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09 타지키스탄 두샨베 루다키 거리

좀좀이 2012. 5.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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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포이타크트라면 이 나라에서 나름 꽤 좋은 호텔. 위치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정말 이 호텔에서 머물고 싶었어요. 관건은 오직 하나 - 가격이었어요.


"90달러."


친구들이 러시아어로 프론트 직원과 이야기하더니 1박에 90달러라고 했어요. 3인 1실이고 하루에 90달러 - 즉 한 사람당 1박에 30달러였어요. 방을 가서 보았어요.






"이 정도면 꽤 좋은데? 물 잘 나와?"
"응. 따뜻한 물 잘 나와!"


1박 30불이면 저렴한 숙소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일단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타지키스탄에서 저렴한 숙소는 물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최악의 숙소. 론니플래닛에 의하면 타지키스탄의 숙소는 확실히 양극화에요. 아주 저렴하고 대신 아주 괴롭거나, 비싼 대신 지낼 만 하거나 둘 중 하나에요. 물론 혼자 90불을 내야 한다면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겠지만 한 사람당 1박 30불이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감당할 수 있는 가격. 확실히 관광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라 그런지 '중간급 숙소'라는 건 없었어요.


방이 매우 괜찮았기 때문에 호텔 포이타크트에서 머물기로 했어요. 일단 이틀치 돈만 지불했어요. 두샨베에 올 때 저의 목표는 딱 한 가지 있었어요.


월요일을 두샨베에서!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 Душанбе 의 뜻은 '월요일'이라는 뜻이에요. 원래 두샨베가 월요일마다 장이 열리던 작은 마을이어서 도시 이름이 두샨베래요. 그래서 월요일에 두샨베를 떠나든 월요일까지 두샨베에 머무르든 어떻게든 월요일에 두샨베에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저의 목표였어요.


"여기 진짜 아름다운데!"


호텔에서 내려다본 두샨베. 정말 아름다웠어요. 일단 가방을 방에 던져놓고 카메라 가방만 메고 밖으로 나왔어요.


"헬로우."


한 할아버지께서 영어로 인사하며 우리들에게 다가오셨어요.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이 호텔에서 머물러요?"
"예."


두샨베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할아버지의 별칭은 잭키 Jacky. '잭키 택시'라고 하면 다 안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가이드를 해 줄테니 자기 택시를 타라고 하셨어요. 두샨베 시티 투어도 괜찮고, 히사르 Hissar, 바르조브 Varzob도 갈 수 있다고 하셨어요.


"히사르까지는 얼마에요?"
"50달러."
"50달러요?"


타지키스탄이 석유와 가스가 없어서 교통비가 매우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 사람당 50달러를 내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한 사람당 50달러요?"
"아니요. 세 명 다 해서 50달러."


히사르는 두샨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이에요. 거기까지 우리끼리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좋지만 그냥 택시 타고 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우리들이 망설이고 있자 할아버지께서는 차에서 앨범을 꺼내 우리들에게 보여주셨어요. 다양한 외국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고, 그 중에는 한국인들도 있었어요.


'히사르까지 이 할아버지 택시를 타고 갔다 오는 것도 그다지 나쁠 거 같지는 않은데...'


세 명이 왕복 50달러인데다 차를 세워 달라고 하는 곳에 다 세워주고 가이드도 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이 정도면 나쁜 조건이 아니었어요. 더욱이 이 나라는 관광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었어요. 지난 우즈베키스탄 카슈카다리오 여행에서 현지인 끼고 가지 않으면 관광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지 잘 알게 되었어요. 어느 정도냐 하면 박물관이라고 있는 곳에 설명이 하나도 없어요. 현지인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그냥 휙휙 넘어갈 수 밖에 없게 생겼어요. 우즈베키스탄이 그 정도인데 여기는 안 봐도 뻔했어요. 이미 오는 동안 이 나라가 얼마나 개발이 되지 않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더욱이 다음날은 일요일. 솔직히 일요일에 마땅히 할 게 있을 리 없었어요. 월요일이면 상점들이 다 문을 열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기라도 하는데 일요일은 어차피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을 것이므로 할 것이 마땅찮았어요. 그래서 일요일에 히사르 다녀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친구들도 모두 일요일에 히사르 다녀오는 게 괜찮겠다고 했어요.


"내일 아침에 히사르 갈 수 있나요?"
"예. 당연하죠. 오늘 가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요."
"아니요, 오늘은 두샨베 거리 좀 걸어보려구요. 내일 날이 좋다면 아침에 할아버지 택시 타고 히사르 다녀올게요. 그러나 비가 오면 안 가구요."
"좋아요. 오늘 같이 두샨베 투어 할래요?"
"아니요. 오늘은 그냥 걸어보려구요. 내일 뵈어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그리고 문제 생기면 잭키 택시 찾아요!"


이 할아버지께서 좋으신 분인지 나쁜 사기꾼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다음날 - 일요일 아침에 날이 좋다면 히사르를 다녀오기로 했어요.


