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03 여행 준비

좀좀이 2012. 8. 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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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 걸친 비자 받기 위한 노력을 일단 정리할게요. 이때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울렁거려요. 타슈켄트 주재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은 절대 두 번 다시 보고도 싶지도, 그 길을 지나가고 싶지도 않아요. '왜 지난 번에 쓴 것을 또 쓰면서 분량 불리기나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비자 받느라 하도 고생해서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너그럽게 생각해 주세요.


2012년 4월

-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방문

초청장 필요하다는 대답만 듣고 끝남.


2012년 5월 25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사진 2장, 여권 사본 가지고 월요일 아침에 오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들음.


2012년 5월 29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새벽에 갔는데 6월 3일까지 비자 업무 쉰다고 해서 허탕치고 돌아옴.

-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방문

대사관 행사 있다고 다음날 오라고 함. 돌아오는데 소나기 퍼부어서 택시비 바가지 씀.


2012년 5월 30일

-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방문

전에 찾아간 것을 기억한 영사 직원께 초청장 못 구했는데 아제르바이잔 최고이고 정말 또 가고 싶다고 하자 초청장 없이 비자 발급 해줄 수 있다고 해서 비자 신청서 작성.


2012년 6월 4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새벽부터 기다려 영사 직원실에 들어갔는데 다른 블로그들에 나와 있는 글과 달리 목적지 국가 (이란 또는 아제르바이잔 비자) 비자 사본 있어야만 신청 가능하다 해서 바로 쫓겨남.


2012년 6월 6일

-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방문

비자비와 여권 제출

-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방문

오후 영사 업무 시간에 가서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붙은 여권을 대사관 입구에서 받아옴.


2012년 6월 7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드디어 비자 접수하는 데에 성공함. 그런데 신청서에 출생지는 달랑 내 고향만 적어놓고, 여권 번호도 안 적는 멍청한 짓을 벌임.


2012년 6월 25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20일 소요라고 하고서는 25일에 오라고 해서 또 새벽에 갔는데 이번에는 본국에서 아직 허가 안 났다고 바로 영사 직원실에서 쫓겨남.


2012년 6월 26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드디어 비자비와 여권 제출. 오후 4시에 절대 늦지 말고 오라고 함.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4시에 오라고 했는데 4시 훨씬 넘어서부터 비자 배부 업무 시작. 드디어 비자 획득.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제르바이잔 비자와 투르크메니스탄 비자 받기 위해 33일 걸렸고, (아제르바이잔 초청장 알아본 기간까지 더하면 더 늘어남) 두 나라 대사관만 총 12번 찾아감.


정말 비자 받기 이렇게 힘든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아직도 타슈켄트 주재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만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려요. 그 근처에 있는 헌책방 거리조차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 동네는 정말 우즈베키스탄을 떠날 때까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일단 비자는 무사히 다 받았으므로 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했어요.


먼저 투르크메니스탄. 여기는 무조건 7월 1일부터 5일까지였어요. 이 기간 내에 부하라 근처에 있는 Farab 국경으로 들어가서 투르크멘바쉬로 가서 배를 타고 나와야만 했어요. 하지만 더더욱 투르크메니스탄이 무서운 것은...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나가는 것은 더 어렵다!


투르크멘바쉬에서 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 배가 정기적으로 뜨는 배가 아니었어요. 물론 정기적으로 뜬다 하더라도 당연히 인터넷에 제대로 자료가 올라와 있을 리도 만무했겠지만, 한결같이 투르크멘바쉬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가는 배는 매우 부정기적으로 뜬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이란은 육로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출국의 압박'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배를 타고 카스피해를 건너가야하는 아제르바이잔은 사정이 전혀 달라요. 배의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제 날짜에 나갈 수도 있고 못 나갈 수도 있어요.


