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무공원이나 갈까?'


제원사거리에서 삼무공원은 매우 가까웠어요. 평소라면 절대 안 갈 곳이었어요. 가야 할 이유가 아예 없는 곳이니까요. 신제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삼무공원은 궁금할 것이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곳이었어요. 삼무공원을 자주 가지는 않았어요. 가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삼무공원이 있는 쪽을 잘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삼무공원은 동네 놀이터처럼 여겨지는 곳이었어요.


'그래도 삼무공원이라도 가자.'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복습의시간과 오후 4시쯤에 다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멀리 갈 수도 없었어요. 신제주 연동, 노형동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구제주로 넘어가거나 용담, 탑동 쪽으로 간다면 돌아다니며 구경할 것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요. 신제주에서 멀리 벗어나서 도두동이나 이호해수욕장을 가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구요. 그게 다 안 되었어요. 당장 4시에 다시 복습의시간과 만나야 했으니까요.


제원사거리


2019년 3월 3일 오후 1시 7분. 삼무공원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제주도 빵집


"명당양과 다른 빵집으로 바뀌었네?"


보라색 차양이 있는 곳은 예전에 명당양과가 있던 자리에요. 명당양과도 제주도에서 나름대로 오래된 빵집 중 하나에요. 우리나라에서는 20년만 넘으면 일단 오래된 가게라 하는데, 명당양과는 20년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거든요. 제가 아주 어릴 때에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명당양과 있던 자리에 디저트 카페가 들어와 있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명당양과가 이 자리에서 없어진 것은 꽤 된 것 같았어요. 카카오맵에서 명당양과를 검색해보니 지점도 몇 곳 있고, 신시가지 본점도 있다고 나왔어요. 그곳들이 옛날 명당양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이번에는 여행으로 내려와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제원사거리에 관심을 갖고 명당양과 아직도 있나 본 것이지, 예전에 제주도 내려갔을 때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거든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지도 따위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어요. 한두 번 다녀봤던 길이 아니거든요. 제주도에서 살았는데 여기 길은 다 알고 있죠.


제주도 제주시 신제주


별 생각 없이 삼무공원을 향해 걸어갔어요.


제주도 오름


삼무공원이 나왔어요. 삼무공원도 엄연한 오름이에요. 분화구 형태를 찾아볼 수 없고 오름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곳이지만 엄연한 오름이에요. 제주도에 오름이 360여개 있다고 하는데 모든 것이 다 뾰족하고 꼭대기에 예쁜 분화구가 있는 오름은 아니에요. 어떤 것은 그냥 산처럼 생겼고, 어떤 것은 삼무공원처럼 이게 오름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된 곳도 있어요. 삼무공원을 가면 제주도에 있는 오름 하나 가본 것이에요. 베두리오름이 삼무공원이거든요.



삼무공원을 향해 올라갔어요.


제주도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은 1978년에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삼무공원 면적은 22,800제곱미터에요. 삼무공원 이름의 유래는 '삼무의 섬 제주도'에서 온 것이에요. 아주 옛날에 제주도는 도둑, 대문, 거지가 없는 삼무의 섬이라 불렀대요. 그래서 여기에서 공원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해요.


물론 당연히 지금은 거지도 있고, 도둑도 있고, 대문 없는 집이 없어요. 대문은 제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있었어요.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제주도 여기저기에 초가집이 있었어요. 심지어 신제주에도 초가집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신제주, 구제주에서 초가집이 아예 안 보이게 된 건 2000년대 들어와서거든요. 그 당시 초가집도 당연히 대문이 있었어요. 정낭 설치해놓은 집은 없었어요.


도둑도 제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있었어요. 그래도 지금보다는 많이 적었을 거에요. 사람이 있을 때는 대문을 활짝 열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문을 닫더라도 문을 잠그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거든요. 지금 제주도에서는 당연히 상상도 못할 일일 거에요. 지금은 범죄가 많은 곳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제주도 치안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이후 일이에요.


하지만 거지는 달라요.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제주도에서 노숙자는 안 보였어요. 노숙자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IMF 이후 일이에요. 제주도에 건설붐이 일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건설붐이 꺼져버렸고, 이로 인해 육지에서 들어온 일용직 노동자들 중 여럿이 돌아갈 곳이 없도 없고 돌아갈 여비도 없어서 제주도에서 노숙자로 전락해버렸다는 말을 들었었어요. 지금 제주도에 있는 노숙자도 그들인지, 새로운 노숙자들이 생겨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제가 어렸을 때 제주도에 거지, 노숙자는 없었어요.


