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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29

월요일에 가자 - 28 타지키스탄 여행 후기

집에 돌아와 앉아 있는데 아쉬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보통은 여행 다녀와서 며칠 쉬다가 여행기 작성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아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날이 2012년 5월 18일.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은 2012년 5월 27일. 여행은 총 8일 일정이었는데, 여행기를 쓰는데 걸린 시간은 10일이에요. 아마 블로그에 올라가는 것은 며칠 더 걸리겠죠. 아직도 아름다운 두샨베를 다시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행은 끝났어요. 그리고 여행기 작성도 이 후기를 마치면 끝나구요. 타지키스탄은 관광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요.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고 아름다웠어요. 사람들이 정신없이 '니하오'를 외치는 것도 알고 보면 그저 동양인..

월요일에 가자 - 27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

아침 7시. 눈을 떴어요. 어제 저녁 6시부터 계속 잤어요. 13시간 그대로 뻗어 있었어요. 방이 추워서 커튼을 걷어 보았어요. 밤에 비가 내렸어요. "오늘 어떻게 할 거야?" 답을 알고 있었지만 갑과 을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제 시르다리오 근처 공원 이후부터는 둘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후잔드 관광까지 어쨌든 끝을 내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늘 타슈켄트 돌아가자." "그래." 한숨을 내쉬며 짐을 정리했어요. 갑은 을이 오늘 귀국하는 친구 배웅해주러 가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변명. 을은 샤흐리스탄을 넘기도 전부터 매우 피곤해했고, 샤흐리스탄을 넘은 후에는 체력 고갈로 인해 계속 쉬고만 싶어 했어요. 갑은 이스타..

월요일에 가자 - 26 타지키스탄 후잔드 누리 이슬롬 모스크, 후잔드 성

부제 :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 레닌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Komil Khojandi의 동상이 나타났어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길을 걸으며 누리 이슬롬 모스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저는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정말 가기 싫어했어요. 아까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화를 내면 여행이 지옥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둘을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둘을 데리고 가야할 이유도 없었어요. 이번 여행은 제가 계획했어요. 여행 일정, 경로, 비자 준비 등 모든 것을 제가 계획해서 둘을 데리고 타지키스탄에 왔어요. 여행을 제안하고 계획한 사람의 입장으로써 이 도시의 관광을 끝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같이 다니다보면 체..

월요일에 가자 - 25 타지키스탄 후잔드 판즈샨베 바자르

"우리 방 옮겨야지." 갑이 저를 깨웠어요. 그 방에서 씻지도 않고 바로 일어나서 방을 옮겼어요. "온수가 잘 나와!" 우리 모두 방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어요. 정말 상쾌했어요. 확실히 여름 여행이 겨울 여행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호텔이었어요. 겨울에는 땀이 잘 안 나기 때문에 몸만 녹이면 되요. 볼 게 없어서 문제이지, 못 씻어서 힘든 것은 없어요. 하지만 여름에는 확실히 체력 소모도 겨울보다 훨씬 크고, 제대로 씻지 못하면 몸이 찐득거려서 더 피곤해져요. 확실히 씻고 나니 피로가 매우 많이 풀리고 체력이 조금 더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내일도 여기 머무를까? 내일은 여기에서 쇼핑하자!" 을이 내일도 여기 이 방에서 머무르자고 했어요. 참고로 여기에서 쇼..

월요일에 가자 - 24 타지키스탄 후잔드

후잔드 성에 가기 위해 마슈르트카에서 내렸어요. 이렇게 분수가 있고 이 분수 옆길로 들어가서 걷다 보면 우체국이 나온답니다. 우체국 옆면을 보면 소련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생각해보니 이스타라브샨도 그렇고 후잔드도 그렇고 중심 거리의 이름은 '레닌 거리'. 타지키스탄까지 포함해서 구 소련 국가 5개국을 다녀보았지만 타지키스탄처럼 소련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나라도 없었어요. 우체국을 지나 계속 걷다보면 이와 같은 벽화가 나와요. 그리고 이 벽화가 있는 건물 바로 옆에 극장이 있어요. 타지키스탄 역시 모자이크, 부조 같은 것은 확실히 볼 만 했어요.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 의도 - 즉 선전의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들이었거든요. 제대로 최대한 아름다워 보이도록 ..

