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05 우즈베키스탄 카슈카다리오

좀좀이 2012. 5. 20. 05:46
728x90

우리가 타지마자 택시 기사 할아버지께서는 속력을 올리기 시작하셨어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단 우리가 가야할 길이 엄청나게 멀었어요. 사마르칸트에서 직선으로 레가르 국경까지 달려도 100km가 넘는 먼 거리인데 문제는 직선으로 갈 수가 없고 샤크리사브즈를 거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건 200km는 가볍게 넘는 거리에다가 더욱 큰 문제는 도로 포장 상태는 안 봐도 뻔하다는 것이었어요. 차가 시속 100km 넘게 밟지만 절대 한 시간에 100km 가는 일이 없어요. 게다가 아무리 밟아도 안 나가게 만드는 엉망진창의 도로 포장 상태는 야간 운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어요. 이 나라에서 밤에 장거리 운전을 안 하려고 하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도로 포장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이에요. 즉, 우리 때문에가 아니라 아저씨 자신을 위해 어떻게든 일찍 가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아저씨께서는 속력을 계속 올리셨어요.


하지만 차가 고물이라 속력을 못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도 흔들려서 체감 속력은 100인데 실제 계기판에 나오는 속력은 빨라야 70이었고, 실제 가는 거리는 시간당 50km쯤 되는 것 같았어요.


소나기가 그치고 공기가 한결 시원하고 깔끔해졌어요. 차가 신나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것도 나름 괜찮았어요.


시원하게 달렸어요.


중세 어떤 인물의 동상을 지나 계속 달렸어요.


"호수다!"



기사 할아버지께서 호수 이름을 말씀해 주셨는데 잊어버렸어요. 하여간 사마르칸트에서 샤크리사브즈로 가는 길에 큰 호수가 하나 있어요. 여기도 꽤 예쁜데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답니다. 론니플래닛에는 당연히 안 나와 있구요.


차는 산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검문소를 지나 드디어 카슈카다리오로 들어왔어요.



"이 길, 그때 왔던 길이다!"


지난 번 카슈카다리오 여행 때 산을 하나 넘은 적이 있었어요. 차는 바로 그 길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지난 번에 봤던 그 사마르칸트와 카슈카다리오의 경계 역할을 하는 바로 그 산을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에요.


아이가 팔고 있는 저 빨갛고 큰 풀은 껍질을 벗겨서 그냥 씹어 먹는 거에요. 맛은 엄청나게 셔요. 저렇게 빨갛게 된 것은 그나마 먹을 만 하지만 초록빛을 띈 덜 익은 것은 너무 셔서 먹을 수가 없어요. 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초록빛을 띈 것도 맛있다고 먹던데, 신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빨갛게 익은 것도 입에 대지 마세요. 건강에 매우 좋다고는 하는데 엄청나게 셔요.


차는 계속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렇게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사람들이 종종 사 가나 봐요.


이 지역의 집. 타슈켄트의 에스키 샤하르에 있는 집과는 다르지만 타슈켄트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보이는 집들과는 그렇게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차는 정상을 향해 달렸어요.



정상에 있는 시장. 산길 주변에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 험한 산길 꼭대기에 장이 들어서 있다는 것은 더더욱 놀라운 일이었어요.


차는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열심히 달려서 샤크리사브즈에 도착했어요.






친구 을이 샤크리사브즈를 못 보았기 때문에 기사 할아버지께 잠깐만 샤크리사브즈 시내에 들어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기사 할아버지는 딱 콕 굼바즈 모스크까지 간 후 되었냐고 물어보셨어요. 을도 별 관심 없어하며 자기는 되었다고 해서 차를 돌려 다시 레가르 국경을 향해 달렸어요.


샤크리사브즈를 나온 후 잠시 눈을 붙였어요. 밤을 샜기 때문에 잠이 밀려오는 것은 당연했어요.


꽤 잔 거 같았어요.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차는 정지해 있었어요.


"지금 수르한다리오 들어왔어?"
"응."


친구들이 드디어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으로 위치한 수르한다리오에 들어왔다고 했어요. 기사 할아버지께서 타시자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았어요.


"여기 수르한다리오인가요?"
"아니. 여기는 카슈카다리오야."


샤크리사브즈를 보고 2시간을 잤는데도 아직도 카슈카다리오. 레가르 국경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수르한다리오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도 카슈카다리오였어요.






"저기부터 수르혼다리오야."


기사 할아버지께서 손으로 앞을 가리키셨어요.


검문소는 함부로 찍으면 안 되기 때문에 멀리서 당겨서 급히 찍었더니 이렇게 엉망으로 나왔어요.


2012년 5월 11일 17시 45분, 수르한다리오 진입.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