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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몰타에서와 마찬가지로 눈이 쌓여서 길도 안 보이는 타슈켄트를 매일 열심히 미친듯 돌아다녔어요. 자빠져도 신발에 눈이 들어가도 절대 굴하지 않고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타슈켄트를 열심히 걸었어요. 그 결과...


이제 갈 곳이 없어.


처음에는 서점을 찾는 것이 목표였어요. 분명 사는 곳은 타슈켄트 중심가였는데 중심가에서 학교까지 근처에 서점이 한 군데도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 동네 서점보다 작은 서점. 그나마도 죄다 러시아어로 된 책만 파는 서점이었어요. 서점을 찾기 위해 타슈켄트를 방랑하던 것이 어느 순간 타슈켄트에서 전철이 가는 곳은 한 번 다 걸어보자는 목표로 '변질' 되었어요. 부지런히 걸어다니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지도 보고 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녀서 타슈켄트 지리는 대충 다 익혔고 서점도 웬만한 곳은 다 찾았어요. 문제는 한 달만에 타슈켄트를 거의 다 보았다는 것.


"근처에 갈 곳 없나?"


억지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타슈켄트 안을 돌아다니는 것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타슈켄트 지하철 종점 5개 중 4개는 가 보았어요. (타슈켄트는 3호선이 있는데, 그 중 한 노선의 종점이 다른 노선과의 환승역이라서 실제 종점은 5개 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억지로 끌리지도 않는 목표를 세워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로 재미없고 힘만 들었어요.


"이 주변에 갈만한 곳 어디 있나..."


지도를 펼쳐놓고 보는데 옆 나라가 눈에 들어왔어요.


우즈베키스탄의 주변 국가는 총 5개.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문제는 아프가니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우즈벡 서쪽과 남쪽을 완벽히 둘러싸고 있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너머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어요. 그런데 카자흐스탄을 통해 러시아로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너무 무리였고, 중국을 갔다 오기는 싫었어요. 중국, 러시아에 가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면 결국 우즈베키스탄에서 다른 나라를 구경하는 것은 오직 3개 -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밖에 안 남아요.


카자흐스탄에 볼 것 아무 것도 없다는 악명은 꽤 널리 잘 알려진 사실. 키르기즈스탄은 아름답다고는 하는데 3월에 가는 것은 절대 안 좋은 선택. 왜냐하면 키르기즈스탄은 산지라서 산과 자연을 보러 가는 건데 3월에 산에 가는 것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올해 우즈베키스탄에서 3월은 엄청 춥고 눈도 펑펑 내렸어요. 눈 때문에 타슈켄트 시내 돌아다니는 것도 불편했는데 키르기즈스탄에 가는 것은 더더욱 안 좋은 선택. 게다가 이 두 나라는 그다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 이 두 나라에서는 자국어인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를 거의 안 쓴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자국어 안 쓰고 다른 나라 말 쓰는 나라에는 관심 없어요.


자연스럽게 남은 선택지는 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이나 가 볼까?'


왠지 끌렸어요. 일단 우리나라에서 가기 정말 고약한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에 확 끌렸어요. 키르기즈스탄보다 타지키스탄이 우리나라에서 더 가기 고약해요. 게다가 이 나라는 파미르와 더불어 마약의 주요 운송 루트라서 안 좋은 면이 많이 부각되곤 해요.


"여기는 3월에 꼭 가야겠다. 갔다 와서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해야지!"


그래서 목적을 가지고 길을 나섰어요. 목표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재 타지키스탄 대사관.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러나...결론적으로 3월에 비자를 받을 수 없었어요. 그 이유는 제 우즈베키스탄 비자가 단수였기 때문이었어요.


이것은 아쉽고 안 아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불가능한 것이었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쓰린 마음 그런 거 없었어요. 그냥 이틀 간의 작은 소란으로 끝났어요.


그리고 4월.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갱신했어요. 이번에는 2회 입국 가능 비자가 나왔어요.


"이러면 타직 갔다올 수 있겠네?"


머뭇머뭇 망설이는 친구들을 꼬드겼어요.


"야, 카작 그 아무 것도 없는 그딴 곳 가서 뭐할래? 그딴 데는 어차피 직항 노선 있으니까 돈만 있으면 가. 이런 곳에 왔으면 타지키스탄을 가 줘야지. 타지키스탄을 한국에서 가려면 돈도 돈대로 엄청 깨지고 비자도 받기 어려워!"


