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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악산은 캠핑을 당연히 취소할 거라고 생각하고 저를 보러 왔어요. 그러나 다행히 캠핑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더욱이 저는 캠핑 아니라면 굳이 따스한 제주도 봄날씨에 한겨울 패딩을 걸치고 오지 않았을 거에요. 날씨에 전혀 안 맞는 두툼한 패딩을 걸치고 온 것이 억울해서라도 반드시 캠핑은 할 생각이었어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서 캠핑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일단 우리집으로 가자. 가서 캠핑 장비 챙겨서 나오자."

"그래."


삼대악산이 캠핑 준비를 하나도 안 하고 왔기 때문에 캠핑 장비를 챙기러 삼대악산 집으로 먼저 가야 했어요. 삼대악산 차에 올라탔어요.


"아, 목 아파."

"왜?"

"미세먼지."


삼대악산은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많이 아프다고 하며 기침을 했어요. 제 눈에는 미세먼지가 그렇게 심해보이지 않았어요. 육지는 미세먼지로 겨울에 매일 항상 난리였거든요. 서울의 평범한 겨울 하늘 같았어요. 물론 제가 이상한 것이었어요. '서울의 평범한 겨울 하늘'은 어느 순간부터 중국발 미세먼지로 뒤덮힌 뿌연 하늘이 되었거든요. 거기에 제가 적응한 상태로 미세먼지 자욱한 제주시 하늘을 보니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것이었어요. 맑고 청정한 제주 공기도 옛말이 되어 버렸어요. 중국 미세먼지 가득한 제주 공기가 되었어요.


"오늘 여기 미세먼지 심한가?"

"오늘 지금 장난 아니야."


제주도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어요. 매우 나쁜 상태라고 나와 있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 상황이 훨씬 더 나빴어요.


"제주도 청정 공기도 옛말이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목 아파서 힘들어."


제주도가 이런 식으로 달라질 줄 몰랐다.


우리나라는 발전하고 있으니까 제주도도 발전할 줄 알았어요. 더 좋아질 줄 알았어요.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매우 뒤쳐지고 늦은 제주도라지만 한국이 발전하고 있으니 어찌어찌 발전하는 시늉이라도 내고 있을 거라 예상했어요.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이 오히려 더 나빠졌어요. 깨끗한 제주도 공기는 없었어요. 서울보다 미세먼지가 덜하기는 했지만 제주도도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 더럽기는 매한가지였어요. 주차난은 오히려 서울보다 더 심해졌구요.


'이거 내가 알던 제주도 맞아?'


마지막으로 제주도 왔을 때와 비교해 너무 달라진 제주도 상황에 적응이 안 되었어요. 어찌 된 것이 여기는 시간이 흐르며 개선되는 게 아니라 개악되고 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었어요.


삼대악산 집으로 갔어요. 캠핑 준비는 금방 끝났어요. 텐트를 챙겼어요. 새벽 3시 30분에 새벽 예불을 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있을 것은 아니었어요. 아침까지 먹는 하룻밤 캠핑이 아니라 잠깐 야외에 텐트 설치하고 드러누웠다 일어나는 정도였어요. 이것저것 너무 많이 바리바리 싸들고 갈 필요가 없었어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일도 없었구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면 방한 준비를 꽤 많이 해야 하겠지만 여기는 제주도였어요. 한라산 중턱까지 기어올라갈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방한 장비를 챙겨야할 일도 없었어요.


날이 어두워졌어요. 친구와 차를 타고 제주시 원당봉으로 갔어요. 원당봉에 도착하니 7시 15분이였어요.


원당봉


차에서 내려서 캠핑 장비를 꺼냈어요.


제주도 오름


"여기 젖어서 텐트 못 치겠는데?"

"아냐. 여기 말고 위에 가다보면 팔각정 하나 있어. 거기에 텐트 치자."


원당봉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팔각정이 하나 있었어요. 거기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캠핑할 계획이었어요. 제주도 내려오기 전에 제가 살기 위해 열심히 알아보고 선정한 자리였어요. 삼대악산에게 캠핑 자리 알아보라고 했다가는 정말 안 좋은 자리를 고를 것 같았거든요. 텐트 치고 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바닥 평탄화가 매우 중요했어요. 경사가 조금만 있어도 한 명이 한쪽으로 굴러와서 서로 찰싹 달라붙어서 부비부비하며 자야 해요. 만약 바닥에 돌이 작은 것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거 때문에 밤새 무지 불편해요. 그래서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발견해낸 곳이 바로 원당봉 등산로에 있는 팔각정이었어요.