월요일에 가자 - 23 타지키스탄 후잔드 셰이크 맛살 앗딘 묘소

"돌아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시장으로 향했어요. 이스타라브샨 중앙 시장 옆에는 이런 그림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보다가 이걸 보니 그저 웃음만 나왔어요. 시장 옆으로 왠지 유적 같이 생긴 것이 있었어요.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하얀 뭉치들은 이불에 들어가는 목화솜. 안에서 보면 이래요. 무너져서 천장이 없는 것인지 원래 천장이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확실히 밖에서 볼 때만 멋있었어요. 이것은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이 문을 들어가면 시장이에요. "이제 택시타고 가자. 늦었다." 택시를 타고 후잔드로 돌아가기 위해 시장쪽으로 가는데 상인들이 저희를 잡았어요. 이분들은 우즈벡어를 거의 몰랐어요. 그래서 대화하기 매우 어려웠어요. 하지만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고 차도 주시고 하시며 어떻게든 우..

월요일에 가자 - 22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성채와 동상이 있는 언덕으로 가는 길. 언덕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레닌 거리에서 길을 찾아가다 보면 언덕을 뱅 돌아서 언덕 옆편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어요.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정면에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 보였는데 그 길로 가는 입구는 찾지 못했어요. 대신, 큰 길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산행 비슷한 것조차 할 필요가 없었어요.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이스타라브샨의 상징물들이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기념으로 하나 떼오고 싶었지만 그러면 후잔드로 가는 게 아니라 이스타라브샨 경찰서로 갔겠죠.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 해도 경찰서 유치장 체험, 타지키스탄 경찰서 피의자 체험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 얌전히 사진만 찍었어요. 저 걸려 있는 그림만 보면..

월요일에 가자 - 21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가 보니 그냥 식당이었어요. 하지만 근처에 왠지 있어보이는 건물이 있었어요. "우리 저 건물로 가볼까? 모스크 같은데." 입구에 적혀 있는 것은 'مسجد جامع حضرت شاه'였어요. "이거 하즈라티 샤 모스크잖아!" 하즈라티 샤 모스크 Hazrat-i-Shah Mosque는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한 모스크들 중 하나였어요. 이걸 이렇게 쉽게 찾다니 이 동네 여행은 왠지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그러나 입구는 굳게 잠겨 있었어요. 지나가던 청년이 모스크를 따라 왼쪽으로 계속 돌아가면 입구가 있다고 했어요. 동네는 왠지 타슈켄트 하스트 이몸 모스크와 초르수 바자르 근처에 있는 올드 타운과 비슷해 보였어요.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신기해하며 집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까지 불렀어요. 아이들을 뒤로 ..

월요일에 가자 - 20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산에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일정이 망했어요. 원래는 오늘 아침 이스타라브샨을 보고 오후에 후잔드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전날 산에서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이스타라브샨에서 숙소를 찾지 못했고, 결국 이스타라브샨을 지나 후잔드로 들어왔어요. 아침 8시. 눈을 떴어요. 이스타라브샨 Istaravshan 을 못 본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리고 억울했어요. 여기는 과거 이름이 우로 테파 Уро Тепа. 타지크인들은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동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론니플래닛에서는 꽤 비중있는 도시에요. 비록 지도는 실려 있지 않지만 무려 한 페이지 전체에 걸쳐 이스타라브샨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평가도 매우 좋았어요. 문제는 론니플래닛에 후잔드에서 이스타라브샨..

월요일에 가자 - 19 타지키스탄 샤흐리스탄

"안조브도 가뿐히 넘었는데 샤흐리스탄 정도 쯤이야." 이미 넘기 어렵다는 안조브도 넘었고 길이 고약한 이스칸다르 쿨도 다녀왔어요. 그래서 간이 부었어요. 샤흐리스탄 Shakhristan이 지도상 안조브보다 더 높았고, 기사 아저씨 말씀으로는 해발 3600미터라고 했는데 별 거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스칸다르 쿨 만큼 하겠어?" 적당히 포장된 길로 올라가고 멋진 설경이나 구경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속도라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이스타라브샨에 도착할 것이고, 그러면 호텔을 찾아 짐을 풀기도 꽤 쉬울 거라고 생각하니 오늘 여행이 다 마무리된 것처럼 아쉬움도 들었어요. "마지막 고비이기는 하지만 별 거 없을거야." 론니플래닛에서 이 길은 정말로 힘든 길이라고 했는데 양놈들 엄살..

