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2 JAL 비행기 타고 서울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좀좀이 2019. 9. 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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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항상 그래왔듯 인터넷을 접속해 어떤 뉴스가 올라왔는지 봤어요. 일요일은 보통 볼 만한 뉴스가 크게 없어요. 기자들도 주말에는 쉬어야하겠죠.


"뭐야?"


인터넷이 뒤집어져 있었어요. 8월 23일 금요일 서울 홍대입구 근처에서 한국인 남자가 일본인 여성을 폭행한 동영상이 널리 퍼졌어요. 폭행당한 일본인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한국인 청년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어요. 다리에 문신을 한 한국인 청년이 일본 관광객 여성을 폭행했다는 사실은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도 이것이 주요 화제였어요. 뉴스와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보면 일본에서도 이것으로 매우 시끄러운 모양이었어요.


'진짜 가지가지하네.'


가뜩이나 주변에서는 이렇게 한일관계 나쁠 때 일본 여행 가는 거 위험하지 않겠냐고 걱정하고 있었어요. 반일선동이 잦아들은 후에 가면 안 되겠냐고 제 여행을 말리는 사람도 있었구요. 그러나 진짜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일본이 별 거 아닌지 너무 궁금해서 지금 여행 가기로 한 것이었어요. 게다가 환율 추이가 심상치 않기도 했구요. 더 미루다가는 오히려 나중에 원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못 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는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이 뉴스는 꽤 심각하게 다가왔어요. 안 봐도 뻔했어요. 일본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당연히 보도하겠죠.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것일 거에요.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관심이 많은 나라거든요. 머리 텅 비우고 양국 뉴스를 보면 한국은 일본을, 일본은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고 서로 관심도 많은데 표현 방법이 사랑하는 만큼 이상하게 표현되는 것 같은 모습이에요. 게다가 반일선동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란 이슈에 걸맞는 나름 심각한 사건이었어요.


단순히 물건을 안 산다는 것과 폭행을 가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존재해요. 개인의 범죄라 몰아붙일 수도 있겠지만, 동영상에서는 일본인 비하 발언도 분명히 존재했어요. 어느 사회든 애국심이 지나치게 과한 사람들이 있고, 생각 없이 감정에 몸을 맡기며 사는 사람이 있어요. 하류층도 존재하구요. 이것은 분명히 일본인들을 자극할 만한 사건임에는 분명했어요.


일본으로 여행가는 한국인이 증가하면서 혐한테러 뉴스도 꽤 많아졌어요. 일본에서의 혐한테러 뉴스와 홍대입구 일본인 여성 폭행 사건, 그리고 한국에서의 반일 선동을 연결시켜 봤을 때, 일본 여행 가기 정말 좋지 않은 상황임에는 분명했어요. 어디에서 똑같이 복수하자는 인간이 튀어나올 지 모르니까요. 홍대입구 일본인 여성 폭행 사건은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운 뉴스였어요. 당장 다음주 월요일인 8월 26일에 출국해야 했으니까요.


여행 계획을 조금 보완하자.


일본 여행 계획을 조금 보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가서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어요. 일본에 식당 하나 없고 지하철 노선도 하나 없겠냐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일본 여행은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갔다왔고, 지금도 가고 있기 때문에 정보가 아주 넘쳐 흐르는 수준이었어요. 일본에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돌아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어요. 일단 제 안전이 중요하니까요. 일본이 얼마나 발전한 나라이고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어서 가는 여행이지, 일본의 혐한 테러를 경험하러 가는 여행이 아니었어요. 일본 현지 혐한 테러 체험 여행 따위는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최대한 이런 일과 마주하지 않을 원칙을 하나 세우고 그것만큼은 잘 지키기로 했어요.


안전, 안전, 안전!


핵심은 바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밥을 먹지 않는 것.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다고 소문난 식당은 피하는 것. 음침한 곳에 있는 식당도 피하는 것. 차라리 정 먹을 것이 없어보이면 패스트푸드 체인점 가서 먹자는 것. 이 점은 꼭 지키기로 했어요. 저렴한 것을 찾다 보면 이런 혐한 테러를 당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요. 이건 단순히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만국 공통 현상. 잃을 게 많을 수록 몸을 사리게 되니까요.


친구에게도 이야기했어요. 친구도 동의했어요. 둘 다 안전하고 재미있게 여행하고 싶지, 쓸 데 없이 위험한 모험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거든요.


