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27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서욱교

좀좀이 2021. 6. 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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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 버스 안에서 계속 잤어요. 잠자리가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슬리핑 버스 좌석은 어정쩡하게 상반신이 들려 있었어요. 몸을 전혀 뒤척일 수 없는 구조였어요.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누워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더 불편했어요. 조금만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바로 잠이 깨었어요.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있으려니 몸이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그렇다고 앉아 있자니 이건 앉아 있기도 불편했어요. 어떤 자세도 답이 없었어요. 밤새 그렇게 뒤척이다 잠을 깨기를 반복했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어요. 시끄러워서 깨거나 어디에 버스가 정차해서 깬 것이 아니었어요. 순전히 슬리핑 버스에서 누워서 자다가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깨었어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기절하듯 잠들었어요. 머리 속을 잠이 완전히 지배하자 얌전히 한 자세로 누워서 자는 데에 적응당했어요. 가끔 옆으로 몸을 살짝 꿈틀거리며 잤어요. 잠은 어디서나 잘 자거든요. 그래도 많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어요.

 

그렇게 실컷 잤어요. 잠은 오래 잤지만 피곤했어요. 밤새 슬리핑 버스를 탄 건 두 번째였어요. 첫 번째 슬리핑 버스를 탔을 때는 첫 경험에 신기해서 불편한 것조차 신기해서 괜찮았어요. 그렇지만 그런 건 한 번이면 충분했어요. 두 번도 너무 많았어요. 두 번째 경험하니 온몸이 쑤셨어요. 몇 시간을 똑같은 자세로 누워서 버텨야 하니 답답하고 관절 하나 하나 모두 굳어갔어요. 차라리 앉아서 갔으면 그런 자세는 평소에 많이 하는 거라 익숙한 자세라서 견딜 만 했어요. 이건 평소에 취할 일이 아예 없는 자세이다 보니 몸이 아예 적응 안 되어서 더 힘들었어요.

 

"어디쯤 왔지?"

 

창밖을 봤어요. 날씨가 맑았어요. 아침 햇살이 베트남의 대지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어요.

 

"오늘은 비 안 온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햇볕. 너무 반가웠어요. 드디어 비구름에서 탈출했어요. 베트남에 이렇게 맑은 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내렸던 베트남 첫날 이후 처음 보는 너무나 화창한 날씨였어요. 훼에 있는 동안은 내내 흐렸고, 호이안은 흐리다 폭우 쏟아졌어요. 며칠간 물에 빠진 생쥐 되는 것을 걱정하면서 돌아다녔어요. 베트남의 하늘은 항상 흐리기만 했어요. 이렇게 맑은 하늘을 다시 보는 날도 있었어요.

 

버스는 열심히 달렸어요. 버스 유리창은 너무 더러워서 창밖 풍경을 찍을 엄두가 안 났어요.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고 있었어요. 길거리에서는 쌀국수를 팔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오토바이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아침 7시 조금 넘었어요. 이제 하노이였어요.

 

'버스 빨리 왔네?'

 

예상 도착 시간은 빨라야 오전 8시 반이었어요. 아침 9시쯤 하노이 도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아침 7시 조금 넘었을 때 이미 버스는 하노이 시내에 들어와 있었어요. 버스가 하노이 시내에 들어오자 달리는 속도가 슬슬 느려지기 시작했어요.

 

'저기에서 내려줄 건가?'

 

버스 터미널처럼 생긴 건물이 보였어요. 왠지 저기에서 내려줄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버스는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어요. 버스 터미널처럼 생긴 건물을 그대로 지나쳐 달렸어요. 버스 기사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그냥 지나쳐버렸어요.

 

'아직 하노이 다 못 왔나? 하노이 인접 도시인가?'

 

서울로 치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있고, 서울 남쪽에는 분당, 수원 같은 대도시가 있어요. 남쪽 지방에서 버스 타고 올라올 때 보면 고층 건물이 우루루 나타나기 시작한 후 또 한참을 달려야 해요. 버스 타고 또 한참 가면 그제서야 서울 만남의 광장이 나오고, 여기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또 시간 꽤 걸려요. 아직 하노이 도착 예상시간까지 한참 남았어요. 남쪽 지방에서 버스 타고 서울 갈 때를 떠올려보면 아직 하노이가 아니라 하노이 인접 도시쯤 왔다고 추측할 수 있었어요.

