지 한두 해가 아니에요. 2020년 이전에 끊겼으니 그것도 벌써 5년도 훨씬 넘은 일이에요. 딱히 싸우거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어요.
베트남어요? 아주 완벽하게 다 잊어버렸어요. 이게 두 친구와 연락이 끊긴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베트남어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애초에 베트남어는 제게 아주 순수한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 외에는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언어였어요. 게다가 여행 자체는 즐거웠지만, 베트남 전통 유적들은 큰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했어요. 결정적으로 그 다음해에 제가 라오스를 갔어요. 싸바이디를 외쳤어요. 라오스의 라오스어 교과서를 품에 안고 컵 짜이 라이 라이를 외쳤어요.
베트남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면서 그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 일 자체가 없어졌어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먼저 열심히 제게 말을 걸어오는 것도 아니었고, 서로 채팅으로 대화를 하더라도 영어로 대화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다른 외국어 보고 있다가 갑자기 영어로 대화하려고 해봐요. 그것도 영어와 까마득히 먼 언어들 보다가 영어로 대화하려고 하면 머리 쥐 나요. 결국 각자가 각자의 삶을 살면서 대화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연락이 끊겼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잖아.
연락 없으면 그걸로 좋은 거야.
저는 그 둘이 지금 애 낳고 아주 잘 살고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에요. 나이를 먹어갈 수록 무소식이 희소식은 진리에요. 지금은 둘의 연락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어요. 그러나 추억은 추억으로 놔두는 것이 좋고, 무소식이 희소식이에요. 둘 다 잘 살고 있을 거에요.
다음 이야기는 어쩌다가 2014년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인 '바람의 남서쪽으로'가 완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는지에 대한 이야기에요.
베트남은 1954년에 독립해서 1975년에 통일.
베트남이 해방에서 통일까지 걸린 시간보다는 짧게 걸려서 천만다행입니다.
'바람의 남서쪽으로'는 작성 과정에서 완전히 꼬여버린 여행기에요. 그래서 10년이 넘게 걸려버렸어요. 글 한 글자 한 글자 독수리 타법으로 정성껏 쓰느라 그렇게 걸린 게 아니라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까 뒤로 끝없이 밀리고 온갖 굴곡을 정통으로 다 겪었어요. 이 때문에 고작 40화짜리 여행기이고 며칠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여행기 완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바람의 남서쪽으로' 여행기 프롤로그는 2014년 12월 24일 아침 8시 15분에 발행되었어요. 프롤로그는 여행 가기 전에 미리 써놓기 때문에 베트남 여행 중에 티스토리 블로그 글 발행이 가능했어요. 프롤로그부터 3화 - 베트남 여행 준비 편까지는 여행 전에 일어난 일을 다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행 가기 전에 쓰려고 마음 먹으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내용이에요.
그 다음에 순조롭게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다니던 학원은 분위기가 나날이 엉망이 되어 가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여행기는 여행기 나름대로 또 스트레스였어요. 여행기 각 편 당 텀이 조금 길기는 했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학원에서 결국 문제가 생겼어요. 정말 머리 끝까지 열받는 일이 생겨서 화가 나서 학원을 때려쳤어요. 그리고 바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여행기의 여행인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여행을 떠났어요. 이것이 2015년 5월말의 일이에요.
베트남 여행기가 까마득히 남았는데 거의 한 달 간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여행기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어요. 이것도 베트남 여행기 쓰는 데에 꽤 큰 타격을 주었어요. 왜냐하면 단순히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던 자잘한 기록, 채팅 내역과 대화들을 싹 다 잃어버렸기 때문이었어요.
한 달 간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로 여행 다녀온 후에 원래대로라면 베트남 여행기를 이어서 써야 했지만,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여행기인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기억이 더 생생해서 쓰는 재미도 있었고, 여행 자체도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여행이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제 베트남 여행기를 보면 베트남 유적들을 보며 중국 닮아서 뭔가 미더운 반응을 보이는 내용이 꾸준히 등장해요. 베트남 여행이 제가 상상했던 동남아시아의 모습과는 유적과 건물 등에서 차이가 컸고, 오히려 별 관심 없는 중국과 많이 닮았어요. 반면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는 제가 상상했던 동남아시아 이미지에 완벽히 부합했구요. 그렇지 않아도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확 떨어졌고 베트남어에 대한 관심도 다시 빠르게 꺼져가고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여행이 여기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어요.
