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21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좀좀이 2012. 5. 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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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니 그냥 식당이었어요. 하지만 근처에 왠지 있어보이는 건물이 있었어요.


"우리 저 건물로 가볼까? 모스크 같은데."


입구에 적혀 있는 것은 'مسجد جامع حضرت شاه'였어요.


"이거 하즈라티 샤 모스크잖아!"


하즈라티 샤 모스크 Hazrat-i-Shah Mosque는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한 모스크들 중 하나였어요. 이걸 이렇게 쉽게 찾다니 이 동네 여행은 왠지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그러나 입구는 굳게 잠겨 있었어요. 지나가던 청년이 모스크를 따라 왼쪽으로 계속 돌아가면 입구가 있다고 했어요.




동네는 왠지 타슈켄트 하스트 이몸 모스크와 초르수 바자르 근처에 있는 올드 타운과 비슷해 보였어요.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신기해하며 집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까지 불렀어요.


아이들을 뒤로 하고 하즈라티 샤 모스크 안에 들어왔어요.


화려하게 칠한 모스크. 타지키스탄은 빈국인데 모스크만 놓고 보면 새로 신경써서 잘 지은 모스크들이 조금 있었어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아랍 국가들이 이 나라를 독실한 무슬림 국가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지원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부조로 예쁘게 꾸민 모스크는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알록달록 화려하게 칠한 모스크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이 모스크는 중심 거리를 걷다가 들어올 수도 있는 모스크였어요. 그런데 저희는 동네로 들어와서 샛길 같은 문으로 들어왔어요.


이것 역시 이 모스크.


이것은 하즈라티 샤의 묘소에요. 앞 현판에 적혀 있는 아랍어는 다음과 같아요.


لا اله الا الله
محمد رسول الله
أشهد أن لا اله الا الله
أشهد أن محمد عبد الله ورسوله


해석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다
나는 알라 외에 신이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나는 무함마드가 알라의 종이고 그의 사도임을 고백한다


즉, 이슬람의 샤하다 (신앙 고백)을 적어놓은 거에요. 묘소 내부는 이렇답니다.


역시나 색색의 색으로 알록달록한 카펫과 천장 때문에 아름다웠어요. 작고 별 볼 일 없는 묘소였지만 색채 때문에 아름다웠어요.

시신은 이 돌로 된 관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돌로 된 관 아래에 있어요. 지금은 당연히 흙이 되었겠죠.


사람들이 있으면 여기에 기도를 드리러 들어와서 섣불리 들어가 사진찍기 조금 꺼려지는데 다행히 모스크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하즈라티 샤의 묘소를 둘러본 후 모스크 안을 돌아다녔어요.


"해가 왜 이렇게 뜨겁지?"


'뜨거운 마음' 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뜨거운 해. 햇볕이 쏟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내리꽂는 것 같았어요.

제목 : 초생달과 그믐달


후잔드까지 돌아가는 데에 또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었기 때문에 다음 볼 것을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것은 하즈라티 샤 모스크에 있는 마드라사 내부. 역시나 화려한 색채.

하즈라티 샤 모스크 왼쪽으로 가다 보면 공원이 있어요.

공원에는 타지크인 위인들의 흉상과 부조가 전시되어 있고 그 가운데에는

루다키의 동상이 있어요. 두샨베의 루다키 동상은 홀대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여기는 모든 위인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었어요.

공원과 하즈라티샤 모스크.


길을 계속 걷는데 동상 하나가 또 등장했어요. 아까 차로 갈 때는 자세히 보지 못했던 동상.

이것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Vladimir Ilich Lenin 동상!


이것은 구 소련 국가에서도 아주 보기 힘든 동상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에도 없으며, 타지키스탄 두샨베, 후잔드에도 없어요. 론니플래닛에는 후잔드에 레닌 동상이 있다고 하는데 레닌 동상이 있던 자리에 소모니 1세 동상이 건설되어 있어요. 즉 타지키스탄에서도 매우 보기 어려운 레닌의 동상이었어요.


하긴, 우리가 걷고 있는 이스타라브샨의 중심 거리의 이름이 레닌 거리였어요. 레닌 거리에 레닌 동상이 있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어요. 아직까지 '레닌 거리'와 '레닌 동상'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죠.


레닌 동상 사진을 찍으려는데 동상 뒤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불렀어요.


'이거 사진 찍으면 안 되나?'


일단 불렀기 때문에 가 보았어요.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손자와 몇몇 할아버지들께서 계셨어요.


우리를 부른 이유는 외국인이 신기해서였어요. 할머니께서는 우즈벡어를 할 줄 아셨기 때문에 우리들은 할머니와 우즈벡어로 대화했어요. 할머니께서는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중히 거절하자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 저희도 점심을 먹고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후잔드에서 을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현지인 집에서 먹는 평범한 (당연히 평범하지 않은) 오쉬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제 오른쪽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제게 가슴을 보여주셨어요.


"허거걱..."


한 쪽에 젖꼭지가 2개 달려 있었어요. 그 할아버지께서는 자기 가슴에 젖꼭지가 4개 달려 있으니 사진을 찍으라고 했고, 다른 사람들도 이건 세계에서 절대 못 보는 것이니 지금 빨리 찍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정말 보자마자 충격이라서 사진까지 찍어 두고두고 보며 감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 했어요.


"왜?"


사람들이 갑에게도 제 오른쪽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를 가르키자 제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어요.


"저 할아버지...젖꼭지가 4개 달렸어. 그냥 보지 마."


할머니의 손자는 터키어를 유창하게 잘 했어요. 그래서 터키어를 아주 잘 하는 갑과 터키어로 대화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의 손자는 영어도 잘 했기 때문에 제게 이야기할 때에는 영어로 이야기했어요. 그 결과...저와 갑, 할머니의 손자의 말에 우즈벡어, 터키어, 영어, 타지크어가 두서 없이 섞이기 시작했어요. 단, 여기서 저만은 터키어를 섞어 쓰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터키어를 모르거든요. 하여간 희안한 말로 서로 이야기하는데 서로 잘 알아들었어요.


그렇게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하기를 30분. 아마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밤이 될 때까지 이야기했을 거에요. 할머니께서는 우리를 정말 보내주고 싶어하시지 않으셨지만 우리들이 을에게 3시까지 돌아가겠다고 한데다 을과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어서 자리를 떠야 했어요.

이제 우리가 가야할 곳은 바로 저기!

잘 보면 조그마한 동상도 보여요. 볼 것이 몇 개 있기는 했는데 일단 저것을 본 후, 다른 것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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