화물선을 타고 나갈 수도 있다고도 하고, 비자 때문이라면 일단 출국심사는 미리 해준다고도 하는데 이런 것은 일단 '비상시를 대비해 알고만 있고 계획 단계에서는 철저히 배제하는 정보'로 처리했어요. 이런 정보를 믿고 계획 짰다가 여행에 큰 차질이 생긴 적도 있었고, 큰 차질이 발생한 분들의 이야기도 여럿 들었거든요. 이런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정보는 복권과 마찬가지에요. 내가 당첨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복권 하나 사고 '이게 당첨될테니 미리 당첨금만큼 돈을 쓰고 보자'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더욱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경유비자로 확보한 5일 안에 출국을 못 한 경우에는 무조건 다시 아슈하바트로 돌아가서 벌금 내야 해요. 얌전히 투르크멘바쉬에서 벌금만 내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도 아니고 고작 벌금 납부하러 반드시 아슈하바트까지 가야 하니 두 배로 열받을 상황이 되는 것이죠. 벌금을 낸 후, 비행기로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비행기로 나가려면 항공료는 당연히 나갈 것이며, 아제르바이잔 바쿠행 비행기가 아니라면 추가적인 교통비가 또 발생하구요. 그리고 근본적으로 여기는 '격변의 중앙아시아'. 전에 되었던 것이 안 되는 것은 흔해 빠진 현상에 불과해요. 그래서 이 동네를 여행할 때에는 스쳐가는 여행자가 운 좋게, 또는 편법으로 되었다는 것을 함부로 계획에 반영하면 안 되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투르크메니스탄 비자 받는 과정에서 예전 여행자들처럼 경찰에게 뇌물을 주어서 먼저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7번 가는 거야 변하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그저 7번 가는 게 귀찮을 뿐이었겠죠.


게다가 투르크메니스탄에 가서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 목표의 핵심은 바로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구입하는 것. 투르크멘어 교과서는 팔지 않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빌려주는' 책 - 즉 학기 시작할 때 나누어 주었다가 학기 끝날 때 싹 걷어가는 책이어서 투르크메니스탄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물어보았을 때 대사관에서도 구하지 못했다는 답장을 받았어요. 이것을 구하는 것이 이번 투르크메니스탄 일정의 핵심.


그래서 일정을 이렇게 짰어요.


6월 30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부하라행 기차 탑승

7월 1일 투르크메니스탄 입국, 투르크메나밧에서 야간 기차 타고 아슈하바트행

7월 2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7월 3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에서 야간 기차로 투르크멘바쉬행

7월 4일 투르크멘바쉬

7월 5일 투르크멘바쉬


별 볼 일 없는 투르크멘바쉬를 무려 이틀이나 잡은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 배가 불규칙하게 뜨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조치였어요. 그리고 다른 지역의 관광은...


그딴 거 필요 없다. 우즈벡에도 많다!


'우즈베키스탄에도 많기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에 가서 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매우 나쁜 생각이라는 것은 저도 잘 알아요. 저 역시 웬만해서는 '이것은 다른 곳에서 본 것과 비슷하므로 대충 보자'는 생각을 매우 싫어해서 별 볼 일 없는 거라도 꼭 보고 꼼꼼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은 사정이 달랐어요. 아슈하바트에 가자마자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구한다는 보장이 없었고, 투르크멘바쉬에 도착한 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가는 배에 탈 거라는 보장도 없었어요. 관광도 목표를 수행한 수에 하는 것이지, 목표를 포기하고 관광을 하는 것은 분명 맞지 않는 선택이었어요.


게다가 인터넷에서 본 투르크메니스탄에 있는 유적들은 솔직히 정말 별 볼 일 없는 것들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도 유적들이 있어요. 메르브도 있고, 다슈오구스도 있고 이것 저것 있어요. 하지만 그 정도 유적들은 우즈베키스탄에 쌓이고 쌓였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볼 만한 것들 중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것은 불구덩이인 다르바자. 그러나 이것은 위치가 정말 애매했기 때문에 만약 일이 너무 쉽게 풀려버린다면 그때 꼭 가기로 했어요.


그 다음은 아제르바이잔 일정. 지난 번 갔을 때에는 바쿠와 나흐치반 자치공화국만 보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셰키, 라흐즈, 이스마일르, 샤마크, 겐제 등 아제르바이잔 본토에서 좋다고 하는 곳을 최대한 둘러볼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아제르바이잔 일정에는 중요한 변수가 몇 개 있었거든요.


먼저 도서 구입. 책을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제가 사용할 돈이 달라져요. 작년에 갔었는데 이번에 가서 살 책이 또 많다면 당연히 돌아다니는 것은 줄여야하고, 만약 책이 별 거 없다면 돈에 여유가 생기니 조금 더 많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었어요.