어쨌든 이제 제주도는 대문 없고 도둑 없고 거지 없는 삼무의 섬이 아니라 대문 많고 도둑 많고 거지 많은 삼다의 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요. 아, 중국인도 많으니까 이제 제주도는 사다四多의 섬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주도에 노숙자가 보이기는 하지만 서울 서울역, 영등포처럼 득시글하지는 않다는 점일 거에요. 이제 삼무공원이 아니라 삼다공원이라고 해야 할 거에요. 노숙자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대문 많고 도둑 많고 중국인 많은 삼다의 섬요.



'아, 아니네?'


순간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 많고 여자 많고 바람 많은 삼다의 섬에 대문, 도둑, 중국인도 많으니까 이제 육다의 섬이고, 여기에 렌트카와 차도 무지 많아요. 욕을 안 할 래야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차가 미어터지고 있어요. 그러면 돌, 여자, 바람, 대문, 도둑, 중국인, 렌트카 많으니까 칠다의 섬이네요. 칠다七多의 섬. 삼무공원이 아니라 칠다공원으로 이름 바꿔야겠네요.


무슨 무지개 파워냐?


무적 파워레인저도 5명이고 후레시맨도 5명인데 제주도는 무려 7가지를 갖췄어요. 이제 3개만 더 모으면 신영주십경 만들겠어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10가지라고 영주십경을 말하는데, 이제 3가지만 더 모으면 현대 제주도를 말하는 풍경 10가지라 해서 신영주십경 만들 수 있을 거에요. 제주도 신영주십경 완성하면 5천만 한국인이 한 마음 한 뜻되어 2천만 북괴들, 1억2천만 일본인, 15억 중국인을 한 방에 무찌를 수 있는 동아시아 최고의 무력 카드 완성인가요.


신영주십경 카드를 발동시키면 220가지 조합이 동시 발동되어 동아시아 북한, 일본, 중국 정신을 붕괴시켜버려 식물인간화시킵니다.


이딴 것인가요.


다시는 제주도를 무시하지 마라!


나머지 카드 세 장을 찾는 자, 신영주십경을 완성해 전세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그런 것인가...


[제주도 여행기]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4 제주도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


삼무공원에 도착했어요. 아이들이 놀고 있었어요.


제주시 삼무공원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


삼무공원이 나름 유명한 이유는 바로 제주도 유일의 기차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 기차는 우리나라에서 꽤 중요한 기차에요.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은 기차를 볼 수 없는 낙도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이 중단된 기차를 제주도와 흑산도에 보내 전시하라고 지시하셨어요. 현재 이 기차 중 삼무공원에 있는 것만 남아 있어요.


기차를 구경할 수 없는 어린이들을 배려해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로 보내주신 증기기관차는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에요. 1944년 일본에서 제작되고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에서 조립한 것이에요. 이후 전국의 철도를 누비다가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인해 1967년 8월 퇴역했어요.


이 기관차가 중요한 이유는 증기기관차 뒤에 연결하여 석탄과 물을 싣는 차량인 탄수차가 중유용으로 개조되지 않고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탄수차가 중유용으로 개조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증기기관차는 삼무공원에 있는 것이 유일해요. 그래서 기차와 철도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삼무공원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를 보러 오기도 한다고 해요.



삼무공원 기차 중 객차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대요.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는 객차 안에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기차 의자가 그대로 다 있었어요. 이후 제가 제주도에 잠깐 내려와 일하던 때에는 막아놨었어요. 노숙자, 가출청소년 등이 삼무공원 객차 안에서 자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막아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어린이 도서관이 되었대요.






기관차를 보러 갔어요.


삼무공원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


증기기관차 근처에 증기기관차 설명이 있었어요.



증기기관차는 어렸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기차 위에 지붕 설치물이 없었어요. 지붕 설치물이 생겼다는 것과 객차가 어린이 도서관으로 개조되어 이용중이라는 것 정도가 달라진 점이었어요.



'이야...여기도 중국인이 와?'


삼무공원에서 증기기관차를 둘러보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보였어요. 이 근처에 '바오젠 거리'라는 제주도민 모두 치욕스러워하는 이름을 가진 거리가 있어요. 그쪽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요. 비록 삼무공원 근처에 바오젠 거리가 있다고 하나, 여기는 바오젠 거리에서 큰 길을 건너와야 해요. 게다가 딱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아니에요. 그냥 지나쳐가도 되는 나무 좀 보이는 공터 비슷하게 보이거든요.