 

버스가 대로변에 정차했어요. 버스 기사가 승객들에게 다 내리라고 했어요.

 

"하노이에요?"

"예."

 

버스 터미널은 고사하고 버스 회사 사무실 비슷하게 생긴 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버스 기사는 하노이 도착했으니 전부 내리라고 했어요. 베트남인 승객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 기사가 하노이 도착했으니 다 내리라고 해서 버스에서 내리기는 했어요. 짐도 찾았어요. 버스에서 내린 베트남인들은 전부 제 갈 길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수풀 우거진 곳에 들어간 살찐 먹이감을 향해 돌진하는 모기떼.

바로 네가 그 살찐 먹이감이야.

 

원래 이곳에서 버스가 정차하는 것이 맞기는 한 모양이었어요. 주변에 있던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이 수풀 우거진 곳에 들어온 사람을 발견하고 돌진해오는 아디다스 모기떼처럼 달려들었어요.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는 둘째치고 잠도 안 깨었어요. 밤새 한 자세로 시체처럼 누워 있어서 온몸이 굳어서 뻐근했어요. 지금 어디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당장 몸부터 풀고 싶은데 오토바이 택시기사들은 정신 차리기 전에 어서 잡아가자는 듯 바로 몰려왔어요.

 

'일단 여기는 피하고 생각하자.'

 

정신없었어요. 정확히는 정신 사나웠어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상황 파악 하나도 안 되었어요. 버스는 터미널은 고사하고 버스 회사 사무실조차 없는 대로변에 정차해서 승객들한테 다 내리라고 했어요. 맨정신으로도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뜬금없이 대로변에 내려서 상황 판단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맨정신이어도 뭐가 뭔지 판단하려고 시간이 조금 필요한데 잠도 안 깨었고 몸은 몸대로 매우 뻐근했어요. 여기에 택시기사들이 달려들어서 어디 가냐고 베트남어로 정신없이 물어보고 있으니 정신차릴 수 없었어요.

 

여기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 일단 이 자리를 피해야 했어요. 택시기사들 속에서 여기가 어디인지 한가롭게 찾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짐을 끌고 무턱대고 걷기 시작했어요. 어디로 가는지 몰랐어요. 그저 택시기사들 무리에서 도망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부터 파악해야 했어요. 오토바이 택시를 타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거고 여기가 어디인지 안 후에 타야 했어요. 그래야 흥정을 할 수 있었어요.

 

택시기사들한테서 벗어났어요. 그제서야 잠도 깨고 정신도 차릴 수 있었어요. 구글 지도로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해봤어요.

 

"숙소까지 2km 남짓이네?"

 

어째서 버스가 거기에서 모든 승객에게 다 내리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스에서 내린 곳은 어쨌든 하노이 맞았어요. 하노이 외곽 이상한 곳도 아니고 호엔끼엠 호수까지 2km 정도 떨어진 곳이었어요. 하노이에서 머무를 숙소는 호엔끼엠 호수 근처에 있었어요.

 

버스가 축지법 쓰셨다.

 

하노이 도착 예상 시각을 일러야 아침 8시 반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거진 한 시간 일찍 왔어요. 정확히 몇 시에 버스에서 내렸는지는 모르겠어요. 버스기사가 내리라고 해서 내렸으니까요. 짐 찾고 무슨 일인지 파악 안 되어서 어버버거리다가 택시기사들 피해 무턱대고 걷고 한 게 다 합쳐서 10분은 넘었을 거에요. 대충 아침 7시 40분쯤 버스에서 내렸을 거에요. 호이안 숙소 직원이 하노이에 아침 8시 반쯤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그보다도 한 시간 일찍 도착했어요.

 

'2km면 그냥 걸어가도 되겠는데?'

