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어둠의 소리 (2020)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15 - 에필로그

좀좀이 2020. 3. 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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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20년 2월 10일부터 2월 12일까지 제주도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다룬 여행기인 어둠의 소리가 드디어 끝났어요.


이번 여행은 이스타항공 김포-제주 비행기표 가격이 4000원이라는 걸 보고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떠난 여행이었어요. 의정부 자취방에서 서울 갈 때도 어디 갈 지 생각하고 나가는데 서울보다 훨씬 먼 제주도를 단지 비행기표 4000원 가격 보고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렸어요. 그래서 아무 준비도 없이 갔어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었고 무엇을 할 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애초에 여행기를 쓸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만약 여행기를 쓸 생각이 있었다면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갔을 거에요. 디지털 카메라를 잘 들고 나가지 않지만 사진 찍는 것도 제 취미 중 하나거든요. 여행 갈 때는 반드시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가요. 그래야 사진을 보다 잘 찍으니까요. 게다가 사진을 많이 찍어야 여행기 쓸 때 많이 편해요. 그러나 이번에는 여행기 쓸 생각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도 챙겨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정말 그 어떤 준비도 안 하고 갔음에도 여행 자체가 엉망이 되는 일은 없었어요. 원래 자기 동네에 가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잖아요. 제주도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아무 준비하지 않고 가도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일은 없었어요. 유일한 문제라면 숙소 문제가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숙소 잡고 머무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이 문제도 제주시에 있는 24시간 찜질방 찾아서 쉽게 잘 해결했어요.


여행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마지막날 새벽 24시간 카페에서 동영상을 유튜브에 미리 업로드할 때였어요. 그제서야 이번 여행을 여행기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제주도 제주시 심야시간 풍경 영상 촬영하겠다고 내려왔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심야시간 여행이라고 했지, 저 자신조차도 이게 진짜 심야시간 여행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진짜 심야시간 여행이 되어 있었어요.


'심야시간 여행은 새로운 여행이잖아!'


모두가 국내여행의 반대는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국내여행의 반대는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니었어요. 우리가 다니는 여행은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기준이 낮시간이에요. 낮시간에 여행을 다니고 심야시간에는 휴식을 취해요. 밤새 술마시고 노는 일정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구요. 처음부터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겠다고 떠나는 여행은 없어요.


심야시간 여행은 낮시간에 다니는 여행과 정확히 반대되는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외국 여행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여행 중에는 야간이동할 일이 없어요. 자가용을 몰고 밤새도록 달리는 경우 아니라면요. 기차, 버스 등을 밤새 타고 아침이나 점심때 도착하는 일은 국내에서 전혀 해볼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나 심야시간 여행은 낮시간 여행과 정반대되는 여행이기 때문에 낮 시간 이동이 외국여행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야간이동에 해당되요.


낮에 돌아다닐 때에는 갈 곳도 많고 먹을 곳도 많아요. 그러나 심야시간에 돌아다니면 갈 곳도 제한이 있고 먹을 곳도 별로 없어요. 멀쩡한 도시가 갑자기 휑한 후진국 어느 시골처럼 느껴져요. 그 대신 사람들 없으니까 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요. 외국 여행 가서 남의 시선, 눈치에 덜 민감해지는 것처럼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만약 정말 처음 가는 곳이었다면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외국 여행처럼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엄청나게 많았을 거에요. 그러나 제주도는 제가 오래 살았던 곳이라 좌충우돌할 것까지는 없었어요. 게다가 제주시 동지역 안에서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돌발변수라고 할 것조차 없었어요. 결정적으로 도처에 편의점이 있었기 때문에 목 마르면 음료수 사서 마시고 배고프면 도시락 사서 먹으면 되었어요. 교통수단이 택시 밖에 없는 시간이라 심야시간에 일에서 백까지 다 걸어다녀야 했지만요.


'이거 나중에 전국일주로 해봐?'


