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15 타지키스탄 월요일 두샨베

좀좀이 2012. 5.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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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후 4시. 비가 그쳤어요.


"이제 빅토리 파크 가자."
"어떻게?"
"걸어서."


당연히 걸어서 갈 생각이었어요. 지도를 보니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계산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요.


걷다가 발견한 전통 음식점 간판. 인상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었어요. 먼저 여자아이의 땋은 머리. 우즈벡어로는 코클 kokil이라고 해요. 이 지역에서 머리를 땋는 이유는 옛날에 여자들이 머리를 길게 길렀는데 (지금도 신문에 가끔 어떤 여자애가 머리카락을 얼마나 길렀는지에 대해 나와요) 머리가 길면 감기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땋아서 머리를 감았대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가늘고 여러 가닥 많게 땋은 머리를 만들고 결혼한 여자는 굵게 두 세 개 땋은 머리를 만들어요. 하지만 타지키스탄에서는 모든 여자가 굵게 두 세 개 땋은 머리를 만들어요. 앞에서 나온 투피 (우즈벡어로는 돕프) 쓰고 교복 입은 여학생 (월요일에 가자 10화에 있어요)처럼 어린 애들도 두 갈래로 굵게 땋은 머리를 만들어요. 하지만 이 간판의 여자애는 우즈벡인처럼 가늘고 여러 개로 땋은 머리를 만들었어요.


두 번째로는 생선 요리.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생선 요리를 팔기는 하지만 타슈켄트에서는 잘 팔지 않아요. 그에 비해 이 광고판에는 생선 요리가 있어요. 내륙 국가이지만 강이 곳곳에 있어서 생선을 우즈베키스탄보다 널리 먹는 거 같아요.


학교에요. 아마 종례하는 것 같아요.


집에 가는 아이들.


루다키 거리를 벗어나면 이래요. 이것은 그나마 큰 도로. 도로 사정도 루다키 거리와 그 외 지역은 차이가 있었어요. 오직 루다키 거리만 집중적으로 개발한 듯.


이쪽은 동네 입구. 산 거의 정상까지 집이 빼곡히 차 있었어요. 우리나라라면 달동네라고 할텐데 이 나라에서는 달동네라고 하기도 그런 것이 루다키 거리를 벗어나면 모든 것의 상태가 다 안 좋아졌거든요. 어쨌든 두샨베의 달동네 입구. 그리고 달동네 정상에는 빅토리 파크가 있어요. 아쉽게도 빅토리 파크의 타지크어 이름은 저도 몰라요. 그냥 '공원'의 타지크어인 '보그'라고 물어보며 다녔어요.


분명 언덕 꼭대기에 공원이 있을텐데 달동네로 들어가서 가지 않고 계속 큰 길을 걸어간 이유는 오직 하나. 론니플래닛에 '소련식 케이블카를 타고 공원에 갈 수 있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소련식 케이블카를 타고 빅토리 파크에 가서 정상에서 두샨베를 내려다보며 '심심 맥주'라는 타지키스탄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다고 나와 있었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본 달동네. 설마 저 달동네 속에 케이블카 정거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참 걷다보니 왠지 케이블카 정거장처럼 생긴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였고, 대각선으로 모스크가 하나 보였어요.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고, 그 케이블이 산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왠지 이게 케이블카 정거장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케이블카 정거장이 맞았어요. 그러나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이게 시간이 늦어서 닫은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어요.


"이거 운행 안 한 지 꽤 되었어요."


망할 론니플래닛!


인터넷으로 두샨베 관광 정보를 구하려고 했지만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한결같이 '루다키 거리를 걸으세요' 뿐이었어요. 그래서 론니플래닛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론니플래닛 말이 맞기는 맞았어요. 소련식 케이블카가 운영되기는 했대요. 론니플래닛이 집필되고 있었을 때에는 운영되었겠지만 지금은 운행 안 해요. 현지인은 자기 동생 차를 타고 가라고 했어요. 가격은 20소모니.


걸어갈게요.


