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프롤로그

좀좀이 2019. 9. 1.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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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프롤로그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

아니, 이것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2019년 7월. 7월이 시작되자마자 어두운 뉴스가 하나 보도되었어요.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에칭 가스(고순도 플루오린화수소), 디스플레이 감광액 재료의 한국 수출 제한 발표.


모두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만 한중일 삼각무역관계를 떠올리며 설마 일본이 저렇게까지는 안 할 거라 추측하고 있었어요. 정확히는 그렇게만은 안 되기를 빌었다고 해야 할 거에요. 현재 정부는 일본에 강경하다 못해 적대적으로 대해왔기 때문에 일본도 인내심이 끊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미 끝난 위안부 보상 문제를 국제법까지 무시해가며 엎어버리자 결국 일본도 극단적인 카드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퍼졌어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일본 여행 잘 가고 일본 제품 잘 사용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반일 불매 운동을 해야한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에서는 현재 정부를 지지하는 한국인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들이 반일 분위기를 고조시키려고 발악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선동해대고 있었어요. 연일 반일 불매 운동에 일본 일반인들이 덜덜 떨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어요.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뉴스도 반일 분위기를 고조시키려고 했고 반일 불매 운동 선동에 동참했어요. 일본 카메라인 니콘, 캐논 카메라를 이용해 취재하며 일본 제품 불매를 부르짖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정부는 일본을 비난하면서 일본에 무역 특혜국 대우를 유지해줄 것을 강요했어요. 누가 봐도 정부가 반일 불매 운동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고 있는 상황.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재 정부는 일본에 꾸준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우방이라면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것인데 현재 한국 정부는 일본에 꾸준히 적대적인 태도로 대했어요. 그래서 일본이 그리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무역 특혜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더니 이번에는 반일 불매 운동 자해공갈쇼를 펼치며 가장 친한 친구나 다름 없는 우방 지위를 유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었어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조장할 거면 그냥 일본에게 대놓고 너희와는 관계 끝이라고 하든가, 아니면 하지를 말든가 해야 납득이라도 할 거에요. 그런데 이건 진짜 이도 저도 아니었어요. 아니, 완벽한 모순이었어요. 이게 지금 싸우자는 건지, 화해하자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어요. 불매 운동은 기본적으로 왕따 전략이고, 호황기에 써야 먹히는 전략이에요. 불황기에는 이런 거 해봐야 자해공갈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불황. 게다가 우방으로써 무역 특혜국 지위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일본을 적국으로 여기는 행위인 불매운동을 하는 건 어떻게 해석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어요. 이건 뉴노멀도 뭐도 아니었어요.


'나도 내 마음을 몰라. 그냥 화난단 말이야'


이런 거야?


이거 말고는 해석이 안 되었어요. 해석이 되어야 동참하든 말든 할 건데 해석 자체가 안 되었어요.


덕분에 한국인들은 또 분열되었어요. 어찌 보면 대단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통째로 다 뜯어 고쳐야 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해괴한 것을 밀어붙이다 한국 경제를 거하게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반일 분위기 고조 및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당연히 제대로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으니 분열은 당연한 것이었어요.


대통령은 이순신 12척 드립을 날렸어요. 왜 하필 이순신 12척 드립인지 모르겠어요. 이순신 12척은 한국 역사에서 정말 치욕스러운 장면 중 하나에요. 이순신 장군님이 12척으로 일본과 싸워 이긴 게 영광적인 것이 아니라 12척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자체가 엄청나게 쪽팔린 거에요. 임금이라는 작자는 한양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소위 '빤쓰런'을 하고 그나마 제대로 잘 싸우던 이순신 장군님은 유배보내버린 결과잖아요. 이런 건 언급 안 하는 것이 정상적일 거에요. 이순신 장군님이 군함 12척 끌고 일본군을 전멸시키고 아주 도쿄, 교토까지 싸그리 불살라버린 건 아니잖아요.


현재 정부를 지지하는 한국인들과 한국어를 잘 하는 중국인들은 손에 손 잡고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 어쩌구를 부르짖었어요.


나 진지하게 하나만 물어보자.


"대체 성의있는 사과라는 게 뭐냐?"


진짜 지긋지긋하게 들은 소리에요. 그놈의 성의있는 사과. 징용당한 분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성의있는 사과를 하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그러나 그놈의 '성의 있는 사과'가 대체 뭔지에 대해 정확히 들은 바는 단 한 번도 없어요. 한글을 떼고 책을 읽기 시작했던 5살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요. 차라리 일본 수상이 한국 찾아와서 할복 자살을 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 또는 일본 수상은 영원히 8월 14일~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데 '성의 있는 사과'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똑바로 언급하지 않아요. 확실히 '성의 있는 사과'라는 게 뭔지 딱 정하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돈을 달라고 하고, 어떤 때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지 말라고 하고, 어떤 때는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고 아주 그때그때마다 달라요. 그럴 거면 아예 리스트를 만들어서 우리나라 교과서에 딱 실어놓든가요.


