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10 타지키스탄 두샨베 하지 야쿠브 모스크

좀좀이 2012. 5. 22. 21:41
728x90

두샨베를 돌아다니며 미묘한 느낌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우즈벡이랑 뭐가 다른 거지?"
"참...애매하네..."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인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지만 어쨌든 여기는 타지크인의 나라. 옛날에는 우즈벡인과 타지크인들이 서로 교류도 많고 많이 섞여 살았고,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에 많은 타지크인들이 살고 있고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나라의 문화는 확실히 달라요. 결정적으로 언어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아예 다른 어족에 속하는 언어에요.


하지만 얼핏 보면 매우 비슷한 언어처럼 보이는 것처럼 서로의 문화도 왠지 똑같아 보였어요. 하지만 절대 같지는 않았어요. 뭔가 미묘하게 달랐어요.


일단 여자 전통 의상.


얼핏 보면 우즈벡 여자 전통 의상과 타지크 여자 전통 의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달랐어요. 갑과 을은 타지크 여자 전통 의상이 우즈벡 여자 전통 의상보다 좀 더 품이 넓다고 했어요. 우즈벡 여자 전통 의상은 조금 타이트해서 여자 몸매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데 타지크 여자 전통 의상은 품이 넓어서 몸매가 거의 안 드러난다고 했어요.


우즈벡 전통 사각형 모자인 '돕프'를 쓰는 것도 똑같았어요. 여자들이 머리를 땋는 것은 조금 다른 듯 했어요. 우즈벡 전통 머리는 가늘고 여러 갈래로 땋는데 타지키스탄에서는 굵게 두 세 갈래로 땋았어요.


타지크 학생들은 우즈벡 학생들과 달리 타지크 국기 색깔 스카프를 목에 두른 경우가 종종 보였어요. 교복 자체야 우즈벡이나 타지크나 똑같이 흰 셔츠에 남자는 검은 바지, 여자는 검은 스커트인데 타지키스탄에서 어린애들은 목에 타지크 국기 색깔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과 비교해 매우 재미있었던 것은 전통 머리를 하고 돕프를 쓴 학생이 꽤 많다는 것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교복에 돕프 쓰고 다니는 학생은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우즈벡 전통 머리야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니 아침마다 할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선물을 고르러 기념품점에 들어가자 더욱 고민이 되었어요.


"이거 우즈벡 꺼랑 뭐가 다르지?"


우즈베키스탄 기념품과 너무 비슷했어요. 아니, 똑같이 생긴 것들도 있었어요. 그나마 냉장고 자석은 자기 지역을 가지고 만드는 거라 확실히 차이가 있기는 했는데, 나머지 것들은 거의 전부 우즈베키스탄 것과 너무 닮거나 아주 똑같아서 무엇을 골라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어요.


"이거 사서 우즈벡인한테 선물하면 어디 초르수나 브로드웨이에서 사왔냐고 하는 거 아니야?"


타지키스탄에 와서 기껏 생각해서 기념품 사다 주었다가 '초르수에서 샀어요?'라는 말을 듣게 생겼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어요.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들 중 상당수가 타슈켄트에 비슷한 디자인으로 있어요. 심미안이 있어서 굳이 차이점을 찾으려고 든다면 찾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보았을 때에는 타지키스탄 것이나 우즈베키스탄 것이나 그놈이 그놈이었어요. 그나마 사진에서 아래쪽에 있는 인형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었어요. 디자인 자체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눈 아래 점을 찍은 인형은 본 적이 없었어요.


결국 마그네틱 외에는 선물로 구입할 것이 없었어요. 솔직히 저도 우즈베키스탄 것과 섞어놓으면 구분이 어려울 것 같았어요.


타지키스탄에 와서 보니 타지크인과 우즈벡인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만약 우즈베키스탄에 돌아간다면...? 타지키스탄에서 타지크인을 보니 '아...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타지크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즈베크인들과 섞어놓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거리를 계속 걸었어요.


하늘의 전기선들은 트롤리 버스 선이에요.


루다키 거리를 따라 올라갈수록 화려함은 점점 줄어들었어요.


"이거 뭐지?"


나무 구멍 속에 쓰레기들이 들어 있었어요. 이것은 그다지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진짜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구멍 속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서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었어요.


"나브루즈 바이람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나브루즈 바이람이 걸려 있어?"


나브루즈 바이람은 3월 20일이에요. 여기도 밀 싹에 붉은 리본을 감고 있었어요.


루다키 거리를 따라 계속 걷고 있는데 왼쪽에 무언가 있어 보이는 모스크가 하나 보였어요.


"우리 저기 가 보자!"
갑이 모스크에 한 번 가 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루다키 거리에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모스크로 갔어요.


갑이 가보자고 한 모스크는 바로 하지 야쿠브 모스크였어요.


"우와!"