캠핑 장비를 나눠서 들고 원당봉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어요. 제가 찾은 정보가 맞았어요. 팔각정이 있었어요. 삼대악산과 텐트를 쳤어요. 텐트 설치는 금방 했어요. 조립식 텐트였고 비록 제가 처음 보는 텐트였지만 군대에서 텐트 쳐 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군대에서 천막 설치하는 것보다는 압도적으로 쉬웠어요. 둘 다 사이좋게 육군을 나왔기 때문에 서로 어떤 과정에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하고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 말이 잘 통했어요. 군대 전역한 지 10년도 넘었지만 이런 건 아무리 전역 후 조립식 텐트를 쳐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해도 아직도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원당봉 캠핑


텐트 설치를 마쳤어요. 팔각정에 설치했기 때문에 배수로를 파야 한다든가 주변에 백반을 뿌리든가 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어요.


제주도 여행 여행기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8 제주도 중국발 미세먼지 속 캠핑


텐트 밖에서 삼대악산 집에서 챙겨온 것들을 먹으며 풍경을 바라봤어요.


제주도 자연


산책하러 오는 사람도 없었어요.


제주도 오름


제주도 여행


등산로 아래로 불교 천태종 사찰인 문강사가 보였어요.


제주 불교 천태종 사찰 문강사


'저거 사진 찍기 진짜 어렵네.'


수풀이 절을 가리고 있었어요. 게다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자꾸 흔들렸어요. 초점 잡는 것도 버벅였구요. 간신히 초점을 잡아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흔들렸어요.


제주 불교 문화


제주도 절


제주도 불교 천태종 절 문강사


바람이 조금 불고 있었어요. 바다가 멀지 않은 곳이라 바닷바람이었어요.


제주도 야경


제주시 야경


사진 찍는 것은 대충 이 정도로 마쳤어요. 밖에서 바람을 조금 쐬다 텐트 안으로 들어갔어요. 텐트 안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에서 츄리닝 바지를 꺼냈어요. 바지를 벗고 츄리닝 바지를 입은 후 다시 그 위에 츄리닝 바지를 입었어요. 이제 잠 잘 준비가 끝났어요. 삼대악산은 제게 휴대용 이불 하나를 줬어요. 그것을 덮고 누웠어요.


"이거 완전 오버스펙이잖아!"


발이 조금 시려웠어요. 양말 2켤레를 겹쳐 신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어요. 그러나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이불로 발을 덮으면 안 시려웠거든요. 상체는 당연히 엄청나게 따뜻했어요. 영하 10도에 입고 돌아다녀도 하나도 안 추운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있었으니까요. 하체도 츄리닝 위에 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안 추웠어요. 오히려 체온 때문에 후끈후끈했어요.


바닥도 누워 있을 만 했어요. 평소에 집에서 맨바닥에 얇은 이불 하나 펴놓고 드러누워 자거든요. 집에서 자는 거나 텐트 안에서 자는 거나 비슷했어요. 맨 땅바닥에 텐트를 쳤다면 조그만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매우 불편했을 거에요. 그러나 텐트를 설치한 자리는 팔각정이었어요.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저와 삼대악산이 텐트를 설치하기 전에 진작 치워버렸겠죠.


고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매우 편안한 잠자리였어요. 텐트 안에 두 명이 들어가서 뒤척이기 조금 불편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꽤 만족스러운 잠자리였어요.


삼대악산과 이런 저런 잡담을 했어요. 주요 대화 주제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었어요. 과연 4차산업혁명은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이야기를 했어요. 기계들로 이루어진 자동순환생산망의 완성이 진정한 4차산업혁명이에요. 그로 인해 어떻게 사회가 바뀔지는 이제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기 싫어도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주제에요. 당장 내일 죽을 게 아니라면 그 변화를 겪어야만 하니까요.


잡담을 주고 받다 새벽 1시가 되어서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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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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