여행 전날인 8월 25일. 점심 즈음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아직까지 이제 여행준비를 해야 했어요. 그러나 여행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집에서 나서야 했는데도요.


'어차피 5박 6일에 도쿄 하나만 가니까.'


아무리 외국 여행을 2년 넘게 안 갔다 해도 그동안 여행해온 것이 있어서 짐을 어떻게 싸야하는지 감을 잃지는 않고 있었어요. 여행 준비 기준은 7일. 7일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되요. 한 달 여행이든 더 긴 일정이든요. 일주일 동안 빨래하지 않고 매일 양말과 속옷을 갈아입는다고 생각하고 짐을 싸면 되요. 겉옷은 이틀에 한 벌 꼴로 준비해가면 되구요. 더워서 땀이 많이 나는 경우와 비 때문에 옷이 흠뻑 젖는 경우, 그리고 기타 여러 상황 때문에 옷 버리는 경우를 고려하면 이틀에 겉옷 한 벌, 최대 세 벌을 챙겨가면 되요. 아예 계절이 바뀌도록 길게 다닐 것이 아니라면요.


방을 한 번 쓱 둘러보자 짐을 어떻게 꾸려야하는지 답이 딱 나왔어요. 10분이면 충분히 다 꾸릴 수 있었어요. 여기에 이번에는 일단 캐리어도 하나 끌고 갈 생각이었어요. 캐리어를 굳이 끌고 갈 필요는 없어보였어요. 일본 가서 뭘 얼마나 많이 사올지도 몰랐구요. 거창하게 캐리어까지 끌고 갈 필요는 전혀 없어보였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들고 가기로 했어요. 한 도시에 한 숙소에서 계속 머무를 것이었기 때문에 캐리어를 끌고 간다고 해서 부담될 것은 없었어요.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밖에 나가서 식당으로 갔어요. 밥을 사먹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였어요.


'어서 자야지.'


제가 일본 도쿄로 가는 길에 이용할 비행기는 JAL 김포-하네다 노선 12시 비행기였어요. 이 정도면 굳이 공항 근처 어디께 가서 밤을 샐 필요가 없었어요. 의정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기만 한다면 충분했어요. 아침 8시에 자취방에서 출발해도 괜찮았어요. 그렇지만 캐리어까지 끌고 가는 길이었어요. 러시아워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았어요. 그래서 아침 7시대에 출발할 계획이었어요. 저는 한 번 잠들면 아무리 알람이 울려도 잠에서 잘 깨어나지 못해요. 그래서 식곤증에 의지해 일단 저녁 7시에 잠을 청하기로 했어요.


잠이 안 와!


아무 이유 없이 잠이 안 왔어요. 아무리 잠을 자려고 발버둥쳐도 소용없었어요. 정신이 맑았어요. 바닥에 드러누워 뒤척일 뿐이었어요. 그렇게 3시간 정도 있다가 밤 10시 즈음 되어서야 간신히 잠들었어요. 눈을 뜨니 8월 26일 자정이었어요.


'어서 글 쓰고 예약발행 걸어야겠다.'


생각은 이렇게 하는데 글은 전혀 안 써졌어요. 그냥 멍했어요. 간신히 글을 다 쓰고 예약발행을 걸어뒀어요. 이때가 오전 5시였어요.


'이제 슬슬 여행기 쓸까?'


프롤로그와 여행 준비 과정 정도는 미리 써놔도 되는 부분이었어요. 이건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까요. 여행기는 보통 여행 다녀온 후에 작성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경험한 것에 대해서라면 여행 출발 전에 미리 써놔도 상관없어요. 경험한 것을 쓴다는 점에서는 똑같으니까요. 오히려 여행 가기 전에 프롤로그와 여행 준비 과정을 써놓아야 여행 돌아온 후 바로 여행기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좋아요.


수위를 도대체 어느 정도로 유지하지?


여행기를 쓰려고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켜는 순간 고민되었어요. 반일 선동을 부르짖는 언론매체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을 비난하는 쪽으로 갈 거에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여행기 어조는 분명히 한국 사회의 낙후성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는 쪽으로 흘러갈 거였어요. 도대체 한국의 일본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냐며 한국 사회를 강력히 비판하는 내용이 될 거였어요. 이건 일본 안 가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어요. 당장 동남아시아만 가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러나 일본도 나름대로 어두운 부분이 많은 사회라고 많이 들었어요. 일본 도쿄 갔는데 크게 실망할 수도 있었어요. 도쿄 갔는데 서울이랑 별 차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아직 직접 가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확률상 그럴 확률이 별로 없다 한들 0은 아니었어요.


