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23 베트남 호이안 중앙 시장 Chợ Hội An

좀좀이 2020. 11. 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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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잤기 때문에 정말 깊게 잤어요.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는 원래 잠을 매우 깊게 자거든요. 한 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나요. 심지어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그냥 계속 자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동네방네 잠자는 사람 다 깨울 정도로 시끄러운 알람이어야 잠에서 깨어나요. 세상에서 잠자는 것이 제일 좋고 잠자는 것은 정말 잘 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자요. 너무 짜증나거나 화가 나면 잠이 오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거든요. 그래서 호이안 일정이 비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잠을 못 자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푹 잤어요. 여행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 노트북 가방 끈이 떨어져서 답 없어진 상황이라는 사실, 신발이 완전히 푹 젖어버렸다는 사실은 제게 자장가가 되었어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기는 했어요. 그 실은 나일론 실이 아니라 썩은 동아줄만도 못한 보푸라기 같은 실이었어요. 무슨 희망을 걸어볼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지금 나가기를 바래야하는 것이 아니라 투본강이 범람해서 숙소 앞 도로가 온통 물바다가 되지 않기를 빌어야 했어요. 과장이 아니라 비가 진짜 무지막지하게 많이 퍼붓고 있었어요. 투본강 수위는 급격히 불어나서 지면 근처까지 물이 넘실거리고 있었어요. 조금만 더 불어나면 강물이 지면 위로 올라오게 생겼어요.


절망을 자장가 삼아서 깊이 잠들었어요. 눈을 뜨니 아침이었어요. 2014년 12월 22일 아침. 여전히 비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이대로 숙소에 있다가 바로 하노이행 버스터미널로 가야겠네.'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우산 쓰고 돌아다니게 생기지 않았어요. 우산 쓰고 마지막으로 호이안을 한 번 돌아보려고 해도 신발이 문제였어요. 드라이기로 신발을 간신히 다 말렸어요. 폭우 속에서 호이안을 돌아다니면 신발이 또 푹 젖을 거였어요. 이러면 정말 답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밤새도록 슬리핑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가야 했거든요. 점심 때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슬리핑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어요. 만약 신발이 젖어버리면 이게 당장 슬리핑 버스 탈 때도 문제지만 이 문제가 하노이에 예약해놓은 숙소 도착할 때까지 계속 지속될 거였어요.


대충 세수만 하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먹으러 갔어요. 아침 식사를 먹고 다시 올라왔어요. 올라와서 샤워를 했어요.


'조용하네?'


아까와 달랐어요. 비 내리던 소리가 시끄럽던 눈 떴을 때 그 순간과 달랐어요. 조용했어요. 창밖을 봤어요.


"비 그쳤다!"


드디어 비가 그쳤어요. 아직 하늘은 엄청나게 우중충하고 다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하늘이었어요.


'나가서 다시 한 번 돌아다녀볼까?'


지금 상황을 보면 분명히 안 나가고 얌전히 숙소에 머무르다 이따 버스 타러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 그렇지만 이렇게 호이안 일정을 끝내려고 하니 너무 아쉬웠어요. 제대로 돌아다닌 시간이 불과 몇 시간 뿐이었어요. 조금 돌아다니자 밤이 되었고, 밤이 되자 폭우가 쏟아졌거든요. 이대로 호이안 일정을 마무리지어버린다면 '이럴 거면 뭣하러 버스비 들여서 호이안 왔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였어요.


'나갔다 와야지. 비 조금이라도 다시 내리면 무조건 숙소로 도망친다.'


숙소에서 나왔어요.


베트남 여행


아침 9시. 베트남에서는 이미 하루가 시작된 지 오래였어요. 그러나 호이안 길거리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관광객들이 이 시간부터 도시를 돌아다닐 리 없었어요. 정확히는 비가 조금 전까지 좍좍 퍼부었기 때문에 나올 생각 자체를 못 했을 거에요.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은 아니었어요. 맞아도 되는 수준으로 빗줄기가 매우 가늘은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일단 구시가지로 먼저 가볼까?'


어디를 갈 지 딱히 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호이안은 작아서 별 문제 되지 않았어요. 일단 올드타운부터 가기로 했어요.


베트남 풍경 사진


베트남 꽝남성 호이안에 있는 모든 것의 색이 매우 진해졌어요. 물을 한껏 머금어 농도가 엄청나게 진한 색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사진을 찍으면 너무 어두침침하게 나왔어요. 이건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 사진 갖고 불평할 때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사진 찍으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해해야 했어요.


'한국 가서 전부 후보정해야겠다.'


아침 9시였지만 사진을 밝게 찍으려 하면 흔들렸어요. 이것은 후보정의 힘을 빌리는 수 밖에 없었어요. 사진 하나 건지자고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점심이 되면 하노이행 버스를 타고 떠나야 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어요. 그나마도 만약 다시 비가 내린다면 무조건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어요. 사진 건지자고 시간 허비할 때가 아니었어요. 하나라도 더 보려면 사진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어요.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베트남 호이안 여행


베트남 겨울 여행


베트남인들이 아침부터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베트남 수공예품 제작


계속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베트남 겨울


vietnam


mì chay 라는 베트남 면요리의 일종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있었어요.


'저기는 조금 늦게까지 하네?'


후에는 아침 9시가 되면 어지간한 쌀국수 판매하는 노점상은 거의 다 철수했어요. 베트남은 아침 식사를 정말 일찍 했어요. 더 놀라운 점은 한국처럼 집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이른 아침에 길거리 쌀국수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사먹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었어요.