저절로 감탄이 나왔어요.





모스크의 내부 모습.



모스크를 구경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아이들은 우리를 보더니 '니하오'라고 외쳐대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는 것. 우즈베키스탄과 다른 점이라면 여기에서는 애들이 정신 없이 니하오를 외친다는 것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런 일은 별로 없어요.


애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있었어요.


"여기도 아이스크림 엄청 먹는구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엄청나게 좋아해요.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어요.


"날도 더운데 우리도 하나씩 사 먹을까?"
"그러자.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쉬었다 가자."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모스크 아래에 주저앉아 한 입 먹었어요.


"음..."
"음..."
"음..."


셋 다 애매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음..."
"음..."
"음..."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마땅히 이 맛과 기분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어요.


"이거 무슨 맛이지?"
"색소 맛?"


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맛이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그런 맛. 달고, 짜고, 시고, 쓴 맛이 없었고, 그렇다고 맵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하여간 미묘하고 정말 어떻게도 설명이 불가능한 그런 맛. 머리를 쥐어짜내서 생각해낸 것이 '색소 맛'이었어요.


"여기는 아이스크림에 우유 안 넣나?"
"이런 맛은 진짜 처음이다..."


못 먹을 맛은 아니었기 때문에 먹기는 먹는데 대체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분명 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표현이 안 되는 그런 맛. 셋 다 '이거 망했네'라는 표정으로 그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어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하지 야쿠브 모스크 주위를 걸어 보았어요.



모스크 옆은 그냥 평범한 동네였어요.


루다키 거리에서 먼 곳도 아닌데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동네였어요.


하지 야쿠브 모스크의 뒷편. 모스크 뒷편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네요.


하지 야쿠브 모스크 근처에 있는 학교.


다시 루다키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 어디까지 걸어?"
제가 친구들에게 먼저 물어보았어요.


"루다키 거리 끝까지 걸어보자."
평소에 걷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갑이 루다키 거리 끝까지 걸어보자고 했어요.


'얘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원래 여행 계획에 의하면 루다키 거리는 이틀에 나누어서 걸을 계획이었어요. 론니플래닛에 나와 있는 지도를 보면 루다키 거리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축척을 보면 하루에 죽어라고 걸어서 끝낼 거리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작정하고 걷는다면 못 걸을 것도 없지만 두샨베에 오직 하루만 있을 것도 아니었구요. 어차피 다음날 히사르 다녀온 후 오후에 남은 루다키 거리를 걸어도 되었거든요.


"그래, 한 번 걸어보자."


갑이 먼저 걷자고 하는 일은 정말 드문 일. 을도 그냥 루다키 거리 끝까지 걷자고 했어요. 사실 마땅히 할 것도 없었어요. 호텔에 돌아가서 쉬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일렀고, 그렇다고 어디 앉아서 시간을 때우기도 애매했어요.


거리를 달리는 트롤리 버스. 일반 버스 중에 중국에서 들어온 버스가 꽤 많았어요. 애들이 적의 없이 '니하오'를 연발하는 거나 거리에 중국 버스가 많이 돌아다니는 거나 길을 중국이 뚫고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나쁘지 않아 보였어요.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은 정말 손가락으로 꼽히는 나라들 중 하나일 거에요.


"루다키 동상은 언제 나와?"


루다키 거리를 다 걷는 것은 포기했어요. 대신 루다키 동상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루다키 동상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루다키 동상까지는 걸어야지."


왠지 루다키 동상까지 거의 다 온 거 같았는데 동상이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트롤리 버스 종점.


물론 이 종점 너머까지 가는 버스들도 있어요. 버스 종점까지 걸어왔는데도 루다키 동상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만 걸으면 안 돼?"


'네가 오래 버티기는 했다.'


갑이 그만 걸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평소 걷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갑 치고는 오늘 엄청나게 많이 걸었어요. 전날 차를 타고 오고 남의 집에서 몇 시간 눈 붙인 것이 전부인 것을 생각하면 갑 입장에서는 120%의 힘을 낸 것.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그만 걷기도 그랬어요. 하지만 언제 루다키 동상이 나올지는 저도 몰랐어요.


"우리 딱 5시까지만 걷자. 5시 전에 루다키 동상 나오면 루다키 동상만 보고 돌아가든가."
"지금이 4시 반인데?"
"그러니까. 많이 걸어야 딱 30분 더 걷는 거야. 어때?"
"좋아."


오늘 정말 아무 말 없이 많이 걸어준 친구 갑. 그래서 반드시 루다키 동상까지 걷자고 고집을 부리지 않고 절충안을 내놓았어요. 갑도 걸은 것이 아까워서인지 저의 절충안에 좋다고 했어요.


"루다키 동상이다!"