그러나 한가하게 여행기를 쓸 수 없게 되었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야간으로 일하면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진도는 너무 지지부진했어요. 그러다 2016년에는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두었어요. 그리고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복습의 시간' 여행기의 여행인 중국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기가 엄청나게 밀렸어요.
그러자 또 먼저 중국 여행기인 '복습의 시간'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복습의 시간'은 상당히 인기가 좋았어요. 여행 자체도 웃겼고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아마 그때 유튜브를 찍었다면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거에요. '복습의 시간'은 정말 쓰기 힘들었지만 워낙 반응이 좋아서 너무 즐겁게 썼어요.
'복습의 시간'은 제게 상당히 중요한 여행기에요. 왜냐하면 이때 드디어 제 문체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전까지는 문체가 밋밋했고, 특징이 없었어요. 그러다 '복습의 시간'에서 당시 사람들이 '좀좀체'라고 부르는 문체가 완성되었어요.
하지만 '복습의 시간'을 다 쓴 후 다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로 돌아오자 원래 여행기 수준의 반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복습의 시간'에서 워낙 쓰는 것도 즐겁고 반응 보는 것도 즐거웠기 때문에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가 반응이 엄청 나쁜 것처럼 느껴졌어요. '복습의 시간'이 이상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거였는데요. 게다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는 '복습의 시간'보다 쓰기 훨씬 더 어려웠어요. '복습의 시간'보다 전에 다녀온 여행기였기 때문에 생생한 느낌도 적은데 뭔 절은 또 엄청나게 많이 갔어요. 절 이름 찾는 게 일이었고, 글을 쓰기 위해 사찰 건물 구조 용어도 외워야 했어요.
2017년 7월 31일,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여행기를 완결했어요. 그러면 원래대로라면 다시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써나가기 시작해야 했어요.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여행기 꼴도 보기 싫어졌다.
2017년에 취미로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원래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24시간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를 목적지 삼아서 돌아다니고 글을 썼어요. 이러면서 블로그 방향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24시간 카페를 가면 음료라도 시켜야 하잖아요. 음료 주문해서 마시는 김에 음료 리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게 발단이 되었어요.
나 원래 여행 블로거야.
내가 왜 맛집 크리에이터인데?
네가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했으니까 그렇지!
여행기는 품은 엄청나게 많이 들지만 인기는 더럽게 없는 콘텐츠에요. 이건 진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것과 여행기 쓰는 것을 좋아하는 건 완전히 달라요. 여행기는 여행 가기 전부터 여행기를 쓸 거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가야 하고, 여행 중에도 부지런해야 해요. 사진도 많이 찍어야 하고, 기록도 최대한 많이 남겨야 해요. 그리고 돌아와서는 사진을 정리해야 하고, 추가 자료를 또 찾아봐야 해요. 손이 진짜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게다가 사진이 너무 많으면 머리를 쥐어짜서라도 사진 사이에 뭐라도 한 줄 적어야 해요.
여행이란 게 다니다 보면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요. 재미를 위해 일부러 사고 당하고 뻘짓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여행을 계속 하고 여행기를 쭉 쓸 수록 여행기가 진짜 더럽게 재미없어져요. '여행기가 더럽게 재미없다'는 건 읽는 사람 입장에서만 힘든 게 아니에요. 쓰는 사람도 괴로워요. 여행 자체가 밋밋해지니까 쓸 말도 없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야 에피소드 별로 자르는데 에피소드가 별로 없으니 횟수 조절하는 중요한 기준이 하나 없어진 셈이에요. 이러면 각 화를 끊기도 어려워요.