하얀 컴퓨터 화면에 글자 하나 타이핑치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기만 했어요. 수위를 대체 어느 정도까지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매우 고민되었어요. 결국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6시가 되어버렸어요. 이제 슬슬 씻고 짐 꾸린 후 나가야 했어요.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캐리어를 꺼냈어요. 먼지가 심하게 많이 쌓여 있었어요. 휴지로 먼지를 대충 닦아낸 후 짐을 꾸렸어요. 짐 꾸리는 건 몇 분 안 걸렸어요. 캐리어에는 옷가지와 속옷, 양말을 다 던져넣었어요. 공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딱히 개어서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어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넣고 캐리어를 잠갔어요. 그 다음은 백팩을 꾸릴 차례였어요.


'노트북 가져갈까?'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갈까 고민되었어요. 노트북 컴퓨터를 꼭 들고 갈 이유가 없었어요. 5박 6일이니 여행 메모와 카메라 메모리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꼭 사용해야 할 일은 없었어요. 태블릿PC를 가져가도 되었구요. 여행 메모는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는 메세지 기능을 이용하면 될 거였어요. 일본은 치안이 안정된 국가라 하니 스마트폰을 죽어도 안 꺼내야 할 것 같지 않았거든요. 치안 상태가 안 좋은 나라라면 스마트폰을 죽어도 안 꺼내는 게 좋아요. 소매치기 당하면 본인만 손해니까요. 그러나 일본이 그럴 거 같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일본에서는 구글맵 적극 활용하고 여행 메모 즉석에서 바로바로 하고 사진 찍을 때 스마트폰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모르니까 가져가보자.'


혹시 모르기 때문에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가기로 했어요. 백팩도 순식간에 다 쌌어요.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보조배터리,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충전기, 전선만 챙기면 끝이었거든요. 여기에 여권과 돈이 담긴 지갑을 집어넣구요.


짐을 깔끔하게 다 꾸린 후 씻고 나왔어요. 씻고 나오자마자 옷을 입고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미지근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어갔어요.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아침 7시 34분. 의정부역에 도착했어요.


의정부역


아직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이제 개찰구를 통과하는 순간 일본을 향해 가는 길이 시작될 거였어요.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플랫폼으로 내려갔어요. 조금 기다리자 지하철 1호선 인천행 전철이 왔어요. 지하철을 탔어요. 아직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아니었어요.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널널하게 탈 수 있었어요. 지하철에 탑승한 후, 집에 전화했어요. 집에서는 당연히 많이 걱정하셨어요. 부모님께서도 홍대입구 근처에서 발생한 한국인 청년의 일본 여성 폭행사건 뉴스를 보셨어요. 부모님께서는 하필 분위기 제일 안 좋을 때 일본 여행간다고 걱정하셨어요. 부모님께 무조건 안전하게 다닐 거라 말씀드렸어요.


도봉산역에서 사람들이 7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내렸어요. 빈 자리가 나서 자리에 앉았어요. 서울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글을 쓰려면 충분히 글을 쓸 수 있었어요. 그러나 계속 도대체 여행기 수위를 어느 정도로 유지하며 써야할 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일단 이 여행기 시작은 무조건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반일 선동 및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선동으로 시작할 거였어요. 그거 보면서 일본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이 수위 문제가 중요했어요.


한 시간쯤 전철을 타고 가자 서울역에 도착했어요.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해야 했어요. 전철에서 내렸어요. 공항철도로 환승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이런 것도 생겼네?"


서울역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지 말라고 짐을 싣는 컨베이어벨트가 생겼어요. 서울역 공항철도는 이용할 일이 없어서 이런 것이 생긴 줄도 몰랐어요.


서울역 공항철도


이제 땅 속 깊숙히 내려가야 했어요.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어요.


공항철도 서울역


공항철도 서울역 플랫폼에 도착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전철이 왔어요. 전철에 올라탔어요.


공항철도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매우 한산했어요.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앞을 쳐다봤어요.


'아, 환율 어떻게 되었을 건가?'


아침 9시면 외환 시장이 열려요. 엔화 환율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어요.


엔화 환율


2019년 8월 26일 아침 9시 5분, 100엔 기준 환율 1157.06원, 현찰 팔 때 1136.82원!