삼무공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보니 이건 충격이 조금 컸어요. 제원아파트 주변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바글거리는 것은 이제 그러려니 해요. 바오젠 거리에 중국인들 바글거리는 것도 그러려니 하구요. 사드 설치 전에는 진짜 심했고, 지금은 줄어들었다고 하는데도 많아요. 그런데 그거야 신라면세점이 거기 있고, 다른 쪽에 또 롯데면세점도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해요.


그렇지만 여기는 아니에요. 여기는 진짜 땅을 상권 기준으로 본다면 '죽은 땅', '버려진 지역'으로 보는 곳이에요. 유동인구가 유입될 수 없는 곳이거든요. 동네 주민들 와서 운동하고 노는 조그만 공원에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보이니 충격이 없을 수 없었어요. 저 중국인들이 여기에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가 전시되어 있다는 글을 보고 왔을 리도 만무하구요.



팔각정을 향해 걸어갔어요.



삼무공원 팔각정



팔각정을 올라갔어요.




팔각정에서 삼무공원을 둘러봤어요.


jeju island in south korea


제주도 무비자 방문 정책이 실시되었을 때, 제주도가 홍콩이나 하와이처럼 될 줄 알았다. 여러 다양한 나라에서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정말 국제적인 관광지, 국제적인 섬이 될 줄 알았다. 각종 국제 회의도 많이 열리고, 다양한 나라에서 바이어들이 많이 방문해 다양한 기업들의 미팅도 활발히 열려 여러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 상상했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제주도 사람들 대부분 그런 걸 상상했다. 인재들은 다 제주도를 떠나야 하는, 그리고 인재들을 모두 육지로 떠나게 만들어야만 하는 지긋지긋한 상황이 끝날 줄 알았다. TV만 켜면 무슨 세계 평화의 섬이니 세계 어쩌구 끝내주는 경관이니 광고도 참 많이 나왔었다. 이제 제주도는 세계적인 섬이 될 거고, 전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는 장및빗 비전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Jeju island


그런데 현실은 전국적으로 '짱깨의 섬'이라 조롱당하는 상황. 중국인 강점기라고 해도 될 지경. 관광업과 관련없는 제주도민들은 더 나빠진 환경에서 살아야 해. 어떤 인간들은 이런 거 보고 중국인들 상대하는 회사들이 세금 내서 그 덕에 발전하는 걸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하더라구. 과연 그럴까. 제주도 사람들 전부 귤 농사 짓고 관광업에 종사해서 먹고 살까. 60만 제주도 인구가 전부 관광업 종사자일까. 저런 말 하는 놈들은 장담컨데 지역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놈들이야. 애초에 관광업에 기대어야만 하는 상황, 오직 관광업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 미친 상황이지.



착잡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 저는 제주도에서 안 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눈 앞에 펼쳐진 세계가 과거 여기에서 살 때 보았던 세계와 다른 세계 같았어요. 유리창 너머 보이는 세상처럼 보였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든 미세먼지가 풀풀 날리든 창 밖 풍경이 저러하구나 중얼거리는 그런 느낌요. 유리창 밖으로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해서 유리창 반대편에 있는 제가 비를 맞을 일도 없고, 유리창 너머는 미세먼지가 지독하다 해서 유리창 반대편에 있는 제가 미세먼지를 들이마실 일도 없죠.


팔각정에서 내려왔어요. 더 볼 게 없었어요. 삼무공원에서 내려가 한라의료원 쪽으로 걸어가기로 결정했어요.


"이건 농구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것이 제주도식 농구인가...


반코트를 잘 만들어놨는데 정작 농구 골대는 엉뚱한 곳에 서 있었어요. 무비자 정책을 도입했지만 중국인 강점기가 도래했고 불법체류자도 많이 늘어나고 중국인들의 밀입국 루트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고 하는 제주도의 현재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어요. 참 제주도스러웠어요.


농구 골대 설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단 공원 구석에 농구 반코트부터 만들어놓은 악명 높은 제주도의 행정처리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어요.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했는지는 저도 몰라요. 그냥 웃겼어요. 참고로 저 농구 반코트 끝부분 넘어서는 경사져 있어요. 공 한 번 넘어가면 공이 옆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아래로 떨어져요.


삼무공원 입구


삼무공원에서 내려왔어요. 삼무공원 입구에 있는 시계는 시간이 맞았어요.



맞은편으로 바오젠 거리가 보였어요.