월요일에 가자 - 18 타지키스탄 아이니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아이니 Ayni. 여기는 산골 마을이에요. 아이니에는 자라프숀 강 Zarafshan river강과 폰강 Fon river이 흘러요. 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산골 마을. 그리고 후잔드를 가기 위해 들려야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길이 좋았기 때문에 차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었어요. 아이니 시내로 들어갔어요. 그냥 평범했어요.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도시이기는 한데 차로 휙휙 지나가면서 보았고, 이스칸다르 쿨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그다지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이스칸다르 쿨처럼 무언가 확 끄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스칸다르 쿨로 가는 길처럼 길이 너무 안 좋아서 긴장하는 것도 없었어요. 드디어 아이니를 벗어나는 길. 사진 속..

월요일에 가자 - 17 타지키스탄 이스칸다르 쿨

이제 목적지는 이스칸다르 쿨Iskander kul. 지도를 보니 이스칸다르 쿨까지 다녀오면 오늘 일정의 2/3은 끝나는 것이었어요. 기사 아저씨께서는 이스칸다르 쿨은 자기도 20년 전에 갔다 와서 길을 잘 모르신다고 하셨어요. 점심을 언제 먹을 거냐고 우리들에게 물어보셨어요. "이스칸다르 쿨 가서 먹어요."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어요. 고작 20km인데 오래 걸려 보아야 얼마나 걸리겠냐고 생각했어요. 아저씨께서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마을로 들어가셨어요. 마을로 들어가면서 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차는 점점 산 속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 길 맞기는 맞는 거야?' 이스칸다르 쿨은 타지크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호수. 휴양지로 유명한 호수가 길은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월요일에 가자 - 16 타지키스탄 안조브

아침.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하며 호텔 아래로 내려갔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친구분께서 동의하셨어요?" "응. 친구가 동의했어요. 이스칸다르 쿨 거쳐서 후잔드까지." "후잔드 말고 이스타라브샨이요. 우루 테파." "아! 우루 테파까지." 그런데 친구분의 2003년식 무쏘가 보이지 않았어요. "친구분은 어디 계세요?" "친구는 세차하러 갔어요. 잠깐만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차에 타라고 하셨어요. 친구분과 만나기로 한 곳까지 공짜로 데려다주기로 하셨어요. 잭키 할아버지 차를 타고 장소를 옮겼어요. "저 차에요." 거리에 지프 한 대가 서 있었어요. 막 세차를 해서 그런지 새 차 같았고 왠지 믿음이 갔어요. 우리를 후잔드까지 데려가줄 기사 아저씨는..

월요일에 가자 - 15 타지키스탄 월요일 두샨베

그것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후 4시. 비가 그쳤어요. "이제 빅토리 파크 가자." "어떻게?" "걸어서." 당연히 걸어서 갈 생각이었어요. 지도를 보니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계산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요. 걷다가 발견한 전통 음식점 간판. 인상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었어요. 먼저 여자아이의 땋은 머리. 우즈벡어로는 코클 kokil이라고 해요. 이 지역에서 머리를 땋는 이유는 옛날에 여자들이 머리를 길게 길렀는데 (지금도 신문에 가끔 어떤 여자애가 머리카락을 얼마나 길렀는지에 대해 나와요) 머리가 길면 감기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땋아서 머리를 감았대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가늘고 여러 가닥 많게 땋은 머리를 만들고 결혼한 여자는 굵게 두 세 개 땋은 머..

월요일에 가자 - 14 타지키스탄 월요일 두샨베 샤 만수르 시장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오늘은 제게 개인적으로 너무나 의미있는 날이에요. 월요일에 월요일! 타지키스탄 수도인 두샨베 Душанбе 자체가 월요일이라는 뜻. 그리고 오늘은 월요일. 그러므로 저는 월요일에 월요일에 있는 거에요. 이러면 월요병이 두 배로 느껴질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월요일에 월요일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왠지 가슴이 떨렸어요. 잠에서 깨어나 한 가지 결정을 내려야하는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어요. '영어-타지크어 사전은 분명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고, 커다란 크기에 비해 너무 부실하고 없는 단어가 많아. 과연 사야 할까?' 러시아어를 안다면 당연히 러시아어-타지크어 사전을 구하면 되요. 이건 구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월요일에 가자 - 13 타지키스탄 바르조브