엔화 환율은 또 올라 있었어요.


'여행 때려치고 그냥 바로 가서 환전해?'


환율 우대 안 받아도 은행 가서 갖고 있는 엔화 팔아버리면 돈 버는 상황. 당연히 그럴 수 없었어요. 그래도 참 기분좋게 떠나게 생겼어요. 환전을 일찍한 덕분에 당장 환전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환전했거든요. 엔화는 제가 환전한 가격인 1124원까지 내려올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었어요. 저도 망설이지 않고 그냥 빨리 환전했다면 보다 더 저렴한 환율에 환전했을 거에요.


잠깐만...


7월에 일본 여행 간 사람들은 저렴한 돈에 엔화 환전한 거잖아?

게다가 돌아와서는 엔화 폭등해서 캐시백도 받은 거잖아!


일본 여행 가지 말라는 협박 수준의 선동이 난무하던 7월. 그때 일본 여행을 간 사람들은 저렴한 값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요. 환율이 8월에 비해 꽤 낮았으니까요. 그 뿐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귀국 후 엔화 폭등해서 캐시백 받은 꼴이 되어버렸어요. 엔화, 달러는 폭등, 폭락하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그래서 기준율로 보면 꽤 이익이 날 거 같아도 환전우대 없으면 본전이나 찾으면 다행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7월에 엔화를 사서 일본 여행 갔다가 돌아온 후 귀찮아서 차일피일 환전을 미뤘다면...? 오히려 일본 여행 잘 다녀왔다고 축하해주면서 캐시백까지 받는 상황. 아이러니했어요.


김포공항역


9시 15분. 김포공항역에 도착했어요. 김포공항 국제선으로 가야 했어요.


공항철도 김포공항역


무빙워크를 따라 걸어갔어요.


"다 왔다!"


서울 김포공항


드디어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했어요. 친구는 이미 도착해 있었어요.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일본 노선 진짜 한가하더라."

"김포공항 원래 국제선 별로 없잖아."

"아니, 너 오기 전에 체크인 하나 있었는데 사람 별로 없었어."


친구는 김포공항 국제선에서 일본행 여객기에 타는 사람들이 진짜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Gimpo airport in Seoul, Korea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는 매우 한산했어요.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한 이유는 인천공항의 견제로 인해 국제선 비행기 노선이 김포공항으로는 몇 개 못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김포공항에 국제선 노선을 많이 유치한다면 어지간해서는 인천 공항을 가려고 하지 않을 거에요. 굳이 더 멀고 외지에 있는 인천공항에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예전 일본 갈 때는 인천-나리타 노선이었는데...'


예전 몰타 갈 때도 JAL 을 이용했어요. 당시에는 인천-나리타 노선으로 도쿄에 간 후, 일본 도쿄 나리타-로마 노선으로 이탈리아로 갔어요. 이탈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몰타로 들어갔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김포-하네다 노선. 인천 국제공항, 나리타 국제공항 모두 도심권에서 매우 멀다는 문제를 똑같이 갖고 있어요. 그리고 두 공항 모두 도심과 가까운 공항의 비행기 수용 한계 때문에 새로 건설한 공항이라는 공통점도 있구요.


"수속하러 가자."


JAL 비행기 수속을 하러 갔어요.


김포공항 JAL 수속


JAL 창구는 정말 많이 한산해 보였어요.


"혹시 창가쪽 자리 있나요?"

"있는지 한 번 찾아볼께요."


직원분께서 창가쪽 좌석이 있는지 찾아보셨어요.


"딱 한 곳 있네요. 거기로 드릴까요?"

"예."


창가쪽 좌석과 그 옆 좌석에 앉기로 했어요.


"JAL 마일리지 카드 있으신가요?"

"예."


친구는 없었어요. 그러나 저는 있었어요. 몰타 가기 위해 일본 항공을 이용할 때 만들어놓은 것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 원월드 소속 비행기를 탈 일이 아예 없어서 단 한 번도 쓸 일이 없었어요.


정확히는 딱 한 번 쓸 일이 있기는 했어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재발급 받을 때였어요. 아시아나 항공은 카드를 주지 않고 스티커를 주고는 어딘가에 붙여놓으라고 했어요. 마땅히 그 스티커를 붙여놓을 곳이 없었어요. 그때 일본항공 마일리지 카드가 떠올랐어요. 그건 어차피 쓸 일이 영원히 없을 것 같은데 거기다가 붙여놓으면 나중에 아시아나 항공 탈 때 마일리지 스티커 보여주느라 쓰기라도 할 거 같았거든요. 물론 그 이후 아시아나 항공도 탈 일이 없어서 계속 지갑 속에서 잠자고 있었어요.