 

아직 아침 8시도 채 안 되었어요. 남는 것이 시간이었어요. 지금 숙소 가 봐야 체크인 할 수도 없었어요. 예상보다 너무 일찍 와서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지금 숙소 빨리 가봤자 숙소가 문을 열었을 지도 의문이었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을 매우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숙소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이 똑같이 아침을 일찍 시작할 리는 없었어요. 급히 숙소로 가봤자 짐이나 제대로 맡기고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이럴 거면 차라리 느긋하게 베트남 하노이 아침 풍경 구경하면서 숙소까지 걸어가는 것이 나았어요. 2km라면 걸어서 못 갈 거리도 아니고 충분히 걸어가고도 남는 거리였어요. 원래 체크인 가능 시간까지 남은 시간 동안이라면 기어가도 될 정도였어요.

 

 

 

 

"오토바이 장난 아니네."

 

베트남 훼에서도 오토바이는 많이 봤어요. 훼에서 본 오토바이와 하노이에서 본 오토바이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어요. 하노이 도착했을 때 봤던 오토바이의 폭풍을 다시 목격했어요.

 

 

'나중에 저 사람들이 다 자동차로 바꾸면 도로가 남아날까?'

 

오토바이는 차선 개념이 없었어요. 길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어요. 그래서 도로가 비좁더라도 많은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었어요. 저 많은 출근 인파를 별로 넓지 않은 도로가 감당해낼 수 있는 이유는 한 차선에도 오토바이가 촘촘히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지만 이건 오토바이니까 가능한 거에요. 만약 나중에 베트남 사람들이 전부 자동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한다면 이 도로가 감당될 리가 없었어요.

 

 

오토바이 행렬 속에 가끔 자전거도 섞여 있었어요.

 

 

아직 아침 8시도 안 되었어요. 그렇지만 길거리 쌀국수 파는 노점상들은 이미 장사 다 마치고 문 닫았어요. 한국에서는 아침 8시대가 길거리 토스트 가게 피크 타임이에요. 베트남은 아침을 한국보다 훨씬 일찍 시작해서 아침 8시만 되어도 길거리 노점상들이 아침 장사 마치고 정리할 시간이에요.

 

 

오토바이와 함께 호안키엠 호수 쪽을 향해 계속 걸어갔어요.

 

 

 

아오자이를 전시해놓은 가게가 있었어요.

 

 

베트남은 아오자이의 나라. 그러나 아오자이 입은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겨울에는 아오자이 잘 안 입는대요. 저한테 베트남 12월 날씨는 선선한 가을 날씨였어요. 그러나 여기에서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추운 날씨일 거였어요.

 

 

"저기서 아침이나 먹고 가야겠다."

 

식당이 한 곳 보였어요. 하노이 왔으니 쌀국수 한 그릇 먹고 가기로 했어요. 마침 제 기준에서 아침 먹을 시간이었어요. 지금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점심때까지 계속 굶어야 했어요. 점심에 베트남인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먹으려면 뭔가 먹으려면 지금 먹어야 했어요.

 

'하노이에 왔으니까 퍼 보 먹어야겠지?'

 

베트남 쌀국수에는 여러 종류 있어요. 이 중 분 보는 훼를 중심으로 한 베트남 중부 지역 음식이에요. '분 보'라고도 많이 말하지만 아예 후에 지역 쌀국수라고 '분 보 후에'라고도 많이 말해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베트남 쌀국수 퍼 보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베트남 북부 지역 음식이에요. 이제 하노이 왔으니 하노이 쌀국수인 퍼 보를 먹을 차례였어요.

 

참고로 베트남 쌀국수에서 '분' bún 과 '퍼' phở 의 차이는 면발이 달라요. 음식 나온 것을 보면 퍼는 넙적하고 분은 우리나라 국수 면발과 비슷해요. 똑같은 국물이라도 국수 면발을 집어넣으면 국수라고 하고 우동 면발을 집어넣으면 우동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퍼 보를 한 그릇 주문했어요.

 

"이거는?"