"저거 잭키 하우스." 역시나 오쉬를 먹고 바르조브에 가기 위해 루다키 거리를 지나가는데 잭키 할아버지의 농담은 끊이지 않았어요. 잭키 아저씨의 구호는 바로 Jacky is strong! 이 구호와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농담들. 계속 웃다보니 어느덧 루다키 거리 끝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 도착했어요. 여기 와서 알루미늄 공장도 보고, 면직물 공장도 보고, 벽돌 공장도 보고, 시멘트 공장도 보았네요. 타지키스탄 산업 시설 중 웬만한 건 다 본 것 같아요. 사실 타지키스탄에서 생산된 전력의 3/4를 소비하고 있는 알루미늄 공장을 보았다면 더 이상의 공업시설은 봐도 무의미할 듯 했어요. 톨게이트에서 돈을 지불하고 바르조브로 들어갔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차를 폭포 앞에서 세우셨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물방울이 ..

월요일에 가자 - 12 타지키스탄 히사르 카라반 사로이

히사르에서 볼 것은 히사르성과 그 앞에 다 있어요. 마드라사는 이렇게 생겼어요. 마드라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는 이렇답니다. 마드라사는 지금 박물관이에요. 입장료는 외국인만 한 사람당 5소모니. 박물관 내부에는 유물들과 과거 사람들이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단, 설명은 하나도 없어요. 현지인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대충 짐작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유물들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셨어요. 이것은 옛날 외적이 히사르 성에 쳐들어왔을 때 아래로 굴렸던 돌이래요. 잘 굴러가라고 동그랗게 갈아 놓았어요. 성 외부에 작은 홈이 있는데 그 홈으로 이 돌을 아래로 굴렸대요. 이것들은 옛날 유물들. 흙을 구워 만든 인형과 토기들이에요. 이건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것들. 박물관 내..

월요일에 가자 - 11 타지키스탄 히사르

잭키 택시 Jacky Taxi - 두샨베 호텔 포이타크트 Hotel Poytaxt 앞에 계심. - 연락처 : 91 900 62 88 - 영어를 할 줄 아심. 외국인들을 잘 도와주심. - 두샨베 근교 - 히사르, 바르조브 갈 때 좋음. (특히 히사르. 만약 육로로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가게 되면 바르조브를 거쳐서 감.) 아침 9시. 친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호텔 앞으로 나가 보았어요. 전날 약속한 잭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잭키 택시는 빨간색 승용차. 잭키 할아버지의 차는 보이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차를 세우고 잠깐 어디 가신 것 같았어요. 일단 날씨는 매우 좋았어요. 전날 흐렸던 것에 비해 오늘은 햇볕이 쏟아지는 아침이었어요. 잭키 할아버지와 약속할 때 '비가 오면 안 ..

월요일에 가자 - 10 타지키스탄 두샨베 하지 야쿠브 모스크

두샨베를 돌아다니며 미묘한 느낌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우즈벡이랑 뭐가 다른 거지?" "참...애매하네..."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인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지만 어쨌든 여기는 타지크인의 나라. 옛날에는 우즈벡인과 타지크인들이 서로 교류도 많고 많이 섞여 살았고,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에 많은 타지크인들이 살고 있고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나라의 문화는 확실히 달라요. 결정적으로 언어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아예 다른 어족에 속하는 언어에요. 하지만 얼핏 보면 매우 비슷한 언어처럼 보이는 것처럼 서로의 문화도 왠지 똑같아 보였어요. 하지만 절대 같지는 않았어요. 뭔가 미묘하게 달랐어요. 일단 여자 전통 의상. 얼핏 보면 우즈벡 여자 전통 의상과 타지크 여자 전..