지갑에서 일본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꺼내서 직원분께 드렸어요. 친구는 제가 일본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갖고 있는 것을 매우 신기해했어요. 제게 어떻게 해서 JAL 마일리지 카드를 갖고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예전 몰타 갈 때 만든 거라고 했어요. 참고로 제가 몰타에 갔을 때는 2009년이었어요. 10년 전에 만들어놓은 카드였어요. 일본항공 마일리지 카드는 10년 만에 진짜 본 역할을 수행했어요.


수속을 마친 후 공항을 조금 돌아다니다 출국수속 및 탑승을 하러 가기로 했어요.


김포공항 출국


출국 심사는 별 것 없었어요. 출국심사를 마친 후 면세 구역으로 들어갔어요.


"김포공항 많이 바뀌었네?"


예전에 김포공항 국제선을 이용했을 때만 해도 김포공항 국제선은 황량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었어요. 면세점이라고 하기 조차 그런 조그만 구멍가게급 면세점이 한 개인가 두 개인가 있었고, 흡연실이 있었어요. 그것으로 끝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면세구역과 맞먹는 크기였어요. 그보다 더 클 수도 있었구요.


"너 여기 이용해봤어?"

"응."

"언제?"

"언제더라..."


김포공항 국제선은 지금까지 딱 한 번 이용해봤어요. 타이완 여행 갈 때였어요. 그게 언제인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2014년이었어요.


"2014년."

"그게 언제야! 엄청 옛날이잖아."


그러고 보니 한두 해 전 일이 아니었어요. 2014년이면 5년 전 일이었어요. 5년 동안 안 바뀌었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거에요.


"저거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 아냐?"


JAL 비행기


창밖에 JAL 비행기가 보였어요. 전체가 하얀색이었어요. JAPAN AIRLINES 라고 적혀 있었어요. 저것이 바로 제가 타고 갈 비행기였어요.


각자 김포공항 안을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김포공항 면세점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


확실히 5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발전했어요. 같은 공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어요.


"어? 저런 중국인들 진짜 있네?"


김포공항 중국인


중국인들이 면세점에서 물건을 잔뜩 사고 나서 공향에서 바로 포장을 뜯어서 버리고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주 공항은 그렇게 중국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여러 번 보도되었어요. 그런데 그런 중국인이 김포공항에도 있었어요. 이걸 직접 눈으로 볼 줄은 몰랐어요.


탑승시각이 가까워졌어요. 제가 타야 할 비행기 탑승구로 갔어요.


일본항공 비행기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어요. 일본 항공 비행기 탑승은 50번부터 끝자리 번호까지 먼저 탑승이 이루어진 후에 앞좌석 승객들 입장이 이뤄졌어요.


일본 항공 비행기 탑승


비행기 좌석에 앉았어요.


일본항공 비행기


비행기 좌석은 넓었어요. 좌석은 2-4-2 구조였어요. 역시 국적기라고 좋은 비행기였어요. 앞뒤 간격이 넓었거든요. 좌석은 만석이었어요. 좌석에 꽂혀 있는 책을 보았어요.


'일본어 대충 기억나는데?'


한자를 소리내서 읽는 법은 기억나지 않지만 뭐라고 써놨는지는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일본 가면 영어로 해야 하나, 일본어로 해야 하나?'


입국카드와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며 고민되었어요. 일본어는 눈으로 보면 아는데 소리내서 한자를 발음하는 것은 거의 다 까먹었어요. 게다가 일본어 공부 안 한 지 10년도 넘었구요. 영어로 대화하자니 일본인들이 그렇게까지 영어를 잘 할 거 같지 않았어요. 영어를 잘 한다 쳐도 만약 발음이 일본식 영어 발음이라면 알아듣기 엄청 어려울 거였어요. 일본 가서 일본어로 말해야 할 지, 영어로 말해야 할 지 매우 고민되었어요.


'될 대로 되라지.'


이 문제는 일본 도착해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세관 신고서에 신고할 것은 없었어요. 직업은 worker라고 적었어요. 입국신고서도 잘 적었어요. 숙소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적는 데에 아무 지장 없었어요. 입국 신고서와 세관 신고서를 다 적자 기내식이 나왔어요.