 

식당 아주머니께서 튀긴 꽈배기처럼 생긴 것도 주문할 거냐고 물어보셨어요. 식당에서 쌀국수 먹고 있는 베트남인들을 봤어요. 튀긴 꽈배기 같은 것을 국물에 찍어먹는 사람도 있고 쌀국수만 먹는 사람도 있었어요.

 

"주세요."

 

튀긴 꽈배기처럼 생긴 음식은 꾸어이 quẩy 라는 음식이었어요. 조금 기다리자 퍼 보와 꾸어이가 나왔어요.

 

 

"쌀국수 맛있다."

 

퍼 보는 정말 맛있었어요.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었어요. 맛이 보다 더 진했어요.

 

꾸어이는 그냥 그랬어요. 국물에 찍어먹으니 느끼했어요. 꾸어이 자체 맛은 그냥 밀가루 튀김이었어요. 단맛이 엄청나게 없는 밀가루 튀김 맛이었어요. 설탕 안 뿌린 꽈배기보다 훨씬 더 안 달고 밋밋한 맛이었어요. 기름맛과 밀가루맛이 전부였어요.

 

 

식당에서 나와 다시 호안끼엠 호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길을 따라 쭉 걸어가자 드디어 호안끼엠 호수가 나왔어요.

 

 

 

호안끼엠 호수 근처는 오토바이가 정말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호안끼엠 호수를 보며 걷던 중이었어요.

 

"가방 끈 또 떨어졌네!"

 

옆으로 메고 다니던 가방은 전전날 밤 호이안에서 끈을 매다는 철로 된 고리가 끊어졌어요. 손으로 들고 다니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가방에 있던 끈으로 끊어진 고리와 연결 고리를 묶어서 다니고 있었어요. 이렇게 해도 조금 걸으면 가방이 땅으로 떨어졌어요. 그래도 식당에서 나와서 호안끼엠 호수까지 오는 동안 조금 안정적으로 매달려 있다 싶었는데 결국 또 떨어졌어요.

 

가방이 땅에 떨어진 순간이었어요. 구두통을 메고 지나가던 베트남인 한 분이 바로 제 가방을 달라고 하더니 마른 솔잎 같은 재료와 순간접착제로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어요. 응급조치가 끝나자 이제 가방 떨어질 일 없을 거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는 돈을 달라고 했어요.

 

"예,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저씨께서 부르는 대로 돈을 드렸어요. 인생은 타이밍이에요. 가방 끈 고리 끊어진 것 때문에 엄청나게 짜증나던 상태였어요. 조금만 걸으면 가방이 땅으로 툭 떨어져대었어요. 그렇다고 손으로 들고 다니자니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더욱이 가방을 손으로 들고 다니면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어요. 이것 때문에 짜증이 잔뜩 나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베트남인 아저씨께서 가방을 급히 응급조치로 수리해주고 돈을 내라고 하셨어요. 이런 돈은 전혀 안 아까워요. 정말 간절히 필요할 때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요구하는 거니까요. 멀뚱멀뚱 구경하다가 왔다면 흥정하려고 했겠지만 바로 빠르게 즉석 조치해주셨기 때문에 횡재한 기분이었어요. 안 그러면 또 몇 걸음 걷다가 가방 떨어져서 짜증 치솟을 거였어요.

 

 

 

"저 나무는 어떻게 저렇게 자랐지?"

 

 

상당히 큰 나무였어요. 사진 가운데 아랫부분을 보면 사람이 있어요. 나무가 한쪽은 똑바로 자랐고, 한쪽은 누워서 호안끼엠 호수쪽으로 자랐어요. 둘 다 상당히 크게 자랐어요. 베트남 자연의 신비였어요. 이 정도라면 거북이가 칼을 줘서 베트남 독립시키도록 하고 베트남 독립하니까 칼을 다시 회수해갔다고 해도 믿을 만 했어요.

 

 

 

 

"저거 그 다리 아니야?"

 

 

멀리 새빨간 다리가 보였어요.

 

 

응옥썬 사당이 보였어요.

 

 

베트남 여행 가기 전에 베트남 정보를 찾아볼 때였어요. 하노이 어디엔가 새빨갛고 매우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베트남인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여기 아냐고 물어보자 안다고 했어요. 여기 제가 갈 수 있냐고 물어보자 당연히 갈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어요. 친구가 무슨 다리라고 알려줬는데 무슨 다리인지 제대로 찾지 못했어요.