한참 돌아서 간다고 20소모니를 내라고 했는데 20소모니나 내고 정상까지 갈 생각은 없었어요. 게다가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걸어서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어요. 20소모니면 나름 큰 돈. 달러로는 5달러 채 안 되는 돈이지만 이 나라에서 20소모니면 한 끼 식사를 정말 잘 먹을 수 있어요. 사치스러운 SFC에서 먹어도 20소모니가 안 나와요. (참고로 개발이 덜 된 나라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 나름 고급 식당인 경우가 많답니다. 타지키스탄도 마찬가지로 SFC가 햄버거와 피자, 후라이드 치킨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이기는 하지만 나름 고급 식당이에요.)


일단 문 닫은 케이블카 정거장 대각선에 있는 동네 모스크에 갔어요.


이 모스크의 이름은 죠메 호지 압둘-가푸르 바 노미 이몸 알-부호리 모스크에요. 이름은 아주 거창해요. 이름이 '이맘 알-부호리인 압둘-가푸르'인 선생님 모스크라는 뜻. '알-부호리'는 '부하라 사람'이라는 뜻. 그러므로 압둘-가푸르 선생님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도시인 부하라 출신.


이름은 매우 거창하고 길지만 내부는 단촐했어요.



이건 중앙아시아라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아랍 국가도 동네 모스크는 단촐하고 단순해요.


"우리 꼭 빅토리 파크 가야 해?"


갑이 피곤하고 가기 싫다고 했어요. 을 역시 빅토리 파크까지 걸어가는 것을 그다지 썩 내켜하지 않는 얼굴이었어요.


"우리가 언제 두샨베 다시 오겠어? 이왕 온 거 끝내야지. 이제 여기 하나 남았잖아. 힘내자!"


갑과 을을 달랬어요. 만약 두샨베에 다시 올 게 확실하다면 굳이 빅토리 파크까지 지금 기어올라갈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타지키스탄은 우리나라에서 가기 고약한 나라들 중 하나. 그리고 다시 오기 힘든 나라라는 사실을 갑과 을도 잘 알고 있었어요. 이미 비자 받는 과정, 레가르 국경까지 가는 과정에서 둘 다 충분히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못 올 지도 모르는 두샨베, 이것 하나 남았으니 마지막으로 힘내자!'라는 저의 격려가 제 생각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했어요.


제가 사진을 찍으며 가는 동안 갑과 을은 앞으로 계속 걸어갔기 때문에 저는 뒤로 쳐졌어요.


"어이! 포토! 포토!"


아저씨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아저씨가 저를 부른 것은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길을 물어보았어요.


"공원 어디에 있어요?"


타지크어로 물어보자 아저씨께서 설명해 주셨어요. 잘은 못 알아들었지만 아까 조금 걸어가다가 케이블카 정거장이 당연히 여기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돌아나온 달동네로 가라는 내용이었어요.


"너 타지크어 알아?"
"예. 우즈베키스탄에서 공부했어요."


그러지 이어지는 아저씨의 질문 공세. 아쉽게도 저의 타지크어는 그 질문을 다 알아들을 수준이 아니었어요. 하나도 못 알아듣다가 이것 하나만 알아들었어요.


"히또이?"


중국인이냐는 뜻. 그래서 이건 타지크어로 대답했어요.


"저 한국에서 왔어요."


제가 타지크어를 거의 못 알아듣자 이번에는 러시아어로 말하기 시작하셨어요. 아저씨...저 타지크어보다 러시아어를 더 몰라요. 타지크어는 우즈벡어로 찍어보기라도 하지 러시아어는 진짜 답이 없어요...


대화가 안 되고 저는 대충 알아들은 말만 우즈벡어, 타지크어, 러시아어를 섞어서 마구 대답하는데 와서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어요.


"죄송해요. 제 친구들이 가고 있어요."
이것은 또 타지크어로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잘 가라고 하셨어요. 저도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한 후 친구들을 쫓아갔어요.


"달동네 근처에 있다는데?"
"무슨 말로 이야기했어?"
"우즈벡어, 타지크어, 러시아어 섞어서 이야기했지. 손짓 발짓 하고."