항상 그랬듯 먼저 호텔 포이타크트 주변에 있는 올라미 키톱 (끄니즈늬 미르)에 갔어요. 서점에 간 이유는 타지크어 사전과 교과서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였어요. 여행다닐 때 작은 현지어 사전 있으면 나름 편하게 다닐 수 있어요. 더욱이 러시아어 아는 친구에게 항상 매달릴 수도 없고 해서 사전을 들고 다니며 간단한 회화는 저 스스로 해결할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타지크어 교과서. 여행을 가기 전 잠시 여행을 위해 타지크어를 혼자 공부해 보았어요. 우즈벡어와 비슷한 단어가 많고 문법도 우즈벡어와 같은 문법이 조금 있어서 생각보다 공부가 매우 재미있었어요. 문제는 교재. 7과까지 보았는데 7과까지 나온 지문이 전부 인사와 안부 묻기 뿐이었어요. 이건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요구하는 일. 여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았지, 안 그랬으면 당장 던져버렸을 거에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서부터 다른 타지크어 교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요. 우리말을 공부할 때 한자를 알아야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처럼 우즈벡어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지크어에 대한 지식도 약간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타지키스탄 외에는 절대 타지크어 교과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타지크어 교과서를 구입할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지크어로 된 타지크어 민담집. 이건 제가 계속 타지크어를 공부한다면 언젠가 읽을 목표로 하나쯤 구해볼 생각이었어요.


서점에 들어갔어요. 서점은 한 가게가 아니라 여러 가게가 몰려 있는 곳이었어요. 말 그대로 책들의 세상. 책과 문방구를 파는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어요.


"타지크어-영어 사전 있어요?"


안 되는 러시아어로 물어보자 사전을 보여 주었어요. 아쉽게도 작은 사전은 없었어요.


"영어-타지크어 사전 있어요?"


영어-타지크어 사전 역시 큰 것 밖에 없었어요. 타지크어-영어 사전은 55소모니, 영어-타지크어 사전은 45소모니. 영어-타지크어 사전은 왠지 조잡하고 어휘가 적어 보였어요. 그래서 일단 타지크어-영어 사전만 구입했어요.


"파켓 도레드?"
'도레드' (Dored, доред)는 '당신이 가지고 있다'라는 타지크어에요. 주인은 놀라며 제게 타지크어 아냐고 물어보았어요.
"오즈기나. (Ozgina)"
우즈벡어와 타지크어는 비슷한 단어가 많기 때문에 우즈벡어로 '조금'인 '오즈기나'도 타지크어와 같지 않을까 해서 말해 보았어요.
"우즈벡어 아세요?"
"예. 우즈벡어 아세요?"
가게 주인이 제게 우즈벡어 아냐고 우즈벡어로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저는 우즈벡어를 안다고 하고 가게 주인에게 우즈벡어 아냐고 물어 보았어요. 가게 주인은 자기도 우즈벡어를 조금 안다고 대답했어요. 두샨베에서도 우즈벡어를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사전을 산 가게에는 타지크어 교과서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가게에 가서 교과서를 샀어요. 아쉽게도 여기 주인은 우즈벡어를 몰랐어요. 그래도 큰 문제 없이 타지크어 교과서 1부터 9까지 잘 샀어요.


이게 바로 타지키스탄에서 사용하고 있는 타지크어 교과서에요. 책값은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었어요.


책을 많이 샀기 때문에 책을 호텔 방에 두고 다시 나왔어요. 오늘 목표는 루다키 거리 Ҳиёбони Рӯдикӣ. 지도를 보니 두샨베는 루다키 거리 Avenue Rudaki가 중심 거리이고 볼 것도 이 길에 거의 다 몰려 있었어요.


루다키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누가 두샨베 볼 거 없다고 했어!"


제가 상상하던 두샨베와는 너무나 다른 두샨베였어요. 저는 도로 포장도 하나도 안 되어 있고 나귀가 끄는 수레가 돌아다닐 줄 알았어요. 하도 볼 게 없다고 해서 루다키 거리가 타슈켄트의 나보이 거리보다 못할 줄 알았어요.


"이건 예상 외로 너무 아름답잖아!"


길을 걷는데 헌책방이 하나 보였어요.


"저기 들어가볼래? 너 원하는 책 다 못 산 거 같은데."


갑이 헌책방을 발견하고는 제게 들어가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헌책방에 들어갔어요.


"타지크 민담집 있어요?"


주인 아저씨께서는 있다고 하시더니 제가 구입한 질이 안 좋고 얇은 민담집을 보여 주셨어요.


"이건 아닌데..."


제가 다른 거 없냐고 물어보자 옆에서 책을 보시던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들고 있던 봉지에서 책을 꺼내 제게 보여주셨어요.


"혹시 이런 거 찾아요?"
"예."


아주머니께서 보여주신 책은 2008년 두샨베에서 출판된 Афсонаҳои Тоҷикӣ라는 책이었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이런 책을 원한다고 하자 제게 책을 건네주셨어요. 제가 어리둥절해하자 책방 주인 아저씨께서 뭐라고 제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것을 못 알아들어서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을이 무슨 말인지 알려주었어요.


"그 책, 원래 아주머니께서 사신 책인데 너한테 양보한대."