월요일에 가자 - 09 타지키스탄 두샨베 루다키 거리

호텔 포이타크트라면 이 나라에서 나름 꽤 좋은 호텔. 위치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정말 이 호텔에서 머물고 싶었어요. 관건은 오직 하나 - 가격이었어요. "90달러." 친구들이 러시아어로 프론트 직원과 이야기하더니 1박에 90달러라고 했어요. 3인 1실이고 하루에 90달러 - 즉 한 사람당 1박에 30달러였어요. 방을 가서 보았어요. "이 정도면 꽤 좋은데? 물 잘 나와?" "응. 따뜻한 물 잘 나와!" 1박 30불이면 저렴한 숙소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일단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타지키스탄에서 저렴한 숙소는 물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최악의 숙소. 론니플래닛에 의하면 타지키스탄의 숙소는 확실히 양극화에요. 아주 저렴하고 대신 아주 괴롭거나, 비싼 대신 지낼 만 하거나 둘 중 하나에요. 물론 혼자 90..

월요일에 가자 - 08 타지키스탄 두샨베 가는 길

군인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여권을 보여주니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먼저 세관 검사. 아직 제대로 업무가 시작되지 않아서 건물 안에서 멍하니 서 있자 직원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라고 세관 신고서를 건네 주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숨도 적어야 하나요?" 저희는 한 사람당 5만숨씩 챙겨 왔어요. 환율은 타슈켄트가 가장 좋기 때문에 타슈켄트에서 환전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숨으로 내는 것이 유리했거든요. 참고로 타슈켄트에서의 암시장 달러 환율은 다른 지역보다 200~300숨 더 비싸요.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달러에요. 유로 따위는 안 먹어줘요. "30만숨 미만은 안 적어도 되요." 30만숨이면 암시장에서 100달러 조금 넘는 돈이고, 공식 환율로는 150달러 조금 넘는 돈이에요. 그래서 5만숨은 ..

월요일에 가자 - 07 우즈베키스탄 레가르 국경

개인적으로 여행다닐 때 현지인 집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것은 철저히 피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그 이유는... 입맛이 쓰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현지 사정을 알면 현지인에게 신세지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져요. 왜냐하면 다음날 그 집에서 나오며 돈을 굳혔다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가난한 집에 민폐를 끼쳤다는 뱉어낼 수 조차 없는 쓴 맛이 계속 맴돌거든요. 어쩌다 남는 음식에 숟가락 올리거나 차 한 잔 얻어 마시는 정도라면 몰라도 남의 집에 신세지며 손님을 위해 일부러 차린 저녁 푸지게 얻어먹는 것은 현지 사정 알면 못 하겠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이 저 만의 원칙이 중요한 때가 아니었어요.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빛이라고는 오직 자동차 헤드라이트 뿐. 게다가 노면 상태가 엉..

월요일에 가자 - 06 우즈베키스탄 수르한다리오

수르한다리오.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에 위치한 주(viloyat)에요. 이곳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유명해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카슈카다리오와 수르한다리오, 그리고 누쿠스 및 카라칼팍스탄이 가장 덥다고 하는데 카슈카다리오 사람들에게 카슈카다리오가 가장 덥냐고 물어보면 '에이~당연히 수르한다리오가 훨씬 덥지'라고 이야기해요. 솔직히 수르한다리오에는 올 일이 없어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우즈베키스탄의 남쪽 끝이에요. "테르미즈 들렸다 갈 수 있나요?" 테르미즈 Termiz는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에요. 이것 저것 볼 게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다른 도시와 연계되는 도시가 없다는 게 문제에요. 그러다보니 테르미즈에 간다고 하면 '아프가니스탄 국경 가냐?'..

월요일에 가자 - 05 우즈베키스탄 카슈카다리오

우리가 타지마자 택시 기사 할아버지께서는 속력을 올리기 시작하셨어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단 우리가 가야할 길이 엄청나게 멀었어요. 사마르칸트에서 직선으로 레가르 국경까지 달려도 100km가 넘는 먼 거리인데 문제는 직선으로 갈 수가 없고 샤크리사브즈를 거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건 200km는 가볍게 넘는 거리에다가 더욱 큰 문제는 도로 포장 상태는 안 봐도 뻔하다는 것이었어요. 차가 시속 100km 넘게 밟지만 절대 한 시간에 100km 가는 일이 없어요. 게다가 아무리 밟아도 안 나가게 만드는 엉망진창의 도로 포장 상태는 야간 운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어요. 이 나라에서 밤에 장거리 운전을 안 하려고 하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도로 포장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이에요. 즉, 우리..