그나마 이 나라에서 다행인 것은 벙어리 삼룡이처럼 어버버 어버버 하며 손짓 발짓만 하며 대화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었어요. 우즈벡어로 이야기하고 타지크어로 들으면 서로 대충대충 때려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문제는 우즈벡어로 말하면 우즈벡어로 대답하거나 러시아어로 대답한다는 것.


달동네 입구에 학생 두 명이 앉아 있었어요. 러시아어를 아는 을이 둘에게 물어보더니 달동네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어요. 거리 이름은 포미르 거리. 파미르 거리에요.


달동네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니하오'를 연발했어요.


제가 먼저 앞서서 가는데 한 아이가 제 앞에서 '니하오'를 했어요.


"야, 볼라, 슈 예르다 보그 하스트미?"
'야'는 당연히 한국어. '볼라, 슈 예르다'는 우즈벡어로 '아이, 저곳에'라는 뜻. '보그 하스트미?'는 타지크어로 '공원 있니?'라는 말이에요. 대충대충 섞어 말하는데 애가 '보그 하스트미'는 알아들었어요.
"하. 하스트."
있다고 했어요.


우즈벡인들과 달리 많은 타지크인들이 우리를 보면 '니하오!'를 외쳐대었어요. 우즈벡인들 - 특히 타슈켄트 사람들은 한국인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동양인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별로 없는 것 처럼 보여요. 하지만 타지크인들은 우리를 보자 아주 신기해하며 '니하오'를 연발했어요.


얘들아, 니하오 말고 그 뒷장도 공부하면 안 되겠니?


얘네들이 아는 건 무조건 니하오. 한국도 니하오, 일본도 니하오, 중국도 니하오. 또는 한국도 곤니치와, 일본도 곤니치와, 중국도 곤니치와. 그 다음에 다른 말들도 있잖아? 어떻게든 호기심을 보여서 대꾸를 해주면 그 다음에는 웃기만 할 뿐. 하도 '니하오'를 연발해서 한 번 '니하오'라고 대답해 보았는데 웃기만 할 뿐 그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거리에서 한국 인사가 거의 안 들리는 건 단순히 일본과 중국보다 국가가 잘 안 알려져서도 있지만 '안녕' 자체가 외국인들에게는 극악의 발음이라서 그런거 아닌가 싶어요. 외국인들에게 아무리 '안녕'을 알려주어도 지금까지 최고로 발음 잘 한 외국인의 발음이 '아룡'이었어요. 그렇다고 '너 발음 나빠!'하고 10분이고 20분이고 발음교정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안녕하세요'라고 알려주면 그냥 기겁하고 포기해버리는 외국인이 거의 전부.


두샨베의 달동네 모습들이에요.










정상에 올라왔는데 너무 허무하고 허탈했어요. 그 이유는...


나무가 많아서 보이는 게 없잖아! 뭐가 전망이 좋다는 거야!



두샨베 시내에 나무가 많아요. 그래서 거리를 걸을 때에는 매우 좋았어요. 그런데 이게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니 오히려 독이 되었어요. 두샨베 자체가 높은 건물이 매우 많은 그런 곳이 아니에요. 하지만 나무들은 엄청나게 커요. 그래서 정상에서 보니 도시가 나무에 다 가려져서 정말 몇몇 건물과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깃대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어요.


"왔는데 맥주나 먹고 가자."


을이 맥주를 먹고 가자고 해서 타지키스탄 맥주인 '심심 맥주'를 시켰어요. 맥주는 김이 빠진 것인지 톡 쏘는 맛이 아주 약했어요. 하지만 더욱 저를 슬프게 한 것은


김 빠진 심심 맥주가 우리나라 맥주보다 맛있어...


할 말이 없었어요. 김 빠져서인지 원래 탄산이 적어서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김 빠진 맥주처럼 톡 쏘는 맛이 부족한 심심 맥주가 우리나라 맥주보다는 훨씬 맛이 좋았어요. 그리고 500cc 시켰는데 거의 1리터를 주었어요.


천천히 맥주를 마시고 다시 걸어 내려왔어요.


타지키스탄의 텔레비전 방송탑이에요. 이 방송탑 옆으로 계속 걸어가니 공원이 하나 나왔어요.


"쉬었다 가자."