4시 45분. 드디어 루다키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루다키 공원에 있는 것에 비해 정말 별 볼 일 없었지만 처음 목표로 세운 곳에 왔다는 것 때문에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가동하지 않는 분수. 물은 당연히 더러웠어요.


"이제 돌아가서 저녁이나 먹자."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한 터키 식당인 메르베 레스토랑 Merve Restaurant과 한식점인 '아리랑' 중 저녁을 먹으러 어디를 갈까 고민을 했어요.


"메르베 가자. 한식당이야 타슈켄트에도 많잖아."


을이 메르베 레스토랑을 가자고 해서 메르베 레스토랑에 갔어요. 메르베 레스토랑의 장점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음식을 시키고 비번을 물어보아서 아이폰 앱 다운로드를 걸어 놓았어요.


"이거 영 아닌데?"


론니플래닛에서 와이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추천한 건가? 음식 맛은 실망스러웠어요. 일단 케밥이 다 식어 있었어요. 터키에서 먹었던 그 케밥 맛이 아니었어요. 짜기만 하고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가격도 착한 편이 아니었어요. 이곳에 밥을 먹기 위해 온 것인지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온 것인지 아리까리할 정도였어요.


밥을 다 먹고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눈에 띄는 아파트를 지나 계속 걷는데


"쭘이다!"


아까 잠깐 들어가서 기념품을 구경했던 가게가 바로 '쭘'이었어요. '쭘' ЦУМ은 영어로 Central Department Store의 러시아어 약자. 우즈베키스탄에도 쭘이 있어요. 여담이지만 우즈베키스탄에는 쭘도 있고 자매품으로 뭄과 굼도 있어요. 굼은 초르수 바자르 입구 맞은편에 있는 것이고, 뭄은 쭘의 우즈벡어 약자에요.


"여기도 쭘이 있네?"


친구들과 웃으며 열심히 걸어 숙소로 돌아왔어요.


친구들이 먼저 숙소로 들어가고, 저는 아침에 만난 잭키 할아버지를 찾았어요.


"오늘 잘 다녔어요?"
"예."


제가 잭키 할아버지를 찾은 이유는 다음날 예약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어요.


"내일 날씨 좋으면 아침 9시에 히사르 갈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잭키 할아버지는 당연히 된다고 하시며 한 청년을 소개시켜 주셨어요. 그 청년은 아프가니스탄 사람이었어요. 마자르 이 샤리프 출신으로 우리나라 삼환 건설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어요. 아프간 청년과 잭키 할아버지와 잠깐 잡담을 나누고 나서 숙소에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짐을 다시 쌌어요. 아침에 구입한 타지크어 교과서들과 민담집, 사전을 가방에 집어넣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거 다 들어가?"


을이 제가 짐을 다시 싸는 것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어요.


"당연히 다 들어가지!"


책들을 가방 아래에 집어넣고 위에 옷을 꾹꾹 눌러서 집어넣었어요. 주름이 잡혀도 상관없는 옷만 가져왔고, 애초에 들고온 짐이라고는 양말, 속옷, 그리고 바지 한 벌과 티셔츠 3벌이 전부였기 때문에 잘 우겨넣자 다 들어갔어요.


"확실히 밀도 차이인가?"


갑과 을과 왜 두샨베가 타슈켄트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지 이야기를 했어요. 두샨베가 타슈켄트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는 데에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어요. 제 생각에는 확실히 '밀도'의 문제였어요. 이것은 마치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의 차이와 같았어요. 카를교에서 프라하성까지 볼 것이 다 몰려있는 프라하가 볼 것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부다페스트보다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역사적인 중요성이나 부다페스트에 있는 볼 것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프라하에 뒤떨어질 것이 없지만 문제는 볼 것들이 너무 듬성듬성 떨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 볼 것 하나만 예쁘지 주변까지 다 예쁘지는 않아요. 타슈켄트도 마찬가지. 타슈켄트도 하나하나 놓고 보면 아름다운 것도 있고 볼 것은 있어요. 하스트 이몸 모스크라든지 초르수 바자르라든지 아미르 티무르 공원이라든지 이것 저것 볼 게 있는 도시에요. 하지만 문제는 전부 거리가 멀다는 것. 그리고 길이 두샨베처럼 걷기 좋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차 한 잔 마실 분위기는 아니에요. 나보이 거리에 거리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몇 곳 있기는 하지만 나보이 거리가 워낙 차도 많이 다니고 정신 없는 거리에 공사중인 건물들도 조금 있어서 거리에서 차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대 안 들어요. 그에 비해 두샨베는 볼 것이 루다키 거리에 다 몰려있고, 루다키 거리 자체가 걷기 좋게 되어 있어서 거리에서 차를 한 잔 하는 것도 괜찮게 생겼어요. 그래서 두샨베가 타슈켄트보다 더 예뻐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샨베가 왜 타슈켄트보다 아름다워 보이는지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