 

베트남 하노이 가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새빨간 다리였어요. 이 다리도 호안끼엠 호수에 있을 줄 몰랐어요.

 

사진 속 새빨간 다리는 서욱교 Cầu Thê Húc 이라고 해요. 번역하면 '아침 햇살 다리'쯤 될 거에요.

 

"이거 이렇게 보기 쉬운 거였어?"

 

계속 이 다리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꽤 외곽 나가서 봐야하는 다리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 있었어요. 호안끼엠 호수 오면 그냥 볼 수 있는 다리였어요. 호안끼엠 호수는 베트남 하노이 외곽 멀찍이 떨어진 곳도 아니고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호수에요. 하노이로 여행 오면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숙소가 많아서 한 번은 가게 되는 곳이에요.

 

 

너무 쉽게 발견하자 허무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했어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이렇게 보기 쉬운 거라니 이걸 언제 보러 갈 지 고민했던 시간 모두 무의미해져버렸어요. 제가 머무를 숙소 자체가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었어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다리였어요.

 

 

서욱교는 매우 아름다웠어요. 붉은 빛과 노란 빛 살짝 도는 아침 햇살에 더욱 시뻘건 색을 뽐내고 있었어요.

 

 

호안끼엠 호수가를 계속 걸었어요.

 

 

 

남는 것이 시간이라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었어요.

 

 

 

소원을 비는 돌탑이 나왔어요.

 

 

여기에서 사람들이 기념 사진 촬영을 많이 하는 모양이었어요. 사진 기사 아저씨가 계속 머무르고 계셨어요.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응옥썬 사당 앞에 도착했어요. 매우 한산했어요.

 

'여기는 어차피 숙소 근처니까 나중에 가야겠다.'

 

짐을 그대로 다 들고 메고 있었어요. 지금 들어가서 보면 아주 여유롭고 한적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을 거였어요. 그렇지만 짐 때문에 들어가기 망설여졌어요. 무리해서 들어갈 필요 없었어요. 숙소가 이 근처였어요. 여기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10번도 더 올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와서 둘러보기로 했어요.

 

 

조금 더 걸어가자 올드타운 번화가가 나왔어요.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2014년 12월 23일 오전 9시 46분이었어요.

 

"이제 숙소 갈까?"

 

호안끼엠 호수를 반 바퀴 돌았어요. 슬슬 오전 10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이 정도라면 숙소 직원이 일하고 있을 거였어요. 체크인은 바로 못 하더라도 짐은 맡길 수 있을 거였어요. 나머지 남은 절반은 숙소에 짐을 맡긴 후 구경하기로 했어요.

 

숙소로 갔어요. 예약 내역을 출력한 종이를 보여줬어요. 그러자 직원은 지금 청소중인데 청소 후 바로 체크인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숙소 안에서 앉아서 숙소 내부를 둘러봤어요. 패키지 여행 상품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가까이 하노이 외곽을 둘러보는 프로그램부터 몇박 며칠 코스로 멀리 다녀오는 코스까지 매우 다양했어요.

 

'마지막 날에 시간 되면 여행 프로그램 상품이나 하나 이용할까?'

 

마지막 날 일정은 아직 확실히 정하지 않았어요. 마지막 날 일정은 애매했어요. 비행기가 그날 자정 너머에 있었어요. 정확히는 2014년 12월 26일 새벽 1시 45분 비행기였어요. 12월 25일은 숙소에서 체크아웃 시간때 짐을 맡긴다 해도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한밤중에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어요. 만약 시간만 맞는다면 12월 25일은 낮에 여행 프로그램 하나 이용해서 시간 적당히 보내고 저녁에 돌아와서 밥 먹고 공항 가면 마지막 날 무리하지 않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였어요.

 

"이제 체크인하세요."

 

직원이 이제 체크인할 수 있다고 했어요. 오전 11시 되기 조금 전이었어요. 체크인하고 짐을 방에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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