술냄새를 풍기며 도시를 걸어다니는 것은 별로 좋은 행동이 아니에요. 특히 이런 이슬람 국가에서는요. 아무리 여기가 소련이었던 국가여서 이슬람을 느슨하게 믿고 따른다고 해도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이나 해가 떠 있는 동안 술냄새 풍기며 다니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여기에서 결국 이걸 보네."


제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해바라기씨 껍질을 아무데나 버려놓은 것이에요. 저 역시 해바라기씨를 좋아해요. 짭짤하게 양념이 되어 있는 것을 까 먹으면 입이 심심하지 않아요. 그리고 해바라기씨 까먹는 것은 터키부터 중국까지 널리 퍼져 있어요.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는 나라인데 우리나라만 해바라기씨 까먹는 것이 널리 퍼져있지 않아요. 해바라기씨 까먹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 껍질을 바닥에 그냥 마구 버려놓는 것. 현지인들이 해바라기씨 까먹으며 놀았던 자리는 이렇게 껍질을 그냥 바닥에 버려놓아서 매우 지저분해요. 의외로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 여행 중 바닥에 해바라기씨 껍질을 마구 버려놓은 것은 잘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공원에 왔더니 제대로 보았어요. 물론 이해는 해요. 손이 3개가 아닌 이상 먹으면서 바로 껍질을 버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바닥에 마구 버려놓으면 지저분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잠시 쉬다가 또 SFC로 갔어요. 저는 항상 시켜 먹던 햄버거를 먹고, 친구들은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서 닭을 뜯어먹었어요.


저녁을 먹고 잭키 할아버지를 찾았어요. 잭키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보자 반갑게 인사하셨어요.


"혹시 후잔드까지 가는 택시 찾는 거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내 친구가 어제 후잔드에서 스위스 사람 태우고 왔어요. 그 친구에게 물어볼게요."


저는 한 사람당 200소모니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화 결과는 전부 다 해서 150달러.


"이건 너무 비싼데?"
"아무리 후잔드까지 길이 험하다고 해도 이건 아닌 거 같다."
"그냥 택시 정거장에 가 봐?"


더욱이 문제는 그 친구분이 잭키 할아버지 댁에 머물고 계셨는데 잭키 할아버지 댁이 호텔 포이타크트에서 10km 떨어진 산에 있어서 전화가 자꾸 끊기다가 나중에는 전화가 아예 안 걸렸다는 것이었어요.


"6명이 타고 가면 매우 힘들어요. 오직 너희 셋만 타고 가는 거에요. 가다가 세워달라고 하면 다 세워줘요. 그러면 사진도 찍고 경치도 감상하고. 6명 택시 타면 언제 출발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가는 길에 아이니 시내도 들려요. 아이니 구경도 할 수 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웬만하면 셋이서 150달러 내고 편하게 후잔드까지 구경 잘 하며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만약 합승택시로 간다면 돈이야 좀 싸겠지만 정말 고생하고 구경 하나도 못 할 거라고 하셨어요. 또한, 비행기로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가는 방법은 지금 뭔가 문제가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하셨어요. 이게 일시적인 것인지 장기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마 비행기에 문제가 있어서 얼마 전부터 운항하지 않고 있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그 친구가 과거 경찰이었기 때문에 운전을 정말 잘하고 사람도 착하기 때문에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만약 정말 불만족스러웠다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했어요. 정말 그 사람이 엉망에 불만족스럽고 여행을 망쳐 놓는다면 돈을 자기가 내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정말 엄청난 자신감과 믿음이었어요.


우리들도 당연히 그러고 싶죠. 하지만 문제는 비용. 한 사람당 교통비 50불은 너무 컸어요.


갑과 을이 돈을 흥정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소모니로는 얼마냐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흥정이 될지 안 될지는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이었어요.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때 제 머리 속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150불, 좋아요! 대신 이스칸다르 쿨 들렸다가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택시 위에 손가락으로 루트를 그려가며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셨어요.