친구들은 카자흐스탄에 갔다 올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수집한 정보에 근거한 카자흐스탄에 대한 악평을 좔좔좔 늘어놓았어요. 카자흐스탄 가서 뭐할래. 거기 물가 비싸. 볼 거 없어. 초원이나 보다 올 거냐. 초원이면 우즈벡에도 있다, 뭐 돈 아깝게 카작 가서 보냐.


그리고 타지키스탄에 대한 선전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타지키스탄 가기 어렵다. 여기 아니면 어렵다. 카작 따위야 한국에서 비자 받고 직항 노선 타고 가면 끝이지만 타직은 그렇게 못한다. 타직 올라면 천상 우즈벡 다시 와야 한다. 그러면 비자값만 따블이다. 재수없으면 따따블이다. 초청장까지 받으면 따따따블이다. 이런 기회 별로 없다. 나중에 우즈벡 다시 오게 되더라도 타직 비자 받고 갔다 올 시간적 보장 없다. 잘 생각해 봐라. 타직은 이번 아니면 가기 힘들다.


무슨 약팔이 장수처럼 친구들을 꼬드기자 친구들이 타지키스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타지키스탄에 뭐 있는데?"
"몰라."
"헐...장난해?!"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정말 모르는 걸 모른다고 했더니 장난하냐고 했어요. 저도 나름대로 인터넷에서 타지키스탄 관련 정보를 뒤져보았어요. 하지만 정말로 타지키스탄 관련 정보는 너무 적었어요. 인터넷 뒤져서 나온 정보는 '파미르 퍼밋 받아서 파미르 도는 것이 좋다, 두샨베 볼 거 없다, 타지키스탄 파미르 빼면 아무 것도 없다' 로 요약이 가능했어요. 이걸 그대로 말해주면 분명히 친구들은 카자흐스탄을 갈 거 같고, 그렇다고 왜곡 및 과장 선전했다가 진짜 타지키스탄이 거지 같은 나라라면 나중에 후폭풍 감당이 어려울 거 같았어요.


타지키스탄 가기 어렵다. 여기 아니면 어렵다. 카작 따위야 한국에서 비자 받고 직항 노선 타고 가면 끝이지만 타직은 그렇게 못한다. 타직 올라면 천상 우즈벡 다시 와야 한다. 그러면 비자값만 따블이다. 재수없으면 따따블이다. 초청장까지 받으면 따따따블이다. 이런 기회 별로 없다. 나중에 우즈벡 다시 오게 되더라도 타직 비자 받고 갔다 올 시간적 보장 없다. 잘 생각해 봐라. 타직은 이번 아니면 가기 힘들다.


타지키스탄 가기 어렵다. 여기 아니면 어렵다. 카작 따위야 한국에서 비자 받고 직항 노선 타고 가면 끝이지만 타직은 그렇게 못한다. 타직 올라면 천상 우즈벡 다시 와야 한다. 그러면 비자값만 따블이다. 재수없으면 따따블이다. 초청장까지 받으면 따따따블이다. 이런 기회 별로 없다. 나중에 우즈벡 다시 오게 되더라도 타직 비자 받고 갔다 올 시간적 보장 없다. 잘 생각해 봐라. 타직은 이번 아니면 가기 힘들다.


타지키스탄 가기 어렵다. 여기 아니면 어렵다. 카작 따위야 한국에서 비자 받고 직항 노선 타고 가면 끝이지만 타직은 그렇게 못한다. 타직 올라면 천상 우즈벡 다시 와야 한다. 그러면 비자값만 따블이다. 재수없으면 따따블이다. 우즈벡 초청장까지 받으면 따따따블이다. 이런 기회 별로 없다. 나중에 우즈벡 다시 오게 되더라도 타직 비자 받고 갔다 올 시간적 보장 없다. 잘 생각해 봐라. 타직은 이번 아니면 가기 힘들다.


계속 반복하여 말해주기.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말 아무 것도 없으니 한 번 가서 봐 보자는 제 의견에 친구들이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타지키스탄 비자 필요해?"
"응. 그런데 내가 대사관 위치 알아. 가기도 쉬워. 그러니까 같이 가자."