제주시 신제주 바오젠 거리


바오젠 거리 입구 양쪽에는 돌하루방이 서 있었어요. 아주 예전에 이 길에는 신제주 종합시장이 있었어요. 지금은 없어졌어요. 어렸을 적 기억에 의하면 신제주 종합시장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시장들처럼 생겼었어요.


한라의료원을 향해 걸어갔어요.



"뭔 카페는 이렇게 많아?"


여기저기에 카페가 있었어요. 진지하게 제주도 사람들이 커피를 이렇게 많이 들이키나 궁금해졌어요.


해안가 및 교외지역에 카페가 많은 건 이해되요. 거기는 주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카페거든요. 물론 관광객들만 가는 건 아니에요. 제주도민들도 바람 쐬러 가곤 해요. 풍경 좋은 곳은 관광객만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들도 놀러가요. 제주도민 관점에서 보면 풍경 좋은 곳으로 바람쐬러 가서 풍경도 감상하고 관광객 구경도 하는 거라 볼 수 있어요.


이런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초에 관광업이 발달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공간 분배에 위배되지 않거든요. 마치 공장, 회사 밀집지역과 집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관광지 주민들도 거주지역과 관광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를 바래요. 관광지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요. 관광지는 일터이자 유원지 역할을 하고, 거주지는 따로 있기를 바래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일터와 거주지가 적당히 분리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제주도 미숫가루 게역 타먹던 문화가 커피 마시는 문화로 전이된 것이오?


그런데 신제주 돌아다니며 보니 지천에 카페가 깔려있었어요. 진심으로 여기들 장사 잘 되나 궁금해졌어요. 자동차와 카페 밀도는 서울 뺨치게 맞먹었어요. 교외지역에 있을 카페까지 합치면 아주 카페로 도배되어 간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거에요. 이 카페들이 있는 이유는 어쨌든 장사가 되니까 있는 거겠죠. 중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든, 제주도민들에게 판매하든 간에요.


제주도로 여행온 지 이틀째. 제주도에 차가 미어터지는 것과 카페가 바글바글한 것은 여전히 적응 안 되고 있었어요.


제주시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나왔어요. 신라면세점에 이어 롯데면세점. 이러니 제원아파트 주변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죠. 어디 한적하고 공항 소음 문제로 제주도 뉴스에 종종 나오는 수근동, 사수동에 지어놨다면 그래도 이해해요. 거기는 공항 소음 때문에 항상 문제되는 곳이니까요. 거기라면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서 다른 동네 가서 살라고 하고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두 개 지어놔도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걸 사람들 많이 몰려 사는 신제주에 때려박아놨으니 문제인 거에요.


한라병원


한라병원은 신제주에서 상당히 큰 병원이에요.


조금 더 걸어가자 남녕고등학교가 나왔어요.


남녕고등학교


남녕고등학교는 제주시 8개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 중 하나에요.


참고로 제주시는 과거 제주시에 있던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 8개는 지금도 평준화로 운영중이고, 과거 북제주군 지역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는 여전히 비평준화로 운영중이에요. 제주시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 8개 모두 전국적으로 보면 공부를 상당히 잘 하는 학교들이에요. 하나 하나 타지역에서는 지역 최우수 명문고 수준이에요. 전국 수능 평균에서 제주시는 광주광역시와 항상 1,2위를 다투고 있어요.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위에서 말했듯 제주도는 정말 경제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든 학생들을 공부시켜서 육지로 보내려고 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하거든요. 그나마 인재를 육성해 육지로 올려보내야 그 인재가 나중에 제주도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보내줄 수 있거든요. 자식을 공부시켜서 육지로 올려보내 성공시키는 것 외에 제주도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제주도가 발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교육열이 상당해요. 시내 인문계 진학율도 적당히 시내 중학교 기준 50~60% 선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교 공교육의 질이 유지되고 있구요. 고교 평준화 정책의 대실패 케이스가 서울이라면, 성공 케이스는 제주시에요.


이렇게 제주도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든 학생들을 공부시켜 한 명이라도 더 육지로 올려보내 그 인재가 육지에 정착하고 훗날 제주도에 기여하도록 하는 지역 발전 전략은 꽤 효과적이에요. 제주도에서 감귤 산업이 매우 커진 것도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어 제주도로 감귤 묘목을 보내준 것에서 기인해요. 이와 같은 제주도의 지역 발전 전략은 아직까지는 제주도에서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작용이 압도적으로 커요. 사소한 것에 열광하며 부작용이 있네 마네 하기 이전에 이건 생존전략이니까요.