민족의 자존심이니 국가적 자존심이니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어요. 왜 일본에게 우방으로서의 혜택을 다시 달라고 요구하면서 반일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 어떤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어요. 민주주의에서 민중의 요구는 결국 지도자가 그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요. 그래서 반일 운동을 한다면 지도자는 반일 성향을 보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방으로서의 혜택 달라는 거잖아요. 국민들은 반일 운동에 열광하는데 정부는 일본에 우방국으로서의 혜택을 다시 달라고 한다? 헛소리죠. 차라리 국민들이 열심히 친일 운동 하는 것이, '韓国人だちは日本が大好きです。' 라고 열심히 외치는 게 한국을 우방국에서 제외한 아베 수상을 민망하게 만드는 것일 거에요.


그놈의 망할 감정, 그놈의 망할 자존심 말고 정말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납득할 이유를 알려달라고!


그 누구도 감정과 자존심 외에 왜 반일 분위기에 휩쓸려야만 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이성적으로 보면 국민들이 친일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반일'이라는 전가의 보도 같은 필살기도 말아먹는 위대한 현재 정부.


당연히 국민들이 분열될 수 밖에 없었어요. 논리적으로 이해가 전혀 안 되었으니까요. 소극적 일본 제품 불매니 선택적 일본 제품 불매니 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왔어요. 그냥 일본을 좋아하고 친해지는 것이 한국이 발전하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왔어요.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은 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이런 책은 정부와 언론이 합심하고 한국어 잘 하는 중국인들까지 총동원해서 반일 감정 고조시키려는 이 시기에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매장되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렸어요.


이건 사상 초유의 현상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반일 감정이 고조될 때는 조선족까지 포함한 한민족 전체가 합심해서 반일을 부르짖었어요. 이렇게 사분오열 와해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이번은 달랐어요. 오히려 조선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은폐해도 부족할 미개하고 수치스러운 시대였는지 깨달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대체 조선시대에 우리 선조들은 뭘 했고, 이딴 역사를 왜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 하게 된 깬시민들만 엄청나게 늘어나버렸어요.


현재 한국 정부는 아주 자신만만한 척 하고 있었어요. 언론 보도도 그딴 식이었어요. 고작 내세운다는 것이 일본 맥주 마시지 말고, 유니클로 불매하자고 하고 일본 관광 가지 말자는 것 정도였어요. 뭐 제대로 된 조치가 단 하나도 없었어요. 싸울 거면 제대로 싸우든가, 이건 대놓고 구석에 몰려 처맞는 상황이었어요.


나는 뼛속까지 극일주의자다.


모든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어요.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어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 족보를 따져보면 기원이 일본 것인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대부분 외국에서 바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어요. 베끼기 바빴어요. 이게 사실이에요. 오죽하면 뭐든지 대충 찍어서 '이것은 일본에서 온 거야'라고 하면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을 지경이에요. 물론 그걸 너무 심하게 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저는 어렸을 적 제주도에서 살았어요. 일본 버블 경제가 어땠는지 일본 현지에서 본 적은 없지만 일본인들이 제주도로 관광 와서 돈을 정말 많이 쓰곤 했다는 것은 어렴풋 기억해요.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서 제주도로 관광오는 일본인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중국인이 채웠을 때 사람들이 중국인들은 물건 건드리기만 많이 건드리고 일본인들처럼 팍팍 사주지는 않는다고 욕하던 것은 확실히 기억해요.


일본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일본으로 가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오곤 했어요. 일본 가서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를 몇 보루 사와서 밀반입하려다 걸렸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요. 이것은 심지어 대학교 가서도 들은 이야기에요.


여기에 제가 한창 여러 외국어를 건드려볼 당시, 한국에는 제대로 된 외국어 교재가 없다시피 했어요. 영어나 프랑스어로 된 책을 구해 보든가 일본어로 된 자료를 구해서 봐야 했어요. 열등감이 심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한국은 외국어 교재가 책 같이 생겨먹은 것도 없다시피 했고, 그나마 있는 것도 일본 서적을 베껴온 것 투성이였어요. 해외여행 가이드북도 일본 것을 베끼기 급급한 게 한국의 현실이었어요. 일본은 세계로 진출하고 여러 학문도 발달했는데 대체 한국은 뭐하나 싶었어요. 한국에서 이런 말을 하면 고작 한다는 소리가 영어 공부해서 영어로 된 책을 보라는 소리 뿐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일본을 뛰어넘는 극일이 한국의 목표이고 한국인의 숙명이라 생각했어요. 지긋지긋하게 접하는 소리 중 하나가 일본은 10년 후 한국이라는 소리였어요. 이 소리에서 제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놈의 '현재 일본은 10년 후 한국'이라는 말 좀 제발 그만 접하고 싶었어요.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일본에 대한 열등감은 심해질 수 밖에 없었거든요.


과연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을까?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일본을 정말 많이 따라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해졌어요.


과연 우리나라는 -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을 것인가.

더 이상 일본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인가.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선동을 보며 결심했어요.


이제 일본에 가볼 때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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