여기에 여행기는 몰아쳐서 쓰기에는 너무나 긴 당신이에요. 여행기는 특히 몰아쳐서 쓰는 게 상당히 중요해요. 여행기를 쓰면서 여행 회상에 몰입하다 보면 그때의 감정과 세세한 기억이 매우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해요. 이때 여행기가 빠르고 매우 재미있게 쓸 수 있어요. 그 전에 쓴 것은? 재미없어요. 이 떄문에 여행기를 재미있게 쓰려면 진짜 작정하고 쉬지 않고 몰아쳐서 써야 해요. 문제는 여행기는 너무 길어요. 몰입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기술로 써나가는 게 요령인데, 이 시간이 진짜 지루하고 힘든 데다 그렇게 한 번에 몇날 며칠을 여행기만 쓰고 있을 여유도 없어요.
이렇게 고생은 엄청 하는데 정작 인기는 매우 떨어지는 콘텐츠가 바로 여행기에요. 그에 비해 일상의 이야기는 스토리가 짧고 경험을 글 쓰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안 되요. 사람들도 여행기보다는 일상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구요. 쓰는 저도 여행기보다 덜 부담스럽고 더 재미있구요. 그래서 2017년부터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 자체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여행기를 완전히 손놔버린 건 아니었어요. 나름대로 여행을 했고, 그 여행의 여행기를 우선적으로 썼어요. '바람은 서쪽으로' 여행기는 계속 뒤로 밀렸어요. 진짜 쓸 거 없거나 가끔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 1년에 며칠 있을까 말까한 날에 한 편 쓰곤 했어요.
항상 '바람은 남서쪽으로' 여행기를 완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2016년에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온 것은 여행기를 쓸 생각 없이 갔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기를 안 써도 되었어요. 아니, 안 쓰는 게 맞았어요. 여행기 안 쓰겠다고 다짐하고 간 여행이니까 여행기 안 쓰는 게 맞죠. 하지만 2014년 베트남 여행은 아니었어요. 이건 가기 전부터 돌아와서 여행기를 쓸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뒤로 밀리다가 나중에는 여행기 쓰는 것 자체가 싫어져 버렸어요.
이때부터 제 주변 사람들도 제가 '바람은 남서쪽으로' 여행기를 완결할 거라고 하면 제게 그거 포기한 거 아니었냐고 진심으로 되묻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저 정말 쓰기 싫어서 뒤로 끝없이 미룰 뿐이었어요.
2022년부터는 '바람은 남서쪽으로' 여행기를 아예 안 썼어요. 그 전까지는 양심적으로 1년에 한 편 이상은 썼어요. 하지만 2022년에 이사하면서 또 한 차례 엄청나게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이사하면서 책을 모두 박스에 집어넣었어요. 이 박스를 이사한 후에 아예 뜯지도 않고 쌓아놨어요. 외국과 외국어에 관심이 완벽히 없어졌기 때문이었어요.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는 다 가봤고, 궁금했던 언어는 조금씩 공부해봤어요. 아, 소말리아 못 가봤네요. 그런데 소말리아는 어차피 여행금지국가라 못 가잖아요. 그러니까 소말리아 빼면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는 전부 다 가봤어요. 새롭게 흥미가 생기는 나라가 아예 없었어요.
오히려 그동안 모은 온갖 학습 자료를 볼 때마다 다음에 이사 갈 때 저걸 그대로 다 들고 가야할지 고민이었어요. 그동안 수집한 외국의 국어책들을 볼 때마다 저것들은 내가 죽을 때까지 읽어도 다 못 읽을 양이라는 사실에 마음만 엄청 무거워졌어요. 그렇게 참 꼴 보기 싫던 책들을 싹 다 박스에 집어넣어서 쌓아놓고 방치하니 눈에 책 안 보여서 너무 좋았어요. 너무나 쾌적했어요. 너무 진심으로 상쾌했어요.