베트남인 친구 말로는 아침 7시 반에서 8시에 길거리 쌀국수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했어요. 베트남 쌀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그 시간에 나가서 길거리 노점상에서 쌀국수를 먹어보라고 했어요. 9시면 조금 많이 늦다고 했구요. 후에에서 본 바에 의하면 베트남인 친구 말이 맞았어요. 9시면 쌀국수 가게가 거의 다 철수했어요. 여기는 꽤 오래까지 영업하는 쌀국수 노점상이었어요.


베트남 쌀국수 가게


호이안 올드타운에는 베트남인 외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가게도 거의 다 문을 아직 안 열었어요.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아침 풍경 사진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사진


vietnam photo


베트남 감성 사진


발 가는 대로 가자 호이안 중앙시장 Chợ Hội An 이 나왔어요.


 베트남 호이안 중앙시장 입구


호이안 중앙시장으로 갔어요.


베트남 아침 시장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아침부터 시장이 활기넘치고 북적였어요.


베트남 꽃 판매 상인


베트남 상업


호이안 아침 풍경


'저 분은 진짜 일찍 나오셨나보다.'


이제 비가 진짜 그쳤어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았어요. 만약 제가 나왔을 때와 비슷하게 나왔다면 우비를 뒤집어쓰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어요. 저분은 아까 비가 매우 많이 퍼부을 때 나온 모양이었어요.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베트남


"여기 식당들 있네?"


베트남 재래 시장 식당


베트남 호이안 중앙시장


Chợ Hội An


베트남 호이안 음식


시장 안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다음에는 조식 안 주는 숙소를 찾아야 하나?'


베트남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확실히 아침부터 밖에 나가서 사서 먹어야 했어요. 숙소 숙박비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조식을 안 먹는 건 뭔가 돈이 많이 아까웠어요. 숙소에서도 아침에 저를 보면 아침 식사하라고 했구요. 그런데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서 시장에 와보니 먹을 것이 꽤 많아 보였어요. 호이안 음식도 여기에서 먹으면 될 것 같았어요.


마음 같아서는 하나 사서 먹고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이미 아침을 먹고 왔어요. 아침 먹고 아침과 점심 사이에 밥을 또 먹자니 그건 아니었어요. 그렇게 매우 출출하지 않았거든요. 아침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베트남은 정말 부지런해야 제대로 볼 수 있겠다.'


저는 여행 중 절대 아침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어요. 원체 잠이 많은 데다 한 번 나가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고 숙소에 매우 늦게 돌아와요. 이러면 숙소에 늦게 돌아왔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 매우 늦어지고, 피로도 쌓인 상태이다보니 스스로 일찍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지 못해요. 알람을 맞춰놔도 아무 소용 없는 경우가 허다하구요.


어떻게 보면 베트남 여행은 제 여행 스타일과 상극이었어요. 여기는 정말 부지런하고 아침형 인간을 넘어 새벽형 인간이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나라였어요.


베트남 아침 식사


시장 건물에서 나왔어요.


"코코넛 자른다!"


베트남 코코넛


"저거 물은 다 버리네?"


코코넛을 잘라서 과육만 쌓아놨어요. 코코넛 물을 따로 받아놓는 양동이는 없었어요. 코코넛을 반으로 쪼갤 때마다 코코넛 과즙이 바닥으로 촤악 쏟아졌어요. 반으로 쪼갠 코코넛만 따로 모아놓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코코넛 과즙도 돈 받고 파는데 여기는 그냥 땅바닥에 다 버려버리네.'


우리나라에서는 돈 주고 사서 마셔야 하는 코코넛 과즙. 베트남 호이안 중앙시장에서 코코넛을 반으로 쪼개는 작업을 하는 사람은 코코넛 과즙은 바닥에 쏟아버리고 코코넛 과육만 모아놓고 있었어요.


'저거 다 돈 아니야!'


땅바닥에 쏟아지는 코코넛 과즙은 저 작업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필요없는 것일 거에요. 그러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인 제 눈에는 바닥에 쏟아지는 돈이 돈을 땅바닥에 버리는 모습으로 보였어요.


'저 사람들이 한국에서 코코넛 과즙을 얼마에 팔고 있는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매우 궁금했어요. 당신들이 지금 땅에 그냥 쏟아서 버리고 있는 코코넛 과즙을 한국에서는 돈 꽤 주고 사서 먹어야한다고 말해보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이 정도 말할 베트남어 실력은 아예 안 되었어요.


베트남 코코넛 가공 작업


'저거 좀 살벌하다.'


코코넛을 반으로 쪼개는 작업은 조금 무서웠어요. 정글도로 코코넛을 툭툭 치면 반으로 쫙 갈라지면서 물이 터져나왔거든요. 촤악 쏟아지는 게 아니라 물이 터져나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쏟아져 나왔어요.


코코넛은 사람 두개골보다 더 단단하니까 저 칼로 사람 머리 툭툭 치면 사람 머리도 반으로 쪼개진다는 말이었어요. 게다가 이게 물이 터져나오니 더욱 그 상상이 자세히 떠올랐어요. 사람 머리에 칼이 박힌 영화가 떠올랐어요. 일본 영화 배틀 로얄도 있고 그 외에도 공포영화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그런 장면들이 겹쳐보였어요.


'코코넛 과즙이 맹물처럼 아무 색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야.'


코코넛 과즙이 아무 색이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만약 사람의 피처럼 시뻘건 색이었다면 호러 영화 속 한 장면 그 자체였을 거에요.


베트남 재래시장 사진


베트남 호이안 시장 사진


Hoi an in vietnam


시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계속 찍었어요.


베트남 과일


베트남 노점상


시장을 다 둘러봤어요. 이제 올드타운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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