남녕고등학교는 재일교포와 연관이 있는 학교에요. 그래서 교복이 약간 일본풍이에요. 지금이야 이런 디자인 교복이 많지만, 과거에는 남녕고 교복은 전국적으로 봐도 상당히 뭔가 다른 디자인이었어요. 그래서 남녕고 교복은 일본인에게 디자인을 맡겨서 그런 거 아니냐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돌곤 했었어요.


남녕고등학교는 제주시에서 상당히 중요한 학교에요. 왜냐하면 신제주에 살고 있는 여학생들이 신제주에 있는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할 경우, 선택지가 남녕고 밖에 없거든요. 남녕고등학교는 여학교가 아니에요.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요. 그러나 신제주에 시내 인문계 여자 고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보니 신제주 거주 여중생들이 신제주에 있는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다면 선택지가 남녕고 밖에 없어요.


노형로타리 쪽으로 계속 걸어갔어요.




'스타벅스나 가야지.'


스타벅스 가서 제주도 한정 음료나 한 잔 더 마시기로 했어요.



스타벅스에 도착했어요. 안에 사람들이 많았어요. 제주 호지샷 라떼를 주문했어요.


스타벅스 제주 호지샷 라떼


"이거 맛 좋은데?"


제주 호지샷 라떼는 고소하고 매우 맛있었어요. 이것은 전국적으로 판매해도 꽤 인기 좋을 것 같았어요.


'제주도 한정 케이크도 뭐 하나 시켜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당근 현무암 케이크였어요. 그래서 당근 현무암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스타벅스 당근 현무암 케이크


현무암을 마구 씹어먹어야지!


포크로 검은 것을 푹 찔렀어요. 포크가 힘없이 쑥 들어갔어요.


"어? 뭐지?"


케이크 이름은 당근 현무암 케이크. 시꺼먼 것은 크런치나 오레오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검은 것은 케이크 빵이었어요. 제주도 현무암 딱딱해요. 이건 흙이지 현무암이 아니었어요. 위에 이렇게 검은 케이크 빵을 올릴 거라면 '삼양해수욕장 케이크'라든가 '송악산 케이크'라고 했어야죠. 삼양해수욕장과 송악산 앞바다에는 현무암이 깨져서 생긴 검은 모래가 있거든요. 부드러운 케이크 빵은 검은 모래밭에나 어울릴까 할 것이었지, 현무암과는 전혀 안 맞았어요.


이제 당근 캐자.


어째서 현무암에 당근이 박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근이 박혀 있었어요. 당근은 밭작물이지 돌에 달라붙어서 자라는 작물이 아니에요. 그런데 현무암 당근 케이크래요.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버려진 당근을 묘사한 건가?


당근은 흐물흐물하고 부드러웠어요. 해석이 이렇게 밖에 되지 않았어요. 당근도 생당근은 딱딱하거든요. 이것 이름은 당근 현무암 케이크. 이름에 걸맞게 만들려면 검은 크런치 위에 당근 모양 사탕 같은 것을 올려놓는 게 맞을 거에요. 이건 이름과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케이크였어요. 얼핏 보기에는 어울려보이기는 했지만요. 더욱에 왜 현무암과 당근이 결합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심심해서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기념품은 뭐가 있는지 봤어요. 마그네틱이 있었어요. 참 안 예뻤어요. 유치원생들이 지점토로 대충 쪼물딱거려도 저 정도는 만들 것 같은 디자인이었어요.


'뭐 다른 거 없나?'


더 찾아봤어요.


"있다!"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였어요. 제주도 한정 디자인이 있었어요.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해줘도 될 정도로 예뻤어요.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기념품을 둘러본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어요. 자리로 돌아와 글을 쓰며 복습의시간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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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9.08.13 13:38 [ ADDR : EDIT/ DEL : REPLY ]
  2.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자란 좀좀님의 제주도 여행기를 읽으면 아주 현실적이예요. 그리고 섣부른 정책과 타지역의 환상이 어떻게 제주를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게 하고 있는지도 볼 수 있고요. 세상이 안 변하면 그것도 이상하고 정말 좋지 않은 거지만, 이왕 변할 거면 제주 도민의 현실생활면도 고려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19.08.19 14: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광고는 환상의 섬이라 하는데 어찌 된 것이 나날이 환장의 섬이 되어가더라구요;; 이번에 가서 진짜 참 많이 놀랐어요. 왜 이렇게 크게 안 좋아졌나 싶더라구요...안 변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실생활에 큰 문제 일으키는 방식으로 변하는 것도 참 문제죠;;

      2019.08.25 09:2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