이와 동시에 2022년부터 국내 여행에 재미 붙였어요. 국내 여행이 해외 여행보다 훨씬 재미있었어요. 대도시야 재미있을 게 딱히 없지만, 지방에서 번화가를 벗어나면 하루에 버스가 다섯 손가락 채 안 되게 오는 곳 투성이에요. 내가 스마트폰 없이 외국 여행 다닐 때에도 버스 시간 따위는 미리 알아보고 다니지를 않았는데 국내 여행 다닐 때는 사전에 버스 시간부터 찾아봐야 했어요. 고속버스, 시외버스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대중교통 '버스' 시간이요. 국내 여행이 해외 여행보다 더 난이도 높았어요. 대중교통만으로 다니고 걸어다니며 여기저기 골목길까지 깊게 들어가는 한국 여행. 너무 재미있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어요.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국내 여행에 푹 빠져 있다 보니 국내 여행 여행기 쓸 것도 쌓여버렸어요. 외국 여행 자체에 관심이 없고, 베트남 여행은 다녀온지 10년이 다 되어 가서 기억이 화석이 되는 것도 모자라서 풍화되고 있는 지경이었어요. 당연히 국내 여행 여행기부터 썼어요.
그렇게 2025년이 되도록 베트남 여행기를 단 한 글자도 안 쓰고 있었어요. 베트남 여행기는 항상 마음 한 켠의 돌덩이였어요. 반드시 완결내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어요. 생각만 했어요. 완결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기는 했지만, 한 글자라도 쓸 생각을 아예 안 했어요.
2025년이 되었어요. 2025년은 제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연초에 아무 목표도 못 세우고 그대로 새해를 맞이한 해였어요.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관성에 의지해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어요. 설날이 가까워졌어요. 2025년에 무엇을 할지 드디어 목표를 세웠어요. 2020년대 들어서 계속 고민했던 일에 대해 결정을 내렸어요. 3년간 뜯지 않았던 책 박스를 뜯었어요.
여태 끌고온 것들에 마침표를 찍자.
끝냈어야 했던 것들을 하나씩 끝내자.
가장 먼저 한 것은 터키의 2학년 2학기 터키어 교과서 지문을 다 읽어치우는 거였어요. 이것도 '바람은 남서쪽으로' 만만찮게 읽다가 계속 미뤄왔어요. 계속 미루는 사이에 공식 명칭이 '터키'는 '튀르키예'로, '터키어'는 '튀르키예어'로 바뀌었어요. 이 지긋지긋한 책을 끝장내기로 했어요. 터키어요? 당연히 다 까먹었어요. 터키어 손 안 댄 지가 몇 년인데요. 우즈베크어도 거의 다 잊어버렸는데 터키어가 머리 속에 남아 있겠어요? 그래도 봤어요. 터키어는 거의 다 까먹었지만, 대신에 기술이 그보다 더 많이 발전했더라구요. 기술을 맹신하면 안 되고 항상 의심해야 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었어요.
2025년 4월 13일, 터키의 2학년 2학기 터키어 교과서 지문을 다 읽었어요. 이 책에서 해방되었어요.
그 다음은?
너무 많은데요? 제가 여태 미루고 끌고 온 게 한둘인 줄 알아요?
할 게 없어서 걱정할 일이 아예 없었어요. 너무 많아서 문제였어요. 뭐라도 하나 끝내서 제발 버려버리고 싶었어요. 여태 질질 끌고 온 것들에 하나씩 마침표를 확실히 찍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렇게 마침표를 찍으려고 할 수록 봐야 할 책은 더 무섭게 늘어나는 현실이었어요.
2025년 4월 17일이 되었어요. 바로 이때였어요.
"바람은 남서쪽으로 그냥 확 끝내버려?"
1년에 며칠 올까 말까한 그날이 찾아왔어요.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끝내고 싶어졌어요. 심장이 뛰었어요. 이 망할 마음 속 돌덩이를 끝낼 때가 되었어요. 터키의 2학년 2학기 터키어 교과서 지문을 끝냈어요. 그 다음 최우선으로 마침표를 찍고 영원히 끝내버려야 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어요. 2015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저를 괴롭히고 있던 2014년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완결지어야 했어요.
"이거 진짜 끝내버리고 만다."
이를 갈면서 쓰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흘러갔다
세상이 달라졌다
기억이 화석이 되어 풍화되었다
나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여행기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유적이면 유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아서 여행기에 꽉꽉 우겨넣었어요. 감상도 최대한 많이 쓰려고 했고, 모든 있었던 일을 다 쓰려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쓰는 게 맞았어요.
