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것도 여행, 어쨌든 여행기 (2022)

이것도 여행, 어쨌든 여행기 - 프롤로그

좀좀이 2022. 6. 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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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 여행 가네?"

 

인터넷으로 언론사 기사를 보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여기저기 여행을 가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보였어요. 특히 해외여행 가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였어요. 2020년부터 국외여행을 사실상 갈 수 없었으니 2년 넘게 사람들이 외국 여행 가고 싶어도 못 갔어요. 그러다 세계적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리오프닝으로 돌입하자 그간 쌓여왔던 해외여행 욕구가 폭발했어요.

 

확실히 해외여행, 해외출장 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제 주변에도 해외여행, 해외출장을 가는 사람들, 갈 계획인 사람들이 매우 많이 증가했어요. 심지어 유튜브조차 해외여행 컨텐츠가 급증했어요. 모두가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여행을 꿈꾸고 있어요.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모두가 여행 때문에 들떠 있는 분위기에요. 올해는 여행가는 사람들 정말 많을 거에요.

 

"나만 여행 안 가나?"

 

아무리 봐도 저만 여행을 안 가고 여행에 관심없는 거 같았어요. 뭔가 혼자 단절되어 있는 기분이었어요. 모두가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만 여행에 전혀 관심없고 심드렁했어요. 딱히 밖에 나가서 열심히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으니까요.

 

여행 가고 싶은 곳이 없다.

 

이게 제일 큰 이유였어요. 저도 여행가는 것 좋아해요. 그런데 무턱대고 아무 곳이나 가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요. 궁금한 게 없으면 가지도 않아요. 궁금한 게 있어야 움직여요. 인생에 커다란 굴곡이 있거나 여행에서 트라우마가 발생할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여행에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에요. 진짜로 궁금한 것이 없어서 여행에 흥미를 잃었어요. 이게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니고 몇 년 되었어요.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외국 여행은 멀리 아프리카 서단 모로코에서부터 유럽, 중앙아시아, 중국까지 쭐쭐쭐 가서 일본까지 갔고, 남쪽으로 태국, 인도네시아까지 갔다 왔어요. 외국 중 궁금한 나라가 없었어요. 있었다면 열심히 또 여행 갈 준비를 했겠지만 궁금한 나라, 궁금한 지역이 없다 보니 여행 준비를 하고 공부할 게 없었어요. 궁금한 나라가 없으니 해외여행에 관심이 없어져 버렸어요.

 

그렇다고 해서 국내여행이라고 해서 관심이 생기는 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제주도야 원래 제가 유년기를 보냈던 지역이고, 그 외 국내 지역들도 그렇게 관심이 없었어요. 수도권 외국인 모스크, 외국인 절까지 찾아다녔으니까요. 그나마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면 서울인데 서울은 별별 곳을 다 가봤어요. 하다하다 서울의 달동네도 다녀보고 쪽방촌도 찾아가봤어요. 무엇을 더 궁금해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국내에 아직 안 가본 지역들이 꽤 있기는 하지만 궁금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 국내 여행도 흥미가 없었어요.

 

'그래도 어디 다녀올까?'

 

주변에서 계속 여행 이야기를 하고 온라인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온통 여행 이야기이니 막연히 여행 한 번 다녀오고 싶어졌어요.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돌아다니고 싶기는 했어요. 돌아다닐 구실을 찾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그때였어요.

 

"쉐이크쉑은 매장마다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 판매하는 거 알아?"

 

얼마 전이었어요. 여자친구와 만나서 강남역 근처에서 놀던 중이었어요. 여자친구가 쉐이크쉑은 각 지점마다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 전까지 몰랐어요. 어디를 가나 똑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쉐이크쉑 매장별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 먹으러 돌아다녀봐?"

 

돌아다닐 목적이 없던 차에 순간 떠올랐어요. 쉐이크쉑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매장마다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를 판매한다고 하니 서울을 돌아다니며 이것들을 먹어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거 같았어요. 아이스크림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이러면 돌아다닐 목표는 있으니까요. 목표가 있어서 돌아다닌다면 나름대로 미션 달성하는 느낌도 있고 여행하는 느낌도 있어서 재미있어요. 마침 연휴였어요. 연휴인데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까웠어요. 쉐이크쉑 매장별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을 찾아먹으며 돌아다니면 당일치기 서울 여행 완성.

 

뭔가 끌린다.

 

갑자기 의욕이 솟구쳤어요. 쓸 데 없이 열광했어요. 평소 쉐이크쉑을 즐겨먹지도 않고 진짜 어쩌다 한 번 갈까 말까 해요. 그러나 목표가 생겼어요. 뭐라도 돌아다닐 목표를 찾던 중 이게 제일 좋았어요. 쉐이크쉑 매장은 그만큼 제가 안 가봤으니까요. 쉐이크쉑 매장이 있는 동네야 당연히 몇 번씩 질리도록 다 가본 곳이지만 쉐이크쉑 매장을 가본 적은 없었어요.

 

"서울에 쉐이크쉑 매장 몇 개 있지?"

 

 

카카오맵에서 '서울 쉐이크쉑'으로 검색해봤어요. 서울에 있는 쉐이크쉑 매장은 총 13곳이었어요. 그러니까 쉐이크쉑 매장 한정 아이스크림은 서울에 총 13종류 있었어요.

 

"13개? 13일의 금요일이야?"