두 번째. 숙박비. 첫 번째 변수는 정말 지극히 개인적 변수였지만, 이것은 아제르바이잔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말 신경써야하는 변수에요.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숙박비는 가히 살인적이에요. 아제르바이잔은 물가가 생각만큼 저렴한 나라는 아닌데다, 바쿠는 물가가 매우 비싼 곳이에요. 중앙아시아나 다른 카프카스 국가, 이란 생각하고 '아제르바이잔도 물가가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가면 정말 망해요. 그냥 기분나쁜 정도가 아니라 여행 자체를 망쳐버려요. 사실 아제르바이잔 여행을 즐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것은 '아제르바이잔은 물가가 비싼 나라이고, 바쿠는 관광객에게 서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비싸다'는 것을 숙지하고 가는 거에요. 괜히 물가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고 여행경비에 막대한 타격 입는 것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좋아요.


작년에는 초청장 발급받는 과정에서 여행사에서 자기들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숙박하지 않으면 초청장을 발급해주지 않겠다고 해서 호텔에서 잤는데, 이것 때문에 여행 경비가 꽤 많이 들었어요. 이번도 마찬가지. 숙박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제르바이잔은 말 그대로 고통의 땅. 그나마 다행이라면 체크카드로 아제르바이잔에서 아제르바이잔 마나트를 뽑아 쓸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게 웬만큼 발달한 나라라면 당연한 것이기는 한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보면 이런 게 다행으로 느껴져요. 우즈베키스탄에서 ATM으로 우즈베키스탄 숨을 뽑아 쓰는 것은 그냥 할 말이 없는 짓이거든요.


아제르바이잔 일정은 일단 갈 곳만 정하고 놔두었어요. 그 이유는 비행기 운항일정. 아제르바이잔 바쿠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행 비행기는 매주 월, 화, 금요일에만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아제르바이잔 본토에서 좋다는 곳을 많이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에서는 7월 4~5일부터 16일까지 머무르기로 했어요. 귀국일은 7월 16일. 아제르바이잔 체류 일정이 길었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계획을 짤 필요가 없었어요.


이제 숙소를 알아볼 차례. 제가 여행 계획에서 큰 틀을 잡고 있는 동안 친구는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저나 친구나 계획을 까다롭고 칼 같이 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제가 큰 틀을 잡는 동안 친구는 숙소 정보를 찾았어요.


"바쿠에 저렴한 숙소 없는데?"

"그래?"


바쿠에 저렴한 숙소가 없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몇몇 대안을 짜고 있는데 친구가 또 저를 불렀어요.


"아슈하바트 숙소 정보는 정말로 없어."

"응?"


이놈의 나라들은 비자 받기도 어렵고, 나오기도 어렵고, 잘 곳도 없어!


물론 잘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엄청나게 비쌀 뿐. 어느 정도 비싸냐 하면 대충 1박에 100달러 넘는다고 보시면 되요. 아제르바이잔은 그보다 더 비싸구요.


물론 숙소 문제는 유럽이 더 심하겠죠. 하지만 유럽은 나름 저가의 숙소부터 고가의 숙소까지 골고루 발달해 있어서 자기 수중의 돈에 맞추어 잠을 자면 되요.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이나 그냥 비싼 숙소만 있을 뿐이었어요. 올해 나온 Lonely Planet Georgia,Armenia&Azerbaijan편 말고 예전판에 나오는 모든 저렴한 숙소들이 바쿠에서 싹 사라졌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그냥 말을 맙시다...Lonely Planet Central Asia편에서 투르크메니스탄 편이나 아프가니스탄 편이나 믿을 게 못 되요.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이나 사실 Lonely Planet Central Asia 편은 썩 믿음직스러운 자료는 아니에요. 중앙아시아 자체가 워낙 쉽게 변할 수 있는 시스템에 실제로 빨리 바뀌기 때문에 매년 신판이 나오는 것이 아닌 Lonely Planet은 그다지 믿을 수 없어요. 특히 Lonely Planet Central Asia 편은 정말 짜증나고 열받을 정도로 저자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책이기도 하구요. 이건 타지키스탄 여행다닐 때 확실히 느꼈죠. 단지 이것 뿐만이 아니라 책을 보다보면 Lonely Planet Central Asia 편에서 투르크메니스탄 편과 아프가니스탄 편은 없으니 사용하기는 하지만 믿을 만한 자료가 아님을 확 느끼고 알게 되요.