자세한 정보요? 10년도 넘은 이야기에요. 유적은 그대로 있겠죠. 그런 건 인공지능한테 물어보라고 하세요. 그 이전에 제가 모든 걸 다 알고 간 게 아니에요. 모든 설명을 현장에서 다 읽어본 것도 아니구요. 관람 순서대로 다니지도 않았어요. 자료를 찾고 자료를 요약해서 여행기에 우겨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졌어요. 오히려 솔직해졌어요. 그러자 여행기 쓰는 부담이 확 줄어들었어요.
반면 솔직하게 글을 쓰기 시작하자 글이 아주 술술 나왔어요. 블로그를 하며 글을 쓴 지 10년이 뭐에요.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만 해도 2011년말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14년째에요. 게다가 일상 이야기를 쓰는 일은 꾸준히 하고 있구요. 여행기는 개요가 없어요. 개요 따위 필요 없어요. 흘러간 대로, 지나간 대로 쓰면 되요. 그러니 일상 이야기를 기억해내며 쓰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쉬운 부분도 있어요. 손가락이 날아다녔어요. 사진 보고 기록 보며 기억나는 대로 쭉 썼어요. 의식의 흐름? 기억의 흐름? 영혼의 흐름이었어요.
"이번 주 일요일까지 반드시 다 쓰고 만다."
여행기를 한 편 다 쓸 때마다 바로 블로그에 올려버렸어요. 원래는 이렇게 하지 않아요. 여행기를 여러 편 쓰면 하루에 한 편 정도씩 며칠에 걸쳐서 순차적으로 올려요. 그러나 이렇게 하면 나중에 계속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여행기가 쌓이면서 점점 쓰기 귀찮아져요. 그래서 다 쓰는 족족 다 올려버렸어요.
여행기에 더욱 몰입하기 위해 베트남 가요도 틀었어요. 무려 2014년, 어쩌면 그 이전에 듣던 베트남 가요들이었어요. 이 노래들도 안 들은 지 10년 되었을 거에요. 2015년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이 나라들 가요를 들었으니까요. 즉, 여행기를 쓸 때 재생한 베트남 가요들도 10년이 넘은 노래들이었어요.
'너무 대충 쓰나?'
너무 빠르게 한 화를 완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대충 쓰는 거 같았어요. 저 스스로 생각해도 여행기 쓰는 속도가 너무 빨랐어요. 그래서 잠시 과거에 쓴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봤어요. 그때 쓴 거나 지금 쓰고 있는 거나 그게 그거였어요. 부담 없이 쭉 영혼의 흐름대로 쓰니까 빨리 쓰는 거였어요. 그때에 비해 글 쓰는 데에 능숙해진 것도 있을 거구요.
한 가지 주의해야 했던 점이라면 '바람은 남서쪽으로'는 2014년말부터 쓰기 시작한 여행기였어요. 제 문체는 2016년 중국 여행기인 '복습의 시간'을 쓸 때 완성되었어요. 지금 문체를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긴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가 덜 생길 거니까요.
그렇게 해서 결국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2025년 4월 20일 새벽 5시 41분에 완결지었어요.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며 '끝냈다'는 말과 함께 욕이 저절로 나왔어요.
이렇게 금방 해치울 걸 왜 여태 끌고 왔을까?
마음의 문제였어요. 부담 버리고 영혼의 흐름대로 쓰면 금방 써서 해치우는 거였어요. 괜히 부담 갖고 있었어요. 자료를 찾아서 우겨넣고, 억지로 말을 만들어서라도 최대한 문장을 많이 쓰려고 한 게 문제였어요. 그 부담을 버리자 순식간에 다 썼어요. 그렇다고 과거에 쓴 것과 비교해서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10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 따위는 넣을 필요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이 가장 큰 힘이 되었어요.
2014년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인 '바람은 남서쪽' 완결은 제게 상당히 큰 의미가 있어요.
외국 여행기를 드디어 끝냈습니다
나의 외국 여행 기억아, 영원히 안녕.
