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11 타지키스탄 히사르

좀좀이 2012. 5.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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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키 택시 Jacky Taxi
- 두샨베 호텔 포이타크트 Hotel Poytaxt 앞에 계심.
- 연락처 : 91 900 62 88
- 영어를 할 줄 아심. 외국인들을 잘 도와주심.
- 두샨베 근교 - 히사르, 바르조브 갈 때 좋음. (특히 히사르. 만약 육로로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가게 되면 바르조브를 거쳐서 감.)


아침 9시. 친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호텔 앞으로 나가 보았어요. 전날 약속한 잭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잭키 택시는 빨간색 승용차. 잭키 할아버지의 차는 보이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차를 세우고 잠깐 어디 가신 것 같았어요.


일단 날씨는 매우 좋았어요. 전날 흐렸던 것에 비해 오늘은 햇볕이 쏟아지는 아침이었어요. 잭키 할아버지와 약속할 때 '비가 오면 안 가겠다'고 했는데 날이 좋았기 때문에 당연히 오늘은 잭키 택시를 타고 히사르 가는 일정이 확정이었어요.


"설마 잊어버리신 것은 아니시겠지."


전날 예약을 했고, 밤하늘에 별이 뜬 것을 보고 저녁에 할아버지를 만나 다시 한 번 예약과 금액을 확인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어요. 다시 방으로 올라와 아래 잭키 할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차가 와 있으니 내려가자고 했어요.


호텔 앞으로 내려가자 잭키 할아버지께서 우리들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오셨어요.


"잘 쉬었어요?"
"예."
"지금 출발할까요?"
"잠시만요. 물 좀 사오구요."
"그냥 내 차로 가게에 가요."


그래서 잭키 택시를 타고 호텔 근처 가게에 갔어요. 친구들은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 물과 간식을 사왔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친구들과 가게에 같이 들어가 친구들이 물과 간식을 사는 것을 도와주셨어요.


한국에 홍철투어가 있다면 두샨베에는 잭키택시가 있다!


"나 태권도도 할 줄 알아요. 메달도 땄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차 앞칸에서 은메달을 꺼내 우리들에게 보여주시고 두샨베 근교 갈 만한 곳을 소개해 주셨어요. 두샨베 근교에서 갈 만한 곳은 딱 두 곳이었어요. 하나는 지금 가고 있는 히사르 Hissar,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르조브 Varzob였어요. 히사르는 성이 있는 곳이고 바르조브는 계곡이 있는 곳이었어요. 문제는 두 곳 방향이 거의 정반대.


"저게 타지키스탄 섬유 공장. 예전에는 5만명이 일했는데 지금은 5천명만 일하고 있어요."


공장을 지나 교외로 접어들자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신나셨어요.


"나 영어 알아요!"
영어로 노래부르시기 시작하셨어요.


"나 터키어도 알아요!"
터키어로 노래 부르시기 시작하셨어요.


"나 이란어도 알아요!"
이란어로 노래 부르시기 시작하셨어요.


"나 아프간말도 알아요!"
아프간말로 노래 부르시기 시작하셨어요.


"나 힌디어도 알아요!"
힌디어로 노래 부르시기 시작하셨어요.


진짜 쉴 새 없이 떠드시며 계속 우리를 웃겨 주셨어요. 진짜 나중에는 너무 웃어서 배가 땡길 정도였어요. 세상에 이렇게 쉴 새 없이 이야기하시며 계속 웃겨 주시는 분은 처음이었어요. 그렇다고 재미있게만 해주신 것은 아니셨어요. 주변에 설명할 것들이 있으면 하나 하나 친절하고 자세하게 다 설명해 주셨어요. 영어를 학교에서 배우신 것이 아니라 외국인 상대하면서 배우셨기 때문에 정확한 단어와 아주 올바른 문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셨지만, 오히려 그래서 알아듣기 더 편했어요.


제가 타지크어로 잭키 할아버지께 몇 마디 하자 잭키 할아버지께서 매우 좋아하셨어요.
"너는 타지크어에 소질이 있어요. 여기에서 1년만 머물러요. 그러면 타지크어 유창하게 잘 할 거야."


"저는 천천히 달려요. 외국인들이 저한테 와서 '택시기사들 운전 너무 험하게 해요'라고 해요. 저는 사진도 찍을 수 있게 천천히 달리고, 세워달라고 하면 차도 세워줘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차를 쾌적하게 몰며 언제든 세워달라고 하라고 하셨어요.


"어제 00 느꼈어요?"
"00요?"
"음...덜덜덜 부르르르! 새벽에요."
"아니요."


할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어하시는지 알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러시아어를 잘 아는 을에게 러시아어로 뭐라고 말씀하셨고, 을이 우리들에게 이야기해주었어요.


"어제 지진!"
"지진?"


새벽에 지진이 났다고 했는데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 침대에 누워 잠이 든 후 단 한 번도 눈을 뜨지 않고 잠을 깨지 않았어요.


"어제 지진났었구나. 새벽에 깨었는데 막 건물이 덜덜 흔들리더라구."


을은 느꼈다고 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갑자기 차를 천천히 몰으시며 주변 지역에 대해 설명하시기 시작하셨어요.


"여기는 샤로라에요. 1989년 새벽 2시 9분에 지진이 났어요. 저 산이 그때 무너진 거에요."



아르메니아 굼리에 이어 지진의 참상을 보는구나!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세워달라고 하자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차를 세워주셨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산을 다 찍은 것을 보자 우리들을 데리고 마을 입구로 들어갔어요. 마을 입구에는 아이들이 세 명 있었어요. 아이들은 우리들을 보자 역시나 '니하오'를 외쳤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아이들과 타지크어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아이들을 우리 근처로 오게 하고 우리들에게 설명을 계속 해 주셨어요.