월요일에 가자 - 04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론니플래닛에 의하면 사마르칸트에서 펜지켄트 국경으로 가기 위해서는 레기스탄 광장에 가야 했어요. 레기스톤 광장에 펜지켄트 국경까지 가는 마슈르트카가 있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역시나 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기사들이 얼씨구나 좋다고 바글바글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레기스톤! 레기스톤!" 사방팔방에서 택시기사들이 '레기스톤'이라고 외쳐대는데 그 와중 속에서 누군가 '앞으로 쭈욱 가면 레기스톤 가는 버스 있어!'라고 알려 주었어요. 우리 모두 우즈벡어를 알았기 때문에 버스가 있다고 알려준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택시 기사들 때문에 정신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일단 자리를 벗어났어요.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긴가 민가 했어요. 중요한 것은 어쨌든 역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타는 것보..

월요일에 가자 - 03 여행 시작

비자가 사실상 14일 나왔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어요. 솔직히 급해질 필요는 없었어요. 원래 계획은 12일에 가서 20일에 돌아오는 것이었어요. 즉 비자 만료일보다 5일 전에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올 계획이었어요. 그러나 워낙 여행 정보가 극악으로 부족해서 예정보다 5일 더 나온 비자를 보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인터넷을 뒤져도 제대로 된 숙소 정보가 나오지 않았어요. 숙소 정보라고는 온통 욕 뿐이었어요. 론니플래닛도 마찬가지. 진짜 타지키스탄 여행 다니며 론니플래닛 욕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이거 쓴 놈은 산소가 아까워!" 타지키스탄 편 쓴 인간이 딱 한 번 타지키스탄을 갔다오고 자기가 간 루트만 써 놓고, 주워 들은 이야기로 채워 넣었어요.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론니플래닛 Georg..

월요일에 가자 - 02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타지키스탄 비자 받기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어요.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바로 비자 받기. 타지키스탄은 비자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국가가 아니에요. 당연히 비자를 받아야 해요. 인터넷을 뒤져가며 타지키스탄 비자 정보를 구했어요. 뭔 놈의 비자 정보가 다 달라! 일단은 초청장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 초청장 없이 바로 비자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타지키스탄 여행 정보가 부족했던 것처럼 타지키스탄 비자 정보 자체가 부족하고 어떤 것이 맞는지 분간을 할 수 없었어요. Lonely planet에 의하면 타지키스탄 비자를 받기 까다로운 곳으로 모스크바와 더불어 타슈켄트를 꼽고 있었어요. 비자를 받기 편한 곳은 키르기즈스탄 비쉬켁. 하지만 우리는 키르기즈스탄에 갈 생각도 없었고, 거기서 비자를 받으려면 거기에..

월요일에 가자 - 01 타지키스탄 여행 결정

2월. 몰타에서와 마찬가지로 눈이 쌓여서 길도 안 보이는 타슈켄트를 매일 열심히 미친듯 돌아다녔어요. 자빠져도 신발에 눈이 들어가도 절대 굴하지 않고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타슈켄트를 열심히 걸었어요. 그 결과... 이제 갈 곳이 없어. 처음에는 서점을 찾는 것이 목표였어요. 분명 사는 곳은 타슈켄트 중심가였는데 중심가에서 학교까지 근처에 서점이 한 군데도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 동네 서점보다 작은 서점. 그나마도 죄다 러시아어로 된 책만 파는 서점이었어요. 서점을 찾기 위해 타슈켄트를 방랑하던 것이 어느 순간 타슈켄트에서 전철이 가는 곳은 한 번 다 걸어보자는 목표로 '변질' 되었어요. 부지런히 걸어다니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지도 보고 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녀서 타슈켄트..

월요일에 가자 - 프롤로그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나라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쉬워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및 새로 지정된 여행 금지 국가들이죠.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비자가 필요하고 한국에서 직항 노선이 없는 나라들일 거에요. 이런 나라들이야 엄청나게 많죠. 타지키스탄도 그런 나라들 중 하나에요. 우리나라에서 타지키스탄만 가려면 꽤나 힘들어요. 일단 타지키스탄은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입국할 수 있는 나라인데 우리나라에 대사관이 있어요. 최근에 타지키스탄에 우리나라 대사관이 생겼어요. 하지만 타지키스탄 비자는 주타지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주재 타지키스탄 대사관에서 발급해주는 것이에요. 즉, 타지키스탄 비자를 받는 것은 타지키스탄에 우리나라 대사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