아주머니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책을 구입해 거리로 나왔어요. 따끔따끔한 햇살과 함께 아제르바이잔에서 본 건물과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보였어요.


길을 걷는데 SFC가 보였어요.


"SFC는 또 뭐야!"


친구들과 보고 웃었어요. 타슈켄트에는 TFC가 있어요. 아마 KFC의 짝퉁일 거에요. 여기도 마찬가지. 여기는 SFC였어요.


"우리 저기 들어가서 점심이나 먹고 갈까?"


그래서 점심은 SFC에서 햄버거를 먹었어요.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어요. 햄버거 하나가 최소 7소모니. 햄버거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크기는 한국보다 작은 편이었어요. 음료수는 RC콜라.


참고로 타지키스탄에는 정체불명의 RC콜라와 코카콜라, 펩시콜라가 있어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가격이 비싼 편이고 짝퉁도 있다고 해요. 짝퉁이 없고 저렴한 것은 RC콜라. RC콜라의 맛은 '콜라맛 사탕맛'이에요. 그냥 콜라가 아니라 콜라맛 사탕맛 콜라맛을 상상하시면 되요. 정말 맛이 딱 진짜 콜라맛 사탕 물에 녹이고 탄산을 주입한 맛이에요.


햄버거를 먹고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모자이크로 장식한 벽.


잘 보면 남자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여자들이 남자들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에요.




루다키 거리만 놓고 보면 타슈켄트의 그 어떤 길보다도 잘 정비가 되어 있고 아름다웠어요. 도로 한 가운데에 공원처럼 꾸며놓고 벤치도 있어서 도로 한 가운데에 있는 인도로 걸을 수도 있었어요. 그리고 장미를 많이 심어놓아서 간간이 향기로운 장미 냄새를 맡을 수도 있었어요.


"이러면 우리의 타슈켄트는 전철 말고는 두샨베에 다 밀리는데?"


타슈켄트 사람들은 타슈켄트에 지하철이 있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요.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오직 타슈켄트에만 지하철이 있거든요. 우즈벡어 교재에 대놓고 '지하철이 없는 대도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올 정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야 우즈베키스탄의 다른 도시들도 그런 도시가 많겠지만 그 '지하철' 때문에 타슈켄트가 압도적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라고 매우 자랑스러워해요. 루다키 거리만 놓고 보면 두샨베가 타슈켄트보다 압도적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어요.


주변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우체국까지 왔어요. 우체국 바로 맞은 편 큰 동상은 바로 소모니 1세 동상.


우체국 근처에는 소련의 흔적이 있어요.


카프카스를 돌아다닐 때 소련의 흔적은 거의 못 보았어요. 그나마 남아있는 것이라면 아르메니아에 아주 조금 남아있었던 것 뿐이었어요. 저 기념비 맨 위를 자세히 보면


타지키스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문양이 확실히 잘 남아 있어요.


우체국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문을 닫았고, 월요일에 문을 연다고 했어요. 그래서 바로 소모니 1세 동상쪽으로 가 보기로 했어요.


소모니1세 동상이에요. 동상을 경찰 두 명이 지키고 있었어요.


동상을 돌아가면 높은 기념물이 또 있어요.


소풍 나온 학생들. 전통 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확실히 타슈켄트보다 많았어요.


소모니 1세 동상과 기념비 사이에는 분수가 늘어서 있는데 제가 갔을 때에는 작동시키고 있지 않았어요.


이것은 국립도서관.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커요. 안에 책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옛날 대통령궁과 타지키스탄 국기.


기념물 위에 올라갈 수도 있어요. 당연히 정상까지는 못 올라가고 계단을 따라 기념물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어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자 웃으시며 위로 올라가라고 하셨어요.


기념물에서 본 깃대. 아주머니께서는 저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깃대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깃대라는 사실에 매우 자랑스러워 하시는 것 같았어요.


사실 깃대보다는 꼭대기에 타지키스탄 국장이 달려 있는 기념물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큰 깃발과 큰 깃대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본 적이 있었거든요. 바쿠에 있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했는데 이게 깃발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인지 깃대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인지 가물가물하네요. 하여간 바쿠에 있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컸고 두샨베에 있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크긴 컸어요.


결혼식 하는 사람들.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나팔은 '카르나이'라는 악기에요. 카르나이 불고 북 두드리는 것은 우즈베키스탄과 비슷했어요.


소모니 1세 동상에서 거대한 기념물까지 이어지는 공원 바로 옆이 루다키 공원이에요.


이 분이 바로 루다키에요.


루다키 동상 앞에는 분수가 있어요. 가동하지는 않았지만 예뻤어요. 타슈켄트 나보이 거리에 있는 알리셰르 나보이 동상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루다키 공원의 모습이에요. 해바라기씨 껍질이 안 보인 것이 신기했어요.


루다키 공원 입구. 이 입구는 루다키 호텔과 이어져요. 그리고 놀라운 것은 분수! 분수가 가동되고 있었어요. 비록 물은 더러웠지만 전기도 부족하고 물도 종종 끊긴다는 두샨베에서 분수가 가동되다니 놀라울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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