"이 마을이 샤로라에요. 원래는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마을인데 지진 후 이렇게 되었어요. 지진이 나고, 산이 무너지면서 집을 덮쳤는데 사람들이 자고 있어서 사람들이 매우 많이 죽었어요."



잭키 할아버지의 설명이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때 요람 속에 들어있던 아기는 살았어요. 그래서 모두 깜짝 놀랐어요."


요람 속에 있던 아기가 살았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히사르에 있는 박물관에 가서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때는 그냥 아기가 요람 속에 있어서 살았다고만 이해했어요.


샤로라를 본 후 다시 히사르를 향해 가는데 잭키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차를 세우셨어요.


"여기에서 사진 한 장 찍어요."


"우와!"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 여기에서 잭키 할아버지와 사진도 찍고 잭키 할아버지께서 우리들 사진도 찍어주셨어요. 잭키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으며 놀다가 다시 히사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히사르 다 왔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차를 주차시키고 올테니 차에서 내려서 잠깐 성 앞을 구경하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잭키 할아버지께서 오셨어요.


"저기 결혼식하네. 저기 가죠."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들을 결혼식하는 무리로 데려가시더니 결혼식하는 무리들과 뭐라고 대화를 하셨어요.


"사진 찍어요. 타지키스탄 결혼 사진."


신부 두 명은 자매래요. 그리고 같은 날 결혼을 하는 거라고 했어요.


"이제 저쪽 결혼식 가죠."



쇠로 된 큰 나팔인 카르나이와 작은 피리처럼 생긴 수르나이. 결혼식 장면은 우즈베키스탄 결혼식과 거의 비슷했어요.




우리들과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은 어느새 서로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어요. 우리들은 결혼식에 온 사람들과 결혼하는 신랑, 신부 사진을 찍고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은 외국인이 왔다면서 우리들과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서 같이 사진을 찍고 우리들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잭키 할아버지는 갑자기 어떤 여자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씀하시더니 히사르 성 입구에 그 여자와 같이 서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단체 사진 촬영을 해 주셨어요.


"이제 들어갈까요?"


결혼식이 모두 끝나자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들에게 이제 성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셨어요.


성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성 안에서 본 성 입구.


성 한쪽에서 낙타가 풀을 뜯어먹고 있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애들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하셨어요. 그러자 애들이 '1소모니'라고 대답했어요. 잭키 할아버지는 우리쪽으로 다시 돌아오셔서 계속 앞으로 가셨어요. 애들이 '야크 소모니' - 즉 1소모니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잭키 할아버지께서 낙타와 사진 찍거나 낙타 위에 타는 게 되냐고 물어보신 것 같았어요.


"저분은 이슬람 종교인이에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현지인과의 만남을 원하십니까? 잭키 택시!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무리지어 놀고 있는 타지크인들에게 가서 무언가 이야기하시더니 우리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셨어요. 무리지어 놀고 있던 타지크인 무리는 선생님과 소풍 온 학생들. 우리가 가자 선생님께서 타지키스탄 전통 빵 두 개를 주셨어요. 먹어보니 매우 맛있었어요.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있었어요. 단, 목이 너무 메어서 마실 것 없이 많이 먹을 수는 없었어요.


우리들이 가자 학생들은 서로 사진 찍자고 난리가 났어요.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는지 간단한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했어요. 이때부터 이 아이들이 히사르 성에서 나갈 때까지 우리들을 쫓아다니며 우리들과 같이 놀았어요.


히사르 성에는 특별한 설명이 아무 것도 없어요. 즉,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히사르 성 내부는 정말 별 볼 일이 없는 곳이에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히사르 성 내부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어요.


사진 왼편 물이 고여있는 곳 근처에 군대 주둔지가 있었대요.


히사르 성벽의 흔적이 아직까지 그럭저럭 남아 있어요.


히사르 성 위에 올라가서 보면 주위가 정말 시원하게 잘 보여요. 적군이 오는지 감시하기 아주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어요. 이 사진을 찍은 자리에 옛날에는 궁전이 있었대요. 그런데 소련때 방치하면서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대요. 그리고 제가 이 사진을 찍은 자리 바로 옆에 조금 움푹 패인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진단' Zindan이 있었던 곳이래요. 진단이란 사람을 가두는 감옥 역할을 하는 구덩이에요. 땅을 깊게 파고 죄인을 집어넣은 후 아주 약간의 빵과 물만 주었대요. 여기에 있던 진단은 소련 시대때 소를 몇 마리 집어넣고 흙으로 덮어 메워버렸대요.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에 현지인이 여기에 진단이 있었고 진단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으면 와서 보고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요.


성에서 나가려는데 직원이 우리들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직원과 무언가를 이야기하셨어요.


"5소모니 내세요."


그래서 제가 5소모니를 냈어요. 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돈을 낸 김에 표나 받아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표를 달라고 했어요. 직원은 표 3장을 찢어서 주었어요.


이거 대체 언제적 표야!


위에 적혀있는 타지키스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그리고 가격은 5코페이카. 20년도 더 된 표였어요. 지금까지 표를 끊어주지 않았다는 건가? 현지인들은 그냥 들어가고 외국인에게만 돈을 받는데, 그나마도 표를 달라고 하지 않으면 주지 않아요. 20년 넘게 그냥 앞에 구색맞추기로 가져다 놓은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 표도 나름대로 유물이라면 유물.


성을 다 본 후 성 맞은편에 있는 16세기에 지어진 마드라사 (이슬람 신학교)에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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