 

13일의 금요일에 맞춰서 아침부터 돌아다녀서 13곳 모두 다 다니며 쉐이크쉑 서울 지점 한정 아이스크림 13종류 다 먹으면 13일의 금요일 완성. 그런데 아쉽게도 13일의 금요일은 2023년 1월에 있었어요. 나는 지금 당장 돌아다니고 싶은데 13일의 금요일에 맞춰서 하려고 하면 내년 1월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그동안 SPC삼립이 쉐이크쉑 매장을 서울에 하나라도 더 오픈하면 계획 망해요. 기업 내부 사정은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쉐이크쉑 매장이 들어갈 거 같은데 아직 없는 동네로 구로디지털단지, 마곡, 목동 같은 동네가 아직 남아 있어요. 특히 마곡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목동이야 쉐이크쉑 영등포점이 때운다고 해도 마곡은 서울 최서단에 있는 쉐이크쉑 타임스퀘어영등포점에서 너무 멀거든요.

 

"경로를 어떻게 짜지?"

 

벌써부터 흥분 시작.

 

어떤 드립을 쓸 지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집에서 출발은 고사하고 경로도 안 짰는데 이미 지방덩어리 두뇌 속은 글을 쓰기 시작. 벌써 어떤 말을 쓰고 어떤 드립을 쓸 지 마구 떠오르고 있었어요. 앉아서 완결까지 논스톱 정주행으로 달려가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흥분이었어요. 참을 수 없었어요. 동트고 점심 즈음에 집에서 뛰쳐나갈 거에요. 서울 쉐이크쉑 지점별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다 맛보고 올 거에요.

 

빨리 경로를 짜야 했어요. 지도를 봤어요. 하루에 13개 다 먹고 오는 건 절대 무리, 무조건 무리, 무리 무리. 약삽하게 몇 입 먹고 버리는 건 의미 없어요. 맛있든 맛없든 끝까지 다 먹어야 해요. 그것이 바로 진정한 미션. 한 입 두 입 먹고 버릴 거면 왜 돌아다니며 맛봐요. 그런 건 재미없어요. 맛있어서 극찬하든 맛없어서 쌍욕을 쏟아내든 끝까지 다 먹어가며 돌아다녀야 의미있어요. 그렇게 다 먹으며 다니려면 하루 13개를 먹는 건 정말로 무리였어요. 아무리 뜨거운 물 마셔서 속 달래가며 돌아다닌다 해도 하루에 아이스크림 13개는 방법이 없었어요. 기온이 섭씨 30도 정도가 아니라 섭씨 40도까지 치솟아도 이건 힘들어요. 제가 무슨 예수님 고난의 길 성지순례하듯 쉐이크쉑을 돌아다닐 것도 아니구요. 애초에 저는 쉐이크쉑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내 입맛과 참 멀리 떨어진 맛이라 정말 어쩌다 가끔 먹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쉐이크쉑 매니아가 아니에요. 그쪽과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요. 단지 돌아다니고 싶던 차에 돌아다닐 이유 찾다가 서울에 있는 쉐이크쉑 매장 돌아다니며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 먹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보기로 했어요. 궁금하면 해봐야 하니까요.

 

 

쉐이크쉑에서는 아이스크림을 Concretes 콘크리트라고 해요. 여기 들어가보면 각 매장마다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을 볼 수 있어요.

 

 

"맛있으면 두 번 하지, 뭐."

 

먼저 강남권은 깔끔하게 포기. 예전에 24시간 카페 찾아 심야시간에 서울을 돌아다닐 때도 서울 강남권은 안 갔어요. 이쪽은 제가 항상 이런 거 할 때마다 제일 빠르게 포기하고 미루는 곳이에요.

 

경로를 짰어요. 의정부에서 출발하니까 시작은 노원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노원에서 시작해서 서울 강북권을 횡단하며 쉐이크쉑 매장별 한정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홍대는 어떻게 하지?"

 

서울 강북권에 있는 쉐이크쉑 매장은 총 7곳. 경로를 보면 찾아가기도 매우 좋았어요. 딱 한 곳 - 홍대 빼구요. 노원역에서 4호선을 타고 수유역, 동대문역으로 간 후,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서 종각역, 용산역, 영등포역으로 가면 되었어요. 문제는 홍대였어요. 홍대는 2호선과 경의중앙선이었어요. 이거 하나만 애매했어요. 홍대입구에 있는 쉐이크쉑을 가려면 용산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해서 가거나 영등포역에서 신도림역으로 간 후 거기에서 2호선을 타고 가야 했어요. 게다가 하루 7곳은 너무 많아요. 내가 무슨 아이스크림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속에서 천불 만불 치솟고 있어서 열을 식혀야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아이스크림 7개 먹으면 먹는 것도 고역이고 나중에 속에서 탈나요.

 

"6개만 할까?"

 

홍대입구에 있는 쉐이크쉑 매장을 제외하면 하루 6개. 그리고 홍대입구에 있는 매장은 나중에 또 하게 된다면 신림에 있는 매장과 묶어서 가도 되었어요. 그렇게 무리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어요. 그 정도까지 불타오르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서울이니까요. 서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갈 수 있어요. 그렇게 목숨 걸고 작정하고 가서 한 방에 다 끝낼 필요가 없는 곳이었어요.

 

"일단 6개만 한다고 하고 나가야지."

 

자리에 드러누웠어요. 하루에 쉐이크쉑 매장 6곳 돌아다니면서 아이스크림 6종류 먹어보기. 맛만 대고 버리는 게 아니라 무조건 다 먹어치워가며 돌아다니기.

 

이것도 여행, 어쨌든 여행기.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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