"두샨베에서 바르조브, 안조브, 그리고 이스칸다르 쿨, 그 다음 이스타라브샨이요."
"이스칸다르 쿨?"
"예. 아이니 시내 대신에 이스칸다르 쿨이요. 그리고 후잔드 말고 이스타라브샨이요."
"이스타라브샨? 아...우루 테파!"


이스타라브샨의 옛 이름은 우루 테파였대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히사르 가는 길에 이스칸다르 쿨이 그렇게 좋다고 극찬하셨어요. 그런데 잭키 할아버지 차로는 못 가고 가는 비용이 꽤 비싸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론니플래닛을 찾아보았더니 두샨베에서 후잔드 가는 길에 이스칸다르 쿨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거리가 편도 20~25km였어요. 즉, 왕복으로 하면 40~50km.


여기에서는 한 시간에 많이 가야 50km에요. 그러므로 후잔드까지 가는 길에 이스칸다르 쿨을 다녀온다면 넉넉하게 잡아서 추가로 두 시간. 대신 후잔드 말고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한 '이스타라브샨' Istaravshan 이라는 도시를 가는 거에요. 이스타라브샨은 후잔드로 가는 길에 있는데 후잔드보다 두샨베에서 가까워요.


어차피 가격을 깎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깎는다 해봐야 우리들 개개인에게는 별 의미없는 액수다.
왜냐하면 세 명이기 때문에 한 사람당 5달러만 깎아도 전체에서 15달러 깎아야 하는 건데 이걸 받아줄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고 본다.
이스칸다르 쿨은 추가 50km다.
후잔드 대신 이스타라브샨으로 간다고 하면 충분히 이스칸다르 쿨 다녀오는 거리가 상쇄되고도 남는다.
즉, 두샨베-이스칸다르 쿨-이스타라브샨을 싫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원하는 때에 잘 세워주고 관광객을 배려하며 운전할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약 두샨베-이스칸다르 쿨-이스타라브샨에 150불을 거절한다면 그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아도 된다.


머리 속에서 이런 계산이 갑자기 확확 되었어요. 이 계산을 친구들에게 말해주었어요. 친구들 모두 깜짝 놀랐어요.


"잭키 할아버지, 두샨베-이스칸다르 쿨-이스타라브샨에 150달러요. 만약 안 된다고 한다면 저희는 내일 합승택시타고 갈게요. 내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당연하지. 내일 아침 언제?"
"8시에 여기, 호텔 앞에서 뵈요."
"8시 반에 뵈요. 친구가 안 된다고 하면 내일 합승택시 도와줄게요."


왜 이스칸다르 쿨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을.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황의 반전에 당황스러워하는 갑. 어쨌든 제 생각에 최선의 선택을 찾아냈어요. 솔직히 잘 깎아줘야 10달러일텐데 이건 한 사람당 이득보는 것은 고작 3달러에요. 서로 흥정하며 기분 상할 액수라고 하기엔 너무 적어요. 3천원 더 내고 편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을 하느냐, 3천원 덜 내고 불편한 여행을 하느냐 -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전자에요. 즉, 한 사람당 이득 좀 보았다고 느끼려면 최소 10달러씩은 이득을 봐야 하는데 그러면 아저씨 입장에서는 무려 30달러나 후려쳐야 하는 거에요. 이건 어려울 거라 보았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150달러를 다 내는 것은 억울했어요. 이게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만약 후잔드로 가게 된다 해도 원래 거리에 40~50km 더 더해지는 것 뿐이에요. 이 정도도 싫다고 한다면...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무리죠.


"만약 이스칸다르 쿨 못 간다고 한다면 그 차 탈 필요 없어! 그런 놈이라면 어차피 서비스 개판일 텐데. 어쨌든 우리가 내건 조건 안 된다고 하면 잭키 할아버지께서 합승택시 구하는 거 도와주신다고 했으니...아마 내 생각에는 분명히 우리 조건 받아들일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푹 자자."


친구들에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으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만약 150달러에 이스칸다르 쿨까지 끝낸다면 타지키스탄 서부는 완벽히 끝내는 것이었어요. 이건 충분히 욕심을 낼 만 했어요. 하지만 안 들어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어요. 그러나 이미 끝났어요. 어떤 결과일지는 다음날이 되어야 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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