제가 제대로 된 타지키스탄 여행 정보를 주지 않자 친구들도 타지키스탄을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절대 이것을 노리고 제대로 된 타지키스탄 여행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었어요. 진짜로 타지키스탄 여행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아는 것을 다 말해주었는데 그게 별 거 없었을 뿐이었어요. 제가 알려준 거라고는 타슈켄트에서 가장 가까운 후잔드 국경으로 넘어가는 방법과 사마르칸트에서 가까운 펜지켄트 국경으로 넘어가는 방법, 그리고 타슈켄트에서 제일 멀지만 두샨베에서는 가까운 데나우 국경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 정도였어요.


일단 후잔드 국경은 타슈켄트로 돌아올 때 가기로 했어요. 이유는 길이 너무 안 좋아서 비행기를 타야할 수도 있는데 이게 잘못되어 버리면 파미르 퍼밋까지 받아야 했거든요. 파미르는 갈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 즉 가장 별 볼 일 없는 지역들만 다녀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후잔드는 일단 제외. 남은 것은 데나우 국경과 펜지켄트 국경. 그런데 데나우 국경은 너무 멀어서 무리라는 친구들의 주장에 펜지켄트 국경으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친구들이 간다고 하자 타지크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어차피 단시간에 노어를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우즈벡어와 약간 비슷한 타지크어를 보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왕 가는 거 타지크어 몇 마디라도 해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한국에서 타지크어로 말해보고 타지크어를 들어볼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요.


"책이 왜 이래!"


인내심을 가지고 보려다가 포기한 타지크어 교재를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보는데 화가 났어요.


6과까지 인사와 안부 묻기야!


당장 필요한 것은 없고 6과까지 인사. 7과에 수가 나오는데 그것도 '얼마입니까' 같은 것은 없고 오직 상대방의 나이 따위나 나오고 있었어요.


"이딴 거 필요 없다구!"


여행 다닐 때 외국어를 유창하게 알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어요. 물론 잘 알면 아주 좋죠. 그러나 단시간에 한 외국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 무수히 많은 언어의 세계에서 여행할 때 필요한 것은 오직 이것 뿐이었어요.


00은 어디입니까?
00까지
얼마입니까?

인사


솔직히 말해서 여행 중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서 제일 쓸 데 없는 것은 '어떻게'와 '왜'에요. 이따위 것은 솔직히 몰라도 되요. 왜냐하면 '어떻게'와 '왜'에 대한 대답은 절대 며칠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될 게 아니거든요.


'왜' 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어려우므로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되요. 혹시 '어떻게'가 왜 안 중요한지 궁금해하시는 분을 위해 예를 들자면...


"남대문까지 어떻게 가나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교과서에 나오듯 '앞으로 가세요', '왼쪽으로 가세요', '오른쪽으로 가세요'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최소한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서 어디로 조금 걸어가세요' 이런 식으로 나와요.


내가 저걸 외국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알아들을 수 있으면 벼락치기 따위는 왜 하냐?


길 물어보고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쉬운 것 같지만 실제 생활에서의 레벨은 꽤 높아요. 절대 쉽지 않아요. 물론 알아둘 필요가 없지는 않지만 몇 마디 벼락치기하고 주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절대 아니에요. 개인적 경험으로는 길 물어보기에 시간 투자할 시간이 있다면 도시 지도를 보고 여행 계획에 들어 있는 방문지 위치를 잘 확인하고 가는 길을 숙지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요. 특히 영어 잘 안 통하는 나라에서는요. 벼락치기로 해봐야 어차피 대답은 못 알아듣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다 진 다 빠져서 여행의 재미만 푹푹 떨어져 버리더라구요.


그래도 숫자와 아주 기본적인 말은 외웠어요. 문제는...


사전이 없어!


사전이 없다는 것은 결정적인 문제였어요. 사전이 있으면 어떻게 단어를 찾아서 보여주기라도 할텐데 사전이 없으니 이건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몰라! 일단 가 보는 거야!"


친구들은 제가 여행 계획을 잘 짜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라고 인터넷에도 없는 타지키스탄 여행 자료를 다른 곳에서 구해올 재주는 없었어요. 그렇게 슬슬 비자를 받고 출발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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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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