국내여행에는 별 관심없어요. 여행기로 다 쓰지 않아서 그렇지, 국내여행도 한때 많이 했었거든요. 딱히 궁금하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 없어요. 국내여행하면서 신기하다고 느껴질 것도 이제 없구요. 예전에는 지방 가면 지방만의 특색이 매우 강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어요. 반드시 가야만 구입할 수 있는 물건도 없고, 반드시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없어요. 1등이야 지방에 있겠죠. 그러나 최소 2등, 3등 정도는 서울에도 있어요. 인터넷에는 당연히 있구요. 국내여행은 과거에 비해 흥이 많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전국 심야시간 일주라면?


이건 이야기가 달랐어요. 지역 특산물 먹는 것 같은 것은 못 해요. 자정 너머 어떤 특산물, 특산 음식 판매하는 가게가 문 열고 장사하겠어요. 게다가 심야시간에 장사하는 밥집은 별로 없어요. 순대국, 해장국, 김밥천국 정도에요. 이건 전국 공통이에요. 분명히 먹는 것은 포기해야만 해요. 일반적인 여행 중 저녁에 맛있는 것 먹는 것처럼 아침에 뭐 먹을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일정 중에는 딱히 크게 먹을 걸 기대할 수 없어요.


그러나 대신 모든 것이 독특하고 신기할 거에요. 심야시간의 생활은 낮시간의 생활과 아예 다르니까요. 굳이 외국 여행 가지 않아도 외국 여행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제주도 여행


이번에는 사진 촬영은 별로 안 했어요. 대신 동영상 촬영을 많이 했어요.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낮시간 풍경



제주시 연동1길 낮시간 풍경



제주시 용담동 용두암 낮시간 풍경



제주시 동문시장 저녁시간 풍경



제주시 구제주 원도심 일도1동 칠성로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동문시장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광양 보성시장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연동1동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도두1동 제주민속오일시장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도두동 도두항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외도2동 월대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변 심야시간 풍경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장날 아침 풍경



제주시 용담동 서문시장 아침 풍경



영상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코 제주민속오일시장 심야시간 풍경 영상 촬영할 때였어요. 저도 그런 모습일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어요. 공포영화 속을 걸어다니는 기분이었어요. 영상 촬영된 것을 보니 그때 분위기가 꽤 잘 살아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기는 제대로 여행기를 쓰겠다고 쓰지 않았어요. 그것보다는 일종의 촬영 노트 또는 여행 스케치 형식으로 작성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쭉쭉 썼어요.


만약 제대로 여행기를 쓴다고 마음먹고 썼다면 매우 부담스러워서 시작도 못 했을 거에요. 당장 작년 3월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도 다 못 끝낸 상태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그간 항상 각잡고 여행기 쓰던 것과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 비우고 쓰고 싶은대로 줄줄 썼어요. 어쩌면 영상을 설명해주기 위해 쓴 여행기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것도 제게는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지금까지 여행기 쓰려고 하면 항상 각 잡고 썼거든요.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온 곳은 가볍게 쓰지만 여행기를 쓰겠다고 작정하고 가볍게 쓴 적은 없어요. 하나의 여행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온 곳 글 쓰는 것처럼 가볍게 써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날림으로 쓴 느낌도 있지만 처음부터 한 번 가볍게 손가락 움직이고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으로 쫙 써보자고 작정하고 쓴 여행기라 쓰는 동안 부담없고 재미있었어요.


그간 사진과 글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쓰던 여행기와 달리 영상을 보조하기 위한 여행기라는 점도 매우 다른 점이었구요. 제가 보통 여행을 갈 때는 여행기를 쓸 생각을 처음부터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더라도 글 쓸 것을 생각해서 찍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여행기 쓸 마음이 없었고 제주시 심야시간 풍경 영상 촬영하러 갔다가 여행 말미에 여행기도 써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점이 영상에 쏠려 있어요. 잘 찍은 영상도 아니고 편집도 하나도 안 한 영상이지만 영상 촬영을 위한 여행을 해봤다는 것에 의의가 있고, 그 의의에 맞춰 쓴 글이에요.


이 여행기는 제게 새로운 시도로 큰 의미가 있어요. 잘 쓰지는 못했지만 지금껏 해오던 것과 완전히 다른 시도를 해봤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 여행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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