일본항공 기내식


음료는 당연히 에비스 맥주.


JAL 기내식


"기내식 맛있다!"


덮밥 위에 올라간 닭고기는 짭짤하고 달았어요. 오른쪽 위에 있는 것도 비슷했어요. 어간장을 썼는지 가쓰오부시로 다시 국물을 내서 섞었는지 말린 생선 다시 향이 약간 있었어요.


에비스 맥주는 역시나 훌륭했어요. 다시 마셔도 훌륭한 맛을 자랑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었어요. 술을 싫어하는 저를 확 사로잡는 맛 그대로였어요. 비행 시간이 길었다면 한 캔 더 달라고 했겠지만 비행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참았어요. 이미 한 캔 마시고 얼굴이 시뻘개졌거든요.


일본항공


스튜어디스가 후식으로 커피와 차 중 무엇을 마실 거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말차를 달라고 했어요.


일본 말차


말차도 꽤 맛있었어요.


기내식을 먹은 후 잠깐 눈을 붙였어요. 전날 2시간 밖에 못 잤어요. 도쿄 일정은 5박 6일. 시간이 널널했어요. 그래도 첫날 숙소 도착하자마자 잠들면 이 하루가 너무 아까울 거였어요. 숙소 도착하자마자 짐 풀고 바로 나가서 돌아다닐 거였어요. 그랬기 때문에 반드시 조금이라도 자야 했어요. 눈을 감고 잠깐 잠들었어요. 잠에서 깨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비행기가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할 거라는 방송이 나왔어요.


오후 1시 50분. 비행기가 드디어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했어요. 여전히 제 얼굴은 술기운 때문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어요.


일본항공 김포-하네다 노선 비행기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일본항공 하네다공항


"여기 서울이랑 똑같아 보이는데?"


창밖 풍경은 아직 서울과 똑같아 보였어요. 비행기가 일본 가다가 회항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납득해버릴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한국과 차이점이라면 차가 좌측 통행이라는 점과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는 점 정도였어요. 그거 말고는 아직 일본에 왔다는 것이 딱히 실감나지 않는 풍경이었어요. 술기운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아직까지는 큰 차이 없었어요.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정식 명칭은 東京国際空港 とうきょうこくさいくうこう에요. 영문명은 Tokyo International Airport 이에요. IATA 코드는 HND 에요. 하네다 공항은 일본어로 羽田空港 이에요.


東京国際空港 羽田空港


Tokyo International Airport


드디어 대망의 입국심사. 여권을 제출했어요. 입국심사관이 지시하는 대로 양손 검지손가락 지문을 찍었어요. 그리고 술기운 올라 시뻘개진 얼굴로 화면을 쳐다봤어요. 입국 심사관이 여권을 돌려줬어요.


"스티거 바뀌었네?"


예전 2009년 10월 29일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받은 상륙허가 스티커는 이렇게 생겼어요.


Japan visa


이번에 받은 상륙허가 스티커는 이렇게 생겼어요.


일본 90일 무비자


예전보다 훨씬 더 예뻐졌어요. 후지산과 벚꽃이 그려져 있었어요.


스티커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어요. 2009년에 일본 갔을 때는 입국카드 옆에 있는 출국카드를 뜯어서 여권에 호치키스를 이용해 붙여줬어요. 그리고 출국할 때 이 출국카드를 뜯어갔어요. 그러나 이제 여권에 붙여주는 출국카드가 없어졌어요. 입국 도장도 찍어주지 않았구요.


오후 2시 20분,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왔어요.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일본 입국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이 앞에 서 있었어요. 이 중에는 검은색 구두, 검은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 검은 재킷을 입은 여성들도 보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면접 복장 또는 상가집 갈 때나 입는 여성 정장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었어요. 일명 '유관순 복장'이라고 하는 정장요.


'여기는 뭐 있나?'


일단 캐리어를 끌고 입국 게이트 앞을 벗어났어요. 입국 게이트 앞을 벗어나자마자 오른쪽에 관광안내소가 있었어요. 관광안내소가 꽤 잘 갖춰져 있었어요. 친구는 얇은 책자 하나를 뽑아서 챙겼어요. 저는 그냥 구경만 했어요.


"이제 아사쿠사 가자."


일본 입국을 무사히 잘 했어요. 이제 숙소가 있는 아사쿠사로 가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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