잠깐 Lonely Planet Central Asia 편과 Lonely Planet Georgia,Armenia&Azerbaijan 편에 대한 개인적인 비평을 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Lonely Planet Central Asia 편은 정말 저자의 편향이 확 드러납니다. 타지키스탄 편은 그 최악에서도 최악. 우즈베키스탄 와서 읽을 게 없기도 하고 주변 국가 여행을 다녀볼 생각에 몇 번 열심히 읽어 보았는데 타지키스탄은 타지키스탄 편이 아니라 '파미르 편'이라고 해야될 지경이에요. 더 나아가 투르크메니스탄 편은 저자가 'Anonymous'...굉장하죠.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앙아시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아주 좋은 시스템을 가진 나라이고, 그럴 능력도 되며, 실제 그렇게 해요. 이 지역에서 안 변한다는 것은 정부가 그 부분을 변화시킬 의지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해석하면 되요. 정부가 관심있어 하는 것들은 정말로 빨리 변해요. 그래서 잘 안 맞는 것들이 종종 있어요. 빠르게 변해서 정보가 안 맞거나 누락된 것이 있다는 것은 Lonely Planet의 잘못은 아니지만, 하여간 안 맞는 것들이 있어요.


Lonely Planet Georgia,Armenia&Azerbaijan 편은 책의 두께에 비해 오직 3개국만 다루고 있어요. 정확히 하자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한 개 나라로 취급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워낙 비중이 없는 곳이다보니 사실상 3개국이라고 보시면 되요. 그러다보니 너무 꼼꼼해요.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하며 극찬하는데 실제 가보면 함정에 걸리고 지뢰 밟은 듯한 곳도 조금 있어요. 대표적인 곳이 조지아 바투미와 아르메니아 귬리. 그나마 조지아 바투미는 '흑해의 미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가는 곳이고, 취향과 경험에 따라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 있는 곳이지만, 아르메니아 귬리는 정말 아니에요.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신 분들에게만 추천해요. 그냥 도시 전체가 지진 민속촌이라고 보시면 되요. 그거 외에는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었어요.


Lonely Planet Central Asia 편이나 Lonely Planet Georgia,Armenia&Azerbaijan 편이나 아주 거지같고 쓰레기 같고 멍청한 짓은 '장소명을 전부 영어로 번역'했다는 거에요. 현지어 표기와 영어 번역을 병기한 것도 아니고 아주 몇몇 특정 장소 외에는 전부 영어로 번역해 놓았어요. 이건 정말 x쓰레기 같은 짓이라 오히려 사람 열받고 분통터지가 하는 기능으로 작용해요. 왜냐하면 중앙아시아 5개국 및 카프카스 3개국 모두 자국어를 사용하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요. 이 지역의 교통어는 러시아어. 게다가 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명과 장소명을 영어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하도 Lonely Planet 들고 오는 여행자에 시달려 깨우친 사람들이 아니라면 영어 잘 하는 사람이라도 Lonely Planet에 나온 영어로 번역된 장소 및 건물명을 못 알아들어요. 예를 들어 외국인이 갑자기 와서 'Where is Seoul Big Park?'라고 물어본다고 합시다. 이걸 '서울대공원'으로 잘 알아들을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좀 더 난이도를 높여서 'Where is Young Hawk station?'이라고 물어본다고 할까요? 이걸 '보라매역'으로 이해하실 수 있으신가요? 아마 정부에서 우리나라 지명 및 건물명을 영어로 이렇게 번역해놓으면 인터넷에 비난 및 비판글로 난리날 거에요. 그런데 Lonely Planet에서는 이런 짓을 해 놓았어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 Lonely Planet은 분명 매우 유용한 여행가이드에요. 특히 한국어로 된 가이드가 출판되지 않은 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Lonely Planet 하나만 믿고 가면 분통터지는 일이 꼭 생겨요. 그리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료를 찾을 때 전문성, 정보의 질과 양보다도 최우선으로 두어야하는 것은 무조건 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여행을 다녀온 후 한참 뒤에 글을 올려서 글이 올라온 날짜가 최근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언제 다녀온 것을 적은 것인가'를 가장 먼저 보셔야 해요. 그리고 찾으실 수 있으시다면 현지어로 된 장소명을 알아가시는 게 좋아요. 최소한 러시아어로 된 것이라도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숙소 찾는 것도 문제였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정 안 되면 택시기사에게 돈 얼마 내고 그 집에 가서 하룻밤 머물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무책임한 계획을 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온 사람들 자체가 별로 없었을 뿐더러 그분들이 쓴 글 가운데 숙소와 관련된 정보가 정말로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은 친구가 호스텔을 하나 찾아내었어요. 그곳 이름은 'Caspian Hostel'. 그런데 홈페이지도 없고, 설명을 보니 방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여기가 문 닫으면 정말 답이 없었어요. 만약 여기가 문을 닫았다면 그냥 우리가 작년에 갔던 호텔로 가고, 아제르바이잔 일정을 확 줄여버리기로 결정했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올해 나온 Lonely Planet Georgia,Armenia&Azerbaijan에서 바쿠의 아주 저렴한 숙소는 싹 사라졌어요.