이것은 저의 외국 여행 기억과의 작별 인사에요. 2007년에 처음 외국 여행을 했어요. 마지막 외국 여행은 2019년 일본 여행이었어요. 그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녔어요. 외국 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여행기를 썼구요.
외국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고 반드시 완결시켰지만 예외가 지금까지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바로 2014년 베트남 여행 - '바람은 남서쪽으로' 여행기였고, 다른 하나는 2016년 말레이시아 여행 - '그것은 필연' 여행기에요.
이 중 2016년 말레이시아 여행은 예외에요. 왜냐하면 애초에 당시 말레이시아 여행 갈 때 여행기 쓰는 데에 완전히 질려 있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여행은 아예 여행기를 안 쓰겠다고 작정하고 여행을 갔어요. 여행 중에 말레이시아 여행도 여행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이 바뀌었지만, 앞선 일정에서 사진을 아예 안 찍었고, 기록도 안 남겼어요. 기록이야 머리 쥐어짜서 쓰면 되지만, 사진 없는 것은 치명적이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2014년 베트남 여행기를 완결지으며 깨달았어요. 2016년 말레이시아 여행은 여행기를 안 쓰기로 다짐하고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기를 안 써야 완전히 마침표를 확실히 찍는 거에요. 그래서 제 블로그에 있던 2016년 말레이시아 여행기 '그것은 필연' - 프롤로그를 삭제하고 카테고리를 없애버렸어요. 이로써 2016년 말레이시아 여행은 완벽히 끝났어요.
하지만 2014년 베트남 여행은 달랐어요. 이건 정말 처음부터 여행기를 쓸 계획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건 완결지어야만 했어요. 이 여행기를 완결지어야 이 너무나도 길었던 외국 여행기 작성을 완전히 끝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여행기를 마지막으로 저의 외국 여행 기억도 영원히 안녕일 거구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예전에 쓴 여행기를 다시 보고 지금의 감상을 남기는 것 정도는 간간이 하겠지만, 저의 외국 여행 기억이 강제로 끄집어내어지는 일은 없을 거에요. 바로 2014년 베트남 여행기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완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저의 외국 여행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거든요.
외국 여행 또 안 가요?
외국 여행 다시 가면 또 여행기 쓸 거잖아요.
외국 여행을 갈 일?
없을 걸?
영원히 없지 않을까?
외국 여행 가는 이유로 해방감, 새로운 경험 등을 이야기해요. 해방감은 제 자취방에서 매일 느끼고 있어요. 저 혼자 있으니까요. 답답하면 제 자취방에서 혼잣말 하면 되요. 애초에 해방감과 자유 느끼러 외국 여행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외국 여행 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까지 다 합쳐서 모든 여행에서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러 간 적이 아예 없어요.
새로운 경험? 새로운 경험에 호기심이 생기려면 어떤 나라나 민족의 문화에 엄청난 관심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가보고 싶은 나라는 소말리아 빼고 다 가봤으니까요. 모가디슈라면 모르겠지만, 모가디슈는 갈 수가 없어요. 하나 더 추가하면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나를 또 더 추가한다면 이라크 바그다드 정도인데 이곳들 모두 현재 여행금지국가라서 못 가는 곳들이에요. 그거 말고는 없어요.
나날이 해외여행 난이도는 매우 낮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외국어 몰라도 외국 여행 매우 잘 다니고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요. 인공지능이나 구글 번역을 통해서 여러 언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어요. 모르는 언어가 있으면 구글 렌즈로 촬영 후 번역해달라고 하면 되요. 외국어 장벽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아지자 여행 정보 찾는 것도 엄청 쉬워졌어요. 여행 정보 자체가 매우 많아졌구요.
이렇게 외국 여행 난이도가 낮아질 수록 저의 외국 여행 관심과 흥미는 반비례해서 급격히 낮아졌어요. 이제 외국 안 궁금해요. 외국 여행 콘텐츠 봐도 아무 감흥이 안 느껴져요. 심장을 뛰게 하는 야성이 없어서요.