친구가 인터넷을 뒤져 Caspian Hostel을 찾아준 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정말 광활한 사막에서 우물을 찾아준 기분이었어요.


이제 표 사기. 일단 여행사에 갔어요. 현지어로는 Aviakassa. 일단 바쿠에서 타슈켄트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있냐고 물어보자 월, 화, 목요일에 우즈베키스탄 항공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돌아오는 날은 7월 16일 월요일로 결정했어요. 가격은 308달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비행기표를 살 때 무조건 달러로 결제해야 해요. 예전에는 우즈베키스탄 숨으로도 결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달러로만 결제해야 한다고 법이 바뀌었대요. 이건 아마도 환율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된 것 아닌가 해요.




비행기표는 e-ticket을 출력해 아래에 여행사 도장을 찍은 것. 그래도 종이 한 장 덜렁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담는 봉투에 호치키스로 박고 정성스럽게 박아 건네주었어요.


일단 비행기표를 구입했으니 이제 해야할 일은 기차표. 예전에 부하라에 가려고 했으나 기차표 사려고 출발하는 날 전날에 갔다가 기차표 매진되어 못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일찍 갔어요.


반드시 7월 1일 아침에 파라브 국경을 넘어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늦어도 6월 30일 밤기차를 타고 부하라로 가야 했어요. 부하라는 전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6월 29일에 가서 부하라를 하루 보고 1박을 한 후 국경을 넘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친구가 그건 싫다고 했어요. 일단 날이 너무 더웠거든요. 타슈켄트도 충분히 더운데 부하라는 타슈켄트보다 더 더운 지역. 게다가 아직 히바도 못 보았고, 부하라도 못 보았고, 사마르칸트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비행기 타고 히바로 가서 한 번에 다 보고 돌아오자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이번에 부하라만 보아 버리면, 또는 조금 더 일찍 출발해 사마르칸트로 가서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만 보고 국경을 넘으면 히바만 남아버려요. 이러면 일반적으로 비행기 타고 가는 히바만 덜렁 남기 때문에 썩 좋은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그냥 부하라를 지나가기로 했어요.


역시나 타슈켄트 기차역 매표소 앞은 사람들로 붐볐어요. 외국인 전용 창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창구 직원이 잠깐 일 보고 다른 곳 갔다 다시 와서 일을 보고 하는 데에다 사람들이 기차표 한 장만 사 가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권 너댓 개 들고 와서 표 여러 장을 사 가는 사람들도 많이 섞여 있어서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어요.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서류철과 여권을 들고 줄 맨 뒤에 선 우즈벡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아서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밀쳐내고 우리에게 앞으로 가라고 했어요. 당연히 우리 앞에 있던 우즈벡인들은 아저씨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툭하면 언성을 높여대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러시아인들은 흥분하고 화를 내며 마구 러시아어로 소리치고 말싸움하려고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창구 위에 있는 표지판을 가리키며 러시아어로 더 크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우리에게 망설이지 말고 맨 앞에 가서 어서 표를 사라고 했어요.


"고맙습니다."


얼떨떨해하며 창구 앞으로 갔어요. 러시아어로 무슨 이야기를 하며 싸웠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서 있는 창구는 외국인 전용 창구. 타슈켄트 역 매표소에는 창구가 여러 개 있는데 외국인은 오직 한 창구 - 즉 외국인 전용 창구에서만 표를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당연히 외국인 전용 창구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인 사람들도 기차표를 살 수 있고, 기차표 판매 창구들 앞은 모두 항상 사람들이 바글거려요. 아저씨가 우리를 앞으로 보낸 이유는 '외국인 전용 창구에 우즈베키스탄 국적 사람들 때문에 외국인이 맨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목소리를 높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러시아인들도 우리가 창구 직원에게 여권을 건네자 조용해졌어요.


다행히 타슈켄트에서 부하라로 가는 야간 열차 2등 침대칸 표 2장이 있었어요. 가격은 43500숨. 다른 친구들이 침대칸으로 갈 때 아래칸에서 자는 것이 좋다고 해서 일부러 아래칸으로 잡았어요.


이제 여행을 출발하는 일만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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