그렇다고 일부러 완전 옛날 야성이 흘러넘치는 스타일의 여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당장 숙소 일일이 찾아가서 가격 물어보고 방 잡으려고 하면 바가지 써요. 웬만한 숙소들은 숙소 예약 사이트에 할인율 크게 올려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가를 높게 책정해요. 예를 들어서 5만원에 팔고 싶다면 10만원을 정가로 정한 후 숙소 예약 사이트에 50% 할인 적용해서 5만원에 판매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무턱대고 아무 것도 안 알아보고 숙소마다 돌아다니며 가격을 물어보고 흥정한다? 10만원부터 시작입니다 호갱님. 인터넷 지도 보면 뻔히 갈 길 다 알려주는데 일부러 인터넷 지도 전혀 안 보고 길 잃어버릴 수도 없잖아요. 이렇게 스마트폰의 도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여행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진짜 야성이 아니에요. 가짜 야성이고 거짓 야성이에요.
특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국가나 민족의 문화도 없고, 과거처럼 야성 넘치고 심장 미쳐버리게 하는 여행을 할 것도 아니니 외국 여행에 아예 흥미가 없어요. 흥미가 없는데 당연히 갈 일이 없구요. 아마 영원히 안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외국 여행 갈 바에는 차라리 한국에서 심야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더 야성 넘치고 심장 미쳐버리게 하는 여행이니까요. 저에게는 외국 여행보다 여전히 인류가 완벽히 개척하지 못한 심야 시간 어둠 속을 여행하는 것이 더 야성 넘치고 심장 미치게 해요.
이러고 갑자기 외국 여행을 가게 된다면 매우 민망할 거에요. 하지만 자신있어요. 제가 외국 여행 갈 일은 없을 거에요. 이 여행기가 완전히 잊혀지기 전까지는 없을 거라 전망해요. 저 스스로 갈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저의 외국 여행 기억들과 완벽히 작별할 거에요. 지금의 저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 기억이 될 거에요. 저와 과거 저의 외국 여행 기억들을 억지로라도 계속 연결시키던 '바람은 남서쪽으로' 여행기 작성 및 연재가 끝났으니까요. 이러면 과거 여행 기억들이 지금 제게 직접 영향을 끼칠 연결고리가 없어져요.
이 에필로그는 저의 지난 여행 기억들이 저의 현재와 직접적인 연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마지막 인사에요. 드디어 커다란 짐 하나를 완벽히 벗어던졌고,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일에 확실히 마침표를 찍었어요.
올해 4월은 벚꽃이 만개했는데 함박눈이 펑펑 오는 신기한 달이었어요. 함박눈이 벚꽃의 회춘약이었는지 벚꽃이 예년에 비해 조금 더 길게 피어 있었어요. 지금 보니 어제 비가 내리며 벚꽃 꽃잎이 모두 다 떨어졌어요. 벚꽃 꽃잎과 함께 이 길었던 저의 외국 여행기 대장정도 끝났어요. 그리고 오늘 하늘은 파란데 선선해서 가을 같아요. 참 기묘한 봄이고, 이런 봄에 너무나 길었던 외국 여행기 대장정이 막을 내려요.
여기까지 보고 위험 신호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 거에요. 걱정마세요. 저한테 설마 터키의 터키어 교과서가 2학년 2학기까지 밖에 없겠어요?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이거라도 끝내서 다행'이에요.
지금까지 저의 2014년 베트남 여행기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봐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누구한테 감사드려요?
설마 있겠어요. 완결까지 10년 넘게 걸렸어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은 아예 한 화도 안 썼어요. 이런데 이게 완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잖아요. 제가 이걸 연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거에요. 그게 당연한 거에요.
이제 뭐할 거에요?
밤새 여행기를 썼으니 잠을 잘 거에요. 10년 넘게 마음 속에서 저를 무겁게 하던 돌덩이에서 해방되었어요. 몸이 약간 붕 뜨는 느낌이에요. 이 느낌과 함께 푹 잘 거에요.
마지막 인사와 마지막 마침표는 다시 찍어야겠어요.
그동안 제 외국 여행기 대장정을 잠시라도 함께 해주신 분들께 모두 고마워요.
제 모든 외국 여행기 중 한 편이라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2025년 4월 20일 오전 11시 16분, 이렇게 외국 여행기의 대장정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